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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8 오카야마 - 일레븐 빌리지 (Eleven Village)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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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를 다 보고 나오자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졌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여러 곳을 함께 다녀준 마사미 님과 여기서 작별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으신데 3일 동안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시간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 이 날까지 가지고 간 돈을 거의 쓰지 않을 정도.


다음 날 연락드리기로 하고 마사미 님과 헤어졌다.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간다. 후키야 마을을 관통하는 메인 도로는 작은 자갈을 바닥에 박아넣은 듯한 도로인데 걸을 때에는 참 좋지만... 캐리어를 끌고 가니 드르르륵~ 드르르륵~ 아주 그냥 관종의 행차 되시겠다.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소음을 유발한다.


일레븐 빌리지에 가는 길은 어렵지 않... 다라고 써야 하는데... 나는 엄청 어렵게 갔다. ㅠ_ㅠ   길 따라 걸어가다보면 왼쪽에 뻥 뚫린 터널 같은 곳이 나온다. 그 쪽으로 가면 공용 화장실이 나오는데 그 화장실이 있는 건물 위가 일레븐 빌리지. 여행 가기 전에 본 사진을 바탕으로 마을 구경할 때 위치 파악을 끝냈다. 문제는... 당최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는 거다. 분명 저기인데, 저기가 숙소인데, 어디가 입구인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캐리어 끌고 입구를 찾아 헤매고 있는데... 게스트하우스 쪽에서 꼬마 한 녀석이 나왔다. 어! 나 저 녀석 알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부부의 아들내미, 소라 군이다. 먼저 다녀온 블로거가 남긴 글에서 본 기억이 난다. 게스트하우스가 거기냐고 물어보니까 고개를 끄덕 끄덕. "아리가또고자이마~ 스~" 하고 인사한 뒤 계속 입구를 찾는데... 안 보인다.


그러고 있는 게 답답했는지... 잠시 후 꼬마가 아래 쪽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건 못 봤는데 후키야 마을 메인 도로에서 만났다. 그리고 나를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공용 화장실 앞 쪽에 시멘트로 후다닥 만든 듯한 경사로 & 작은 계단이 있고 그 길을 올라가면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면서 아까 봤던 초등학교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거기까지 가는 게 아니라... 경사로 중간에 방향이 반대로 확 바뀌는데 길 따라 가지 말고 가던대로 잔디 밟고 계속 가면 된다. 잔디는 밟는 게 아니라 보는 거라는 쌍팔년도 주입식 교육을 철저히 받아온지라 그 쪽으로 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_ㅡ;;;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니 소라 군의 아버지 등장. 이름을 알려주셨는데 까먹었... -ㅅ-   영어로 안내를 해주시기에 최대한 일본어 동원해서 대답했다. 그러면서 느꼈다.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언어가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저녁 식사 시간과 목욕 시간을 물어보셔서 적당히 대답을 하고 방과 건물 내부를 소개 받았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하니까 그러라고 하신다. 숙박비는 언제 계산하냐고 하니까 내일 나갈 때 하면 된단다. 방까지 캐리어를 들어주셔서 편하게 2층으로 입성.


땀을 엄청 흘려서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목욕하기 전에 안 된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지. 밥을 18시에 먹고 목욕을 19시에 하기로 했는데 그 전에 샤워 좀 하면 안 되겠냐고 하니까 안 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의사 소통에 오류가 있었던 듯. 아무튼... 방에 들어가서 대충 사진을 찍고 짐을 풀어 헤쳤다.



나는 천장 높은 공간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나무로 된 천장이 저~ 위에 자리하고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런 집에 살고 싶더라.



입고 다녔던 파지아노 오카야마의 유니폼과 대표팀 유니폼에 향수를 살짝 뿌려 바람이 드는 창 쪽에 걸어놨다. 혹시나 또 입을까 해서.



