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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등  산 』

지리산 2017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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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선배와 매 년 지리산에 가자고 약속했던 게 2010년. 멤버가 바뀌기도 했고 다들 바빠서 혼자 가기도 했지만 6년 동안 한 번씩 꼬박꼬박 갔었드랬다. 그러다가 지난 해, 그러니까 2016년에 바쁘다는 핑계로 못 갔다. 올 해에도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딱히 언제 가야겠다고 마음 먹지 않았다. 한 번 빼먹었더니 이렇게 된다. 그러다가... 속상한 일도 있고 그래서 이틀 쉴 때 다녀오자고 마음 먹었다. 처음에는 로타리 대피소에서 자고 장터목 거쳐 내려오는 코스로 계획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다녀와서 바로 출근하려면 피곤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계획을 바꿔 당일치기로 마음 먹었다. -_ㅡ;;;

 

처음 지리산 갔던 2010년에 다녀와서 썼던 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20만원 넘는 나이키 에어 조던 ⅩⅩⅠ을 신고 다녀왔었습니다. 덕분에 아끼는 운동화는 걸레가 되어버렸...

 

스스로 산 잘 탄다 자부하면서 만만하게 보고 갔다가 큰 코 다쳐 온 뒤 울컥하며 쓴 글이라 무려 네 편이나 됩니다!

1. http://pohangsteelers.tistory.com/396

2. http://pohangsteelers.tistory.com/397

3. http://pohangsteelers.tistory.com/398

4. http://pohangsteelers.tistory.com/399

 

 

2011년에는 백령도에서 일할 때였는데 배 타고 나와 다녀왔었습니다. 지금 하라면 저렇게까지는 안 갈 거 같은데... -_ㅡ;;; 아무튼, 그 때 다녀와서 쓴 글은 여기 → http://pohangsteelers.tistory.com/667

 

2012년에는 같이 갔던 사람들이 죄다 바빠서 혼자 갔습니다. 2010년, 2011년 멤버들은 다들 연애하느라 바빴는데 그 때 애인이 지금은 다들 부인이 되어 있네요. 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독거 노인입니다. 즐거운 고독사 예약자~ 룰루~ -ㅅ-

 

다녀와서 쓴 글 → http://pohangsteelers.tistory.com/882

 

2013년에도 혼자 갔었습니다. 더 미루다가는 올 해 못 간다 싶어 서둘러 간 거였는데 12월이 다 되었을 때였기 때문에 지리산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었거든요. 로타리 대피소까지는 그냥저냥 갈만 했는데 로타리 대피소부터 천왕봉까지는 아이젠 없으면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9,000원 주고 아이젠 사서 신은 뒤 새벽에 올라갔습니다. 이 때 처음 일출을 봤습니다. 어찌나 힘들었는지 장터목 대피소 거쳐서 내려오는 걸 포기하고 다시 로타리 대피소 쪽으로 내려간 뒤 순두류 코스로 중산리까지 갔네요. http://pohangsteelers.tistory.com/965

 

2014년에도 역시나 혼자 갔습니다. 이 때가 첫 당일치기였습니다. 2013년 제외하면 중산리 → 로타리 대피소(1박) →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코스였는데, 이 때에는 화개장터 근처의 숨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새벽에 출발. 코스는 그대로였지만 1박 안 하고 그 날 천왕봉 찍고 바로 내려왔습니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017

 

내리 3년을 혼자 가다가 2015년에는 파티 생성에 성공. 여러 번 다녀와서 익숙해서인지 힘들지 않았는데... 체력으로는 남한테 질 거라 생각 안 했던 선배가 너덜너덜해진 걸 보고 세월의 무서움을 느끼게 됐습니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130

 

 

퇴근하고 와서 노트에 준비물을 대충 적어봤다. 대부분이 갈아입을 옷. 1박을 한다면 대피소에서 먹을 술이나 간식 거리 따위가 필요하지만 당일치기니까 먹을 건 휴게소에서 대충 사서 가면 되겠다 싶더라. 첫 날은 이거, 그 다음 날은 이거, 마지막 날은 이거, 하는 식으로 옷을 챙기고... 물통이랑 고체 연료로 라면 끓일 수 있는 도구를 챙겨 배낭을 꾸렸다.

