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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8 시즌 23 라운드 vs 전북 @ 스틸야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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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 리그 1(정확한 표기는 다 붙여서 'K리그1'으로 쓰는 게 맞을 겁니다, 아마. -_ㅡ;;;) 23 라운드, 포항과 전북의 경기를 보고 왔다. 나는 하루 전인 14일에 포항에 도착했고 선배는 경기하는 날(원래 당일이라 썼었는데 이게 표준어가 아닌 것 같더라)인 15일에 포항에 도착. 이 날 14시부터 비가 예보되어 있었는데 영화 보고 나오니 정말 비가 내리고 있었다.


  • 숙소 체크인이 18시부터인데 양해를 구해서 조금 일찍 들어갔고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별 관계 없는 이야기지만 여기어때 포항 중앙점, 역대급 숙소다. 일본에서의 숙소 포함해서 최고가 아닌가 싶다. 덕분에 일단 다른 지역에서도 여기어때 있으면 묵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비가 와서 경기 보러 가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차가 엄청나게 막힌다. 공단 쪽으로 돌아가면 거의 막힘이 없는데 형산강 다리 건너 포스코 앞을 지나가는 길로 가니 말도 못 하게 막힌다. 4,000원이면 충분할 거리인데 막히는 바람에 한~ 참을 더 내야 했다. 아오, 아까워.


  • 북문 앞의 표 파는 곳에 가니 젊은 총각이 발권기가 고장 나서 매표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남문으로 가서 표를 사야 한다고 안내한다. 기계 고장 난 게 본인 잘못이 아닐 텐데 굉장히 미안해하더라. 남문까지 걸어가서 표를 산 뒤 다시 북문으로 왔다.

  • 이 날은 서포터 쪽에서 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하프 라인 부근으로 향했다. 비를 피해 지붕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중들. ㅋㅋㅋ   생각보다 훨씬 많이 왔다(4,395명).


  • 포항 선발은 강현무, 우찬양, 김광석, 배슬기, 강상우, 김승대, 채프만, 이석현, 김지민, 이근호, 송승민. 진형은 4-3-3이다. 미드필더 라인은 세 명이 나란히 서는 것이 아니라 채프만이 약간 내려선 형태. 최근 벤치에 앉는 일이 잦았던 배슬기의 선발이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었는데 대인 마크가 좋아서 이동국을 전담 마크하라고 내보낸 게 아닌가 싶다.

  • 전북 선발은 황병근, 최철순, 최보경, 홍정호, 이용, 신형민, 로페즈, 정혁, 임선영, 티아고, 이동국. 진형은 4-1-4-1이다. 양쪽 윙으로 뛰는 로페즈, 티아고 모두 빠른 선수들이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윙백인 최철순, 이용 두 선수 모두 오버 래핑이 활발하니 사실상 측면에서 네 명이 휘젓고 다니는 꼴이다. 이는 신형민이라는 수준 높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어서 가능한 진형. 포항에 유난히 강했던 이동국은 당연하다는 듯 선발 출장.



  • 선수들 몸 풀 때 라면과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일찌감치 맥주 홀짝거리는 사이 경기가 시작됐다.

  • 전반 3분 30초 무렵 이용이 때린 슛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약간 각이 없긴 했는데 거의 골키퍼와 1:1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다.

  • 수요일 경기지만 광복절이라 휴일. 하지만 다음 날은 평일이다. 경기 끝나면 21시인데, 전주까지 세 시간 걸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자정이 돼서야 도착이다. 그런 이유로 서포터들 얼마 안 올 줄 알았는데 성적이 워낙 좋아서 응원할 맛이 나는 건지, 전북 서포터들이 진짜 많이 왔다. 포항 홈인지 전북 홈인지 헷갈릴 정도로 열심히 응원해대더라.

  • 전반 17분 무렵에는 이동국이 페널티 박스 밖에서 왼발로 슛을 때렸다. 강현무가 넘어지며 쳐냈다. 슛도 대단했고 막는 것도 대단했고. 공격은 거의 전북이 주도했지만 그래도 박빙이다 싶을 정도로 포항이 밀린다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 포항이 먼저 골을 넣었다. 전반 33분에 이근호가 우당탕 밀고 들어가 가까스로 때린 슛을 황병근이 쳐냈다. 그걸 뒤에서 달려들던 이석현이 잡은 뒤 페널티 박스 밖에서 때렸는데 골이 됐다. 수비에 가려서 제대로 안 보였는지 몸 날리는 게 늦었다.


