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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등  산 』

지리산 2014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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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2010년에 처음 갔었다. 나름 산을 잘 탄다고 자부했기에 별 생각없이 갔었는데... 죽을 뻔 했다.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가자고 다짐한 게 있어서 다음 해에 또 갔다. 두 번째였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죽을 뻔 했다.


친한 동료들과 2년 연속으로 지리산에 올랐지만 3년째에는 혼자 갔다. 다음 해인 4년째에도 마찬가지. 그리고 5년째인 2014년이 되었다. 원래는 7월에 가려 했는데 태풍 때문에 취소했다. 덕분에 날린 돈도 제법. 그래도 태풍 뚫고 천왕봉에 오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ㅠ_ㅠ


사실은 언제 가야겠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가긴 가야지~ 정도였다. 2014년도 훅~ 가는구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9월이 되어버렸고... 다른 계획한 일들 때문에 9월 아니면 시간이 안 날 것 같았다.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매 년 가자 다짐한 지 5년만에 포기하는 건 뭔가 바보 같았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늘 오전에 출발해 오후에 중산리 도착, 로타리 대피소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천왕봉 갔다가 내려왔었는데... 올 해에는 근처에서 하루 자고 당일치기로 천왕봉 찍고 오는 계획을 잡았다.


출발 전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했는데... 중산리 쪽은 전혀 없다. 다른 쪽 게스트하우스도 죄다 네이버 까페로 운영이 된다. 네이버 까페는 회원 가입을 안 하면 이용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크다. 결국 별도의 홈페이지가 운영되는 숨 게스트하우스에 예약을 했다.


내비게이션에 찍어보니 티맵도, 아이나비도, 제대로 인식하고 안내를 한다. 천안-논산 고속도로 타고 내려가다가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바꿔 타 내려가니 이내 목적지 근처. 섬진강을 옆에 둔 채 정말 멋진 길을 달리다니보니 이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밖에서 보니 영락없는 모텔이라 좀 실망했다. 여행 경험 상, 모텔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치고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드물었기 때문. 그러나 실망도 잠시, 사장님이 친절히 맞이해주시며 이것저것 알려주신다. 근처 볼거리와 맛집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받은 후 밥 먹으러 나갔다.


『 1박 2일 』 촬영한 곳도 있고 이래저래 요란한데 그냥 좀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가서 비빔밥 시켰다. 재첩국과 은어 구이가 지역 특산 식품이라는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비빔밥을 추천해주셔가지고. ㅋ



첫 인상은 그닥이었으나 이후 무척이나 맘에 들게 된 숨 게스트하우스



쌍계사 보러 가는 길에 나온 차 문화센터. 너무 늦어서 구경은 할 수 없었다. ㅠ_ㅠ



짓다 만 폐 건물인가 싶었는데 유명한 회사의 리조트 같은 건가 보더라. 멋진 곳에는 어김없이 대기업의 편의 시설이 들어선다. 문제는 그 회사의 모든 직원이 아니라 일부 잘난 임직원들만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고. 쯧... -_ㅡ;;;



차 문화센터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보니, 정말 여기 살고 싶더라. 은퇴하고 나면 살고 싶은 곳으로 1위가 제주, 2위가 경주였는데... 확 바뀌었다. 여기가 은퇴 후 정착 희망 1위 동네다. 문제는 땅 값인데... 지금 평당 1,200만원이란다. 열 평 사도 120,000,000원. ㄷㄷㄷ



차 문화센터 앞의 멋들어진 조형물. 정말 잘 만들었다 싶더라. 아오~ 멋지구리.



정갈하게 음식이 나온다. 너무 뜨거워서 손에 들기조차 어려운 공깃밥을 탁! 쏟아붇고 슥슥 비비면... 하아~ 또 먹고 싶어진다. -ㅁ-   솔직히 말하면 비빔밥이야 거기서 거기다. 배 고프면 김치 넣고 고추장에 비벼 먹어도 맛있지 않은가?   사실 바짝 구워 나온 김은 언제 구운 건지 눅눅했고, 일부 반찬은 재활용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었다. 특히나 못 먹는 사람도 있다는 재첩국이 일품이었다. 왜 이걸 못 먹는 거지? 하긴... 회 좋아하는 사람들은 회 싫어하는 날 이해 못 하더라만은... -_ㅡ;;;



밥 먹고 근처 닭 집에서 후라이드 치킨 하나 시켜서 숙소로 돌아갔다. 그 넓은 숙소에, 나랑 사장님, 그리고 부산에서 목포까지 자전거 여행하는 젊은이, 이렇게 세 명 뿐. 싸들고 간 맥주와 치킨으로 수다 떨기 시작했다. 달려드는 모기와 매미(?)를 모른 척 하고 부지런히 홀짝거리다보니 더 먹을 게 없어졌고... 그렇게 23시가 안 되어 잠이 들었다.