다음은 숙소. 예전에 몇 번 신세 진 적 있는 숨 게스트하우스로 갈까 했는데... 숨 게스트하우스는 전라남도 구례, 중산리는 경상남도 산청이다.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중산리 근처에 게스트하우스 없나? 하고 검색해보니 '황금능선 게스트하우스'라고 있다. 2015년이나 2016년에 오픈한 듯. 다녀온 사람들 후기가 많지 않아서 조금 불안하긴 했는데 새벽부터 두 시간 운전하고 가느니 중산리 바로 아래에서 자면 좋겠다 싶어 예약을 시도했다. 22시가 다 된 시각이라 문자 메시지로 예약 가능하냐고 보냈는데... 답장이 없다.

 

하아~ 어쩔 수 없이 숨 게스트하우스로 가야 하는 건가? 라 생각하면서 잠들었고 다음 날 해 뜨기 전에 미리 싸놓은 짐을 들고 출근. 오전에 문자 메시지를 늦게 확인했다며 황금능선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기에 전화로 오늘 가겠다 하고... 칼날 같은 퇴근하면 바로 내려갈 계획이었는데 퇴근이 한 시간 미뤄졌다.

 

17시 땡! 하자마자 바로 출발. 차는 꽤 많았지만 막히지는 않았다. 100㎞/H까지는 꾸준히 못 밟아도 90㎞/H 정도는 밟으면서 갔던 것 같다. 경부 고속도로 타고 내려가다가 대전-통영 고속도로 넘어가니까 차도 확 줄어들고 한적하더라.

 

Landrover나 Jeep 같은 수입 차는 안 그런데 조선 땅에서 만든 SUV들은 어찌 그리도 눈 부신지... 뒤에서 쫓아오는데 저 ××가 하이 빔 켜고 쫓아오는 건가? 싶어 후방 안개등 켤까 말까 계속 고민하면서 달렸다. 라식 수술하고 나서 확실히 눈부심이 더 심해진 듯 하다. 아무튼.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덕유산 휴게소에 들렸다. 덕유산 휴게소는 처음 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밥 먹으려고 메뉴판 앞에 섰을 때가 되서야 예전에 온 적이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잠시 고민하다가 해물 순두부 찌개를 주문했는데... 음식 받고 나서야 한 번 온 것도 아니고 여러 번 왔었고나! 하고 깨닫게 됐다. 올 때마다 해물 순두부 찌개 시키고 다시는 여기서 해물 순두부 안 먹겠다 다짐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게 한참 늦게야 기억난 거다.

 

 

메뉴 이름은 해물 순두부인데... 해물이라고는 홍합 하나랑 게 ¼ 조각이 전부다. 그 게라는 녀석도 미세 먼지만한 크기. 아니,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사이즈를 잡아도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건 뭐, 미취학 아동 게도 아니고 갓 젖 땐 유아, 아니 영아급 게다. 예전에도 이 자리에서 이거 먹으면서 후회했더랬는데... 하면서 꾸역꾸역 먹었다. -_ㅡ;;;

 

덕유산 휴게소에서 시키면 열에 아홉은 후회할 게 분명한 음식. 해물 순두부 찌개 되시겠습니다. 저는 입이 워낙 저렴한지라 조미료 맛 많이 나면 맛있다고 하는 사람인데... 해물 순두부 찌개에는 이름의 받침 갯수만큼만 해물을 넣어야 한다는 규정 따위라도 있는 건지 씹을 건덕지가 없습니다. 그나마 두부는 오질라게 커다란 거 들어있긴 했습니다만.

 

밥 먹고 나서 편의점에 가 군것질 거리랑 음료수 샀는데... 카운터에 있는 처자가 정신없이 자고 있다. 깨우기 미안하긴 했지만 계산 안 하고 튈 수 없으니... -ㅅ-

적당히 더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왔다. 밤에 지방 국도 달리는 건... 외롭기도 하고 뭔가 튀어나올까봐 쫄리기도 하고. 맞은 편에서 하이 빔 안 끄는 씨앙노무 ㅅㄲ들 욕하면서 부지런히 달리다가... 편의점에 들려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숙소 근처에는 가게다운 가게가 없다는데 도로 분위기 상 계속 가봐야 슈퍼마켓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거다. 그래서 티맵 실행한 다음에, 음성으로 "가까운 편의점" 했더니... 오~ 인식하고 근처 편의점으로 안내를 한다. 세상 참 좋아졌도다. ㅋㅋㅋ

 

편의점에 가서 숙소에서 마실 맥주랑 산에서 먹을 참치 통조림 따위를 사고... 스마트 폰으로 계산하면서 적립해달라고 했는데 적립이 안 된단다. 응? "왜 안 되나요?" 하니까 SK 카드로 적립이 된단다. 세상에. CU 편의점에서 CU 카드로 적립이 안 되고 SK 카드만 적립이 된다니.

