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제주 원정에 맞춰 제주도 놀러가는 게 올 해로 3년째입니다. 수입이 괜찮은 자영업자라면 전국 팔도를 쫓아다니겠지만 아쉽게도 직장에 묶인 몸이다보니 모든 경기를 쫓아다닌다는 건 그야말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 그나마 대전 위 쪽으로라면 근무 빠질 수 있는 날에 한해 쫓아다니려 노력 중입니다. 유일한 예외가 제주인데요. 제주는 멀긴 하지만 여행 겸 매 년 가려고 합니다. 갈 때마다 새롭고 늘 다른 느낌의 여행지라서 그런지 자주 가도 즐겁네요. 아무튼... 올 해에도 제주 원정 쫓아갔다 왔습니다.
사진은 1,000장 가까이 되는데 그 중 포커스 나가고 손가락 찍힌 것들(-_ㅡ;;;) 제외하니 500장 정도 되더라고요. 중복되는 거 빼고 올릴만한 거 추려내니 300장 훌쩍 넘어가네요. 처음에는 300장 다 올렸는데 글 쓰면서 만사 귀찮아져서 또 줄였습니다. ㅋㅋㅋ 아무튼, 예전 같으면 여러 개로 글을 나눠 썼겠지만 이번에는 한 번에 길게 쭈욱~ 뽑아보려 합니다. 큰 제목 달아서 원하는 부분만 볼 수 있게끔 하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경로 정도는 써야 보시는 분들 편하지 않을까 싶어 일단 여행 경로부터 적어볼께요. Ctrl+F 눌러서 원하는 부분만 찾아보시거나 스크롤 바로 주르륵 내려가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째 날 : 공항 → 새별오름 → 신선 식당 → 추사관 → 알뜨르 비행장 → 백조일손지묘 →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둘째 날 : 산방산 일대 → 용머리 해안 → 하멜 상선 전시관 → 보문사 & 산방산 굴 → 공항 → 부르네 활전복
→ 곽지과물해변 → 박물관이 살아있다 → 글로리힐 펜션
셋째 날 : 우도 → 덕성원 → 제주 월드컵 경기장 → 가름 게스트하우스
넷째 날 : 엉또 폭포 → 쇠소깍 → 성산 일출봉 → 아부오름 → 다랑쉬오름 → 동문 시장 → 오션뷰 펜션
뭐, 대충 이런 여정이었습니다.
여행 준비
여행에 있어 가장 신나고 즐거운 때는 출발 전이 아닐까 합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멋진 풍경에 감탄하고 맛있는 음식에 놀라며 일행들과 사진 찍는 즐거움도 꽤 크겠지만 상상 속으로 여행지를 그려보는 출발 전의 두근거림에 비할 바가 될까요?
10월 제주 원정에 맞춰 여행을 가겠다고 큰 계획만 짜놓고 세부적인 움직임이 전혀 없다가 20년 넘게 만나온 Fire Egg Friends들이 함께 가는 걸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거기에 맞춰 비행기 표와 숙소 예약이 진행되면서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무척이나 더디 가는 것 같고 뭔가 빼놓은 건 없나 불안한 마음도 들고.
비행기 표 같은 경우는 인터파크와 땡처리닷컴 두 군데를 띄워놓고 알아봤습니다. 공항 이용료와 유류 할증료를 포함해서 3만원에 다녀온 기억이 생생하기에 그 이상은 무조건 비싸게 느껴지더라고요. 돈을 아끼려면 화요일에 갔다가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오는 게 딱인데 그렇게 하면 토요일에 있는 포항 경기를 못 보니까 안 되겠고... 한참을 쪼물딱거리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 왔다갔다 하면서 부지런히 알아봐서 결국 제주 항공 비행기로 왕복 표를 끊었습니다. 갈 때 4만원, 올 때 6만원. 사실 일요일에 돌아와서 월요일 하루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일요일 항공권이 너무 비싸서 친구들과 상의한 끝에 월요일에 일찍 돌아오는 걸로 잡았어요.
마지막 날 제주 지방 뉴스에서도 다루던데 항공사 담합 의혹이 있지요. 당연히 걔네들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미리 짜지 않고서야 어찌 백 원짜리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을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세월호 사고 여파 때문인지 비행기 수요가 많아 요금이 제법 비싸진 것 같더라고요.
