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지독하게 못하는 축에 속한다. 비행 슈팅 게임은 원 코인으로 2단계 끝내면 다행인 수준이고 『 메탈 슬러그 』 같은 횡 스크롤 슈팅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대전 격투 게임 역시 엉망이어서 『 스트리트 파이터 2 』의 경우 승룡권(오~ 류~ 겐!!!) 한 번 넣으려면 쌩 쇼를 해야 했고 『 철권 』은 커맨드 외우는 게 힘들어서 만날 '화랑' 선택하고 발 버튼만 눌러댔다. 상대를 띄운 뒤 연속으로 기술 넣는 건 내 인생에 절대 없을 일. 옆에서 아무리 기술을 설명해봐야 헛 일이다.
그렇다고 PC 게임은 잘 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서 『 스타 크래프트 』 승률은 50% 넘긴 역사가 없다. 생산과 전투를 동시에 한다던가 이 쪽 그룹과 저 쪽 그룹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이 하자고 꼬신 사람들은 죄다 접고 떠나버린 『 블레이드 & 소울 』 같은 경우도 고급 던전은 근처도 못 가는 게, 보스 패턴 못 외워서 전멸기 같은 거 못 끊는 바람에 파티원 다 죽이는 민폐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남들 하는 거나 동영상 보면서 외우라는데 생각없이 줘 패는 게 좋아서 만날 쪼렙들 버스나 해주고 있다.
캐쥬얼 게임 역시 지독하게 못해서 『 테트리스 』나 『 틀린 그림 찾기 』 같은 것도 상대가 누구냐를 가리지 않고 금방 발린다. -ㅅ-
최근 나오는 게임은 죄다 3D인데 나는 배 멀미는 안 하면서 3D 멀미는 오질라게 하는 몸뚱이인지라 『 라스트 오브 어스 』 같은 명작도 멀미 때문에 포기한 전력이 있다. 『 언차티드 』 시리즈 역시 데모 플레이하다가 멀미했다.
그렇게 지독한 실력이지만 그래도 게임하는 건 좋아하는지라... 전역하고 바로 PS2 질렀었고 PSP는 ○○ 지역에서 최초 구매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 스플래툰 2 』에 꽂히는 바람에 닌텐도 스위치를 질러야 하나 한참 고민하기도 했다.
줄줄이 떠든 것처럼, 게임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PS4를 켜고 시간을 보내긴 한다. 최근에는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계정 기간도 만료되고 그래서 딱히 새로운 게임은 안 하고 이미 엔딩 본 『 메탈 기어 솔리드 Ⅴ: 팬텀 페인 』 서브 퀘스트만 찔끔찔끔 하고 있다.
구입한 게임 대부분 엔딩을 못 보고 방치한 채 하던 거나 찔끔찔끔 하던 차에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알게 됐다. 맨 처음 본 건 유튜브에서 '대도서관'이 데모 플레이하는 영상이었는데 그래픽도 그렇고 괜찮아보이는데다 어렵지 않아 보여서 눈독을 들였다.
그리고 정식 발매. 바람도 쐴 겸 한우리 가서 사들고 올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았다. 다운로드 받고 나서 롯데마트 갔더니 타이틀이 떠억~ 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 그냥 오프라인에서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지만... 짐 줄여야 하는 판이니 잘 됐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게임은 과거라면 영화로 분류되었을 장르에 속해 있다. 이야기가 쫘악~ 펼쳐지는데 분기점마다 선택이 가능하고 그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진행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이 빗 속에서 차에 치일 뻔한 장면에서 영화가 딱 멈추면서 《 1. 차에 치인다 》 《 2. 간신히 피한다 》를 선택하라고 하는 거다. 시간 제한이 있어서 빨리 결정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선택한대로 이야기가 흘러 간다.
아~ 주 오래 전에, 이런 식의 영화가 있었다. 인터랙티브 무비 어쩌고 하면서 요란했었드랬지. 좌석에 ○, × 버튼이 달려 있고 영화를 보다가 분기점에서 일정 시간 동안 영화가 멈추면 관객들이 원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럼 실시간으로 집계해서 다수결에 따라 영화가 진행되는 거다. 문제는... 분기점이 많지 않았다는 거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진다고 광고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분기되면 그만큼 촬영해야 하는 양이 늘어난다. 당연히 제작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지.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여러 번 선택해서 내가 원하는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라는 관객도 있지만 적당히 하고 영화 보는 데 몰두하고 싶은 관객도 있는 거다. 거기에다... 나는 ○ 선택했지만 다수결이 × 선택했다면 결국 나는 내 의지와 무관한 스토리를 볼 수밖에 없었다.
○, × 버튼이 달린 패드를 좌석마다 설치하고 관객이 입력한 것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장비를 추가해야 했으며 영화도 전용으로 만들어야 했으니 돈은 돈대로 들어가는데... 그만큼 수익이 안 났다. 결국 얼마 못 버티고 망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당시의 인터랙티브 무비가 가정으로 들어왔다. 무비가 아닌 게임으로 말이다. 집에서 혼자 하는 거라 시간은 아무리 길어져도 문제 없다. 적절한 세이브 포인트만 제공한다면 며칠에 걸쳐 나눠서 해도 되니까. 거기에다 분기점은 많을수록 좋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또한 내가 선택한 것과 다른 이야기를 볼 리도 없다. 집에서 나 혼자 하는 게임이니까.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이 그런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은 2038년.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의 미래다. 오른쪽 관자 놀이에 붙은 LED만 아니라면 인간과 차이가 없는 안드로이드가 버젓이 걸어다니는 세상. 단순히 걷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대신하게 된다. 그 때문에 실업자가 늘어나게 되고 안드로이드에 대한 차별이 이뤄진다. 그런 세상을 다루고 있는 게임이다.
구입 전에 데모 플레이 해봤는데... 이건 질러도 후회 안 하겠다 싶어 바로 구입했고... 이틀 째인 오늘까지 후회는 1도 없다. 이제 겨우 앞 부분 진행하고 있지만 멀미도 안 나고 재미도 있는데다 내가 못한 걸 그래픽으로 알려주니까 재도전 욕구도 샘 솟는다.
제작사 측에서는 플레이 타임이 8~10시간 정도라고 했는데... 이것저것 다 보려면 25시간 정도 걸린단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수준의 나는 그보다 배는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도 인생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하면서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 단계라서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엄청난 게임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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