조명은 스위치로 켜고 끄는 것이 아니라 돌려서 조절하는 방식. 왼쪽 끝까지 돌리면 완전히 꺼지고 오른쪽으로 돌릴수록 밝아진다.



이렇게 싱글 침대가 두 개 있는 방. 모르는 사람과 이런 방에서 잔다면 좀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 이 날은 게스트하우스에 나 뿐이었다. 인터넷으로 봤을 때 다른 방도 예약된 것 같았는데...



정면에 보이는 잔디밭이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오는 길이다. 저걸 몰라서 저 밑에 차 세워진 곳을 비롯해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방에는 침대 외에도 거울이 붙은 탁자와 나무로 된 옷장 등이 있었다. 유학 생활하는 방이 이 정도만 되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트리스 위에 홑이불 깔고 이불 덮기 전에 홑이불 덮는 시스템. 날마다 침구류 세탁하기 어려운 게스트하우스는 이런 시스템이 많다.



방에서 나가면 이렇게 생겼다. 왼쪽에 두 명이 쓸 수 있는 방이 또 있고 내려가는 계단 옆으로 화장실과 세면대가 두 개씩 있다.



이렇게 넓찍한 벤치에서 바깥을 볼 수도 있고. 나처럼 투숙객이 혼자라면 이런 마룻바닥에 냅다 들이눕는 것도 가능. ㅋㅋㅋ



여기가 세면대. 세면대 앞에 걸린 손수건이 후키야의 빨간 염료로 물들인 거다. 혼자 다니면 내 사진 찍는 건 이렇게가 고작이다.

└ 유니폼 입고 있는 걸 보니 방에 들어가서 벗어놓기 전이었던 듯. ㅋ



거의 다 침대 방이지만 다다미가 깔린 방도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때 선택할 수 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조금 가파를지도 모르겠다. 저 앞에 보이는 문이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출입문이다.

└ 1층에도 방이 있고, 주인 내외는 복도를 지나 저 쪽에 있는 건물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2017년에 부킹닷컴에서 8.7점을 받았다.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좋아도 10점 만점을 안 주니까 저 정도면 상당히 높은 점수다.



여기가 거실. 저 앞이 주방이다. 여기에서 식사도 하고 간단히 맥주 일 잔 하는 것도 가능하다. 겨울에는 벽난로를 똬악~



이름을 잊어버리고 만 사장님과 아내 분, 미나 상. 그리고 아들내미 소라 군. 오사카에서 살다가 후키야로 들어왔다고 했다.



사용할 수 있는 식기들과 커피 머신, 정수기 등이 있는 자리.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가정 집 같은 분위기다.



냉장고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안에 들어있는 맥주는 냉장고 앞에 내용을 쓰고 돈통에 돈 넣는 것으로 끝. 알아서 하라는 거다.



주방 쪽에서 바라본 거실은 이런 분위기. 이런 집에서 사는 게 꿈이다. 정말 멋지다.



여기가 목욕탕. 놓여진 장난감을 보니 목욕하면서 깔깔거릴 소라 군이 상상됐다.



목욕탕 옆에는 샤워기 두 개가 설치되어 있다. 수압은 나쁘지 않았다.



목욕탕에서 위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 방의 천장도 높은 편인데 목욕탕 천장은 정말 높다.



복도에는 학교에서 쓰는 책상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보니 붉은 지붕이 더 눈에 띈다.



공용으로 쓰는 2층의 좁은 거실에는 이렇게 책도 진열되어 있었다. 봐야 뭔 내용인지 모르니까. -ㅅ-



방에 있는 옷장 안에 보관되어 있던 선풍기! 정말 오래된 제품이다. 깜딱 놀랐다. ㅋㅋㅋ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래 산 녀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옛날 제품 같은데... 다행히 잘 동작했다. ㅋ



어둑어둑 해가 지니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바깥쪽 복도에는 이렇게 작은 초가 켜진다.