숙소는... 혼자 갔으면 망설임 없이 게스트하우스 잡았을 건데 친구 녀석들은 꼰대화(化)가 상당히 진행되어 그런 분위기를 거북스러워 하더라고요. 그래서 쿠× 이용해서 펜션 잡고, 하루만 게스트하우스 잡았는데 그나마도 4인실 통째로 다 빌렸습니다. -ㅅ-
식당 같은 경우는 한 군데 제외하고는 따로 안 잡았네요. 맛집에서 먹으나 동네 식당에서 먹으나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저질 입맛이라서 그냥 가다가 내키는 식당으로 가자는 쪽으로... ㅋㅋㅋ
출발
출발 전 날, 미리 작성해놓은 체크 리스트 하나씩 지워가며 짐 꾸리고... 의외로 뚱뚱해진 가방을 보며 캐리어를 하나 사야 하나 고민을 했더랬죠. 그리고 게임 찔끔 하다가 이것저것 깨작거리다보니 새벽 세 시. 자야 하는데, 자야 하는데, 하면서 안 자다 보니 일곱 시. -ㅅ- 결국 자는 걸 포기하고 날 밤 꼴딱 깐 뒤 샤워하고 집을 나섭니다.
간발의 차이로 시내 가는 버스를 놓쳤지만 아침이라 버스가 금방금방 오더라고요. 잠깐 기다렸다가 다음 버스를 탔는데... 그랬는데... 버스 타고 나서 집에 DSLR 두고 온 게 생각 났습니다. ㅠ_ㅠ 내려서 다시 가면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바로 포기해버렸네요. 포기는 빠를수록 좋죠. 편해요. ㅋㅋㅋ
밤에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인지 버스에 타자마자 폭풍 수면에 빠졌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내릴 때가 되어 잽싸게 하차. 걸어서 공항 버스 타는 곳에 가니 마침 버스가 와 있더라고요. 바로 탔습니다. 그리고 나서 태블릿도 놓고 온 게 생각났네요. 아... 체크 리스트는 왜 만든 건가... ㅠ_ㅠ 빠른 포기에 이은 폭풍 수면. ㅋ
비행기 타고 공항 가서 차 빌리고...
빈둥거리다가 표 받으러 갔습니다. 비상구 옆 자리 괜찮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비상구 쪽 자리는 다른 자리보다 공간이 넓다는 장점이 있어 일부러 그리 잡으려는 사람도 많은데 저로써는 행운이죠. 냉큼 "네!" 했더니 스티커 붙은 비행기 표를 주시네요. 뭔 스티커인가 봤더니 비상 시에 이러저러하게 해야 하는 자리가 니가 앉을 자리다, 뭐 그런 내용.
가방에 향수, 의류 탈취제, 미스트 넣은 작은 스프레이 용기 세 개가 있었거든요. X-레이로 그걸 보더니 꺼내 보라 하네요. 꺼냈더니 뚜껑 열어 일일이 냄새 맡아봅니다. 꼼꼼하게 보네요. 안전과 관련된 거니까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제주 공항에 내려 금호 렌터카 부스에 가니 4번 게이트로 나가라네요. 나갔더니... 나갔더니... 어마어마한 사람 떼가 저글링처럼 바글바글... -ㅁ- 제주 그~ 렇~ 게 다녔지만 이렇게 사람 많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나가자마자 금호 렌터카 승합차가 떠나버려서 다음 차 기다려야 했는데 얼마 안 걸렸지만 한참 기다린 느낌이었네요. 큰 버스가 와서 거기 타고 금호 렌터카 사무실에 내렸습니다. 새 건물 지어 이사했더라고요. 엄청 크고 깔끔하게 변했습니다.
금호 렌터카는 익스프레스 뭐시깽이라는 제도가 있어서요.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차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같이 신청할 수 있는데요. 몰라서 번호표 뽑았는데 옆에 익스프레스 전용 창구가 따로 있더라고요. 먼저 오신 분들 절차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제 차례가 되어 면허증 건네드리니 바로 완료. AUX 케이블 공짜라기에 일단 하나 빌리고 직원 따라가니 출구 바로 앞에 차가 얌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상구 옆이긴 한데 창 쪽이 아니어서 그냥 퍼질러 자다가... 내릴 때 거의 다 되어 멀찌감치 구름 사진 찍어봤네요.