  • 그리고 전반 38분, 추가 골이 터졌다. 이근호가 툭툭 치고 들어가다가 수비에 막혀 측면에서 중앙으로 볼을 몰고 왔는데 앞에 공간이 열리니까 그대로 슛을 날렸다. 30m 더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먼 거리였는데 체중이 제대로 실리면서 공이 그대로 날아가 골대 모서리에 정확하게 꽂혔다. 이건 어느 골키퍼가 와도 못 막을 슛. 예전 백승철의 캐논 슛이 생각날 정도로 제대로 된 중거리 슛이었다. 올 시즌 중거리 슛은 강상우가 넣은 두 골 정도 말고는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이근호의 이 골은 포항 역사에 남을 골이 아닐까 싶다. 진짜 멋지게 들어갔다.


  • 8, 9, 10, 11, 12 라운드에서 포항은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내리막을 탔었는데 13 라운드에서 전북을 만나 0 : 3 으로 이겨버리면서 수많은 토토쟁이들을 엿먹였다. 그런데 3개월 후 치러진 경기에서도 전반에 내리 두 골을 넣고 앞서가니 올 시즌 전북은 포항에는 안 되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



  • 하프 타임에 자리를 옮겼다. 더워서 이미 땀에 절은 상태였기 때문에 비 좀 맞으면 어떠냐 하는 심정이었고 같이 간 선배도 비 맞아도 괜찮다고 해서. 원래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앞으로 가 비 맞으면서 볼 생각이었는데 선배가 쪽 팔리니 서포터 쪽으로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그쪽으로 갔는데... 중딩으로 추정되는 한 무리가 정신없이 악을 써대고 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건데, 치어리더들이 그쪽에서 서포터들과 같이 응원하더라. 아마도 치어리더 처자들 앞에서 까불고 싶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유야 어쨌든 목 터져라 소리 지르며 응원하더라.

  •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신욱과 한교원이 투입되었고 1분 만에 저 두 선수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지만 강현무의 선방에 막혔다. 잠시 후 후반 4분, 뒤에서 길게 넘어온 크로스를 이동국이 머리로 떨어뜨렸고 한교원이 강현무 가랑이 사이로 넘어지며 밀어 넣어 전북의 첫 골이 터졌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썼는데 이동국이 걸리지 않았다. 헤더 패스가 기똥찼다.

  • 기세가 오른 전북이 계속 몰아붙였다. 1분 뒤인 후반 5분에는 이동국이 발리 슛을 날렸는데 강현무가 잘 쳐냈다. 괜히 발리 장인(匠人)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싶더라.

  • 그렇게 포항이 밀리던 분위기 속에서 이석현이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았다. 오른발로 중거리 슛을 날렸는데 신형민 몸에 맞으면서 살짝 굴절되어 그대로 골. 이렇게 되면 이석현은 두 골. 자, 이렇게 된 김에 해트트릭 노려보자! 하고 악을 썼다.

  • 후반 11분에는 한교원의 크로스를 김신욱이 헤더 슛, 골대 맞고 튀어나왔다.

  • 후반 28분. 하프 라인 근처에서 이석현이 공을 잡아 앞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전북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더니 기어코 해트트릭을 해버렸다. 마지막에 상대 수비 바보로 만든 볼 터치는 진짜... 인천에서의 전성기 모습 그대로였다. 공은 오른쪽으로 치고 자신은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기똥찬 드리블에 이은 골이었다. 서포터들 앞으로 가 자신의 등 번호를 가리키는 셀러브레이션으로 마무리. 스코어는 4 : 1이 되었다. 망연자실한 전북 서포터들은 이미 입 다물.

  • 후반 36분에 이동국이 뒤에서 길게 넘겨준 공을 김신욱이 머리로 가볍게 돌려놓으면서 득점. 냉큼 공 주워 하프 라인으로 달려가기 바쁠 텐데 김신욱은 그 와중에도 무릎 꿇고 앉아 하늘 향해 양손 검지 치켜드는 셀러브레이션을 잊지 않았다. 풉~


  • 경기 종료 3분을 남겨두고 포항이 역습. 김승대가 이상기한테 패스하기에 에라이, 끝났네~ 싶었는데... 이상기가 그 공을 수비 사이 공간으로 절묘하게 돌려줬다. 김승대가 침착하게 마무리해서 또 한 골. 5 : 2가 되었다. 추가 시간 4분 동안 골이 없어서 그대로 경기는 마무리.


  • 최근 전북이 잇달아 지긴 했지만 그래도 워낙 강한 팀인 데다 비까지 와서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팀 역사에 남을 스코어로 발라버렸다. 2009년 9월 13일에 남패한테 여덟 골 몰아넣고 한 골 먹은 경기와 맞먹을 정도의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니... 엄청난 행운이다.

  • 상대에게 선제골을 줄 수 있다 쳐도, 또다시 실점하며 전반에 2 : 0 으로 끌려갔으니, 최강희 감독 입장에서는 공격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라인을 잔뜩 끌어올렸는데 포항이 그 뒤를 제대로 공략한 거고. 사실 이 날 축구도 포항다운 패스 축구는 없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상대와 경합하는 우당탕 장면에서 공이 죄다 포항 선수 발 앞에 떨어졌고 이런저런 행운이 겹치며 뜻밖의 대승!