 

아무튼... 계산하고 나와 다시 가던 길 계속 갔다. 가게 같은 거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다 보니 나오긴 하더라. 밤 길이긴 하지만 여러 번 왔던 길이라 조금은 익숙하다. 중산리 주차장 조금 못 미쳐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까페에 앉아 계시던 사장님이 오셔서 안내를 해주시는데... 예상한대로 아무도 없다. 전세 냈다. ㅋ

 

간단히 안내를 해주신 사장님이 나가시고... 혼자 남았다. 잘 됐다,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나 찍자! 하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전원을 켰는데... 켰는데... 메모리 카드가 없다는 오류 메시지. 응?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잽싸게 아래 쪽 슬롯을 보니... 메모리 카드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공기만...   그러고보니 며칠 전 책상 정리하다가 64GB SD 카드 보고 나한테 64GB 메모리 카드 남는 게 있었나? 하고 서랍에 넣었던 기억이 났다. 그 전에 찍었던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고 난 뒤 카메라에 돌려놓는 걸 깜빡한 모양이다. 하아~   동영상도 좀 찍고 해서 마사미 님에게 보내볼까 하고 배터리도 세 개나 더 들고 갔는데... 이런 바보 같은... 어쩔 수 없이 스마트 폰으로 찍어야 했다.

 

 

간단한 먹을 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기가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진다. ㅋ

 

 

나무로 된 2층 침대가 있고 바닥에서도 잘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문 바로 옆이 능선 1호.

 

 

그 옆이 2호.

 

 

내가 자는 방은 능선 3호의 바닥.

 

 

그 옆이 화장실 겸 세면장.

 

 

오른쪽에 화장실과 세면장이 더 있다.

 

 

좁고 깊은 화장실. 문을 미처 잠그지 않고 항문에 힘 쓰다 누군가 문을 벌컥! 열 경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여기는 능선 4호.

 

 

얼음도 나오고 직수 어쩌고 하는 요즘 정수기가 보면 바로 아이고, 조상님~ 할 정도의 연륜을 자랑하는 정수기도 있고.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우와~ 생활관 문 열었더니 제대 일주일도 안 남은 병장 스무 명 바글거리는 거 보는 것 같다.

 

 

책 제목과 출판사 이름까지도 모조리 한자로 쓰여있는, 종이 커버 있는 삼국지라니... ㄷㄷㄷ

 

 

응? 이게 누구신가?

 

 

이상호 기자 젊었을 때 아니라고? ㅋ

 

 

그렇게 게스트하우스 사진을 좀 찍다가... 아, 야구! 하고 잽싸게 텔레비전을 켜니 한국 시리즈 2차전이 진행 중이다. 8회말에 김주찬의 기똥찬 득점 장면을 보고. 양현종의 역사에 길이 남을 완봉승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야구 보면서 맥주 홀짝거렸더니 500㎖ 맥주 세 캔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찍 자야겠다 싶어 텔레비전과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산에 가지고 갈 짐과 차에 두고 갈 짐을 대충 구분해서 정리하고... 보조 배터리랑 스피커랑 스마트 폰 충전하려고 하는데... 마이크로 5핀을 USB C 타입으로 변경해주는 젠더가 없다. 차에 있긴 한데... 그 시각에 가지러 내려가는 게 불편하다. 그래서 스마트 폰은 다음 날 올라가면서 보조 배터리로 충전하자! 라 생각하고 그냥 잤다. 새로 사서 그 날 깔았다던 전기 장판이 뜨~ 끈! 뜨~ 끈!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잤지만 여섯 시에 일어났다. 어찌나 따뜻한지 이불 밖으로 나오기가 싫더라. 그래도 안 갈 수 없으니 적당히 뮝기적거리다가 대충 준비해서 밖으로 나왔다. 차에 가방을 던져놓고 도시락을 기다렸다. 5,000원을 내면 도시락을 싸준다고 하셔서 체크 인 하면서 부탁드렸던 터였다. 준비하고 계시기에 주변 사진을 좀 찍었다.