렌터 카 받으러 가기 전에 공항에서 이 사진 찍으면서 '제주 왔구나!' 생각합니다.
처음 타보는 레이
차는 레이를 빌렸습니다. 다음 날 친구 녀석 둘이 합류하기로 했는데 경차로도 충분할 것 같았으니까요. 차를 딱 받았는데... 당황했습니다. 앞이 엄청 멀더라고요. 작은 차라고 생각했는데 앞 유리까지 한참 멀게 느껴져서...
스마트 키에 버튼식 시동이네요. 거기에다 주차 브레이크는 사이드에 있는 게 아니라 클러치 위치에 발로 밟는 방식입니다. 지난 번에 아반떼 디젤 타고 나서도 썼지만... 6년이라는 시간 덕분에 제 차는 모든 면에서 요즘 나오는 차들에 뒤쳐지게 되네요. 풀 옵션으로 산 건데... -ㅁ-
왼 쪽이 RPM, 가운데가 속도계, 오른쪽이 연료계입니다. 기아 차는 거의 대부분 이런 식이더라고요.
앞 좌석에 있던 특이하게 생긴 선반. 딱 봐도 경차다운 인테리어예요. 귀엽습니다. ㅋ
기어 박스가 카니발 같은 승합차처럼 앞 쪽에 있는 것도 당황하게 만든 것 중 하나였네요.
일단 스티어링 휠(핸들은 잘못된 표현)이 무척이나 무겁네요. 뻑뻑하게 돌아갑니다. 이게 고속 주행 때 앞으로만 가면 참 편한데 곡선 도로에서는 적잖이 힘을 줘야 해서 불편하더라고요. 닷새 동안 거의 혼자 운전했는데 그러고 집에 와서 제 차 운전하니 핸들이 너무 휙휙~ 돌아가네요. ㅋ
휠이 작아서인지 과속 방지턱 넘나들 때 흔들림이 엄청 큽니다. 제 차도 소형입니다만 휠 사이즈 차이 때문인지 흔들림이 확실히 크네요. 카 오디오는 블루투스 표시가 찍혀 있긴 한데 아쉽게도 손전화랑 페어링 실패했습니다. 무료로 빌린 AUX 케이블을 연결해서 멜론으로 노래 들어봤는데 소리가 너무 작게 나옵니다. 결국 가지고 간 USB 꽂아서 거기 저장해둔 노래 들으며 다녔네요.
혼자 탈 때에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남자 셋이 타고 언덕 길 오르니 차가 힘겨워하는 게 팍팍 느껴집니다. 1,000cc도 안 되는 엔진으로 장정 셋 태우고 오르막 오르려니 당연히 힘들었을테지요. 아무튼... 처음 타 본 레이는 꽤 재미있는 차였네요. 살테냐? 라고 물으신다면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겠지만... -_ㅡ;;;
새별 오름
공항에서 차 받자마자 내비게이션에 '새별 오름' 찍고 출발합니다.
제주 공항 쪽에는 차들이 워낙 많은데다 제주 사람들이 운전을 곱게 안 해서 조심해야 합니다. 어지간하면 미리 차선 들어가고 끼어들기 같은 건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조심조심 운전해서 빌빌거리다가 제주 시내를 빠져 나오니 제법 밟을만한 도로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내비가 안내한대로 갔더니 좁은 공간이 나오네요. 다른 차 한 대 서 있기에 옆에 세웠는데 그 차는 금방 가버리고...
커다란 타이어로 길 여기저기를 막아놨습니다. 카트 클럽이라 쓰여 있는 걸 보니 문 닫은 카트 체험장인 듯.
뭔가 인기를 끌면 우후죽순처럼 똑같은 것들이 생겨나지만 관리 부실이나 다른 여러 이유로 흉물이 되기도...
이 목책 길 옆으로 걸으면 새별 오름이 나오겠지요.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댑니다. -ㅁ-
제주하면 말! 여기저기 말들이 한가로이 풀 뜯고 있네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검은 돌담도 보이고요.