자면서 몇 차례 깨다가... 시계를 보니 네 시다. 일어나야 한다 싶어 최대한 소리 안 내려 노력하며 짐을 챙겼다. 슬며서 밖으로 나오니 축구하러 나갔다던 매니저와 일행들이 여전히 음주 중인 모양. 모른 척 하고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고 출발했다.


고작 60㎞ 남짓인데 두 시간 걸린다고 나오기에 이상하다 싶더라니... 충분히 그럴만 하더라. 굽이굽이 산 길이라 당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새벽이라 맞은 편에 오는 차가 없어 하이 빔 켜고 달렸다. 한 시간 반 넘게 달리는 동안 맞은 편에서 온 차는 달랑 네 대. 그나마도 화개장터 지나서 본 거지, 청학동 가는 산 길에서는 차 냄새도 못 맡았다. 귀신 나올까 무서운 도로를 달려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여섯 시도 안 됐다. 주차장 입구가 공사 중이라 화장실 옆에서 주차 요금을 받았는데 5,000원이네. 원래 이렇게 비쌌나? 싶었는데... 예전에 다녀와 쓴 글 보니 그 때에도 5,000원이었다. ㅋㅋㅋ



깔끔한 게스트하우스 내부. 침대 매트리스에 스프링이 없어서 삐그덩~ 삐그덩~ 소리 안 나는 것도 좋았다.



바깥 풍경도 제법이었는데 어두운데다 사진 찍는 ×이 바보라 이렇게 밖에 안 나왔다. -ㅅ-



게스트하우스에서 중산리 넘어가는 도중 나온 터널. 『 릿지 레이서 』에 나오는 터널 같은 느낌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부시럭거리며 준비를 한 끝에 출발한 시각이 여섯 시 조금 전. 아직은 어둑어둑할 떄라서 랜턴을 비추며 걸어올라갔다. 스스로의 준비성에 감탄하면서. ㅋ


같이 출발한 아저씨 넷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지리산 처음 온 분들이었는지 금방 뒤쳐져 버려서... 결국은 혼자 올라갔다. 그닥 힘들이지 않고 칼바위 도착하니 출발한 지 30분 밖에 안 지났다. 잠깐 쉬다가 다시 출발. 로타리 대피소 코스를 선택해서 올라갔다. 중간중간 경고 안내판이 더 늘어난 것 같아 심호흡도 해가면서 천천히 간다고 갔는데... 두 시간도 안 걸려서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해버렸다. -ㅅ-


짐 내려놓은 뒤 물 떠서 꿀꺽꿀꺽 마시고... 다시 물 받아서 바로 쿡으로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치이익~ 하며 끓는가 싶더라니... 10분이 지났는데도 라면이 딱딱하다. 고체 팩 하나를 더 까서 넣고 다시 10분 정도 기다린 뒤 젓가락으로 쿡쿡 쑤셔보니 그럭저럭 익은 것 같다. 참치 통조림 까넣고 초고열량 라면 흡입!!!


먹고 있는데 단체로 온 학생 팀이 식사하려고 내려왔기에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었다. 천왕봉을 향해 출발!!!



휑~ 하다 했더니 법계사 쪽 일주문이 사라지고 없다. 태풍에 날아갔단다. 다시 짓겠다며 박아놓은 구걸 판때기.



이런 건 못 본 것 같은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가? 예전 사진 확인해보니 뭔가 좀 다르다.