 

 

 

 

사진 찍고 있는데 개가 미친 듯 짖어댄다. 이 자식이, 어제는 꼬리 살랑 살랑 흔들면서 친한 척 하더니 으르렁거리면서 짖고. 최근 개들이 사람 물었다는 뉴스가 머리 속에 떠올라서... 근처에 안 가고 쫄아서 계단에 서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을 받아들고 출발. 금방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 요금을 내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잽싸게 들어가 주차했는데... 돈 받으러 온다. -ㅅ-   5,000원 냈다. 그나저나... 내 차가 뭔지도 모르는데 내가 주차 요금 냈는지 안 냈는지 어떻게 알아? 어떤 차에는 주차 요금 정산하고 나가라는 안내문 붙어있긴 하던데... 아무튼 혹시 몰라서 영수증 잘 챙겨넣고 출발.

 

 

예전에는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상태였던 안내도는 제대로 된 녀석으로 다시 붙어 있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여전히 맑다. 엄청나게 차갑겠지.

 

 

반대 쪽은 단풍이 제대로 들었다. 빨갛고 노랗고.

 

 

여기는 원래 에어 건이 있어서 흙이나 먼지를 털 수 있었는데 다 제거되고 없었다.

 

 

여기가 출발점. 시계를 건드려 운동량 측정을 시작했다.

 

 

단풍이 멋지다. 장비만 제대로 있다면 여기서 1박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이렇게 경사로가 생겼다. 휠체어 때문은 아닐 것이고.

 

 

예전에는 꽃이나 나무 보면서 감탄하지 않았는데... 이제 늙어서 이런 거 보면 그저 멋있고 예뻐 보인다.

 

 

심. 장. 돌. 연. 사. 쫄았다.

 

예전에 로타리 대피소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저씨가 119 구급대에 실려가는 걸 본 적도 있고... 아무 증상 없던 사람이 갑자기 가슴 쥐고 쓰러지더니 죽었다는 글도 여러 번 보았고... 아버지도 주무시다가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셨고... 나는 최근에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고... 살은 뒤룩뒤룩 쪘고... 무서웠다. -ㅅ-

나는 스스로 산 잘 탄다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브레이크 밟을 줄 모르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오르는 거였다. 50분 올라가면 10분 쉬는 게 정상인데 나는 쉴 타이밍을 제대로 못 잡고 그냥 막 올라가는 거다. 목적지 도착해서 길게 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인 거지. 젊었을 때에는 그게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그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더라. 그래서 조금 가다가 심장이 과하게 쿵쾅거린다 싶으면 멈춰서 쉬었다.

 

 

예전에는 없던 시설인데 여러 군데 생겼더라. 조심해야 한다.

 

 

하늘로 통한다는 뜻으로 지은 것이겠지. 하지만 황천길로 읽는 게 나을 것이다.

 

 

출발한 지 30분만에 칼바위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는 예전 페이스 그대로다.

유니클로 울트라 어쩌고 하는 얇은 패딩 입고 있었는데 여기 도착하기 전에 더워서 벗어버렸다. 반 팔 티셔츠에 반 바지 차림으로 올라갔다.

 

 

이름 새긴 ㅄ ㅅㄲ들은 잘들 살고 있는가?

 

 

전 날은 제법 흐렸는데 이 날은 날씨가 어찌나 화창한지, 하늘이 정말 파랗더라.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였는데 금방 하얀 구름이 몰려들기도 했고.

 

 

예전에는 산에 오르면서 스피커로 트로트 듣는 사람들이 당최 이해가 안 됐는데... 혼자 오르려니 영 심심하더라. 이어폰은 위험하고. 그래서 나도 중간부터 블루투스 스피커로 팟 캐스트 들으며 올라갔다. 혹시나 남들한테 피해가 될까 싶어 반대편에서 누가 오거나 뒤에서 발소리 나면 잽싸게 일시 정지 누르고.

 

두 시간 채 안 걸려서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했다. 학교에서 왔는지 학생 무리가 잔뜩 있더라. 급똥 시그널이 와서 가방을 뒤졌는데... 분명 챙긴 걸로 기억하는 물티슈가 없다. 부랴부랴 대피소에서 휴지를 사서 화장실로.

