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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평택에서 제주 음식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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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쉬는 날 못 쉬면서 일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과 일정을 맞추기 나름이긴 한데 혼자서 주말 꼬박꼬박 다 쉬는 건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니까. 몇 년 전에 같이 일한 선배는 G가 만나는 여자 친구가 주말에 쉬면 저도 주말에 혼자 다 처 쉬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나는 만나는 여자 사람도 없고 그런 양아치가 되고 싶지도 않으니까. -_ㅡ;;;

이번 명절에도 대부분 출근을 했다. 어차피 사람들 바글바글할 때  쉬는 거 좋아하지도 않으니 나름 괜찮다. 대신, 명절 끝나서 사람들이 지쳐(?) 있을 때를 활용할 궁리를 했다. 명절 다음에 어디 돌아다니는 사람이 잘 없으니까, 이 타이밍에 어디라도 다녀오자는 생각. 그래서 4일 내리 휴가를 신청했는데... 막상 쉬는 날이 되니 만사 귀찮다.

원래 계획은 제주를 다녀오는 것이었지만 비용도 그렇고 이래저래 망설여져서... 어디 갈만한 데 없나? 하고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강릉. 하지만 강릉도 세 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하는데다 월, 화, 수, 목, 이렇게 쉬는 것도 아니고 주말 끼고 쉬다보니 막상 떠나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빈둥거리다 시간 다 잡아먹었다.


그 와중에 제주 음식은 먹고 싶고... '혹시 근처에 파는 곳 없나? 쯥, 있을 리가 없지.' 하는 생각으로 검색을 했는데... 있다. -_ㅡ;;;   집에서 차로 10분 조금 더 걸린다고 나오는데 주차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소주 일 병 같이 마시고 싶어서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카카오 택시 이용하니 금방 빈 택시 도착. 담배 냄새 쩌는 택시에 올라타니 기사님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쌔려 밟기 시작하는데 비행기 탄 줄 알았다. 차 바닥에 나무 합판이라도 붙여놨으면 이륙했겠네. -ㅅ-


네이버 지도에서 4,900원 나온다고 했는데 4,500원 나왔다. 400원 정도의 오차 쯤이야. 외국에서도 네이버 서비스를 국내처럼 이용할 수 있다면 참 편할텐데... 외국 나가는 순간 네이버는 쓰레기가 되고 구글을 받들어 모셔야 하지. 아무튼.


가게는 소사벌에 있다. 이 동네 오고 나서 소사벌, 소사벌, 말은 많이 들었는데 처음 가봤다. 행정 구역 상 동네 이름은 비전동. 평택 비전 CGV 근처다. 그나저나 평택은 큰 동네도 아닌데 뭔 CGV가 세 개나 되는지.



가게 위치를 잘 모르니까 근처 큰 건물 앞에 세워달라고 해서 내렸다.



근처의 큰 건물이라 함은... 이화 초등학교. 생각보다 큰 학교여서 조금 놀랐다.



쭉~ 뻗은 길로 네이버 지도 보면서 걸어간다. 저 멀리 CGV 건물 보인다.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지, 한 번도 안 가봤다.



온통 빌라인데... 지금 내가 사는 동네와 조금 다른 건 빌라마다 생긴 게 제각각이라는 거다.


보통 땅 사서 거기에 건물 올리고, 그 옆에 땅 사서 또 건물 올리고, 이 짓을 한 사람이 하기 마련인지라... 작게는 건물 두 동, 많게는 여러 동이 올라가면서 빌라 단지가 형성이 되는데... 여기는 건축주가 제각각인지 건물 생긴 게 전부 다르다. 나는 일관되게 정리되어 있는 걸 좋아하지만 빌라 같은 경우는 다 다르게 생긴 게 낫다. 1층은 상가, 2층부터 거주 지역으로 만든 빌라인 듯 했다. 1층 상가에는 식당도 있고, 옷 가게도 있었다. 옷 가게가 여럿 있는 걸 보니 좀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인가 싶더라. 선입견인지 모르겠는데 동네에 옷 가게 있으면 꼭 비싸더라고. -ㅅ-



상가 주변에 주차된 차들도 고가의 수입 차가 제법 많았다. 대충 동네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상황.



저 멀리 오늘의 가게가 보인다. 모퉁이 빌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저기 2, 3, 4층 사는 사람은 음식 냄새 때문에 괴롭지 않을까?



가까이 가서 블로그에 올릴 생각으로 사진 한 방 더 찍어주시고.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은 아무도 없고 일하는 분만 세 명이 앉아 있었다. 카운터 바로 뒤에 적당히 앉으니 한 명이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했다. 메뉴를 갖다주는데, 나는 이미 마음을 정하고 갔지. 그래도 메뉴 한 번 보자~ 싶어 펼치니... 응?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보다 가격이 올라 있다. 인터넷에는 해물 뚝배기(특)이 15,000원이라고 나와 있는데 16,000원이었다. 고등어 구이는 10,000원으로 봤는데 메뉴에는 12,000원. 뭐, 그 정도 물가 상승이야~ 라는 생각으로 주문을 하니... "한 분 맞으시죠?" 라고 확인을 한다. 응? 고작 저 정도로 많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해물 뚝배기(특) 양이 많냐고 물어봤다. 양은 차이가 안 나고 전복 수가 세 마리, 다섯 마리로 차이나는 거란다. 그래서 그냥 달라고 했다. 한라산도 한 병 시키고.