저 녀석은 줄로 묶여 있던데 혼자 이리저리 날뛰는 걸 보니 성질이 제법 사나운 녀석인가 봅니다.
저 멀리 새별 오름이 보이네요. 그저 야트막한 언덕입니다.
문제는... 가는 길이 이토록 험난하다는 거... -_ㅡ;;;
응?
에?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나가자 넓은 주차장이 나옵니다. 응? -_ㅡ;;; 내비 녀석이 엉뚱한 곳으로 안내를 한 거였습니다(아틀란 지도 쓰는 내비의 활약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ㅠ_ㅠ).
아무튼... 계속 걷는 것보다는 차 가지고 오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차 있는 쪽으로 가 주차장 쪽으로 향합니다.
패랭이 갓처럼 생긴 지붕 얹은 정자도 있고요.
커다란 돌에 새별오름이라고 새겨 놓았네요. 포토 포인트입니다. ㅋ
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뭉개 구름이 둥실둥실, 바람이 살랑살랑...은 뻥이고 쉬익~ 쉬익~ -ㅅ- 불어오고 억새풀이 흔들흔들~ 잘 왔다, 정말 잘 왔다 소리가 저도 모르게 내뱉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올라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네요. 잔뜩 웃자란 풀들을 헤치고 직선으로 쭈욱 걸어 올라가야 했거든요. 등산은 능선 따라서 이리저리 휘돌아가는 길인데 새별 오름은 아래 쪽에서 정상까지 거의 일직선입니다. 그래서 높이가 얼마 안 되는데도 제법 힘들었습니다.
해발 500m 약간 넘는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탐방로가 일직선이라서 바람이 꽤 부는데도 땀이 송송 나네요.
내려가는 길의 경사도 제법입니다. 조심해서 내려가야지 까딱 잘못했다가는 미끄러지기 쉬워요.
들불 축제를 볼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여기까지가 소니 TX20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오름 올라가면서 부지런히 찍어대고 정상에서도 열심히 찍어댔지요. DSLR의 아쉬움을 대신하려고요. 그러다가 문득 제주 왔다는 티를 내야겠다 싶어 카카오 톡 프로필 사진용으로 써먹으려고 손전화를 들이댔는데... 이 녀석이 똑딱이 TX20보다 훨씬 나아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제주 여행 내내 어지간한 사진은 다 손전화로 찍었습니다. ㅋㅋㅋ
신선 식당
새별 오름 구경을 마치고 나니 배가 고파옵니다.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밥부터 먹으러 갑니다. 산방산 게스트하우스에서 추천한 신선 식당의 해물 누룽지탕!
내비게이션에 찍으니 바로 찾네요. 부지런히 운전해서 식당에 도착, 근처 길가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려는데... 분명 안에 불은 켜져 있는데 문이 안 열립니다. 응? 다른 쪽 입구로 가서 역시나 열어 보는데 안 열리네요. 힘으로라도 열어 보려고 낑낑거리다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외출 중이라고 붙여 놓으셨더라고요. 손전화 전화 번호 있기에 전화드렸더니 곧 가겠다 하십니다.
15분 정도 기다렸더니 아주머니께서 오시네요. 해물 누룽지탕을 주문하고 전북 팬인 지인과 통화하다가 음식이 나와서 흡입! 누룽지탕이라는 거,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습니다. 누룽지가 바삭바삭!
식당은 제법 크더라고요. 음식도 맛있었습니다. 돈가스도 한다니까 아이들 데리고 가도 좋을 듯.
이렇게 푸짐하게 나왔어요. 홍합이랑 딱새우 건져 먹고 누룽지도 먹고...
추사관
출발 전에 네×버를 이용해서 여행 계획을 짰거든요. 여기서 여기까지는 몇 분, 저기서 저기까지는 몇 분, 하는 식으로 시간 예상해서 일정을 짰는데... 역시나 계획과 현실은 확 다르네요. 계획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시간은 흘러 해가 뉘엿뉘엿 넘어갑니다. -ㅅ-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하고 일단 추사관으로 향했습니다.
휠체어 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경사로를 별도로 설치하는 곳이 많은데 여긴 참 예쁘게 계단을 만들었네요.
