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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거제도 - 포로 수용소 유적 공원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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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랑까지 다 보고 나니 달리 갈 곳이 없다. 해저 터널이나 해병대 상륙 작전 관련 시설 등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거제도에서 보는 일몰이니까... 통영 구경은 이 정도로 마치고 거제도로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검색해보니 거제도 옆의 가조도라는 섬이 일몰 보기 좋단다. 거기 '노을이 물드는 언덕'이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내비게이션에 찍었더니 못 찾는다. 주소를 검색해서 찍고 출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금방 도착했지만 시간을 보니 해 지려면 아직 두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작은 섬이라 딱히 더 할 것도 없고 해서 차에서 잘까? 하다가... 그냥 어디라도 한 군데 더 보고 오자 싶어 포로 수용소 유적 공원에 가기로 했다.

30분 넘게 운전해서 도착. 주차장에 차 세워두고 나서 보니 식당 광고 현수막이 보인다. 오전에 케이블 카 타기 전 충무 김밥 먹은 거 말고는 먹은 게 없어서 배가 고팠기에 식당 쪽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 제로. 게장 세트가 14,000원인데 2인부터라고 되어 있어서 망설였더니 해주시겠다고 한다.



한 상 잘 차려졌다.


간장 게장은 짜지 않았고 양념 게장은 달달하면서도 매콤했다. 볼락 구이도 맛있었고 꼴뚜기 젓갈도 정말 맛있었다. 오뎅이나 고추 장아찌도 맛있었고. 후다닥 밥 한 공기를 비우고 나서 한 공기 더 달라고 했더니 오셔서 빈 반찬 그릇 가져가신 뒤 가득 채워주셨다. 이런 반찬이라면 하루 세 끼를 1년 365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계산하려고 보니 택배도 된다고 해서 간장 게장이랑 양념 게장 하나씩 해서 엄마님한테 보냈다.



부른 배 통통 두드리며 다시 유적 공원으로 향한다.



역시나 유료 시설이지만 국가 유공자 자격으로 무료 입장.



똥 싸는 장면과 똥 퍼 나르는 장면. 똥을 어찌나 잘 만들어놨는지... -ㅁ-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놨다. -_ㅡ;;;



이념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던 게 남아 있어서 착한 반공 포로를 나쁜 친공 포로가 괴롭혔져염, 뿌우~ 하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요즘도 평화롭던 일요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평화롭기 짝이 없어서 국군은 절반이 휴가 나가고 장성들은 파티하면서 술 먹고 퍼질러 잤는데 북한 놈들이 처들어왔다고 배웠다. 다행히 훌륭한 국사 선생님 만난 덕분에 한국 전쟁 발발 이전에 이미 국지전이 여기저기서 무수히 많았다는 이야기를 나중에라도 들을 수 있었지만.

앞서 케이블 카 얘기하면서도 썼지만 일본과 중국의 역사 날조를 나무랄 수 있으려면 우리부터 역사를 바르게 기록해야 한다. 우리에게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고 해서 왜곡하거나 감춰서 될 일이 아니다. 거제 포로 수용소 유적 공원도 반공 교육의 현장보다는 전쟁의 참상과 이념 대립의 안타까움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 전쟁을 직접 체험한 분들... 그 엄청난 전쟁 속에 살아남은 분들이라면 북한에 치를 떠는 게 당연하다. 북한이라면 이가 갈릴 정도로 분하겠지. 전쟁을 겪은 분들에게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이 지금은 평화의 시대니까 운운하는 것도 어찌 보면 건방진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은 분명 변하고 있고... 그 참혹한 전쟁을 다시 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하더라도 북한은 없애야 한다 보다는 전쟁없이 어떻게든 통일로 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환경도, 문화도 다른 먼 나라까지 와서 고생하다 죽어간 타국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국제 사회에 좀 더 기여해야 한다.


