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면서 자격증을 좀 땄다. 워드 프로세서는 예전에 개인적인 관심으로 공부해서 딴 거지만, 컴퓨터 활용능력이나 인터넷 정보 관리사(前 인터넷 정보 검색사), PC 정비사, 사무자동화 산업기사, ITQ 등은 다 학원 다닐 때 딴 거다.
어학 부분에서 추가점을 얻을 수 없는 상태니까 컴퓨터 쪽에서라도 점수를 좀 더 가져가야 하는 처지라서 따놓은 자격증이 이래저래 도움이 되는데... 우스운 건 가산점에서 혜택이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의 자격증은 갱신이 아닌 반면, 가산점 혜택도 없으면서 국가 공인이라는 딱지만 달고 있는 녀석들은 죄다 갱신 종목이라는 거다.
물론 갱신이 5년에 한 번이라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한 번 따면 평생 가는 다른 자격증에 비해 소위 끝발도 없는 것들이 갱신하라고 하니 귀찮기는 하다.
갱신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각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단체의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보수 교육 자료를 다운 받거나 온라인으로 열람한다. 시험을 본다. 통과하여 기간이 갱신된 새 자격증을 발급 받는다. 이게 끝이다. 크게 번거롭지는 않다. 갱신 시험에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불합격해도 다시 시험 볼 수 있어서 번거롭거나 하지는 않다. 문제는... 갱신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거다.
ITQ는 그나마 문제가 좀 어렵다. 문제 수준이 실제 프로그램 사용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한글이나 엑셀, 파워 포인트 등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면 한 번에 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무 위주의 ITQ 자격증답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 관리사나 PC 정비사는 재발급 비용을 노린 갱신이라는 게 너무 뻔히 눈에 보인다. 방금 인터넷 정보 관리사 1, 2급과 PC 정비사 2급 갱신을 마쳤는데... 시험 전 보수 교육 자료라는 거, 쳐다도 안 보고 시험 봤다. 점수? 인터넷 정보 관리사는 100점 나왔고, PC 정비사는 90점 나왔다. 이건 절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정말 기본적인 내용으로 시험을 보니 점수가 이렇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거다. 이럴 거면 왜 갱신을 하나 싶다. ITQ는 그나마 최신 기술이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사용법이 반영된다. 예를 들면 내가 자격증 딸 때 오피스 XP를 썼는데, 지금은 대부분 오피스 2003 쓴다. 앞으로는 2007이나 2010으로 넘어갈 거다. 갱신 교육은 2003 위주로 나온다. 이렇게 되면 갱신 재발급을 받기 위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인터넷 정보 관리사나 PC 정비사는 이론적인 내용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게 나온다. 솔직히... 돈이 아깝다.
특히나 인터넷 정보 관리사나 PC 정비사는 응시료 자체가 상당히 비싼 시험 중 하나다. 그렇게 비싸고 갱신까지 해야 한다면 자격증 파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국가 공인일 뿐이지, 가산점이나 기타 혜택은 전혀 없다. 내가 인터넷 정보 관리사 딸 때만 해도 서울의 유명한 실업계 학교 전체 건물을 다 사용했는데, 한 3년 지나서 시험 감독하러 갔더니 교실 몇 개만 쓰고 있더라. 사람들이 안다는 거다, 쓰잘데기 없는 자격증이라는 걸.
자격증이 그 사람의 실력을 증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거라면 객관적인 능력이나 실력을 증명할 기준은 된다. 하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다 보니 따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다. 돈과 시간만 투자해야 하고 말이지.
아무튼... 직장 생활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격증은 ITQ이고, 채용이나 진급에 영향이 큰 건 워드 프로세서나 컴퓨터 활용능력, 사무자동화 산업기사 자격증이다. 그런데 돈 많이 들어가고, 갱신까지 해야 하는 귀찮은 건 그런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인터넷 정보 관리사와 PC 정비사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발급 비용 벌어들이기 위한 수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갱신 자체가 지나치게 어렵다면 기존 취득자들 엿 먹이는 짓이라고 욕 먹을 수 밖에 없지만, ITQ 같은 경우는 난이도 조절을 훌륭히 잘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돈만 비싸게 받아 먹으면서 정작 공공 기관의 취업이나 진급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인터넷 정보 관리사와 PC 정비사는 각성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귀찮은 일 마쳤으니 홀가분하긴 하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다른 시험은 보수 교육 후 갱신 시험을 쳤을 때 일정 점수보다 낮으면 바로 재시험이 가능하지만, 인터넷 정보 관리사는 이틀 후 재시험 요청을 한 뒤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정말. PC 정비사의 경우는 재발급 비용을 카드 결재할 수 없게 해놔서 그게 또 불편하다. 정말 가지가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만 더. 어지간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의 기출 문제를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모아두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께는 메일 통해 공유하고 있으니, 방명록이나 게시물 댓글로 요청하시면 언제든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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