한 쪽으로만 저렇게 가지 뻗어나간 나무 보는 것도 흔한 경험은 아닐 게 분명하다. 신기하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중간 중간 가쁜 숨 몰아쉬며 올라갔다. 그렇게 천왕봉에 도착하니... 열 시가 채 안 됐다. 네 시간도 안 걸려 천왕봉 찍은 셈. 뭔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ㄷㄷㄷ





정상에 도착했으니 인증 샷을 찍어야 하는데... 학생 떼(?)들이 바글바글해서 당최 인증 샷을 찍을 수가 없다. 가방을 보니 인천ㅎㅁ학교라고 박혀 있는데... 뉴스의 조폭 관련 기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용을 등에 제대로 모신 학생이 웃통 까고 있는 거라던가, 입에 걸레 물고 욕 콤보 내뱉던 여학생을 보니 무슨 대안 학교인 모양이다. 방금 확인해보니 맞는 듯. 아무튼... 수십 명의 학생들이 바글바글하다보니 당최 사진을 못 찍겠다. 한, 두 명이라야 비켜달라 하지.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볼까 싶기도 했는데 계속 올라오는 거 보고 포기했다. 나보다 먼저 정상 밟은 부부로 추정되는 커플도 이내 포기하고 내려가더라.



인증 샷 포기하고 올라왔다는 증거나 남길 겸 엉뚱한 사진이나 찍은 뒤 장터목 코스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멋있다고 찍어보지만 예전 사진들이랑 같이 보면... 결국 늘 같은 곳에서 늘 같은 구도로 찍게 된다. -ㅅ-



내려가는 도중에도 인천ㅎㅁ학교 학생들이 계속 올라왔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툴툴거리는 학생들이 있어서 "조금만 더 가면 되요, 힘 내요~" 했더니 "뉘에~ 뉘에~ ..." 하며 시비 조로 건들거리는 학생이 있더라. 예전 같으면 이런 ㄱㅅㄲ가... 라며 험한 말 나갔을텐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싶더라. 심지어 나도 이제 저런 애들 보면서 욕할 궁리나 하는 꼰대가 되었고나 싶어 좀 슬퍼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계속 하산하는데... 헐! 초절정 꽃미녀 발견! 역시나 그 학교 학생인 것 같았다. 누가 꽂아주었는지 귓 등에 코스모스 한 송이 꽂고 올라오는데... 와~ 진짜 이쁘더라. 이게, 그 뭣이냐, 이성으로 이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쁜 인형 보고 와, 이쁘다~ 하는 그런 느낌? 이쁘게 생겼으니 찝적거려보자~ 이런 게 아니라 그저 이쁘다, 그런 느낌? 글로 쓰자니 설명이 안 되는데...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드는 여학생이었다. 지나치고 난 뒤 장터목 가는 내내 사진 한 장 같이 찍자 할 것을... 하고 계속 후회했다. -ㅅ-


장터목 도착하니... 지난 해에 못 봤던 취사장이 새로 생겼다. 그리고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화장실 다녀와서 물 뜨려고 하니... 물 뜨는 곳이 바뀌었다. 그런데 임시 취수장 안내 판때기만 보이고 물 뜨는 곳이 안 보이는 거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매점에서 게토레이 네 캔 사서 수통에 채워넣고 나오니까 그제서야 물 뜨는 곳이 보인다. -ㅅ-


원래는 뭣 좀 먹고 내려가려 했는데 앉을만한 곳에는 죄다 사람이 있어서... 목만 축이고 바로 내려갔다.



한참 내려가다보니 유암 폭포가 등장. 며칠 전 비가 와서 그런가 수량은 부족해보이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짐을 줄여야겠다 싶어 도시락을 꺼냈다. 발열팩을 확 잡아당기고 멍 때리고 있는데... 혹시라도 곰 나오면 어쩌지? 싶어서 밥 먹는 내내 이리저리 둘러보며 먹었다. -ㅁ-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다. 밥 먹으려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안개인지 구름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몰려 왔다.





유암 폭포에서 밥 먹은 뒤 계속 하산. 한참을 힘겹게 내려와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13시다. 천왕봉까지 왕복에 일곱 시간 밖에 걸리지 않은 셈. 그것도 밥 먹으며 쉬엄쉬엄 다녀온 건데... -ㅅ-


처음 갔을 때 비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발전이다.



정리하고 집에 오니 대략 700㎞ 쯤 움직였다. 하아~ 힘들었어. ㄷㄷㄷ



집에 와서 짐 풀고... 씻고...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고... 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뒤늦게 몰려오는 근육 통과 피곤... 널부러져 자버렸다. 힘들었어...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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