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7년 05월 03일 vs 수원 @ 수원 월드컵 경기장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5. 4.
728x90
반응형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갔다. 시즌 개막 전에 기어코 신화용 이적시키는 꼴을 보면서 정나미가 떨어져 팬고이전을 선언했지만 강원에도, 대구에도, 온전히 마음을 줄 수 없던 나였다. 그래서 K 리그 경기는 거의 안 보다시피 했었지만... 수원에서 경기가 있다는데 모른 척 하기가 어려웠다. 일찌감치 경기가 있는 날 쉬기로 해놓고 하루 전에 왕복 기차 표를 예매했다. 무궁화 타고 수원 가는데 열차 안에서 수원 저지 입고 가방에 머플러 매단 처자 발견. 수원 역에 내려 버스 타러 갔다. 730번 버스가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성남 살 때 수원에 경기 보러 간답시고 두 시간 가까이 탔던 녀석이었다. 버스 안에서 수원 저지 입은 남자 팬 발견.


5월 초의 날씨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지독하게 더웠다. 벌써부터 7, 8월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 날 집에 돌아와 TV 홈쇼핑으로 삼성 에어컨 파는 걸 봤는데 99만원 어쩌고 저쩌고 하더라. 돈 없으니 그냥 덥게 살자고 생각했다. -ㅅ- 아무튼.


혹시나 잘못 내릴까봐 손전화 화면만 쳐다 보고 있었다. 버스 노선도와 현재 위치를 보면서 대략 내릴 위치를 파악했다. 뭐, 굳이 그러지 않아도 사람들 우르르 내릴 때 같이 내리면 됐겠지만. 월드컵 경기장 앞에 잘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왼쪽으로 가기에 어쩐지 따라가고 싶지 않아 오른쪽으로 갔다. 계단이 보여 올라갔다. 멍청하게 티켓 오피스 반대 쪽으로 가서 걸어야 하는 거리가 늘어났다. 더운데. ㅆㅂ   슬렁슬렁 걸어 표를 사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던 중 포항 버스가 보여 사진 찍고.



계속 걷다보니 기둥마다 수원에서 활약한 선수들 그림이 붙어 있었다. 나드손도 있고, 염기훈도 있고. 어차피 남의 팀 선수니까 그냥 슥~ 슥~ 지나가면서 보다가 이정수가 보여서... 뭔가 애틋해서 사진 찍었다.



원정석 출입구는 4B 구역이고, S석이다. 자그마한 쌕 하나 매고 있었는데 보자고도 안 해서 그냥 들어갔다. 가자마자 맥주 사러 갔더니 카스랑 칭따오 중 뭘 먹을 거냐고 물어본다. 뙤놈들이 사드 운운하면서 경제 보복하고 있는 마당에 칭따오 따위 팔아줄 소냐. 카스 두 캔이랑 오잉 한 봉지 샀다. 9,000원.


해가 엄청 뜨거웠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정 팬들이 햇볕이 내리쬐는 아래 쪽을 피해 위로 바싹 올라 앉아 있었다. 나 역시 맨 꼭대기에 자리 잡았다. 서포터들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플랑 카드랑 깃발, 탐, 한 가득 짊어지고 왔더라. 수원은 예전에 골대 바로 뒷 자리를 일반 팬들에게 개방하고 원정 팬들은 골대 모서리 쪽부터 앉게끔 한 적이 있다. 2015년에 그랬다. 지금은 안 그러더라. 그런데도 전광판 바라보는 기준에서 왼 쪽으로 치우쳐 앉은 팬들이 많았다. 낯익은 서포팅 리더가 확성기 들고 자리를 옮겨 한 군데 모여 앉자고 몇 번을 권했지만 안 움직이는 사람들은 꿈쩍도 안 하더라. 굳이 서포팅하지 않더라도 좀 모여 앉아야 사람 많아 보일텐데 아쉽긴 했다. 그래도 다들 제 돈 내고 제 시간 써가며 온 사람들인데 옮기지 않는다고 비난할 이유도 없지. 아무튼... 예전에는 서포팅 리더가 경기 시작 전에 한 번 권하고 말았었는데 이 날은 몇 번을 권하고, 응원 중에도 그 쪽으로 옮겨 가 함께 응원하자고 바람 잡더라. 누가 돈 줘서 하는 일도 아닌데 몇 년을 꾸준히, 참 열정적인 사람이다.


경기 시작하기도 전에 맥주 두 캔 다 마셔서 또 사러 갔다. 4월의 MVP로 신화용 선수가 선정되어 가족들과 함께 수상하러 나왔더라. 힘껏 박수를 쳐주었다. 전광판을 통해 선수 소개 영상이 나오는데 신화용이 가장 먼저 나왔다. 영원히 포항을 지켜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파란 저지를 입고 남의 팀에서 뛰고 있다. 포항 프런트 ×× ××××.

15시가 되어 선수들 라인 업. 경기 시작 전 신화용 선수가 포항 서포터들 쪽으로 왔다. 꾸벅 인사를 했다. 눈물 날 뻔 했다. 가까스로 참았다. 여차해서 눈 근육 살짝 풀었으면 육수 대폭발했을 거다. 신화용 선수가 인사하러 온 사이 수원 선수들은 사진 촬영을 했다. 의리 없는 녀석들.