여행 내내 날씨 운이 따랐습니다. 저는 대체적으로 날씨 운이 좋은 편에 속하네요. ㅋ
추사관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플래시 터뜨리지 않으면 관계없지 않을까? 싶었지만 일단은 하지 말라니까 안 했습니다. 그래서 추사관 안에서 찍은 사진이 없네요. 명필로 소문난 추사 김정희와 관련된 전시관인만큼 글이 대부분인데요. 옆에 상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설명하는 글자의 크기가 너무 작고 줄간격도 촘촘해서 당최 읽고 싶은 맘이 안 든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학생 때 우르르 몰려가서 민폐만 끼치다 오는 식의 박물관 구경을 혐오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요. 그래서 박물관 가면 천~ 천히, 느긋~ 하게 이것저것 다 읽어보고 오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추사관의 안내문은 거의 안 읽었네요. 안 끼던 렌즈를 끼고 있었기에 눈이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당최 눈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좀 더 가독성 좋게 꾸몄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제주에 위리안치되는 형을 받습니다. 위리안치라는 건 집 주변에 가시나무를 둘러 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형벌입니다. 요즘은 스스로 방 밖에 안 나가려 하는 히키코모리, 우리 말로 은둔형 폐인도 꽤 많은 모양이지만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형벌이었네요. 유홍준 교수가 위리안치의 고통을 겪는 김정희를 너무 안스러워 하는 게 느껴졌기에 조그마한 골방 하나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넓었습니다. 뭐... 4 · 3 때 다 타버려서 새로 지었다고 하니까 역사적인 고증이 얼마나 제대로 됐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PS. 김정희는 맨 처음 송계순의 집에 위리안치 되었다가 강도순의 집으로 한 번 옮기고 나중에 안덕 계곡 쪽으로 다시 거처를 옮겼다고 하는데요. 지금의 추사관에 있는 집은 강도순의 집 터에 송계순의 집을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최초 유배지에 두번째 집을 복원한 셈이네요.
알뜨르 비행장
추사관에서 전시물을 대충 봤더니 시간이 얼마 안 지났습니다. 잽싸게 다음 목적지로 이동. 다음은 알뜨르 비행장입니다.
제주도는 여러 번 왔었는데요. 맨 처음에는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다녔습니다. 천지연 폭포나 정방 폭포 같은 곳이요. 그 다음은 실내 전시관 위주로 다녔고요. 그러다 어지간히 알려진 곳은 다 가봤다 싶어 다른 곳을 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주의 아픈 역사 쪽을 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유난히 개발이 안 된 대정 쪽을 목적지로 잡은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여기서 내비가 또 꼴통 짓을 합니다. 이상한 흙 길로 안내를 하더라고요. 일단 믿고 따라갔는데 가다보니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좁디 좁은 코너에서 간신히 차를 돌려 사진만 찍고 나왔네요.
해가 질 무렵이라 역광으로 찍어서 실루엣만 나온 사진이 꽤 많았는데요. 그걸 보면서 참 씁쓸하더라고요. 불과 얼마 전에 제주의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동원 당해서 지어 놓은 거잖아요. 남의 나라 땅을 전쟁 전초 기지로 삼으려 했던 거잖아요. 어찌나 튼튼하게 지어놨는지 지금도 금 하나 안 가고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이지... 고스란히 되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우리가 일본 정복해서 이름도 한국식으로 다 바꾸게 하고 우리 말 강제로 쓰게 하고 여기저기 한국 색을 잔뜩 묻혀 수십 년이 지나도 고스란히 남아있도록...
백조일손지묘
시멘트 격납고까지 좀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사방이 온통 밭 작물이라 가까이 갈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사진만 몇 장 찍고 씁쓸한 맘으로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다음은 백조일손지묘. 백 명의 조상을 둔 한 명의 후손이 만든 무덤입니다.
찾아가기 쉽지 않은 길이라 그런지 이런 안내판이 여럿 서 있었습니다.
