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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황선홍 감독 헌정 패키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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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새들이 노래하고~♬ 집 앞 뜰 나뭇잎 춤추~♪ 던 11월의 어느 날. 컴퓨터 켜놓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복면 쓰고 시위하면 자국 대통령한테 IS랑 똑같은 × 소리 듣는 좋은 나라의 훌륭한 어른이니까 슬슬 자야겠다 싶어 컴퓨터랑 불 끄고 누워 양 손을 가슴에 모...으지는 않고, 늘 그렇듯 손전화로 트위터 보는데... 포항 공식 트위터 계정이 이상한 멘션을 날린다. 응? 황선홍 감독 헌정 패키지? 한정 판매? 50개?


화들짝 놀라 잽싸게 다시 컴퓨터를 켰다. 포항 홈페이지 가니 공지가 떠 있는데... 액자랑 뭐랑 해서 10만원에 판단다. 덕질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단 한정판이라고 하면 가격은 그닥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다.

쇼핑몰에서 사는 건가 궁금해하고 있는데... 스틸 야드 현장에서만 판매한단다. 아오, 이 ㅆ... 전국구 인기 구단이라면서 하는 짓은 경상도 촌동네 구단 같네 그랴.   뭐, 발망인가 족망인가 하는 브랜드랑 콜라보레이션 한 거 사려고 텐트도 치고 그런다는데 그 정도 노력은 해야지? 라고 한다면 달리 할 말이 없긴 한데... 아무래도 포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이 공지를 볼 때까지만 해도 2015 시즌 마지막 경기를 보러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한정판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황선홍 감독님의 포항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싶고... 여러 가지로 역사에 남을 순간인데 한 자리 끼자 싶어 집에서 『 라스트 오브 어스 』 엔딩 보겠다는 계획을 접고 포항으로 출발했다.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라는 생각이 들게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저 "읭?" 할 수 밖에 없는 상품만 주구장창 내놓으면서 당최 안 팔린다 징징대는 게 포항인지라... 한정판 50개가 다 팔려나갈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100개냐 50개냐 고민하다가 50개만 내놨다는데...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100개 내놨으면 다 안 팔려서 망신 당했을지도 모른다. 디아블로 한정판 사겠다고 압구정에 진을 치는 냥반들만큼의 지갑 오픈 파워도 없는 포항 팬인 것이다. -_ㅡ;;;

사실 그동안은 구단에서 워낙 거지 깡깽이 같은 상품만 내놓은데다 쇼핑몰 운영도 거지 발싸개 같이 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올 시즌 기똥차게 뽑혀 나온 유니폼 판매도 시원찮다고 하니, 아무래도 돈 쓰는 데 인색한 포항 팬이 맞는 모양이다. 뭐, 아무튼...


일찌감치 출발해서 포항 도착하니 열한 시도 안 됐다. 모텔에 차 세워두고 택시로 스틸 야드 가니 판매처 앞에 줄이 쭈와와아악~ 은 아니고... -ㅅ- 열 몇 분 서 계시더만.



잽싸게 뒤로 가서 섰다. 휴게소에서 불고기 우동 정식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뱃 속에 블랙홀이라도 자리한 건지 허기가 진다. 다행히 날은 그닥 춥지 않았는데 배가 고프니 힘이 안 나더라. 근처 독신료 식당 가서 밥이라도 사 먹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 -ㅅ-

담배 피우는 선배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리를 비워대는데 나는 자꾸 뒷 사람 눈치가 보이는 거지. 나 같은 경우도 한정판 사겠다고 줄 서 있는데 앞에서 보도 못한 사람이 일행이라며 끼어들고 그러면 짜증날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선배한테 그렇게 자리 비우다 뺏긴다고 카톡 날리고... 그 카톡 보고 허겁지겁 돌아온 선배가 준 오뎅 국물 반 컵 홀짝거리며 빈둥거리고 있었다.

한 시간 넘게 서 있는데 앰블럼 박힌 양복 입은 아저씨들은 그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뿐이고... 그 와중에 주차하는데 걸리적거리니까 줄을 옆으로 서달라며 밀어내고... 결핵 뭐시깽이 차가 와서는 허가 다 받았다며 인상 쓰더니 씰 팔고 있고.

13시부터 판매라면서 번호표도 안 주나? 하고 있는데 직원이 오더니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준다. 그러면서 자리 비우지 말고 지켜 달란다.




맘 같아서는 당장 밥 먹으러 가고 싶었지만... 경기장 앞에서 파는 음식들 맛 없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그냥 경기장에서 파는 도시락 먹을 생각으로 참았다. 이 날 기념품 매장에서 유니폼에 '우리 마음속 영원한 황새' 문구를 3,000원 받고 박아주었는데 번호표 받자마자 그거 하러 갔다. 황진성 마킹된 유니폼은 입고 있었고 마킹 없는 유니폼에 문구 박았다. 예쁘고만. ㅋ

볼비어에서 나와 이벤트 하기에 어슬렁~ 어슬렁~ 가서 무릎 담요 하나 득템. 달리 할 것도 없고 해서 빈둥거리다가 다시 줄 서라기에 쫄랑쫄랑 가서 서 있었다.