그리고 나서 내부 사진 찍기 시작했다. 대놓고 찍기 뻘쭘해서 최대한 별 거 아니라는듯이 시큰둥한 척 연기하면서. -ㅅ-



길 바로 옆이다. 상가 쪽으로 주차된 차들이 많아서 다니는 차들이 요리저리 피해다녀야 했다. 차 안 가지고 가길 잘 했다.



공장처럼 시멘트 벽, 천장 다 드러나는 가운데 인테리어 하는 게 한동안 인기였다지. 지금은 유행 지나지 않았나?



제주가 아닌 곳에서 한라산 소주를 만나는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이랑 맛 구분 못 할 거 같지만... -ㅅ-



반찬이 먼저 나왔다. 90년대 중산층 가정에서 볼 수 있을 듯한 하얀 사기 그릇에 깔끔하게 담겨 나왔고 맛도 훌륭했다.



소주 일 잔 마시고 반찬 집어먹다가 고개를 드니 테우 모양의 장식이 보여 줌으로 당겨 찍었다.



이윽고 해물 뚝배기가 나왔다. 보글보글 끓는 것이 아주 그냥... 사진으로 보고 있자니 또 먹고 싶어진다. 츄릅~



아마도 노르웨이에서 왔을 고등어도 잘 구워져서 나왔다.



해물 뚝배기에서 전복이랑 딱새우 건져내서 그릇에 덜어놓고 소주 일 잔 마신 뒤 국물부터 호로록~ 캬~ 이 맛이거든! 잘 왔다 싶더라. 그렇게 국물 홀짝홀짝 마시다가 고등어 구이 파먹고. 신났다. ㅋㅋㅋ   먹고 있는 와중에 양쪽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총천연색 문신이 화려한 처자가 남자 친구로 보이는 사람과 같이 밖에서 망설이는 모습이 보이더니... 이내 가게로 들어왔다. 앉은 자리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어린 처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좀 있어 보이더라. 돌 맞을 각오하고 말하면 40대라 해도 믿을 정도. 반짝거리는 은색 신발 신고 있던데, 패션 센스가 용감하시고만요. ㅋ   양 다리 가득 채운 문신 보고 집 나온 고등학생을 떠올렸다.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ㅅ- 


밥 먹고 있는데 식당이 너무 조용해서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아주머니가 노래를 튼다. 유명한 가요를 피아노로 연주한 모양. 그러고보니 카니도라쿠에도 늘 그런 음악이 나왔는데... 촌스럽다 느끼면서도 밥 먹으며 적당히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르게 된다.

나보다 늦게 온 커플이 식사 마치고 나가고... 잠시 후 뒤에서 차가 오거나 말거나 길 한복판에 차 세워두고 식당 안을 힐끔거리던 무개념 커플이 가게 옆에 주차를 한 뒤 들어왔다. 그런데... 일하는 아주머니께서 쉬는 시간이라며 손님을 안 받으시는 거다. 오호~ 그러고보니 세 분 중 두 분이 퇴근한다며 인사하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아마 점심 무렵 장사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 장사를 하시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온 손님을 안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뭔가 멋지다.


쉬는 시간이라는데 혼자 꾸역꾸역 테이블 차지하고 있기가 미안해서... 후다닥 먹고 계산했다. 해물 뚝배기는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었지만 고등어 구이는 좀 남았다. 소주도 반 병 조금 안 되게 남겼고. 고등어 구이 안주로 남은 소주 먹고 싶었지만 뭔가 미안해서 그냥 나왔다. 한 끼로 32,000원 지출. 집에서 족발이나 보쌈 같은 거 주문해서 먹으면 그 정도 나오니까, 뭐.



다이소에서 순간 접착제랑 청소 용품 따위를 살 생각이어서 네이버 지도 보면서 역 근처까지 걸어갔다. 네이버 지도는 50분 가까이 걸린다고 나왔는데 그 정도는 안 걸렸던 듯.


작디 작은 개울 옆으로 산책로도 만들어놓고, 뭔가 분당스러운 분위기였다. ㅋ


아무튼... 해물 뚝배기 생각이 간절했는데 맛있게 잘 먹고 왔다. 한 끼 식사로 15,000원은 좀 과하다 싶긴 하지만 만날 먹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먹고 싶은 거 먹으면 그게 약이다라 생각하니까. 배가 제법 불렀는데 꽤 걸어서 그런가 저녁에 배가 고파왔고... 결국 자기 전에 라면 끓여 먹었다. -ㅅ-


자고 일어나서 또 갈까? 하다가... 평일 낮에 와서 같은 메뉴 이틀 내리 시키는 이상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을까 싶어 참았다. 강릉에 가서 해물 뚝배기, 꼬막 무침 먹을 생각이었는데 해물 뚝배기는 해결됐고... 집 근처에 꼬막 파는 가게가 있긴 한데 평가가 천지 차이라 갈까 말까 망설이다 하루 그냥 보냈다. 저녁에 야구나 보면서 맥주나 홀짝거릴 생각이었는데 비로 취소 됐다네.


저녁에 할 거 없는데 큰 일이다. 어디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긴 한데... 집에 너무 편하다. 집돌이가 될 수밖에 없어. ㅠ_ㅠ




아래에 하♥트 클릭~ おねがいします(오네가이시마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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