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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축  구 』

유니폼 마킹 제거 & 리마킹 (죽어가는 유니폼에 새 생명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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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A 대표팀 유니폼에 김재성 선수 마킹을 했었더랬다. 이름은 JAESUNG으로 마킹이 되었고 번호는 13. 이름은 그냥저냥 잘 붙어 있는데 번호가 살짝 위태로워 보이더라니... 세탁하고 나니 아주 엉망진창이 됐다. 세탁기 안에서 번호 마킹이 떨어졌는데 그 스티커 자국이 여기저기로 번져 걸레짝이 되어버린 거다. 그나마 앞 부분은 양호한 편인데 뒷 부분은 아주 난리가 났다.


직접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아서 맡길만한 곳이 없나 알아봤다. 검색을 해보니 마킹 제거해준다는 곳이 있긴 한데 거의 모든 후기가 야구 유니폼 관련된 거다. 거기에다 나처럼 스티커 자국으로 뒤덮인 예는 찾아볼 수가 없다.


동네 프랜차이즈 세탁소에 가지고 가니 보자마자 안 된단다. 다른 곳의 조그마한 세탁소 역시 보자마자 안 된다고. 결국 포기하고 직접 하는 걸로 생각을 바꿨다. 후기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맘, ××맘 등장하는 육아 까페에 올라온 글과 사진들. 아세톤, 에틸 알콜, 차량용 스티커 제거제 같은 건 나름 납득이 가지만 WD-40이나 선크림, 스프레이 모기약 등은 의외였다. 물파스 얘기도 많이 나오던데 물파스는 벽지나 장판 같은 재질에 매직 등으로 낙서된 걸 지우는 데 유용하다는 판단, 그리고 냄새 때문에 바로 포기했다.


일단 아세톤이 제일 낫겠다 싶어 아세톤 사러 갔는데... 집 근처 마트에는 없고... 편의점에 가니 네일 리무버가 있다. 1,300원. 일단 하나만 사들고 와서 옷에 뿌린 뒤 칫솔로 문질러 봤는데 꽤 지워지는 것 같다. 다음 날 다시 편의점에 가서 남아있는 두 개를 더 사들고 왔고... 그 다음 날은 약국에서 알콜 두 통을 사서 그걸로 지웠다. 옷에 구멍나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칫솔과 낡은 세차 타월로 한참을 문질렀고... 이제 더 이상은 못 지우겠다 싶을 무렵... 이걸 완전하게 지울 생각을 하지 말고 마킹으로 다시 덮으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검색 끝에 찾아간 곳이 동대문 지하 스포츠 상가. 동대문 역 13번 출구로 가면 된다고 해서 그 쪽으로 갔다. 13번 출구 밖으로 나가야 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밖이 아니라 지하철 역과 연결된 통로에 동대문 지하 스포츠 상가라고 쓰인 간판이 매달려 있다. 그냥 13번 출구 찾아서 쭈욱 가다가 양쪽에 상가 있는 통로 나오면 제대로 찾아간 거.


인터넷에서 본 업체 이름이 바로 보인다. 맨 앞에 있는 가게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그 다음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옆의 가게에 사람이 있어서 혹시 마킹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지금 바로요? 라고 되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예약된 일이 있어서 바로는 안 된다고. 그럼 맡기고 다시 찾으러 와야 하냐, 우편으로 보내주냐 물어보니 어떻게 해도 관계 없다 한다.


그 얘기를 하면서 유니폼을 꺼내어 보여드렸더니 폰트가 있는지 바로 찾아보신다. 아주머니와 젊은 남자는 모자 관계인 듯 했고... 그 옆에서 마킹 시트 자르고 계신 분도 가족이 아닐까 싶더라. 아무튼... 아주머니께서 폰트를 찾아 이거 아니냐 하시는데 아들 되는 분은 좀 시큰둥한 듯. 꼭 같은 폰트 아니어도 된다고, 제가 보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더니 바로 인쇄를 하신다. 플로터에서 마킹 시트가 인쇄되어 나오자 할아버지께서 시트를 잘라 유니폼에 올려 보신다. 그런데 뒷 번호는 너무 크고 앞 번호는 너무 작다 하신다. 나는 속으로 그 정도면 충분해요~ 괜찮아요~ 하고 있는데 다시 해야겠단다. 그리고는 자로 다시 크기를 재시더니 결국 다시 인쇄. 그리고 시트 잘라 바로 옷에 붙여주셨다. 작업은 30분도 채 안 걸렸던 듯. 비용은... 5,000원. 응? 겨우?






※ 리마킹 전 사진은 어두운 곳에서 SONY RX10M4로 촬영, 리마킹 후의 사진은 자연광 상태에서 갤럭시 S8로 찍어 색감에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하도 상태가 엉망진창이라서 옷 버릴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약간의 수고와 네일 리무버×3(1,300×3=3,900), 알콜(1,000 / 두 통 사서 한 통만 씀), 칫솔(10개에 7,900원 짜리인데 세 개 썼음) 값 정도만 쓰고 마킹하는 데 5,000원 들여 간신히 살렸다. 버릴 생각까지 하던 옷인데 이렇게 살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일본 유학 가서 한국 사람인 거 티 내야 할 때 입어야지.


아, 동대문 지하 스포츠 상가의 가게 이름은 '상신 스포츠'였던 걸로 기억한다. 상가 번호가 1-3이었던가? 친절하게 응대해주신 아주머니, 꼼꼼하게 작업해주신 할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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