한참 있다가 번호 순으로 판매하기 시작. 현금 결제만 하면 어떻게 하냐고 선배가 걱정했지만 손가락 두 개로 화면도 늘렸다 줄였다 하는 세상인데 설마 카드 안 받겠냐는 믿음이 있었던 나...는 뻥이고 카드 결제 단말기 봤음. -_ㅡ;;;   카드 결제는 문제없이 되는데 영수증이 안 나온단다. 그러면서 손전화 번호 적어주면 영수증 보내주겠다고 해서... 혹시 모르니까 손전화 번호 적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영수증 문자는 오지 않고 있지. 훗! 기대도 안 했다. -ㅅ-


패키지에 입장권 한 장 포함되어 있는데 시즌권(열 경기) 남아 있어서 그걸로 들어갔고... 자리 잡자마자 포장 뜯어서 황선홍 머플러만 꺼냈다. 경기 시작 전에 머플러 들고... 전반 18분에 황선홍 콜 할 때 머플러 들고... 골 터졌을 때 머플러 휘두르고... 경기 끝나고 황선홍 감독 왔을 때 머플러 들고... 그러다 걸어서 형산강 똥다리 건너면서 바닥에 한 번 흘렸다. 아무래도 잃어버릴 것 같아 가방 깊숙한 곳에 넣었는데... 술 쳐먹었더니 가방에 넣은 건 기억 안 나고 흘렸던 것만 기억 난다. 잃어버린 줄 알고 궁시렁~ 궁시렁~ 거렸는데... 숙소 오니... 응? 요 잉네? ㅋㅋㅋ





술 먹고 덜렁덜렁 들고 다니느라 봉투가 찢어졌다. 안 잃어버린 게 어디냐...




이 스티커만 따로 구할 수 있었음 좋겠는데...





기념이 될 것 같아 이 인쇄물 몇 장 챙겨왔다.




만 장 찍었다는데 남아서 바닥에 버려지고 있었던 클래퍼. 이것도 넉넉하게 챙겨왔다. 성남이 일화였던 시절 만들었던 클래퍼도 기념으로 한 장 가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더 소중해지겠지. 희소 가치는 별로 없을 듯 하다. 이거 챙겨간 사람만 수 백 명일테고... 이 날 경기 끝나고 네×버 검색해보니 온통 클래퍼 사진. ㅋㅋㅋ





패키지 맨 위에 뭔 이상한 안내문 같은 게 있기에 봤더니... 액자 고정하는 방법 같은 거다. 벽지 손상은 어쩔 수 없다, 싫으면 이렇게 해라! 라고 상당히 도발적으로 안내를 한다. -ㅁ-




우리 유니폼 디자인 한 조주형(이름 맞나?) 디자이너가 만든 라보나와 함께 만든 거라는데... 욕심이 커서 그런가 양에 안 찬다. 액자가 뭔가 특별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좀 아쉽긴 하다. 차라리 유니폼을 주던가 하지.










10만원이라는 가격 중 액자가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겠지 싶지만... 실은 이 머플러가 가장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홈페이지 가니 머플러만이라도 추가 생산해달라는 팬들도 있던데... 가능성이 희박하지. 나는 액자보다는 저 머플러가 더 소중하다. 최진철 감독이 2016 시즌에 죽 쑤게 되면... 나는 아마도 저 머플러를 소중히 감고 경기장에 가겠지. -ㅅ-





엽서는 이 봉투 안에 고이 담겨 있다.




액자. 정 사각형 사이즈가 아니라서 벽에 선반 같은 거 만들어서 거기 세워두면 예쁠 것 같기는 한데, 곧 이사도 가야 하고... 딱히 둘 곳이 없어 컴퓨터 있는 방 책장 앞에 고이 모셔두었다. 한정판에 고유 번호 새겨져 있다기에 찾아봤는데 아무리 봐도 없기에 뭐야? 했는데... 이 액자 오른쪽 위에... 흐릿하게 노란 글씨로 LIMITED EDITION ××/50이라고 쓰여 있더라. 나는 스무 번째라서 20/50.




시즌권으로 들어갔더니 경품권으로 이걸 준다.





헌정 패키지 안에 입장권이 한 장 들어있긴 한데... 어쩐지 좀 더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신분증으로 티켓 두 장 바꿨다. 경기는 시즌권으로 들어가서 봤으니까 사용하지 않은 입장권이 세 장. 나중에 돈 더 벌어서 포항 스틸러스 개인 박물관 차리게 되면 훌륭한 전시품이 되겠지. ㅋ




홈페이지에 있는 감독님 소개. 얼마 후면 최진철 감독으로 바뀌겠지. 포항 출신의 레전드에게 감독 제의를 했는데 다 거절 당했다고 한다. 하긴... 줄어드는 예산으로 성적을 내야 하는 자리니까... 부담스러웠겠지. 최진철 감독이 잘해주었으면 좋겠다.


아... 우리 감독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대표팀 감독 꼭 하시고... 나중에라도 포항에 돌아와 100승 달성하셔야지요. 고마웠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ㅠ_ㅠ







우리 마음 속 영원한 황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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