볼 일 보고 나와 물 뜨러 올라갔다. 고여 있는 물을 바가지로 퍼서 손 씻고. 물 뜨려고 보니 너무 졸졸졸 나온다.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서 두 모금 마실 정도만 물통에 담은 뒤 다시 대피소로 내려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싸준 도시락. 아~ 진짜 꿀맛이었다. 주먹밥도 맛있었고 계란도. 무엇보다 오징어 젓갈이 일품이었다.

밥 먹고. 대피소에서 물이랑 커피 사서 커피도 마시고. 30분도 채 쉬지 않고 다시 출발했다.

 

 

태풍으로 날아갔다던 법계사 입구가 다시 생겨났다.

 

 

지리산 여러 번 오면서 법계사는 한 번도 안 가봤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싶어 들렀다 가기로 했다.

 

 

 

경치는 일품이었지만... 법계사는... 역시나 별로다. 입구에서부터 절 안의 모든 공간이 돈 좀 줘, 돈.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로타리 대피소 위 쪽에 경남은행이 설치했다는 식수대는 물이 너무 졸졸졸 나온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거기서 물 뜨기 힘들다면 법계사 안에서 뜨는 것도 나름 요령이다. 다만 로타리 대피소에서 법계사 식수 있는 곳까지는 꽤 거리가 있으니까 큰 물통을 가져가거나 물통 여러 개를 가지고 가서 한 번에 떠오는 게 요령.

 

 

 

 

불교랑 삼신할매랑 뭔 관계가 있는 건지.

 

 

 

그렇게 짧디 짧은 법계사 구경을 마치고 다시 산을 오른다.

 

 

아... 경치가 진짜...

 

 

 

 

다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이 너무 쿵쾅거리고 뛰기에 바위에 널부러져 누웠다.

 

 

 

 

 

 

마지막 고비. 넓적다리가 저릿저릿해오고 종아리가 미친 듯 당겨왔다.

 

 

마지막 고비를 이겨내고 드디어 정상에 도착.

 

저 정상석을 저렇게 사람 없이 찍으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정상에 도착한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 찍으려고 정상석을 둘러싸고 난리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에도 사진에 환장한 아주머니 한 분이 미친 듯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적당히 찍었으면 비켜줄만도 한데 당최 비킬 생각을 안 해서 여러 명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 꼴이 얄미워서 내가 가방 내려놓은 곳으로 가 사진 찍으면서 가방 좀 치워줬으면 하고 눈치를 주기에 못 본 척 하고 가만 있었다. -_ㅡ;;;

 

 

뭔 헬리콥터가 계속 오르내리더라니... 835㎏짜리 흙더미를 두 개씩 달고 와 정상 아래 쪽에 내려놓고 가고 있었다.

 

 

 

 

 

 

 

정상석 사진 찍고... 소원 빌고 나니 딱히 할 게 없어서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만날 찍는 사진이지만 또 찍는다.

 

하산하면서 찍는 사진은... 항상 같은 곳에서, 항상 같은 구도로 찍게 된다. 저번에도 찍었는데~ 하면서도 말이다.

 

 

 

 

일본어 안내가 되어 있어서 신기해서 찍었다.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온 뒤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라면 먹을 준비를 했다. 고체 연료 같은 것에 물을 부으면 잠시 후 열이 나면서 음식이 데워지는 건데... 안 된다. 맞아. 지난 번에도 안 됐지. 하고 여분으로 가져간 걸 새로 까서 넣었는데... 여전히 끓는 기미가 안 보인다. 그런데 그 때. 먼저 넣었다가 안 되서 버리려고 꺼내놓은 발열팩에서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김이 미친 듯 올라온다. 아... 한~ 참 기다려야 하는고나. -ㅅ-

그렇게 10분 넘게 기다려서 결국 미지근하게나마 라면이 익었다. 거기에 참치 통조림 까넣고... 후루룩~ 후루룩~ 먹고 있는데 앞 쪽에서 식사 마친 아저씨께서 커피 한 잔 하라며 주신다. 산에서 먹는 건 다 자기가 짊어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인심이 참 고맙다. 밥 먹고 커피까지 잘 마셨다. 잘 마셨다고 인사한 뒤 중산리로 내려가기 시작.

 

팟 캐스트 방송 들으며 부지런히 내려갔다. 중간에 좀 쉬어야 했지만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 뿐이어서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 양 쪽 엄지 발가락은 계속 아파오고... 종아리와 넓적다리, 무릎의 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유암 폭포에 들러 발이라도 담글까 했지만 나보다 먼저 내려간 사람이 있어서 그냥 사진만 찍고 다시 출발.

