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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34 미바튼(Mývatn)으로 가는 길 ②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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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운전해야 할 거리가 약 420㎞. 도로 사정이 좋았더라면 좀 밟아서 네 시간 안팎에 도착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겨울에는 절대 불가능. 구글 맵도 다섯 시간 19분 걸린다고 안내하더라.




한국에서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도 안 쉬고 운전한 적이 있고 하니까, 장시간 운전하는 건 별로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도로 컨디션.




회픈에서 출발할 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1차 고비는 저기(위 지도 참조)에서 왔다. 구글 지도는 분명히 직진하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1번 도로로 계속 가려면 오른쪽으로 꺾어야 했지. '엄마 말과 네비게이션 말만 잘 들으면 인생에 손해는 없다!' 고 했으니까, 구글 지도가 가라는대로 직진했다.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부터 곧바로 빙판 길이 시작됐고, 차는 미친 듯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과 오른쪽 모두 가로 막힌 길이 나왔다. 통제된 거다. 갈 수 없는 거다. 그런 길로 안내한 거다. ㅽ



부들부들 떨면서 차를 돌렸다. '여차해서 미끄러지거나 하는 바람에 차가 빠지면 그대로 끝이다!' 라 생각했다. 간신히 차를 돌려 갈림길로 간 뒤 1번 도로로 들어갔다.


해수면과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한, 물 위에 낮게 떠 있는 다리였는데 구글 지도는 바다 위를 달리는 걸로 인식하더라. 일단 가보자 싶어 계속 갔더니 다리를 다 건너고 난 후 원래 경로에 들어선 걸로 나온다. 아마도 구글 지도가 저 다리를 인식하지 못해서 다른 길로 돌린 게 아닌가 싶었다. 나중에 까페에 올라온 글을 보니 저기에서 구글 지도에 당한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다. 고생한 사람들 많더라고.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시오.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김구 선생님께서 즐겨 읊으셨던 서산대사의 시라고 한다. 나는 서산대사에게 아이슬란드 친구가 있었다고 100% 확신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시를 지을 수 있을 리가 없어. -_ㅡ;;;

눈 때문에 도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먼저 갔던 차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것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차가 다닌 곳은 눈이 녹아 검은 도로가 약간 드러나고, 그렇지 않은 곳은 하얗게 눈이 쌓인 상태다. 그런데 이게 일정하지 않다는 게 문제. 중앙선 안 쪽으로 다닌 차도 있고, 중앙선을 기준으로 다닌(반대 쪽에서 차가 거의 안 오니까) 차도 있어서 녹은 부분이 들쭉날쭉하다. 게다가 모든 차의 폭이 똑같지 않은 문제도 있고. 그래서 눈이 녹아 까만 색으로 도로가 약간 보이는 길에 맞춰 달리는데도 차가 덜덜덜 떠는 게 엄청 느껴졌다. 게다가 수시로 얼음 위로 올라갔다가 미끄러지기도 했고.



여행 떠나기 전에 2륜 소형차를 빌릴까, 4륜 구동을 빌릴까, 한참을 고민했더랬다. 가격 차이가 상당했으니까. 하지만 이 날, 운전하면서 뼈 저리게 느꼈다. 겨울의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레이캬비크에서 벗어날 예정이라면 무조건 4륜이라고. 2륜이었으면 나는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면 사고를 낸 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엄청난 비용을 물어낸 뒤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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