방에서 빈둥거리며 쉬다가 밖으로 나갔더니 소라 군이 혼자 블럭을 가지고 노는 중이었다. 낯가림이라는 게 전혀 없는 성격의 소라 군이었기에 금세 친해져 같이 놀았다.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수준이나 정신 연령이 다섯 살이라는 소라 군과 거의 차이가 없었던 탓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지 않나 싶다. ㅋㅋㅋ



그렇게 블럭 가지고 놀다가 18시가 되기 조금 전에 아래로 내려갔다. 미나 상이 직접 만든 밥과 음식을 가지고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타다키마~ 쓰~" 인사를 하고 밥을 먹었다. 입이 짧아서 음식을 많이 가리는 나인데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누가 봐도 돈까쓰인데 고기가 아니었다는 것. "에에? 고기가 아니라고?" 했더니 웃으며 그렇단다. 아마 콩고기였던 모양이다. 고기랑 맛도, 식감도, 냄새도, 다 똑같았는데!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JLPT N5 수준의 단어 몇 개 아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예전 같으면 번역기 돌려서 보여주기 바빴을텐데 최대한 일본어로 떠들었다. 10월부터 일본에서 유학할 예정이라 하니까 놀란다. 열심히 공부해서 일본어 더 잘하게 되면 그 때 또 오겠다고 했다. ㅋ


밥 먹고 나서 소라 군과 잠시 놀다가... 슬슬 씻을 시간이 되어 목욕탕으로 갔다. 그냥 샤워를 할 생각이었는데... 목욕탕에 나무로 된 뚜껑이 덮여 있고 뜨거운 열기가 훅훅 끼쳐온다. 응? 설마? 하고 나무 뚜껑을 열었더니... 뜨거운 물이 잔뜩 받아져 있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보면 목욕하는 장면 종종 나오잖아. 손님이 먼저 하고, 그 다음이 아버지, 어머니,... 뭐 이렇게 순서대로. 그렇게 번갈아가며 퐁당퐁당 몸을 담그는 시스템. 들어가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목욕 시간 물어본 게 괜한 이유에서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싶어 샤워를 하고 나서 발가락을 살짝 담궈봤다. 못 참겠다 수준은 아니어서 천천히 입수. 물 속에 담긴 몸에서 서서히 피로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느낌. 아아~ 진~ 짜~ 좋다. 비싼 돈 주고 힐링 뭐시기 할 필요가 없다. 최고의 힐링이다. 정말 좋다.



탕에 한 10분 앉아 있었나? 맘 같아서는 그대로 잤음 좋겠다 싶었지만 더 있으면 민폐다 싶어서 일어났다. 나무로 된 뚜껑을 다시 덮고 샤워를 한 뒤 비치된 수건으로 물을 닦아내고 나왔다. 정말 개운하다. 저녁마다 이렇게 쉴 수 있다면 몇 달을 여행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서 쉬고 있는데 목욕탕에서 미나 상과 소라 군이 씻는 소리가 들린다. 아래로 내려가 맥주 한 잔 하고 싶었는데 혹시나 씻고 나오는 분들과 민망한 분위기가 조성될까 싶어 방에서 스마트 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조용해져서 아래로 내려가니 아무도 없이 조용~ 하다.


스마트 폰 보면서 맥주 두 캔 마시고 방으로 돌아와 잤다. 자다가 새벽에 몇 번 깼는데 그 때마다 풀벌레 소리가 들려와 정말 행복했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소라 군과 같이 놀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ㅋ



위에서 내려다 본 카운터(?)는 이런 모습.



일레븐 빌리지의 사장님이 그리는 꿈. 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 꿈, 꼭 이루셨으면 좋겠다.



일레븐 빌리지와 관련된 여러 글과 사진, 지역 여행 자료 같은 것이 비치되어 있다.



