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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36 오로라 보기, 실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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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험하디 험한 길을 거쳐 미바튼에 도착했다. 오직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 하에.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본 것처럼 화려한 오로라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완벽하게 충족되는, 궁극의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첫째, 어두울 것. 가로등 조명이나 집에서 나오는 조명은 물론 달빛도 안 된다. 달빛이 강해도 오로라 보는 데 방해가 된다.


둘째, 구름이 없을 것. 하늘에 구름이 많으면 당연히 오로라 보는 데 방해가 된다. 오로라가 구름 아래로 모습을 드러내면 다행이지만, 구름 위에서 펄럭펄럭한들 밑에서는 안 보이니까.


셋째, 오로라 지수가 높을 것. 이건 절대적인 건 아니다. 실제로 오로라 지수가 2 밖에 안 되는데 육안으로 확실히 알아볼 정도로 보일 때도 있고, 두 배인 4인데도 보일 듯 말 듯 할 때도 있다고 하니까.



왼쪽이 12월 15일의 오로라 지수, 오른쪽이 12월 18일의 오로라 지수.


내 상황은 최악까지는 아니어도 절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달빛이 엄청나게 강했고, 마을에 가로등이 잔뜩 켜져 있었다. 게다가 구름도 엄청나게 많았고. 오로라 지수는 1부터 9까지 있는데 가장 좋을 때가 4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강한 오로라일수록 붉은 색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보통의 오로라는 초록 색으로 보인다고.)




손전화로 오로라 지수를 확인하니 내가 아이슬란드에 머무는 동안 가장 높은 수준. 꽁꽁 싸매어 단단히 준비를 하고 삼각대와 합체한 카메라를 든 채 밖으로 나갔다. 가로등 불빛이 너무 강하니 좀 어둑어둑한 곳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는데 저~ 쪽 하늘에 뭐가 일렁거리는 것 같다.




한참을 노려보고 있자니 초록색으로 희~ 미~~ 하게 보일 듯 말 듯 오로라가 보이는 것 같다. 잽싸게 카메라를 설치해서 장노출로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의 LCD로는 당최 확인이 안 된다. 그 와중에 다시 한 번 하늘을 보니 정말 희미하게, 신경 써서 안 보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옅은 오로라가 보인다. 정말 약한 오로라인데 그저 두근두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다.




아, 사진!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댔다. 하지만 지금 이 글에는 내가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지. 그 얘기인 즉슨, 카메라에 전혀 안 담겼다는 얘기다. 셔터 스피드를 20초, 25초, 30초로 제각각 주면서까지 한참을 찍었는데도 안 걸렸다. 뭔가 카메라 설정을 잘못했기 때문일까?



좀 더 어두운 곳으로 가면 더 잘 보이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차에 시동을 걸고 어두운 곳을 찾아갔다. 온통 눈밭이라 운전하기가 엄청 힘들었지만 어찌저찌 미바튼 네이처 바스 근처까지 갔다. 그 쪽은 확실히 어둡더라. 온천 때문에 유황 냄새가 확~ 나고.


카메라를 막 내려놓고 있는데 저~ 멀리 초록색 커튼이 살짝 흔들린다. 역시나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댔지만... 한 장에 간신히 걸리고 나머지는 다 실패. 하지만 그 한 장도 전혀 맘에 들지 않는다.



결국 한참을 더 기다리고 있다가 틀렸다 싶어 방으로 돌아갔다.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니 남부에서 오로라가 엄청 잘 보였단다. 제기랄... 갖은 고생을 하고 북부로 왔더니 남부에서 더 잘 보인다니. ㅽ


힘들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자버렸다. 자다가 깨서 손전화를 보니 다시 오로라 지수가 정점에 달해 있었다. 하지만 옷 입고 어쩌고 하려니까 만사 귀찮다. '팔자에 있다면 어떻게든 보게 되겠지.' 라 생각하고 그냥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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