  • 리그 압도적 1강에게 거둔 대승인지라 분위기 살려 계속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나는 최순호 감독이 나가고 황선홍 감독이 돌아오는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지만, 이런 경기가 계속된다면 최순호 감독 나가라 소리는 입 밖에도 못 낼 것 같다.

  • 이석현이 해트트릭하면서 최고의 선수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근호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열심히 뛰면서 대부분의 공격 상황에 이바지했다. 나갈 공인데 기를 쓰고 쫓아가 살려내기도 하더니 이 날 경기에서는 상대에게 뺏긴 공을 악착같이 되찾아오는 모습도 여러 번 보여줬다. 젊은 선수가 팬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가 교체로 들어와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닌다고 깐 게 엊그제 같은데, 전북과의 경기 뛰는 걸 보니 그러다 죽겠다고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많이 뛰었다. 박수를 보낸다.


  •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석현 선수도 당연히 칭찬해야 한다. 정원진과 맞트레이드 된 병역 미필 선수라는 이유로 엄청나게 욕먹었지만 이 날 경기로 충분히 포항 팬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인천에서 뛸 때 참 잘한다 싶었는데 북패 가서 영 활약이 없더라니, 포항 와서 입대 전까지라도 부지런히 잘 뛰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득점하는 것도 좋지만 김승대 선수에게 킬 패스 찔러주는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두 선수만 더 언급하고 마무리해야겠다. 일단 김지민. 구단 관계자가 '개처럼 뛴다'라는 표현까지 썼던데 과하지 않다고 본다. 진~ 짜 열심히 뛴다. 어제도 비가 엄청나게 오는 와중에도 굉장히 많이 뛰더라. 다만... 딱 한 발이 아쉬웠다. 진짜, 딱 한 발이다. 한 발만 더 들어가면 되는데 그 한 발이 늦다. 하지만 저렇게 열심히 뛰는 선수니까 조만간 터지지 않을까 싶다. 심동운이 돌아와서 번갈아 가며 스피드로 상대 휘저을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근두근한다. 다른 한 선수는 강현무. 멘탈이 터질 만도 한데 잘 버텨주고 있다. 신화용이 그리운 건 사실이지만 신화용의 이적으로 강현무라는 훌륭한 선수가 나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날도 강현무 선수가 막아낸 게 한, 둘이 아니다. 월드컵 때의 조현우가 부럽지 않다.


  • 점유율은 49 : 51 로 비슷했지만, 슈팅의 영양가 면에서 포항이 압도적이었다. 열 개의 슈팅을 날려 아홉 개가 골대 안으로 향했는데 그 중 다섯 개가 골. 이렇게 순도 높은 경기가 또 있을까 싶다. 지금의 포항 축구를 보면 몇 년 전의 전성기 시절이 그립지 않을 수 없다. 그때 우리가 했던 패스 축구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백패스 1위, 쓰잘데기 없는 패스 1위의 팀이 되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경기는 팀 역사에 남기고도 남는다. 최순호 감독은 잔뜩 웅크렸다가 롱 패스 날려대는 게 공격 축구라 생각하는 건가? 싶어서 영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이 날처럼 수비 위주로 가다가 카운터 어택 날려대는 족족 먹힌다면, 나쁘지는 않겠다 싶긴 했다.

  • 아무튼... 비 오는 와중에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 응원한 팬들, 다들 대단했다. 포항 서포터들의 '매수렐레'가 압권 아니었나 싶고... 멀리까지 와서 고생한 전북 팬들은 아쉽게 됐네. 뭐, 그래도 우승할 거잖아. -ㅅ-

  • 당연히 질 것이라 생각한 경기에서 영일만 친구 불렀더니 개뿌듯.

  • 경기 마치고 버스 타러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버스나 제대로 타겠나 싶었는데 102번, 100번이 잇달아 왔고... 102번이 어그로 끄는 사이 100번에 올라타는 바람에 수월하게 올 수 있었다.

  • 죽도 시장 가서 바레인 전 보면서 게 뜯어먹으려고 했는데... 자리 잡고 앉으니 이미 3 : 0 이다. 전반에만 5 : 0 되는 거 보고 게 뜯어먹는 데 집중했다. 우리 뒤쪽에 전북 응원하러 온 것으로 추정되는 가족이 와서 밥 먹고 가던데... 무사히 귀가하셨기를.




※ 포스팅하고 나서 태블릿으로 한 번 읽어봤더니 맞춤법 오류와 오타가 엄청나게 많네요. ㅠ_ㅠ   한글 2018의 맞춤법 검사기로 틀린 부분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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