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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3년 11월 10일 vs 수원 @ 빅버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3.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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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9, 10일 이틀에 걸쳐 지리산 다녀오려고 했다. 대피소 예약까지 어렵게 마쳤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는 거다. 날씨가 제대로 뒷받침해줘도 힘든 산인데 비 맞으면서 갈 자신이 없어 바로 포기. 덕분에 수원과의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720-1 버스를 탔다. 예전에 수원 다닐 때 몇 번 탔었는데 창 밖 풍경이 하나같이 낯설다. 버스 타고 수원 가는 게 엄청 오래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한 시간 정도 간 끝에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예전에 다녔던 기억에 의하면 월드컵 경기장 한 정거장 앞에 내려야 했다. 아니면 좀 걷지, 뭐~ 라 생각하고 내렸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ㅋㅋㅋ


온통 파란색. 그 사이를 검붉은 머플러 매고 씩씩하게 다녔다. 횡단보도 건너니 다가오는 암표 할머니! 세상에! 암표 할머니라니! K 리그 경기인데!!! 역시 수원이구나. 평균 관중 1위의 위엄. ㅋ

【 대한민국은 K 리그다 】라는 책 맨 뒤에 보면 여러 경기장 무료 입장권이 있다. 수원 것도 있어서 일단 두 장 잘라갔는데 원정석은 해당이 안 된다는 거다. 삼성 카드로 결제하면 50% 할인해주면서 원정석은 제외시키던 빅버드 아니던가. 쪼잔하게시리… (라고 말하지만 홈팀이 원정 팬에게 이 정도 손해 정도는 주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스틸야드는 지나치게 원정 팬에 관대하다. -ㅅ-)
아무튼… 가지고 간 무료 입장권은 올 시즌 안에 써야 하는데 내가 포항 경기가 아닌 수원 경기 보려고 빅버드 갈 일이 없으니 안 쓰면 그냥 버려야 했다. 마침 옆에 표 구입하려는 부부가 있기에 '혹시 일반석에서 보실 거냐?'고 물었더니 고민 중이라고 하시더라. 표정이 안 좋았다. 그렇지. 암표나 뭐 그런 사람으로 보였겠지(포항 머플러 하고 있었는데… T^T). 무료 입장권 내밀며 나는 원정석이라 안 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이걸로 보시라 했다. 좋은 일 했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 ㅋ


경기장 앞에서도 암표팔이들이 호객질이었는데 단속 좀 제대로 해서 잡아넣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로를 통해 무료 표 받은 걸 돈 받고 파는 게 아닐까 싶은데 저런 쓰레기들 좀 치웠음 한다. 경범죄로 단순 벌금 처벌하니까 꾸물꾸물 또 기어 나오고, 또 기어 나오고 하지. 쯧…

제법 걸어 반대쪽 S석으로 갔다. 포항에서 원정 버스 타고 온 친구 녀석과 만나 나란히 자리하고… 바로 맥주 사러 갔다. ㅋㅋㅋ


여기서 빅버드 매점에 대한 정보! 일단 그냥 매점이 아니라 CU 편의점이다. 맥주는 하이트 계열만 있다. 맥스랑 드라이 피니시. 난 하이트 파이기 때문에 관계 없었지만 카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점이다. 그렇다고 밖에서 맥주 사들고 가는 게 해결책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이, 들어갈 때 가방 검사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방 검사는 점점 더 빡쌔질테니 그냥 하이트 드시는 게 나을 듯.

그리고 온기를 품은 음식이 전혀 없다! 전주성에서 파는 그 흔한 컵라면도 없고! 오징어나 쥐포도 없다! 김밥도 냉김밥이고! 친구 녀석이 추위를 참다 못해 S석 바로 뒤 매점 말고 좌우 쪽 매점에 다 가봤는데 라면은 없더란다. 뜨거운 물 정도는 당연히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전투식량 챙겨갈까 했는데 가져갔어도 헛 짓이었을 게다.


