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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영  화 』

라스트 갓파더 (2010)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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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형래 세대다. 『 보물섬 』이라는 월간 만화 잡지에서 엽서를 통해 결정하던 연예인 인기 투표에 늘 심형래를 1등으로 썼었다.

『 유머일번지 』는 빠뜨리지 않고 봤고, 심형래만 나왔다 하면 배꼽을 부여 잡고 웃어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심형래의 개그가 웃기지 않더라. 더 이상 넘어지고, 구르는 그의 개그가 웃기지 않았다. 예상 가능했고, 너무나도 뻔한 그의 개그가 질렸다. 그렇다. 지독하게 반복하는 그의 개그는 더 이상 웃기지 않았다. 식상했다.


그런 그가 신지식인 1호에 뽑히며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 하는 거다'라고 했을 때, 엄청 감동 받았다. 그리고 모두의 손가락질 속에 개봉했던 괴수 영화들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 디 워 』를 개봉했을 때, 애국심이고 나발이고 일단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세대의 인기 개그맨들이 변방에서 스탠딩 쇼나 나이트 클럽 전전할 때 영화 감독으로 나서서 남들의 무시 속에서도 성과를 낸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영화는 쓰레기였다. 재미도 없었고, 그 대단하다던 컴퓨터 그래픽조차 별 거 아닌 걸로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번에는 한 때 1인자였던, 전문 분야인 코미디 영화를 들고 나왔다. 벌써 100만 돌파란다. 그 불쌍한 100만 명 중 나도 속해 있다. 제기랄...

간만에 집에 내려왔는데, 엄마님이랑 극장이나 가야겠다 싶어서 근처 CGV를 찾았다. 내 스타일대로라면 『 트론 』 같은 게 딱인데 엄마님이랑 보는 거니까 좀 곤란하다 싶고... 『 황해 』도 엄마님이랑 보기에는 좀 거시기해서... 마지 못해 고른 게 『 라스트 갓파더 』였다. 이미 『 디 워 』 때 혹독하게 딘 경험이 있기에 전혀 기대 안 하고 보러 갔는데... 짜증 대폭발!!!

일단 전체 관람가라서 애새끼들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더라. 하필 뒷 자리에 애새끼가 앉아가지고... 의자 자꾸 발로 차는 바람에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한 번만 더 차라, 한 번만 더 차라~ 하고 벼르고 있으면 안 차고... 좀 가라앉으면 또 차고... -ㅅ-

거기에다가 옆에 앉은 드럽게 못 생긴 년은 그렇게 꼴리면 모텔이나 갈 것이지, 남자 친구 목에 매달려서 쭉쭉거리고 있고... 그 남자 새끼는 초딩도 안 웃는 장면에서 배를 잡고 웃으며 '좆나 웃겨'를 연발했다. 병신 새끼...



내 맹세하건데... 2시간 가까이 영화 보면서 단 한 번도, 정말 단.한.번.도. 웃지 않았다. 웃지 않으려고 안 웃은 게 아니라... 진짜 안 웃겨서 안 웃은 거다. 이게 코미디 영화라고? 대체 어디가?

더구나 연기는 어찌나 어색하고 형편 없는지... 외국 애들 데려다가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 외국 애들한테 한국적인 감성이 묻어나야 하는 영화 찍으려 드니 뭐가 되겠냐고. 총 맞고 난간에서 떨어지는데, 전문 스턴트 맨 아닌지 어설프게 몸 사리는 것도 빤히 보이고.

발로 모자 차면서 못 줍는 거, 타이트 한 옷 입다가 걸려서 발차기가 찔끔찔끔 되는 거, 똥침하는 거, 얼굴 깔고 앉아 방귀 뀌는 거, 야구 방망이로 때리는 거 피하고 그 와중에 애먼 사람 때리는 거... 죄다 지독하게 반복해서 이제는 웃으려고 해도 웃을 수 없는 것들인데... 그걸 고스란히 또 써먹고 있다.



심형래가 '평론가들을 위해 영화 만드나?'라고 했다는데... 맞다. 난 평론가들이 엄청나게 혹평한 영화도 재미있게 본 경험이 있다. 그런데 말이지.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 이 따위 영화를 관객을 웃게 하려고 만들었다 할 수 있는가? 이게 정말 9,000원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심형래 감독에게 진지하게 고하노니... 헐리웃 정복하겠다는 욕심 버리고... 그냥 추억의 코미디나 하시라. 이건 정말 아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원더 걸스는 뭐냐? 니들 왜 나왔냐? 자막에 추신수 어쩌고 한 건 또 뭐야? 결국은 다시 애국심 마케팅?



정말... 돈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영화 보다가 지루해서 시계 보니 11시 15분이더라. 영화는 10시 05분에 시작한다고 했지만, 염병할 극장의 상영 시간 지나도 광고하기가 계속 되어 실제로는 10시 15분께나 시작했을 게다. 한 시간 보는 것도 힘들었다. 중간에 나갔다는 사람이 이해 되더라.

모바일 CGV 보니까 별 잔뜩 주면서, 혹평한 사람들한테 알바 운운하는 사람 있던데... 뭐, 내 옆에 있던 찌질한 새끼처럼 미친 듯 웃어대며 본 냥반도 분명 있을테지. 하지만... 『 무한도전 』처럼 포맷이 자주 바뀌는 리얼 버라이어티 보면서도 식상하다는 요즘 사람들에게 먹힐 개그는 절대 아니었다. 심지어는 우리 엄마님도 거의 안 웃으셨다.

기대를 전혀 안 하고 봐도 이렇게 분노가 치솟아 오르니... 기대하고 봤으면 어찌 됐을지... 내가 다시 돈 주고 극장 가서 심형래 영화 보면 사람이 아니다. 정말이지...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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