영원히 기억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요. 이 곳 역시 많은 이들에게 잊혀져 허름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백조일손지묘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는 판때기입니다. 천천히 읽어볼 필요가 있어 곱씹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7권에 백조일손지묘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요. 무단 전제를 할 수 없어 그 내용을 여기 옮기지 못함이 안타깝습니다. 일본의 앞잡이 역할에 충실하며 나라 팔아먹기 바쁜 것들이 득세하면서 당연히 배우고 알아야 할 역사가 내팽개쳐져 뭣도 모르고 개소리해대는 일베충 같은 것들이 나오네요. 부끄럽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입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것들의 후손들이 여전히 국민들 앞에 군림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48706&cid=42865&categoryId=42865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예비 검속은 일제 시대 때 독립 운동을 할 것 같은 사람들 잡아서 고문하고 괴롭히던 몹쓸 짓거리입니다. 그런데 그 짓거리를 독립 이후 이승만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고스란히 행합니다. 불순분자를 색출하겠다며 무고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무려 193명을 죽여버린 겁니다. 이들은 유족들의 시신 수습조차 허용하지 않아서 결국 수습이 허용될 즈음에는 뼈만 남아 어느 것이 누구의 뼈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리하여 칠성판에 머리 하나, 팔 둘, 등 하나, 다리 둘의 뼈를 맞춰 봉분을 만들고 백조일손지묘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주인데... 자국민 학살에 앞장섰던 것들의 후손이 득세하는 데 힘을 모아주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육지 것들이 다량 유입된 결과일런지 모르겠지만 제 정신이라면 새머리들을 지지할 수 있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누군가 마시고 간 소주 병이 제단 아래 보이더군요.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조화에는 때가 까맣게 끼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더라고요. 가슴 아픕니다.
백조일손지묘 주변에는 공동 묘지가 형성되어 있는데요. 그 공동 묘지 주변에 시뻘건 페인트가 눈에 확 들어오는 충혼비라는 서 있더라고요. 백조일손지묘 가는 길에 보이기에 일단 보고 와서 정체를 확인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백조일손지묘에서 먹먹한 마음으로 묵념을 마치고 가만히 둘러보다가 차를 돌려 나와 충혼비로 향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죽은 이들을 기리는 비와 빨갱이로 몰려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이들의 묘소가 한 장소에 있는 희한한...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급하게 흘러온 우리 역사는, 분명 제 정신이 아닙니다. 그나마 제대로 가는가 싶었지만 최근 두 정권의 미친듯한 역주행으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닙니다. 누구나 정의를 말하지만 자기 이득 앞에서 자기가 말한 정의를 너무도 쉽게 내팽개치는 나라. 안중근 장군이 독립 후 꼭 자신을 찾아 묻어달라 했던 조국은 이런 꼬라지가 아닐 겁니다. 제 배때기 불리려고 나라 팔아먹은 것들과 그 후손들이 지들의 과오를 덮고자 엉망진창으로 만든 역사 책 덕분에 요즘 학생들은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 나 역시 위정자들에 의한 억울한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게끔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합니다.
해질 무렵의 공동 묘지. 보통은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야 하는데 저는 그저 입이 썼습니다. 씁쓸했네요.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알뜨르 비행장과 백조일손지묘를 둘러 보았습니다. 새별 오름이나 추사관에서 보낸 시간보다 훨씬 오래 머물다 왔는데도 대충 봤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날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18시가 다 되어 가기에 숙소로 향했습니다. 첫 날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산방산 게스트하우스는 여러 장점이 있는 곳입니다. 첫째, 숙박비가 저렴합니다. 수건 한 장 빌려주면서 15,000원이거든요. 더구나 성수기에 올려받는 짓도 안 합니다. 둘째, 시설이 제법입니다. 침대는 이리저리 몸을 뒤척여도 스프링 소리를 내지 않고요. 방도 꽤 넓습니다.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요. 셋째, 자체 바비큐 파티가 있습니다. 이건 따로 15,000원(인 걸로 기억)을 내야 하는데요. 대신 구운 소시지와 돼지 고기가 무제한 리필 됩니다. 보통은 입담 좋거나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위기 만들어야 어영부영 같이 일 잔 먹게 되는데 산방산 게스트하우스는 고정적인 파티가 있어서 참 좋습니다.
