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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축  구 』

힘내라, 상주 상무!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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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 지난 해까지 광주를 연고로 하여 리그에 참가하다 올 시즌 광주 불사조의 창단으로 인해 상주로 연고를 이적한 K-리그 유일의 군인 팀. AFC에서 승강제 미실시와 더불어 군인 팀의 프로 리그 참여로 꾸준히 딴지를 걸어 언젠가는 N-리그로 사라져야 할지도 모르는 비운의 팀.

스타 플레이어의 입대와 더불어 반짝 성적을 내지만 이내 모래알 조직력 때문에 하위권으로 쳐지는 게 당연했던 팀. 뭔가 만들어서 좀 해볼만 하다 싶으면 선수들 제대하는 통에 뭘 할래야 할 수 없는 팀.

그런 상주 상무지만,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김정우의 대활약에 힘입어 오랜 기간을 상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점점 힙이 빠지며 지금은 9위에 쳐져 있지만, 의외로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6강 플레이 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여 가던 팀. 그런 상주 상무인데... 17 라운드 GS 축구단과의 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를 골키퍼로 내세울 수 밖에 없는 사상 초유의 궁지에 몰렸다.

주전 골키퍼인 권순태는 경고 누적으로 출장이 금지되었고, 김지혁을 비롯한 후보 골키퍼 세 명 모두가 승부 조작 혐의로 출장이 막혔다. 상주는 부랴부랴 골키퍼 경험이 있는 병사를 수소문했고, 2008년까지 수원에 몸담고 있다가 상주 입단 테스트에 탈락해 일반 병사로 복무 중인 권기보라는 선수를 찾았지만... 해당 부대의 전출 거부와 상무 부대장의 부정적인 견해로 데려오는 데 실패했다. K-리그의 다른 구단에 골키퍼 요원을 급하게 입대시켜 줄 것을 요청했찌만 이 마저도 실패.

결국 상주는... 골키퍼로 경기에 뛴 적이 한 번도 없는 수비 선수 이윤의를 단 시간동안 훈련시켜 골키퍼로 출장시키기에 이른다. 심지어는 후보 골키퍼인 김범준도 미드필드로 뛰던 필드 플레이어.

중계가 볼 수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상주 선수들의 절박함을 말이다.

이윤의 선수는 원래 수비 선수였다. 상대 공격수를 막아야 하지만, 뚫리는 일이 있더라도 등 뒤에 골키퍼가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 등 뒤에 아무도 없다. 뚫리면 골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지막 보루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 남자. 얼마나 떨리고 두려울까. 하지만 내색할 수 없다. 동료들을 불안하게 할 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의 동료 선수들. 이윤의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골키퍼로 경기에 나선다는 걸 알고 있다. 늘 문 앞을 지키던 선수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그 선수의 긴장과 두려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슈팅을 내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평소에도 지지 않으려고, 이기려고 열심히 뛰겠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더욱 더 이 악 물고 뛸 것이다. 경험 없는 선수에게 공이 가지 않도록 하려고 말이다.

기본 전력만 놓고 봐도 GS 축구단의 압도적인 우세인데, 골키퍼에 구멍이 뚫리니 당연히 상주가 열세다. 그런데... 후반 10분까지 상주가 1 : 0 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동점골, 역전골을 내주며 여기까지인가? 라고 포기하려는 순간... 상주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프리킥이 골로 연결되었다. 그렇지! 이래서 축구를 놓지 못하는 거다. 승부 조작으로 시끄럽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거다!



......라고 썼는데... 제기랄... 염병할 GS 축구단의 방승환이... 인저리 타임에... 헤딩 골로 경기를 끝내 버렸다. 상주의 2 : 3 패배... ㅠ_ㅠ



아쉽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포항이지만... 오늘만큼은 포항보다 상주를 응원했다. 상주의 승리를 간절히 바랐다. 직접 보지 못했지만, 상주 선수들이 슈팅만큼은 절대 내주지 말자고 결의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비록 졌지만... 그들의 파이팅이 빛을 볼 날이 꼭 올 거다. 수고했다, 상주 선수들.



PS. 07월 12일에 사족 단다. 이 날 이수철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다고 했는데... 그 개인적인 사정이라는 게 군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받는 거였다. 결과는... 승부 조작에 참여한 선수의 부모를 협박해 돈 뜯어낸 혐의로 구속. 허허허... 어이가 없다. 감독이라는 작자가... 정말이지, 낯 뜨거운 일이다. 개망신이다,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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