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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5년 09월 09일 vs 북패 @ 서울 월드컵 경기장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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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패와 원정 경기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구글 카드가 알려줘서 뒤늦게 알았습니다. 상암 가서 좋은 꼴을 본 기억이 당최 없어서(올해에도 남패에 3분 만에 세 골 쳐 먹히는 거 보고 응원 보이콧 했더니 북패 3 : 1로 발라버리기에 어라? 하고 FA컵 보러 갔더니 결국 패배. -ㅅ-) 안 갈 생각으로 머리 속에 안 넣어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미리 알고 있던 게 아니어서 휴가를 쓰지 못했기에 직관은 불가능...이었는데. 근무가 아침으로 잡히면서 직관이 가능해졌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자! 마음을 굳히고 집을 나섰습니다. 햇볕이 따가웠지만 바람이 제법 선선해서 괜찮더라고요. 30분 정도 버스 타고 ××에서 내려 광역 버스 갈아탔습니다. 경부 고속도로는 엄청 막히네요. 확장 공사가 한창이던데 왕복 30차선으로 넓혀도 막힐 거라 장담합니다. -_ㅡ;;;


아무튼 버스 전용 차선 덕분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종로 2가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10분 여를 기다리다가 271번 버스를 탔는데... 지난 7월에는 썰렁했는데 미어터지더라고요. 한참을 서 있다가 합정 역에서 맨 뒤에 자리가 나 쪼르르~ 가서 앉았습니다. 이 때가 대략 18시 30분 즈음이었는데 퇴근 시간의 서울은 정말이지... 10분 내내 꼼짝도 못하고 제 자리였습니다. 아무튼 다행히도 늦지 않게 도착했고... 바로 원정석으로 쫄랑쫄랑 입장.


선발 명단에 황지수, 김태수 다 올라가 있고... 박성호 올라가 있고 고무열은 빠져 있고... 지난 번 3 : 1 로 바를 때 재미본 거 고스란히 들고 나왔고나 싶더라고요. 그 때 했던 그대로 FA컵 했다가 졌었는데. -_ㅡ;;;


아무튼...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평일 경기였는데 포항에서 원정 신청한 사람이 열 명 밖에 안 되어 원정 버스가 취소되었기에 북 치는 소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따로 따로 온 팬들이 꽤나 많더라고요. 큰 응원은 못 했지만 나름 소리 지르며 봤습니다.


박성호 선발일 때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뻥뻥 내지르는 축구를 하더라고요. 그러다 이내 스틸타카로 돌아갔고... 황선홍 감독님이 뭐라 뭐라 삿대질하며 흥분하니까 다시 뻥 축구 시전. 그러다 이내 또 스틸타카. 이게 제 눈에는 감독이 뻥 축구 하라 했는데 선수들이 나도 모르게 스틸타카로 회귀한 걸로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인터뷰 보니 롱 볼과 숏 패스를 적절히 섞고자 했다는데... 어림도 없습니다, 황선홍 감독님. 택도 없어요. -ㅅ-


롱 볼과 숏 패스를 적절히 섞어 훌륭하게 구사한 팀은 2012년의 자판기입니다. 김신욱이랑 이근호가 같이 뛸 때였는데요. 뒤에서 길게 날아온 공은 거의 다 김신욱 머리에 맞더라고요. 김신욱 선수가 바로 슛을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머리에 맞춰서 동료에게 연결해주려는 모습이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포항 수비가 롱 볼에 대비하여 김신욱에 대한 마크를 강화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짧은 패스로 바꾸더군요. 이근호의 스피드를 이용해서 이리저리 휘두르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포항 수비가 다시 정비해서 나오자 또 롱 볼. 조금 있다 또 숏 패스. 와, 저렇게 시즌 내내 경기하면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하겠다 싶었는데... 자판기는 왜인지 초반에 그런 경기 잠깐 보이다가 이내 찌그러졌지요. -ㅅ-


아무튼... 김신욱 같은 제공권 장악이 확실한 선수와 이근호라는 스피드 있는 선수가 잘 어우러진 가운데 중원에서 패스가 기똥차게 들어가야 가능한 모습이었는데요. 박성호가 김신욱 만큼 공중에 뜬 공을 잡아낼 수 있나요? 어림도 없습니다. 심동운이나 티아고 같은 선수는 이근호 못지 않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스피드를 가진 선수들이지만 그들에게 적절히 패스를 찔러줄 선수가 없지요. 황지수나 김태수는 공격보다 수비 쪽에 힘이 크게 쏠린 미드필더이고 신진호나 손준호 역시 공격에 특화된 선수가 아닙니다. 이명주나 황진성이 아쉬운 입장이지요. 아무튼... 황선홍 감독님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당최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무척이나 답답한 경기가 이어지다가 우리의 김진규가 손으로 공 만지면서(ㅋㅋㅋ) 패널티 킥이 나왔는데요. 뭔 저주를 뒤집어쓴 건지 신진호가 실축했습니다. 유상훈 골키퍼가 반대 쪽으로 방향을 잘못 잡았기에 골대 안으로만 향했으면 무조건 들어가는 건데 그걸 골대 옆으로 날려버렸... ㅠ_ㅠ


