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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아빠한테 다녀왔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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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기차 역이 없는 동네라서 한동안 기차를 탈 일이 없었다. 그러다 ××으로 이사오니 여기는 기차 타기 좋은 동네. 피곤하네 어쩌네 해도 장거리 이동 시 직접 운전하는 걸 가장 선호하지만 아무래도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멀리 다닐 때에는 될 수 있으면 기차를 타려고 한다. 오랜만에 기차 탔더니 화장실이 이상하게 바뀌어 있다. 오래된 무궁화호를 제외하고는 다 위 사진처럼 바뀌어 있는 거다. 예전 화장실은 남자용 소변기가 있는 한 평도 안 되는 화장실과 좌변기와 세면대가 있는 한 평 남짓한 화장실이 마주보는 구조였다. 그런데 제법 넓은 공간의 화장실로 바뀌었다. 문도 버튼으로 열고 닫는다.




문제는 잠금 장치. 밖에서 '열림' 단추를 눌러 문을 연 뒤 '닫힘' 단추를 눌러 문을 닫고 '잠김' 단추로 문을 잠궈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볼 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어버리는 대참사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잠금 장치가 엉망이라는 거다. 잠금 버튼을 누르면 위 사진 속의 막대기가 빙글 돌아가며 구멍으로 들어가 열리는 걸 막아주게 되는데 아귀가 정확하게 맞지 않아 잠금 버튼을 눌러도 쇠 막대기가 구멍으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잠김 버튼 눌렀으니 잠겼다 생각하고 바지 내렸다가 졸지에 험한 꼴 당하는 거다. 실제로 인터넷에 그런 일 당했다는 경험담도 있다. 내가 탄 열차도 잠금 단추 누르니 안 잠기고 헛 돌았다. 손으로 힘을 주어 구멍에 맞춰 돌리니 잠긴다. 잠김 표시등도 들어오고. 문제는... 열림 단추를 누르면 잠김이 해제되면서 문이 열려야 하는데 아귀가 안 맞아서 막대기가 오른쪽으로 넘어가지를 못하니 잠김이 안 풀린다는 거다. 결국 나갈 때도 손으로 돌려 나갔다. 신식 장비를 쓰는 건 좋은데 뭐가 좀 제대로 되는 걸 갖다놔야지. -_ㅡ;;;




○○ 역에 내려 큰 도로 쪽으로 걸어 나갔다. 네이버 지도에는 CU 편의점이 있는 걸로 나오는데 위드미 편의점이더라. 오픈 기념이라며 커피 주는 걸 보니 바뀐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다. 소주 두 병이랑 과자, 육포, 캔 콜라 사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많이 기다려야 하면 돈 아깝더라도 택시 타려고 했는데 10분 정도 후에 도착한다고 나오기에 근처 은행 자동화 코너에서 돈 찾고... 다시 정류장 와서 빈둥거리다가 버스 와서 탔다.



오랜만에 왔다. 그냥 옷만 꺼내놓으면 금방 더러워질 것 같아 비닐에 든 채로 놔뒀었는데 비닐은 다 낡아 바스라지고... 캔 콜라는 햇빛에 바래 하얀 색이 되어 있었다. 조화도 빛이 꽤 바랬고. 꾸며놓고 갈 때만 해도 아빠 자리가 제일 화려했는데... 지금은 상당히 초라하다. 비어 있던 뒷 자리도 가득 차고... 옆에 새로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눈물이 안 날 것 같았는데... 아빠 사진 보니 또 줄줄 흐른다. 지금의 나와 똑같이 까진 머리 보니 절로 눈물이 나더라. 가지고 간 물티슈로 아빠 이름이 새겨진 돌 닦아내고... 해병대 티셔츠에서 비닐 제거하고... 색 바랜 콜라 캔 버리고... 가지고 간 과자랑 음료수 올려두고... 소주 따라 아빠 한 잔 부어주고, 나 한 잔 먹고... 그렇게 두 병을 나눠 마셨다. 잠깐 울고 고모한테 전화해서 주절주절 수다 떠는 사이 순식간에 해가 넘어가 추워졌다. 꽃이라도 두고 왔음 싶은데 살 곳이 없어서... 사무실 가서 조화 두 다발 사서 옆에 두고 왔다. 아빠는 살아 계실 때 명절이라고 친척 찾아다니고 인사하고 그런 삶을 살지 않았으니까... 내가 명절에 일하느라 못 찾아가도 서운해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 달 아빠 생신 때 다시 찾아뵙던가 해야지.




○○ 역은 예전 열차가 다니던 역이고 ○○○○ 역은 KTX 개통하면서 새로 생긴 역이다. 예전 역이 확~ 죽어버렸는데... 살리겠답시고 ○○ 역과 ○○○○ 역을 왕복하는 기차를 도입했다. 택시 타면 시간도 꽤 걸리고 비용도 제법인데 2,600원으로 17분 만에 이동할 수 있으니 잘한 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도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용객 없어서 벌써 폐지 운운한다는 거. 실제로 주말 오후에 탔는데 열차 한 량이 텅 비어 있었다. 나 밖에 없더라.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지만 파란 하늘이 화창한 날이었다




작은 간이역도 하나 지나고...




○○○○ 역에서 ★★ 역 가는 기차 타려고 기다렸다. 될 수 있으면 SRT 따위는 타지 않으려고 한다. KTX보다 싸긴 한데... 그렇게 반대하던 민영화 열차 아니던가. 그래도 경험은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일반석으로 타봤다. KTX보다 좌석은 넓은 것 같고... 아직 초기라서 깔끔하긴 한 것 같다. KTX 처음 운행할 때 경험해본답시고 특실 끊어서 타고 다녔던 기억이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시간 정말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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