맥주랑 홈런볼 사서 선수 입장 전에 피처 하나 다 까먹었다. 잽싸게 가서 피처 하나 더 사오고. 선수 입장할 때 점퍼 벗고 반팔 차림으로 발악을 시작했다. 경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반팔 입은 사람은 나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는데 이내 나만 남았다. ㅠ_ㅠ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한 골 먹었다. 분위기가 먹을 거 같은 분위기였고 어영부영하다 한 골 먹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실점하긴 했지만 진다는 생각은 안 했다. 실점 후 포항이 몰아붙이는 분위기. 그러다 이내 동점골이 터졌다. 이른바 정성룡의 역대급 덩크슛. 이명주가 칩샷을 날렸는데 정성룡이 어버버하다가 바닥에 내리쳤고 이게 골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반대 쪽 골대였기에 잘 안 보였지만 어? 어? 하는데 그물이 출렁하기에 와아아아아아~ -ㅁ-   덕분에 전반에 못 나갔다.


1:1로 전반을 마쳤다. 화장실 다녀오면서 맥주 하나 추가. ㅋ   후반 10분 노병준 선수가 나오고 문창진 선수가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포항의 공격 자원 중 가장 믿고 응원하는 선수가 노병준이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뛴다. 풀 타임 뛴 적이 몇 번 안 된다며 까내리는 것들도 있던데 휘슬 울리자마자 미친 듯 뛰어다니는 노병준 보면 그런 말 못 할 게다. 그리고 문창진. 부상으로 인해 오래 쉬었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믿음이 가는 선수다. 기대한다.

후반 29분 역전 골이 터졌다. 신광훈이 오른쪽 라인에 걸쳐 있는 공을 집요하게 살려낸 뒤 안으로 파고 들어 크로스를 올렸고 고무고무가 이를 툭 건드려 골로 만들었다. 시원하게 그물이 출렁이지 않았지만 속 시원한 역전 골! 신광훈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만들어낸 골이었다. 고무고무도 잘 했고.


역전 골 후에도 포항은 신영준을 투입하면서 추가 골을 노렸지만 경기는 그대로 종료. 수원은 이 날의 패배로 자력 4위가 불가능해졌다. 포항이 FA컵 우승하면서 4위까지 ACL에 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북패에 밀려 간당간당하는 처지가 된 것. 서정원 감독 부임 후 패스 축구한다고 이것저것 해보는 모양인데 일단 뻥 축구는 좀 줄어든 것 같지만 수원타카네 뭐네 하기는 부끄러운 수준이 아닌가 싶다. 허리띠 졸라매네 어쩌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머니 파워를 가진 수원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여러가지로 부족한 올 시즌이다. 포항은 FA컵 우승 후 세 경기 내리 역전승을 일궈내며 우승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젠장할 울산이 당최 지지를 않는다. -_ㅡ;;;   울산은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 제발 남은 경기 다 져라. ㅠ_ㅠ


경기 끝나고 밖으로 나와 버스 타고 귀환. 간만에 빅버드 갔는데 이겨서 기분 좋았다. 생각해보니 빅버드 가서 진 적은 거의 없는 듯. ㅋㅋㅋ


전/후반 내내 반팔만 입고 응원한 탓인가 감기 기운이 있다. 보일러 빵빵하게 틀고 퍼질러 자야겠다. 울산이 하도 잘해서 더블 가능성이 줄어들긴 했지만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정말 대단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포항은 사장 마인드랑 쇼핑몰만 정신 차리면 딱 좋을텐데 말이지.




나중에 생각나서 추가로 몇 자 더 적는다. 수원 갔더니 파란 패팅 입은 사람들 정말 많더라. 예전에 이효리인가? 연예인들이 수원 패딩 롱 파카 입은 사진은 수두룩 하고. 전북도 『 1박 2일』에 이동국 나오면서 전북 패딩 입고 나왔고. 그런데 우리 포항은? 겨울에 입을만한 옷이 전혀 없다. 후드 티셔츠가 하나 있긴 한데 디자인도 구리고 한겨울에 달랑 그거 한 벌로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제대로 팔릴만한 상품을 만들 생각 안 하고 대충 구색 갖추기로 제품 만들고 자빠졌으니 팔릴 턱이 있나. -ㅅ-

그리고… 경기 보는 내내 황지수 선수에 대해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깜빡했네. 이 날 경기는 득점한 선수들이 주목을 받았고 베스트 일레븐에도 고무열, 신광훈, 이명주, 이렇게 세 명만 뽑혔지만… 내가 볼 때에는 황지수가 MOM이다. 엄청나게 움직이면서 상대 공격 중간에 다 끊었고 제대로 장악했다. 군 문제 때문에 공백이 있었던 선수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황지수 없었더라면 어찌 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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