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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BOOK 』

사랑 후에 오는 것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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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열 세 권의 책을 읽은 게 최고 기록이었는데, 지난 달에는 열 다섯 권을 읽어서 기록을 깼다. 이틀에 한 권 꼴로 본 셈인데, 휴가 기간에는 책을 보지 않았으니 사실은 하루에 한 권 가까이 본 셈이다. 6개월 동안 60권 이상 읽었으니 작년 말부터 미친 듯 책을 빌려다 보고 있는 것 같다.

속독이 가능한 소설 위주의 책을 빌리고 있기 때문에 네 시간도 안 되서 책 한 권 뚝딱 해치우는 일이 종종 있다. 그렇게 속독을 하고 나면 일주일만 지나도 줄거리가 가물가물하지만, 읽는 당시에는 즐거우니까 그냥 속독한다.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특히나 속독에 유리하다. 문체가 간결하기도 하거니와 책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으니까.

온다 리쿠와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부지런히 빌려다 보고 있는데, 오쿠다 히데오는 신간이 잘 나오지 않아서 기존에 출판된 책들은 거의 다 봤고... 온다 리쿠는 미쳤나? 싶을 정도로 써대고 있지만, 도서관에 책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다른 작가들의 책도 마구잡이(?)로 빌려 보게 되었고, 나이 서른 넘은 남자가 남사스럽게(?)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줄줄이 빌려다 보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있다. -ㅅ-


아무튼... 그렇게 부지런히 읽어대서 도서관에 있는 신간 일본 소설을 꽤 섭렵했는데, 파란 표지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발견하고 잠시 망설였다. 제목이 남사스러워가지고... -_ㅡ;;;

제목은 여기저기서 숫하게 주워 들었다. 대충 제목만 봐도 뻔한 줄거리겠다 싶었서 안 빌려 오려고 했는데, 대충 들춰 보니 한국 어쩌고 나오기에 궁금해서 빌려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일본 남자 준고와 일본에 간 한국 여자 홍이 사랑에 빠진다. 여자 쪽 부모 반대 때문에 결혼은 못하지만 동거를 시작한다. 남자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기에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한다. 여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쩍 외로움을 느낀다. 작은 다툼은 이내 한국 사람은, 일본 사람은... 하는 식으로 커지고... 어느 날의 다툼 이후 여자는 짐을 싸 한국으로 돌아간다. 남자는 대학을 마친 뒤 작가가 되어 떠난 여자를 생각하며 책을 쓰고 그게 대박 난다. 한국에서 책이 나오게 되어 이런저런 행사 때문에 한국을 찾은 남자는 한국 출판사의 임시 통역으로 따라 나온 여자를 보게 된다.

뭐... 대충 이런 줄거리다. 그닥 복잡한 것도 없고,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니까 궁금하면 읽어 보기 바란다.



책이나 영화를 보며 등장 인물에 나를 대입해보곤 한다. 주인공이 될 때도 있지만, 큰 비중이 없는 곁다리(?) 인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나는 준고가 되었다.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우는 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만났던 처자들... 죄다 여자가 먼저 좋다고 다가온 경우였다.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꽃미남은 아니지만, 제 눈에 안경이라고... 나 좋다는 처자가 간혹 있었다. 대개는 나도 마음이 있었지만, 난 드러내지 않았다. 상대가 내게 마음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괜히 헛물 켜는 것 아닌가 싶어서 망설이다가 시간이 흘러 잊거나 잊혀진 경우도 가끔 있었고...

아무튼... 가장 최근에 만난 처자도 그런 경우였다. 좋다고 왔는데, 처음에는 내가 좀 밀어냈다. 그러다 그 사람을 받아 들였고, 그 후에는 뭐... 서로 좋아 죽었다. 그 사람은 나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생활 기반까지 옮긴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이 되었다.

책을 보면서... 작품 속의 여 주인공, 홍에게 그녀를 대입했다. 아... 외로웠구나... 고독했구나... 미처 몰랐구나... 여러 생각이 들더라.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거라는데... 이제 와 후회하면 뭐하나 싶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그 사람은 책을 즐겨 읽지 않았기에 이 작품을 볼런지 알 수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로도 나왔다는 것 같으니 혹시나 볼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이 작품을 보면서... 나와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할런지, 나로써는 알 수 없다.

작품 속의 준고는 7년이나 지났음에도 홍을 잊지 못해서 한국을 찾아 왔고,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 다가서서 끝내 사과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이제 와서 다시 연락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그 사람의 감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내 감정을 앞세워 그 사람의 달라진 인생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 그냥... 그 땐 좋았는데... 정도로 가끔 과거 회상하면서... 남이 되어 버린 님의 행복을 바라는 수 밖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라... 지금 내게 휙~ 하고 떠오르는 건 아픔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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