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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일본 과자를 베낀 한국 과자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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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 중 '한남일녀TV'라는 게 있다. 채널 이름 그대로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 부부가 만드는 다양한 영상이다.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거나 일본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터라 챙겨보고 있는데 최근 '일본 과자를 베낀 한국 과자'라는 주제의 영상이 올라왔다. 한국의 식품 업체가 일본의 제품 고스란히 베껴놓고 그런 적 없다며 뻔뻔하게 오리발 내미는 짓은 익히 알고 있는 터라 그닥 놀랍지 않았지만 댓글이 충격적이었다. 상당히 많은 댓글이 일본도 유럽이나 미국 거 베꼈잖아! 였다. 허... 나는 제발 저 따위 댓글을 단 것들이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이기를 바란다. 설마... 중학교 이상의 교육 기관에서 공부한 사람이 저런 댓글을 단 거라면... '대체 요즘 학교에서는 뭘 가르치는 거냐!' 라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열 뻗쳐서 마구 적었는데... 생각해보니 저 정도 댓글을 달 수준이면 내가 하는 얘기도 대부분 못 알아처먹을 거다 싶어서 최대한 쉽게 쓰려고 다 지우고 다시 쓴다. 저런 수준 이하의 댓글을 단 이들을 ㅉㄸ라 칭하고 글을 계속하겠다.



자, ㅉㄸ 여러분. 잘 들어요. 일본 기업이 유럽이나 미국 기업의 제품을 베꼈군요~ 그렇군요~ 쟤들도 베꼈으니까 우리가 베낀 거 가지고 뭐라 하면 안 되는 거로군요? 그렇죠?   그럼~ ㅉㄸ 여러분의 집을 턴 도둑을 잡았는데 자기도 며칠 전에 도둑 맞았다고 하면, 그 도둑은 무죄가 되는 거네요? 에? 아니라고요? 아니, 왜요! 그 도둑도 자기 집에 털려서 ㅉㄸ 여러분의 집을 턴 거잖아요~ 그럼 죄가 없는 거 아니예요?


중국의 기업이 새우깡을 베껴서 만든 과자가 대박이 났어요~ ㄴㅅ이 그 사실을 알고 화가 많이 났지요. 그래서 중국의 기업에게 따져 물었어요. 왜 허락도 안 받고 니 맘대로 베끼냐! 그러니까 중국 기업에서 그러네요. 니들도 일본 에비센 베꼈잖아~ 그러니까 지랄하지 마~ 뜨끔! 한 ㄴㅅ은 찍 소리도 할 수 없었답니다. 당연한 거죠? 그렇죠?



자, ㅉㄸ 여러분~ 대가리에 뇌 대신 우동 사리가 들어 있어도 아직 늦지 않았으니 잘 들어요~ 일본의 기업이 유럽이나 미국 기업의 제품을 베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일본 기업 제품을 베꼈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일본 기업도 베꼈다고 해서 우리의 잘못이 사라지나요? 그렇지 않잖아요~ 왜 일본이 베낀 건 뭐라 하면 안 되냐고요? 뭐라 하면 안 되는 게 아니고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일본이 유럽이나 미국 기업의 제품을 베꼈다면 일본이 됐든, 유럽이 됐든, 미국이 됐든, 걔네들이 잘했네, 잘못했네 떠들게 두면 되는 거예요. 우리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인데 왜 나서서 잘잘못을 가려주려고 하나요? 우리는~ 우리가 베낀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면 되는 거예요.


누가 봐도 베낀 게 명백하잖아요. 그러면...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 사과하고 피해 입은 사람에게 배상을 하면 되는 거예요. 물론 상대가 말도 안 되는 배상 조건을 내세울 경우에는 또 다른 싸움이 필요하겠지만요.


그래도 이해가 안 되나요? 그럼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철수와 영희와 내가 있어요. 우리 셋은 그냥 친구예요. 썸도 아니고 그냥 친구일 뿐이예요. 어느 날 철수가 영희를 때리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나도 철수를 때렸답니다. 경찰 아저씨한테 잡혀 갔어요. 경찰 아저씨가 왜 철수를 때렸냐! 라고 해서 철수도 영희 때렸는데요? 라고 했어요. 그러면 경찰 아저씨가 아, 그렇구나~ 철수도 영희 때렸구나~ 라고 하면서 집에 가라고 할까요? 아니예요. 철수와 나는 둘 다 폭행 현행범이예요. 철수가 영희를 때렸든, 안 때렸든, 아무 관계가 없어요. 내가 철수를 때렸으면 나는 폭행 죄를 저지른 거예요.


자, 이제 알겠죠? 쟤들이 베끼거나 말거나 우리는 우리가 베낀 짓에 대해서만 반성하면 되는 거예요. 쟤들도 베꼈다고 내가 베낀 잘못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거, 잊지 마세요~



몇 년 전에 신호 위반한 운전자가 경찰에 잡히니까 다른 차도 다 위반하는데 왜 나만 잡냐고 지랄하더라고. 그 꼴 보면서 분명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으니 운전 면허 시험을 봐서 면허 따고 운전하는 것일텐데 저게 뭐하는 짓이지? 싶더라. 저런 단세포도 면허 딸 수 있을만큼 우리나라 면허가 쉽(다.)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내 잘못이 드러나면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나만 그런 것이 아닌데 왜 나만 처벌 받아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 다른 사람의 잘못이 같이 밝혀진다면 내 죄는 없어지거나 처벌이 약해지리라 생각하는 건가? 그건 정말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머리에서나 나올 법한 생각 아닌가?



정말 심각한 글은 백제 문명 베꼈네 어쩌네 하는 글이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그냥 말을 안 하련다. 벌레 수준으로도 얼마든지 의사 소통이 가능할만큼 쉬운 글을 만들어주신 세종대왕이 대단하다고 감탄할 뿐. 그러고보면 일본 도자기 얘기하면 꼭 조선 도공이 전수해 준 기술 덕분이라며 으스대는 사람들 수도 없이 보게 되는데... 그런 것들한테 한국에서 천대 받던 기술자들이 일본에서 장인 대접 받으며 일본의 나무와 일본의 흙으로 조선의 기술을 더해 도자기를 만들다가 점차 완성되어 지금의 일본 도자기가 된 것이라 아무리 떠든다 한들 이해를 못하겠지. 그런 것들에게는 컬링의 시초가 스코틀랜드니까 우리가 이번 동계 올림픽 컬링 종목에서 활약한 것도 스코트랜드 덕이라고 얘기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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