수건을 받아들고 방에 들어가니 세 명이 이미 와 있는데... 죄다 침대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ㅅ- 조용히 빈 자리 골라 들어갔는데 콘센트에 충전기가 안 들어가 반대 쪽 침대로 옮겼네요. 보조 배터리와 손전화 꺼내서 충전시키고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꽤 잔 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리니 19시. 슬슬 바비큐 파티 갈 시간이네요.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갔습니다. 자리 잡고 앉았는데... 2012, 2013년 내리 보았던 엄청난 덩치의 입담 좋은 아저씨가 안 보이네요. 직원인 줄 알았는데 스텝이었나봅니다. 또 볼 거라 기대했는데 안 계셔서 아쉽더만요. 그 분은 없었지만 같은 패턴으로 진행이 되네요. 한 명씩 일어나서 자기 소개하고 술 먹고... ㅋㅋㅋ
밥 안 먹으려고 했는데 옆 자리 앉은 처자가 친절히도 갖다 주어 그냥 먹었네요. ××살 먹었다니까 사람들이 조금 놀랍니다. 생각보다 많아서였겠지요. -_ㅡ;;; 테이블에 같이 앉은 사람들과 수다 떨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그러다 1차 마무리 시간이 되었습니다. 처자 둘은 온천 다녀온다며 자리를 뜨고 나머지 멤버들끼리 계속 마시다가 옆 테이블로 옮겨 계속 마셨습니다.
예전에는 새벽까지 마셔도 괜찮았는데 올 해에는 22시 30분에 다 정리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술이 아쉬운 것 같기에 여기서 조금만 가면 바다 보이는 정자 있으니 그리 가서 더 먹자 하고 먼저 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헐떡거리며 편의점까지 뛰어 소주, 맥주, 안주, 대충 섞어 40,000원 어치 사들고 갔더니... 좌회전 해야 하는 곳에서 우회전 해서 어중간한 곳에 모여 있더라고요. -ㅅ- 다시 바닷가 정자 쪽으로 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시멘트 바닥에 퍼질러 앉아 마셨습니다. 술 제법 샀다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바닥 나버리네요. 모자랍니다. ㅠ_ㅠ
결국 편의점 앞에서 먹던가 하자고 다시 이동하는데... 편의점이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근처에는 달리 술을 살만한 곳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들 들어가 잤네요. -_ㅡ;;;
자꾸 동네 사람들 눈치 보니까 왜 그러냐고 묻던 동생, 그럴만한 사정이... 말은 못 하지만... ㅠ_ㅠ 그리고 나이 못 믿겠다고 민증 까라던 처자, 고맙습니다~ ㅋㅋㅋ 하루 더 머물고 싶어 일정을 하루 연기하면서까지 제주를 즐겼던 마흔 다섯 형님, 잘 돌아가셨지요? 영실 코스로 백록담 보고 올 거라던 서른 다섯 부산 처자도 산행 잘 마무리하고 추억 많이 남겼는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여러 가지로 아쉽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던 2014년 10월 16일 산방산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ㅋ
다음 날 일어나니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두 명은 밥 먹으러 갔는지 안 보이고 한 명은 깊이 자고 있더라고요. 인사도 못 하고 그냥 나와 차에 짐을 싣고 출발. 가까운 산방산으로 갑니다. 차를 세워두고 카메라를 꺼내려는데... 어? 안 보입니다.
부랴부랴 차를 돌려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물어보니 아직 청소 안 했다며 찾아보라 하네요. 머물렀던 차귀도 방으로 가려는데 문이 활짝 열린 형제섬 방에 가방과 카메라가 있습니다. 다행이라며 가방 들고 나와 다시 산방산으로.
차 세우고 내리니 아저씨 한 명이 오더니 주차비 달라고 하네요. 응? 돈 내야 하는 곳이었나? -ㅅ- 1,000원이라기에 줍니다. 그러자 와이퍼에 안내 찌라시 같은 걸 끼워두네요.
산방 연대
저 멀리 하멜 기념관임이 분명한 상선이 보입니다.
일단은 가까운 곳에 보이는 연대부터 보러 갑니다. 연대는 봉화를 피우던 곳입니다.
연대에 올라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고 있자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정말 행복합니다.
그냥 대충 막 찍어도 윈도 배경 화면 급 그림이 나오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연대로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다 뒤돌아서 산방산도 찍어보고
하멜 기념비 사진도 찍어 봅니다.