아침에 무한 리필 가능한 커피. 흰 색 물통 옆을 보면 자그마한 유리병이 보이는데 저게 돈통이다. ㅋㅋㅋ




  • 홈페이지는 일본어와 영어만 지원하고 있으니 크롬을 이용해서 한글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실시간 예약 현황을 볼 수 있으니 내가 숙박하고자 하는 날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고요. 저 같은 경우 게스트가 나 밖에 없냐고 하니 그렇다고 해서 왜 사람이 없냐고 하니까 장마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홈페이지의 숫자 폰트가 손글씨 형태라서 6 같은 경우 0과 헷갈릴 수 있습니다. 0은 완전한 동그라미이고 6은 오른쪽에 작은 원이 붙은 형태입니다.

  • 오래 전 간장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이고 2009년 이후 방치되고 있었던 국제 교류 빌라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조하여 운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초기에 고생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하네요.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 → https://readyfor.jp/projects/takahashicity/announcements/29348

  • 홈페이지와 부킹닷컴 등의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합니다. 부킹닷컴에서 예약을 하면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가격은 조금 더 비쌉니다. 수수료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를 포함해서 ¥7,500 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식사 수준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비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 예약을 하고 나면 메일로 답장을 주십니다. 저녁과 아침을 먹는 시간을 물어보시니까 편한 시간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 2층에 공용으로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있습니다. 맥북인데 기종은 잘 모르겠고... 느립니다. 거기에다... 인터넷이 엄청나게 느립니다. 접속이 되긴 되는데... 컵라면에 물 붓고 3분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큰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공용 와이파이에 대한 안내는 못 받았는데 와이파이 검색해봐도 제가 쓰고 있던 포켓 와이파이 외에는 안 잡히는 걸 봐서는 무선 인터넷 지원은 안 되는 듯 하네요.

  • 후키야 마을 곳곳에서 로밍이 안 된다고 다시 설정하라는 에러 메시지가 뜨곤 했는데 다행히 포켓 와이파이는 끊김없이 잘 터졌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포켓 와이파이나 현지 USIM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분들은 괜찮지만 무제한 로밍을 이용하는 분들은 인터넷이 먹통이 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 후키야 마을은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로 유명한데 제가 간 날은 낮에 비가 왔고 저녁에는 구름이 가득해서... 별은 보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조명이 없으면 칠흑같이 어두워지는 산 속 마을인지라 이런 곳에서 별 보면 최고일 듯 합니다. 맑은 날 다시 가서 별 보고 말 겁니다. ㅋ

  • 체크 아웃이 아홉 시입니다. 보통 열한 시, 좀 이른 곳이 열 시인 것에 비하면 다소 빠른 편입니다. 일레븐 빌리지에서 자고 평일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여행자라면 체크 아웃한 후 09:05 버스를 타면 되니까 딱 맞겠지만... 주말에 이동하는 일정을 가진 여행자라면 아침 일~ 찍 일어나 체크 아웃하고 움직이던가 체크 아웃한 후 12:50 버스를 탈 때까지 후키야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좀 어중간합니다. 체크 아웃 시간을 좀 더 여유있게 해줬으면 좋겠네요.

  • 빗추 타카하시 역 → 후키야 버스 시간은 하루 세 번, 다음과 같습니다. 10:50(11:48 도착) / 13:50(14:48 도착) / 17:55(18:53 도착)

  • 반대로 후키야에서 빗추 타카하시로 나가는 버스는 평일과 주말에만 운행하는 버스가 있어서 시간을 잘 봐야 합니다. 평일, 주말 관계없이 운행하는 버스는 두 번입니다. 12:50(13:48 도착) / 15:42(16:40 도착). 평일에만 운행하는 버스는 06:50(07:48 도착) / 09:05(10:03 도착) 두 번이고요.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버스는 07:24(08:22 도착) 한 번입니다. 즉, 평일에는 후키야 → 빗추 타카하시까지 네 번의 버스가 운행하는 것이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세 번의 버스가 운행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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