얼마 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국 전쟁 당시 오스트레일리아군이 많이 사망한 전장이었던 가평의 흙을 1톤 보내달라 요청했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리고 제대로 보상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나라가 보여줘야 할 모습일 거다. 우리는 독립 유공자와 국가 유공자를 제대로 대우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전쟁 불사 외치는 것들만 따로 모아서 개전 후 최전선에 바로 투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전력만으로도, 다시 말하면 미군의 협조 없이도 대한민국군은 북한군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엄청난 차이의 국방비를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전쟁 때 타던 비행기를 아직도 타는 북한한테 이길 수 없다고 떠드는 건 진짜 빨갱이 아니면 국방 비리 옹호하는 벌레들이겠지. 문제는. 우리가 확실하게 이길 수 있지만 손실이 제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쪽도 사상자가 나오고 엄청난 시설이 망가질 거다.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전쟁해서 북진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만 모아 부대 창설하고 종신 예비군 운영했으면 좋겠다.



그저 재현한 모형일 뿐이지만 잔혹함이 느껴진다.





전시된 내용 보고 있자니 그저 어이가 없더라.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시에 의해 연극하다 사진에 찍혔을 사람들. -ㅅ-



포로라는 건 전쟁 중에 사로 잡힌 적군을 말한다. 잡히기 전까지는 우리한테 총질하던 적이란 이야기다. 예전 같으면 보복 살해가 당연했겠지만 인명 존중 차원(이라는 것도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생각한다면 우스운 일이지만)에서 살려두고 관리하다 적에게 잡힌 우리 포로와 교환하곤 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대우다. 얼마 전까지 적이었던 이들한테 꼬박꼬박 밥 챙겨주고 기술 가르치면서 취미 생활하게 해줬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먹을 것은 항상 부족했고 잠자리 역시 비좁기 그지 없었으며 위생 상태도 불량했다. 거기에다 자기들끼리 파벌이 형성되어 약한 자들은 다치거나 죽어나가기 일수였다. 그 와중에 미군이나 한국군에게 빌붙어 동지고 뭐고 팔아먹는 자들도 나왔고.

적한테 기술 가르쳤다고? 전쟁이 끝나고 북한으로 돌아가면 다시 우리한테 총질할 애들인데? 이제라도 과대 포장 걷어내고 사실대로 기록했으면 좋겠다.



포로가 한국군 전투 요원보다 급식 수준이 좋았다고?


저 말을 믿지도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저 말이 사실이라면, 포로에 대한 대우를 제대로 했다가 아니라 한국군 전투병을 얼마나 개차반으로 취급했냐를 따져야 한다. 1950년대 초반의 포로에 대한 대우가 1970년대의 자국민 범죄자보다 좋았다고 한다면 그 말을 믿어야 하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절대 가치도 있지만 변하는 세상에 맞춰 변해가야 하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송환된 포로들은 참혹한 전쟁에서 국가를 위해 싸우다 사로잡혔지만 전향하지 않고 돌아온 영웅 취급이 아니라, 북한에 있는 동안 세뇌 당해서 간첩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지독한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 속 마네킹이 바느질하고 있는 저 옷... 공수 훈련 때 내가 입었던 옷이랑 똑같다. -ㅅ-



12월에 선풍기가 달달달달 돌아가고 있었다. -_ㅡ;;;



많이 바뀌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군이 이런 시설에서 먹고 자고 했다.



똥더미와 구더기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놔서 깜딱 놀랐다.





전쟁이 끝나고 북한과 대립하던 시대에는 안보, 반공 교육의 현장으로 쓰일 수밖에 없는 곳이었을 거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여전히 그러한 성격을 지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이어지는 세습에 대한 비난은 당연한 것이고... 김씨 일가 영웅화에 바쁜 나머지 인민들 먹고 사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것 역시 욕 처먹어 당연한 일이다. 중앙 통제화 된 사회에서 인민들 삼시 세 끼 밥도 못 먹이는 것들이 만날 미사일이나 쏴대는 거 보면 빨리 망해 없어져야 하는 권력 집단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은 무조건 나쁘다, 우리는 착하다는 요즘 세상에 씨알도 안 먹힐 이야기다. 자국의 힘으로 독립을 이뤄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원치 않는 분단이 되었으며 이념 다툼이 실제 전쟁으로까지 이어진 가슴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이고 전쟁 없는 통일로 가자는 교훈을 줘야 한다. 그러한 교육의 장소로 새단장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아, 홈페이지는 여기다. → http://www.pow.or.kr


밥 먹고 나와서 시계를 보니 이동 시간 빼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급하게 서둘러 보느라 체험하거나 꼼꼼히 보는 전시물은 건너 뛰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해 지는 거 보는 게 최우선이었다. 내비게이션에 다시 아까의 목적지를 찍고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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