전반전은 더. 럽. 게. 재미 없었다. 포항은 오른쪽이 무주공산. 아예 비었다. 권완규는 경기 전에 하프 라인 넘어가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이라도 들은 건지 당최 오버 래핑을 시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오른쪽으로 공격이 전개되는데도 공격에 가담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 아무 위협이 되지 못했다. 강상우는 포워드로 뛸 때에는 고무고무를 능가하는, 고구마 100개 먹고 동치미 국물 앞에서 눈만 껌벅거려야 하는 답답함을 주었지만 윙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후 제법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 날은... 답답했다. 전반 내내 일방적으로 밀렸고 아무 것도 못하다가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에 심동운이광혁이 들어왔지만 이미 늦었다. 사실 이 꼬꼬마 콤비는 내가 가장 바랐던 조합이다. 작지만 빠른 두 선수가 왼쪽과 오른쪽에서 정신없이 흔들어주고 그러다 느닷없이 가운데 양동현한테 패스가 이어지고, 어찌어찌 막는다 싶으면 느닷없이 무랄랴의 중거리 슛이 터져 나오고. 뭐, 그런 경기. 하지만 내가 상상하는 조합과 플레이는 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거였다. 이 날은 실로 오랜만에 심동운과 이광혁이 같이 나왔지만 경기력은... 하아~


그나마 전반전 보다는 나은 공격을 보이긴 했지만 양동현이 꽁꽁 묶여 있었기에 형편없는 경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어이없이 실점했고... 결국 졌다. 그나마 강현무가 잘 막아낸 덕분에 한 골 준 게 아닌가 싶다. 손준호는 기억에 남는 플레이가 전혀 없었고, 황지수도 원 클럽 레전드 쉴드 쳐서 그냥 음~ 정도로 끝나지 그렇지 않다면 대체 왜 나왔나? 소리 들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 더위에 부상 때문에 마스크 쓰고도 출전해서 땀이 흥건하도록 뛴 선수한테 할 말이 아니니 그냥 그 때 내 감정이 그랬다는 걸 말하려고 끄적이는 거다. 아무튼. 바라던대로 졌다.


포항 저지 입고 포항 응원석에 앉아 박수 치고 노래 부르고 있었지만 포항이 지기를 바랐다. 더러운 기분. 사실 응원도 그닥 열심히 따라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전국 각지의 경기장에서 들어온 익숙한 리듬.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 가사. 흥겨운 비트. 따라하고 싶어 숨질 뻔 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그냥 가만히 서서 박수만 좀 따라치고 노래는 안 불렀다. 그러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 틈엔가 노래 부르고 있더라. 아차 싶어 다시 닥치고. 조금 후 또 은근슬쩍 따라 부르고. 또 닥치고. 계속 그랬던 것 같다.


경기 종료 휘슬은 울리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지는 게 확실해진 타이밍에 밖으로 나왔다. 수원 역 가는 버스는 경기장 쪽에도 있고 반대 쪽도 있었는데 반대 쪽으로 건너 갔다. 730번이 와서 그거 타고 수원 역까지 갔다. 경기장에서 맥주 여덟 캔 마셨던가? 카스 여섯 캔 마시고 중간에 카스 떨어졌다고 클라우드 줘서 두 캔 마신 것 같다. 오잉 ⅓ 봉지 먹고. 그게 전부여서 배가 고팠다. 수원 역 푸드 코트 들어가서 잠시 어슬렁거리다보니 오징어 냉면? 뭐, 그렇게 쓰여 있는 게 눈에 확 들어왔다. 냉큼 주문하고. 뒤를 딱 돌아서는데. 회전 초밥이. ㅆㅂ



회전 초밥 안 먹은 지 너무 오래 됐기에 먹고 싶어졌다. 주문 취소하기도 좀 그래서 일단 화장실을 다녀온 뒤 냉면을 먹고 초밥을 조지자! 라 마음 먹었다. 그리고 화장실 찾아 헤매고 있는데 진동 벨이 우렁차게 부르르~ 떤다. 몇 번 떨고 말 줄 알았더니 계속 떤다. 설마 다시 식당으로 가서 음식 받을 때까지 떠는 건가? 라고 의심했는데 진짜 식당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떨었다. 쟁반 위의 음식을 받아들고 자리 잡은 뒤 앉았는데... 음식이... 거대하다. 진짜 거대하다. 양배추를 얼마나 썰어넣었는지, 엄청나다. 좀 싱겁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간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나 원래 짜고 맵게 먹는 아저씨. 양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기차 시간 전에 다 먹고 초밥까지 조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시다시피 먹었다. 그리고. 배불러서 초밥은 포기했다.


