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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영  화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君の膵臓をたべたい, Let Me Eat Your Pancreas, 2017)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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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영화는 스미노 요루(住野よる)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렇기에 작가와 소설 얘기부터 간단하게 시작.
  •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소설을 쓰면서 출판을 노리고 여기저기 공모했던 이력이 있다. 뭐, 결과는 대체로 탈락. 그것도 1차 심사에서조차 통과하지 못했다고.
  • '덴게키 소설 대상'이라는 공모전을 노리고 쓰여진 이 작품은, 정작 분량 초과로 응모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써놓은 게 아까웠던 작가는 2014년 2월에 '소설가가 되자'라는 사이트에서 요루노 야스미라는 가명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 제목을 보면 좀비가 등장하거나 피를 질질 흘리면서 뭔가 변태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어두운 존재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실제로는 참한 고등학생이 남, 여 주인공인 작품이다. 제목 때문에 말이 참 많은 작품인데 작가가 의도했다고 한다. 눈에 띄는 타이틀을 원했다고. 바라던대로 주목을 끌어 출판에 성공하고 영화까지 만들어졌으니 노림수가 적중했다.
  • 왜 하필 췌장인가? 하는 물음에는 ① 발음이 마음에 들었고, ② 뭐 하는 기관인지 알려지지 않아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다. 대박 작품 만들어내려면 저렇게 머리가 좋아야 한다. -ㅅ-
    이 작품 이전에 '췌장'이라는 신체 기관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흔히 '이자'라 부르는 기관과 같은 곳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나는 20대 초반에 일찌감치 췌장이라는 신체 기관에 대해 알게 됐다. 입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인데... 매일 새벽 세 시만 되면 왼쪽 옆구리가 말도 못하게 아파왔다. 처음에는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다가 점점 쥐고 비트는 듯한 통증으로 커진다. 자다가 통증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세 시였다.
    도저히 못 참겠다 싶어 동대문에 있는 이화여대 부속 병원에 갔더니 커다란 덩치의 여자 의사가 눕혀놓고 툭툭 두드리며 아프냐고 몇 번 묻고 나서... 아무래도 췌장염인 것 같다고 했다. 정확히는 췌장염 의증. 일단 입원해서 MRI 찍어보자고 한다. 도시 빈민이었던 나는 병원비가 제일 걱정이었고... 얼마나 드느냐고 물어보니 일단은 100만원 정도 필요할 거란다. 며칠 간의 입원과 MRI 촬영을 위한 비용이었을테지. 당시 두 군데 학원에서 일하고 월급 받아 나왔었는데 그게 정확하게 100만원이었다.
    어차피 며칠 후면 입대할 거... 일단 진단서만 받아들고 그냥 나왔다. 그리고 대학로에 있는 가정의학과에 가서 큰 봉지(?) 하나에 2만원 하는 링거 맞다가 입대했다. 입대 이후에도 어김없이 통증으로 새벽에 깼고... 군 병원 가서 내시경 검사 받았다. 군의관은 장 운동이 불규칙해서 그런 것 같다며 어마어마한 양의 약더미를 안겨줬고... 처음 며칠 간 챙겨 먹다가 이후 그냥 내팽개쳤다. 그리고... 통증은 사라졌다.


  • 왜 영화 얘기 안 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주절주절 하느냐 하면... 췌장이라는 장기는 문제가 생기면 발견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기관이라는 걸 얘기하기 위해서. -_ㅡ;;;   췌장은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만드는 기관인데 췌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발생하는 병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당뇨병이다. 그리고 췌장암의 경우에는 조기 발견이 쉽지 않아 암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무렵에는 이미 사망 플래그가 펄럭~ 펄럭~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초기 암의 경우 CT 촬영으로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니 조기 발견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작품 속 주인공도 췌장에 문제가 있어 사망 진단 받았다고 나오는데 아마도 췌장암을 늦게 발견한 게 아닐까 싶다.
  • 왕따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요즘 말로는 아싸인 '시가 하루키'가 남자 주인공. 참고로 남자 주인공은 작품에서 내내 이름으로 불려지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기 바로 전에야 이름이 밝혀지는데 유명한 소설가 '시가 나오야'와 '무라카미 하루키'를 조합해서 만들어낸 이름이다.
    아무튼... 남자 주인공이 맹장 수술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노트를 발견한다. 노트 속의 내용은 자신이 곧 죽는다는 것. 그리고 그 노트의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과 같은 반인 '야마우치 사쿠라'.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사쿠라는 자신의 비밀이 같은 반 친구에게 알려진 것이 내심 걱정스럽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된 남자 주인공이 '너 죽어?' '정말?' '불쌍해서 어쩌냐~' 등의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둘은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썸 타다가... 결국 여자 주인공이 죽는다. 시간이 흘러 모교에 교사로 부임한 남자 주인공은 추억이 서린 도서관을 정리하다가 사쿠라가 남긴 보물 지도를 보고 뒤늦게 보물을 발견한다는 이야기.
  • 미주알 고주알 다 쓰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적당히 썼다. 다 쓰면 안 본 사람들은 짜증스러울테니까.
  •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었지만... 틀림없이 질질 짤텐데... 남들 눈치 보느라 울고 싶은데 못 우는 게 싫어서 결국 극장에 못 갔다. 그러다가 SKT에서 공짜로 풀어줘서 손바닥만한 스마트 폰 화면으로 봤다. DVD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원작 소설도 사들고 올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 일단 O.S.T.라도 다운 받을까? 싶어 멜론에서 검색해보니 없다. 국내 정식 발매 안 한 모양. 6월에 일본 가서 사들고 와야 할 것이 하나 생겼다. ㅋ
  •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있게 봤다. 남자 주인공이 뭔가 있는 척 하면서 엄청 폼 잡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저냥 유약하고 평범한 녀석이라는 점이 좋았고... 감수성 대폭발할 시기에 본인의 죽음을 두고도 태연(한 척 연기)한 것이 가능한 여자 주인공은 확실히 판타지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언뜻언뜻 고아라 어렸을 때가 보이는 '하마베 미나미'가 연기했기에 호감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에서 하마베 미나미 무대 인사(부산)와 광고 몇 편 봤는데... 귀엽네. ㅋ
  • 나중에 상황이 된다면 집에 저렴한 프로젝터 설치해서 가정용 홈 시어터 싸게 구축하고...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다. 배경으로 나오는 일본을 보니 하루라도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게 아닌가 싶다.




여고생이 불치병으로 곧 죽는다는 걸 알면서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사실상 판타지지. 살만큼 산 사람도 곧 죽는다고 하면 무섭고 두려울텐데.




이 사진의 배경 역시 후쿠이인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시간내서 찾아봐야겠다. 후쿠이가 어디쯤인가 싶어 보니... 오사카에서 머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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