 

 

 

 

저 엄청난 돌탑은 볼 때마다 기괴하다. 밤에 보면 정말 무서울 듯.

 

 

 

그렇게 한참을 더 걸어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GPS로 기록된 경로는 이렇다.

 

 

대략 여덟 시간 걸렸으니 한 시간에 10%씩 배터리 까먹는 듯 하다.

 

 

 

딱히 등산이 없어서 달리기로 찍어 놓고 움직였더니 이렇게 기록이 되었다.

 

 

오른쪽 선이 중산리 입구에서 칼바위까지 간 거. 왼쪽 선은 내려온 코스.

 

 

이건 로타리 / 장터목 갈라지는 삼거리 부분이다.

 

 

로타리 대피소 도착해서 물 뜨네 뭐하네 하면서 왔다갔다 한 기록.

 

 

천왕봉 찍고 하산한 기록.

 

순토는 1002kcal 소모한 걸로 나왔다. 인바디 밴드는 27264보 걸은 걸로 인식, 1086kcal 소모한 걸로. 등산 내내 들고 있거나 배낭에 넣어 놨던 스마트 폰은 1123kcal 소모했다고 뜬다. 대충 엇비슷하다. 개인적으로는 순토 자료가 가장 신뢰할만 하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 폰은 산에 오르면서 따로 운동 모드를 누르거나 전용 앱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날 움직인 게 다 합쳐져서 조금 더 나온 게 아닌가 싶고.

 

다리 지나 야영장 입구에서 칼바위까지 30분. 칼바위에서 로타리 대피소까지 한 시간 10분 정도? 출발해서 로타리 대피소까지 걸린 시간이 두 시간 채 안 걸렸습니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두 시간 남짓. 천왕봉에서 장터목 대피소 거쳐 중산리까지 내려오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올라갈 때에는 힘들 때마다 중간 중간에 1, 2분씩 쉬었고요. 내려올 때에는 장터목 대피소에서 밥 먹은 거랑 유암 폭포에서 사진 찍으려고 멈칫 한 거 말고는 한 번도 안 쉬고 왔습니다. 그 덕에 지금 넓적다리, 허벅지, 종아리,... 다 너덜너덜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중산리 주차장 도착. 쓰레기 보여주고 그린 포인트 적립할까 하다가 관뒀다. 차로 가서 티셔츠랑 신발만 갈아 신고 바로 출발. 포항 고모한테 도착하니 19시가 다 되었다. 밥 먹고 씻은 뒤 고모랑 잠깐 얘기 좀 나누다가 잤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나 밥 먹고 바로 올라왔다. 아, 포항 갈 때 중간에 와촌 휴게소에 들러 또 순두부 찌개 먹었는데... 여긴 완전 라면 국물이다. 조미료 맛이 너무 쌔다. 그나마 새우 세 마리 들어 있었고 조개는 껍데기 없이 살만 있는 걸로 두 마리. 끝. 휴게소 순두부 찌개는 필패다. -_ㅡ;;;

 

아, 그리고... 올라오다가 속리산 휴게소에 있는 주유소에서 차 밥 먹였는데... ℓ당 1,156원이었다! 응?   셀프라 해도 너무 싸잖아? 100원 더 붙여도 일반 주유소보다 싼 가격인데? 아무튼... 좋다고 기름 넣고 출발하려는데 일하시는 분이 휘발유 차 아니냐고 하셔서 경유 차라 하고... 마음 같아서는 큰 고무 대야에 기름 좀 사재기 했음 좋겠다 생각하면서 출발했다.

 

 

이렇게 써야지, 저렇게 써야지, 계획이 무궁무진했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만사 귀찮다. 거기에다 토트넘[각주:1]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할 시각이 다가오고 있다. 대충 마무리 짓고 축구 보다 자야겠다. 다음에 시간 나면 손 좀 보겠다는 거짓말은 이제 안 하련다. 이렇게 한 번 쓰고 나면 나중에 다시 안 고치게 되더라고. -_ㅡ;;;   끝.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들고~ 그저 마우스 왼쪽 버튼 한 번 누르면 그만~

아↓래 하♥트 클릭해주시면 엄~ 청~ 감사합니다

  1. 토트넘이 맞는 표기라고 함. 토튼햄은 틀린 표기라고.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7042170391?nv=o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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