그렇잖아도 남들보다 빨리 먹는 편인데 기존 속도의 두 배속으로 먹어댔으니 온전할 리가 있나. 체한 모양인지 기차 기다리는데 점점 속이 안 좋아진다. 편의점 가서 탄산수 사려고 보니 자주 먹던 게 안 보인다. 망했나? 씨그램이 1+1이기에 두 개 들고 가서 계산하고. 플랫폼에 가서 벤치에 앉아 허리를 숙이고 찔끔찔끔 탄산수를 밀어 넣었다. 속이 계속 안 좋았다. 기차는 연착. 늦게 도착한 녀석에 올라탔다. 금방 ××역에 도착. 밖으로 나와서. 길 건너고. 버스 정류장 갔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지만 힘들었다. 늘 타던 1-1번 버스는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2번 버스 탔다. 집 근처에서 내려 걸어왔다. 집에 와서도 속이 영 더부룩해서 탄산 음료 한 캔 마시고. 텔레비전 앞에서 비실비실 졸다가. 잤다. 끝.




몸 풀러 나온 선수들이 서포터들을 향해 인사하러 왔다.



경기 시작 전 물을 뿌렸다. 볼보이들이 급하게 대피하느라 난리였다.



이광혁이 들어왔지만 후반 시작하고 20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너무 늦었다.



수원 홈 경기인데 만 명도 안 들어올 날이 있을 거라 생각도 못 했다.



가까스로 8,000명 넘긴 수준이었지만 수원 서포터들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응원도 일사불란하고 열정적이다. 그게 과해서 이정수한테 엿 먹으라 하고 맥주 캔 던진건가? 아무튼, 그 때 못된 짓 한 사람은 꼭 찾아내서 다시는 K 리그 못 보게 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위 스플릿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라 봤고 심지어 강등권이라는 사람까지 있었다. 하지만 포항은 초반에 승승장구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취재하지도 않고 출처 불분명 기사 받아쓰기하는 것과 설레발 치는 게 주특기인 이 땅의 스포츠 기자들은 신나서 떠들어댔다. FA컵 포함해서 네 경기 연속 패배했는데도 실망하기 이르다는 기사도 나왔지만... 글쎄. 내가 볼 때에는 이게 딱 포항이다. 초반에 약한 팀들 만나서 어찌어찌 승점 쌓은 덕에 7위 하고 있는 거지만, 하위 스플릿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고 떨어져도 할 말 없다. 강등권까지는 안 가리라 예상한다. 본인이 직접 뛰지 않지만 감독의 영향력이 굉장히 큰 스포츠가 축구다. 최순호 감독은 지난 시즌 막바지에 부임해서 지장이나 용장이 아니라 덕장의 투구를 썼다. 지금의 최순호 감독 이미지는 그저 허허~ 잘 하겠지요. 허허~ 잘 될겁니다. 뭐, 그런 이미지다. 광주가 전북 잡는 거 보고 전략 연구해서 대승 거둬낸 남패 감독 같은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저 하던대로, 우리는 우리의 축구 하면서 이길 경기 이기고 비길 경기 비기며 질 경기 지다가 시즌 끝내리라 예상한다.


주력 선수 다 팔아먹고, 투자다운 투자는 없고, 그 와중에 외국인 선수가 뭔가 활약해주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독이 전략이나 전술에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죄다 젊어서 상대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뛰면서 압박하는 것도 아니고. 3㎞ 뛰는 걸로도 숨이 턱에 차차 헉헉거리고 출렁거리는 뱃살을 주체할 수 없어서 어지간하면 걷는 주제에 선수들 깔 입장은 당연히 아니다. 선수들 나무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이게 딱 포항이라는 거다. 초반의 반짝 분전이 이슈가 되었겠지만 상대는 지난 경기 분석해서 양동현을 봉쇄했고 측면의 크로스 자체를 막아버렸다. 그런데 하던 거 계속 하겠다고 막힌 걸 반복하고 반복한다.


지금 열두 개 팀 중 7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팀들끼리 승점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매 라운드를 마치고 순위가 엄청나게 뒤집어질 거다. 포항이 과연 잘 버텨낼지 의문이다. 더구나 선수층이 얇아서 체력 소모가 많은 여름의 고비를 넘기기 어려울텐데 그 때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질지도 모른다.


일단 올 시즌은 포항 응원 안 하기로 한 거 유지한다. 강원이나 대구 응원하겠다고 유니폼도 샀지만... 글쎄... 응원가 익혀서 따라 부르고 하면 뭔가 거짓으로 연기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 열심히 보러 다니지도 못하겠다. 올 시즌은 그냥 텔레비전으로나 가끔 K 리그 보고. 기아 잘 나가니까 야구나 가끔 보러 다니고 그래야겠다. 아니면 여자 축구 보러 가던가.

올 시즌 성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년에도 최순호가 계속 감독한다면 이대로 영원히 K 리그 안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 라운드는 황선홍 감독님이 계신 북패와의 경기다. 비기는 게 최선이고 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뭐, 밥 먹고 하는 일이 축구 경기 예상이고 분석이며 중계인 사람들조차 죄다 틀리는 승부 예측이니 내가 질 거라 예상한 경기에서 이겼다고 깔 사람이야 없겠지. -ㅅ-




      요 밑↓에 하♥트 클릭, 콜? ㅋㅋㅋ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