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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12년 03월 10일 토요일 맑음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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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첫 날부터 내리 일주일 쉬고 정말 오랜만에 출근했다가 무려 열 다섯 시간 근무하고 퇴근했다. 숙소 오니 자정. 어영부영하다가 한 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알람이 막 우는데... 꺼야지, 꺼야지 하면서도 몸이 안 움직여진다. 결국 알람은 끄지 못했고 5분 동안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어떻게든 일으키려 발악했다.

알람이 다시 울려 간신히 정신을 차렸고 눈을 떴다. 하지만 침대에서 나올 수 없었다. 30분을 뮝기적거리다가 겨우 일어났다. 출근했는데... 계속 졸린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커피를 마셔도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러던 와중 업무 때문에 짜증이 확!!! 일었고... 결국 폭발!   짜증 전염 시키지 말자, 즐겁게 일하자 백 날 떠들어 봐야... 기본도 안 된 녀석에게는 화내지 않을 수가 없다. 아, 한참 지났는데도 짜증이 확~ 나네... 열 여덟! 

어제부터 피자 먹고 싶었는데 어제는 늦게 퇴근해서 못 먹었고... 오늘은 먹어야겠다 싶어서 숙소 들러 돈 챙긴 뒤 도서관부터 갔다. 예전에는 지갑 안 들고 다니면 엄청 불안했는데 백령도 오고 나서는 주머니에 천 원 짜리 한 장 넣고 다니는 것도 번거롭다. -ㅅ-

도서관 가서 후다닥 책 빌린 뒤 피자 받아들고 쫄랑쫄랑 숙소 입성. 멍~ 하니 앉아 텔레비전 보면서 배 채우고... 같이 사온 맥주 먹어야겠다 싶어 영화 보면서 홀짝거리다 보니 시간이 이리 됐다.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자려 했는데... 22시 넘어 버렸네. 누워서 똑똑한 손전화 붙잡고 딴 짓 하다보면 자정 되서야 잘 게 뻔하다. 에효~ -ㅁ-

어제 아침에 보니까 아줌마가 어린 애 유괴해서 자기 사는 동네로 끌고 간 얘기가 나오더라. 가정이 있는 남자와 여자(둘 다 가정이 있었는지, 남자만 가정이 있었는지 긴가민가 한다)가 눈 맞아서 소위 말하는 불륜 관계가 되었고, 그 와중에 여자가 임신을 했더란다. 여자는 사산을 했는데 남자에게는 거짓말을 했다. 애기 잘 낳았다고.
이후 남자가 이혼을 한 뒤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애는 어디 있냐고 자꾸 묻더란다. 언니한테 맡겨 놨다 했는데 세월이 흐르자 남자가 학교 보내야 하니 애 데리고 오라 하더란다. 여자는 뜨끔해서 부랴부랴 대책이랍시고 마련한 게... 애 유괴해서 자기 애처럼 꾸미는 거였다고 한다.

다들 어이가 없다고들 하는데... 이게 거짓말의 위력이다. 한 번 거짓말하기 시작하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해야 하고, 커진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욱 더 큰 거짓말을 다시 해야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보여준 뒤 되돌려 보낼 생각이었다고 하던데... 만약 이번 거짓말도 성공해서 남자가 그냥 넘어갔다면 그걸로 끝났을까? 다음에는 더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여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거짓말이 무서운 거다.

『 한겨레 21 』인지 『 시사iN 』인지 모르겠는데 거짓말과 관련된 책이 있었다. 보고 싶어서 따로 적어뒀는데... 아무튼 그 책에 따르면 초 단위로 수 차례 거짓말하는 게 인간이란다. 크든 작든 항상 사실만 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일본 만화 중에 사람의 속마음을 모조리 꿰뚫어 보는 사람이 나오는 작품이 있었다. 주인공은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그렇지 않겠는가? 내 앞에서 웃는 가게 점원이 이 색히 때문에 퇴근 늦는다고 욕하고 있는 것도 들리고...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는 의사 선생님이 속으로는 얼마나 뜯어낼 수 있을까 궁리하는 게 들리니까... 미칠 지경이겠지.

만화 속의 능력을 갖추지 않더라도 난 상대의 거짓말을 좀 잘 잡아낸다. 그냥 느낌이 딱 온다. 거짓말이구나! 하는. 그래서 다른 사람 다 속여 넘긴 사람도 나한테 걸린 사례가 몇 번이나 된다.
그러는 너는 거짓말 안 하고 사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나도 숫하게 거짓말 한다. 하지만 난 거짓말하면 어떻게든 안 걸릴 궁리해서 한다. 탄로날 거짓말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거짓말 할 거면 안 걸리게 하고, 걸릴 거 같으면 솔직하게 부는(?) 게 낫다.

위에서 말한 저 아줌마... 남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면 일이 이리 커졌을까? 남편이 발끈해서 이혼 운운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미성년자 유괴한 죄로 실형 사는 일만큼은 생기지 않았을 거다.

정직하게 사는 게 좋다. 경험한 바에 따르면 크게 욕 먹을 일도 사실대로 말하고 잘못했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더라. 순간의 욕 먹음이 두려워 거짓말하고 덮기 시작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고작 32년 몇 개월 산 나도 아는 이런 간단(?)한 것을... 나보다 훨씬 더 산 사람도 모르니 답답하다. 그 거짓말이 안 걸리면 다행인데 자꾸 걸리니 문제지.

뭐... 이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끄적거려 보도록 해야겠다. 정신 맑을 때. 지금은 엄청 탁하니까. ㅋ

꼬박 2주일 동안 쉬는 날 없이 내리 일해야 한다. 계속 바쁘다면 쓰러질지도 모른다. 안 그러려 해도 자꾸 질질 늘어지게 된다. 에휴~ -ㅁ-

언젠가는 나가겠지, 때가 되면 나가겠지, 했는데...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거라서 이래저래 걱정되는 일들이 많다.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뼈 저리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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