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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4년 02월 17일 토요일 맑음 (반성해라, 과거의 나 놈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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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덥거나 추운 날이면 단군께서 터를 잘못 잡았네 어쩌네 하지만, 지진이 거의 없는 곳에 눌러 앉은 건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나 같은 도시 빈민은 작고 좁은 집을 얻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곳에서 터져나갈 듯한 짐을 안고 살려면 쌓아올리는 방법 말고는 없거든. 일본처럼 툭 하면 지진나는 나라였다면 매 번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었을 게다.

 


 

지난 달 25일에 주문한 책장이 어제 도착했다. 설 명절이 있었다지만 20일이나 걸렸다. 지독하다. 싸게 잘 샀다 싶은데 생각보다 배송비가 많이 나왔다. 그래도 서랍장에 비하면 싼 편이다. 서랍장은 하나에 3만 원 줬는데 책장은 두 개 합쳐서 6만 원이 채 안 됐으니까.

 

퇴근해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낑낑거리며 책장을 집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칸막이 부분에 손을 넣어 등으로 지탱하면 될 줄 알았는데, 집 천장이 낮아서 그 방법은 어림도 없다. 눕혀서 넣은 뒤 세우려 해봤지만 역시나 낮은 천장이 문제다. 혼자 아둥바둥 해보지만 당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천천히 둘러보니 그나마 조금 높은 부분이 있어서, 한 쪽 모서리만 땅에 닿은 상태로 간신히 세웠다.

 

거실에 두고 신발장 대용으로 사용할 녀석을 힘겹게 세워둔 뒤 나머지 녀석을 방으로 옮겼다. 누구라도 좀 도와줬음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하다. 하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야 한다.

이불을 걷어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가며 간신히 세웠다. 그래도 책장을 떠~ 억 하니 세워두니 뭔가 뿌듯하다. 방치해뒀던 상자에서 책과 문구를 주섬주섬 꺼내어 대충 정리를 마쳤다. 책이 얼마 안 되니 빈 공간은 피규어 같은 걸로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책이 많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 보던 책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복습하는 셈 치고 한 번 더 본 뒤 버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버리는 게 쉽지 않다. '저게 다 추억인데...' 싶어서. ~(>_<。)\

 


 

수납 공간이 확~ 늘어났으니 금방 정리가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여전히 엉망진창이다. 게다가 외풍이 엄청 심하다. 역시, 리모델링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처에 22평 아파트가 8,500만 원 하던데 빚내서 살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출/퇴근이 한 시간 가까이 걸리겠지. 기름 값으로 50만 원 이상은 쓰지 않을테니 이자를 내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이득인가 싶기도 하고. 일단은 여기 살면서 근처에 싼 집 있나 좀 더 알아봐야겠다. 여차하면 빚 내서 살까 싶은 마음도 있고.

 

문제는 거실이다. 신발장 삼겠다고 책장을 놓긴 했는데, 세 칸 다섯 줄의 책장이니까 열다섯 켤레는 놓을 수 있어 어지간한 신발은 다 놓겠다 싶었는데, 어림도 없었다. 와~ 나한테 신발이 이렇게나 많았다고?

하지만 문제는 꺼내놓은 신발이 아니다. 상자 안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 한 번도 신지 않은 신발이 비슷한 숫자 만큼 있다. 나도 놀랐다. 이렇게 많을 줄 몰랐으니까. 게다가, '이 딴 건 왜 산 거야?' 싶은 디자인도 있더라. 과거의 나는 대체 어떤 디자인에 끌렸던 걸까?

질러놓고 신지도 않은 신발이 스무 켤레에 육박하는데, 어제 또 한 켤레 지를까 말까 고민했더랬다. 나이키에서 플래쉬 세일을 하는데 30만 원 가까이 하는 고어텍스 신발을 10만 원 대 초반에 살 수 있더라고. 혹~ 해서 지를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ㄷㄱ에 살고 있었더라면 참지 못하고 질렀을 거다. 지금은, 돈 쓰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수준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수준이다.

 


 

아무튼, 신발이 문제다. 자주 신는 것만 꺼내 놓는다고 해도 열다섯 칸이 부족하다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거다. 내가 바깥 활동이 잦은데 그 때마다 신발을 바꿔 신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주황색 신발은 회사에 갖다 두기로 했다. 걸을 때 그걸로 갈아 신어야겠다. 회사에 행사 있을 때 신으려고 산, 구두 같은 운동화는 버리기로 했다. 가뜩이나 커서 덜그덕거리는데다 1년에 한 번 신을까 말까 한 녀석이다. 아직 멀쩡하지만, 재활용되어 누군가가 신어주기를 바랄 수밖에.

뽕이 한~ 참 남은 축구화도 미련없이 버리고, 나이키 농구화도 버리기로 했다. ㄷㄱ에서 출퇴근할 때 신고 다녔던 아식스 달리기 신발도 버리기로 했다. 겉은 멀쩡하지만 뒤꿈치 닿는 부분이 너덜너덜하거든. 그렇게 네 켤레 버리고, 새 신발 네 켤레 꺼내야겠다. 아껴둬봐야 본드 굳으면서 접착부 떨어지면 신지도 못한다. 말 그대로 아끼다 똥 되는 거다. 그냥 신는 게 낫다.

 

참... 이렇게나 질러댔다니, 신발 상자 보면서 내가 놀랐다. 이렇게 써대니 돈을 못 모으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쓰레기를 정리해서 회사 아파트 뒤 쪽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 버리고 올 생각이었다. 지금 사는 곳은 2주에 한 번 버린단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에 가서 버리고 와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니 아무래도 시간이 간당간당할 것 같다. 일단 여덟 시 반이 되면 도서관으로 가서 책부터 빌려와야겠다. 한 번에 열 권까지 빌려주더니 일곱 권으로 줄었더라고? 세 권은 아직 보는 중인지라, 네 권만 먼저 반납하고 다른 책으로 빌려와야 한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당직이라서 책이 없으면 할 일이 없어진다.

 

도서관에 다녀와서 사무실에 들어가 하던 일 좀 마저 하고, 오후에 퇴근해서 낮술이나 마실까 싶다. 아, 그 전에 쓰레기 버리고.

 


 

내일도 아침에 사무실 나갔다가 올 생각인데 몸이 따라줄지 모르겠다. ㄷㄱ에 있을 때에는 배달 음식도 종종 시켜 먹었고, 출/퇴근 거리도 지금보다 길었고, 시간 외 근무도 전혀 할 수 없었더랬다. 지금은 배달 음식은 아예 못 시켜먹고, 출/퇴근 거리는 반에 반 정도로 줄었고, 시간 외 근무도 제법 하게 되어 부수입이 늘었다. 대신 월세가 7만 원씩 더 나가고, 기름 값도 100원 정도 더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업무 환경만 놓고 보면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그것만 해도 어디냐. 병원을 안 다녀도 되는데. ㅋ

 

새벽에 일어나 냉동 감자탕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먹으면서 느낀 거지만, 역시 사 먹어야 한다. 고기가 많이 질기다. 덜 끓여서 그런가?

밥도 먹었고, 커피도 한 잔 마셨으니 완벽한 아침이다. 밖에 나가서 쓰레기 정리 좀 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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