그렇게 헛심 쓰다가 경기 끝났습니다. 북패는 박주영이 안 나오고 아드리아노가 전방에서 부지런히 뛰었는데요. 아드리아노의 스피드를 이용해서 길게 때리는 패스를 계속 주더라고요. 동네에서 공 좀 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발 빠른 공격수를 상대로 저렇게 공을 띄워대면 막는 게 참 어렵습니다. 길게 넘어오는 공을 헤딩으로 먼저 끊어낼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여차해서 헤딩을 못하거나 뒤로 흘려버리면 바로 골키퍼와 1 : 1 찬스를 주게 되니까요. 김원일 선수가 아드리아노 선수 막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배슬기 선수도 무척이나 고생했고요.


신화용 골키퍼가 김원일 선수한테 뭐라고 하니까 배슬기 선수가 와서 신화용 선수의 가슴을 밀치며 말리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고요. 선수들은 파울로 경기가 중단되면 죄다 사이드 라인으로 뛰어가 물과 스포츠 음료 마시기에 바쁘더라고요. 얼마나 힘들까 싶었습니다. 아무튼... 전반은 김원일과 배슬기 선수 덕에 무실점으로 끝낼 수 있었고... 후반은 아시다시피 신화용 선수가 화용신 모드로 변해서 가까스로 비겼네요.


황지수 선수는 전반 끝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그대로 그라운드에 누워 버리더라고요.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안스러웠습니다. 후반에 고무고무가 나왔지만 늘 하던대로 혼자 차고 뛰다가 뺏기기 일수.


김준수 선수는 잘 뛰어주긴 했습니다만... 보면 볼수록 신광훈 선수 생각이 났습니다. 아, 우리 광훈이였다면 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던지... ㅠ_ㅠ


라자르 선수는 후반에 교체로 나왔는데 이번에도 골 맛을 보지 못했네요. 제 옆에 여자 친구와 같이 온 분이 라자르 선수 팬인지 수십 번을 애타게 라자르~ 라자~ 르~ 하고 외치던데... 여자 친구 이름도 저렇게는 안 불러봤을 거다 싶더라고요. 하지만 라자르 선수, 팬의 애타는 목소리에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북패가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인지라 남은 경기 죄다 잡고 가도 조마조마한데... 비겨 버려서 엉망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다른 경기에서도 대부분 무승부가 나와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ㅅ-   이렇게 되면 다음 라운드 성남과의 홈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되는 상황이네요.


'포항은 리그 5위 수준의 팀'이라는 생각을 갖고 경기를 보니 예전처럼 흥분할 일도 많지 않고 비기거나 지더라도 그냥저냥 웃을 수 있게 되었지만... 우승까지는 무리더라도 AFC 출전권만이라도 좀 따내줬으면 하는 맘이 간절합니다.


아무튼... 우리 선수들 모두 고생 많았고요. 올 시즌 남은 경기, 부상없이 잘 뛰어주었으면 합니다.




경기 끝나고 밖으로 나와 다시 271번 버스 타고 광화문에 내려... 우동 가게 가서 생맥주에 우동 하나 먹고... 광역 버스 타고 ××에 내려... 택시 탔더니 승차 거부. 짜증을 확! 내며 내리고... 신고하려고 했는데... 다음에 탄 택시 기사님이 말씀하시길, 시 경계라 승차 거부 해도 된다고, 신고해봤자랍니다. 씨바.


아무튼... 왔다갔다 하고 축구 본 시간 합치니 대략 여덟 시간 정도. 엄청 힘들었네요. 후아~


PS. 황선홍 감독님. 아무리 로또가 확률이라지만 1, 2, 3, 4, 5, 6이 당첨 숫자로 걸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믿음도 중요한데요. 어지간히 밀었으면 포기하고 다른 숫자를 적어낼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항상 공격수가 문제라 하시는데 제가 볼 때에는 고무고무, 박성호에 대한 감독님의 지독한 믿음이 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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