PS. 하멜 일행이 표착한 곳이라 추정되어 실제 상선의 80%(예산 때문에 100% 사이즈로 못 만들었답니다.) 크기로 전시 시설을 만들었는데... 이후 입수된 여러 자료를 토대로 다시 검토한 결과 지금의 기념관이 표착지가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_ㅡ;;;
용머리 해안
내려갔더니 매표소가 나옵니다. 뭔가 싶어 보니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을 같이 볼 수 있는 표를 팔고 있네요. 통합 관람권을 2,500원 주고 삽니다. 그리고 왼쪽으로 보이는 다소 급한 경사의 내리막으로 향합니다.
우와! 바닷가에 인접한 기암괴석은 백령도에서도 많이 봤지만 거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입니다. 우와~
바로 코 앞에서 정말 깨끗해보이는 바닷물이 넘실넘실... 파도 치는 걸 보고 있자니 들어가고 싶어졌습니다.
다소 틈이 있는 곳은 이렇게 인공적으로 다리를 만들었더라고요. 티 안 나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해산물과 소주 파는 할머니(라기에는 젊어 보이시던데)들이 계시더라고요. 운전만 아니었음 한 잔... 아오~
하멜 상선 전시관
신나게 사진 찍고 나서 하멜 상선 전시관으로 향합니다. 여긴 따로 돈을 받지 않네요.
그닥 볼 게 없으니 큰 기대하지 않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가기 전에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7권을 읽고 갔거든요. 거기 하멜 표착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기에 도서관에서 따로 책도 빌려서 보고요. 그래서 하멜 상선 전시관을 좀 더 유심히 봤는데... 굳이 사전에 공부하지 않더라도 전시관 자체만으로도 하멜의 조선 생활을 충분히 알 수 있게 잘 꾸며 놓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도 훈련소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바느질과 풀 뽑기였네요. -_ㅡ;;;
디오라마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잘 꾸며놨습니다. 진득하게 보는 건 좀 어려운 구조였습니다만...
상선 전시관 옆에 히딩크 기념관이 있었는데 그냥 기념품 판매하는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산방산 보문사 & 산방굴
아래 쪽은 다 봤으니 이제 산방산으로 가봅니다.
산방산에 올라보고 싶었는데... 2021년까지 입산 금지라네요. 어허허... -_ㅡ;;;
응? 통합 관람권 사면서 낸 돈은 뭐였나요? -ㅅ-
그러게요. 나는 누구인가요. -_ㅡ;;;
왕년에 소주 광고 좀 찍으셨을 것 같은 포스. ㅋㅋㅋ
아, 팔정도(八正道)를 보니 반갑네요. 얼른 한 컷 찍어봅니다.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하아~ -ㅁ-
저 멀리 형제섬이 보입니다. 이 쪽에서는 뒤 쪽 섬이 가려져 형제로는 안 보이더라고요.
일본 아줌마들이 단체로 사진 찍고 갑니다. 말 걸어볼까 하다가 어설픈 일본어 실력으로 무슨... 하고 참았습니다.
꺄악꺄악 비명 소리가 들려 뭔가 하고 봤더니 바이킹 타던 사람들이더군요. 제주까지 와서 고작? -_ㅡ;;;
덩굴이 칭칭 둘러싼 석등. 뭔가 분위기 있어 보여 올려다보며 한 장 찍어 봅니다.
산방산 정상에는 오를 수 없지만 산방굴은 봐야겠다 싶어 돌 계단을 따라 올라갑니다.
오르면서 부지런히 산방산 일대 풍경도 찍어 보고요.
명예 기원의 장소가 나오기에 얼마 전 좋지 못한 일에 휘말린 선배의 명예 회복을 기원했습니다.
여기 저기 입산 금지 표지판이더라고요. 중국인이랑 일본인이 많은지 안내문에 중국어, 일본어도 같이 쓰여 있네요.
1인당 손전화 1대 이상 쓴다는 2014년의 대한민국에서 공중 전화가 처한 현실입니다. 엄청난 거미줄이!!!
제발 참한 처자 만나서 장가 좀 가게 해달라고 빌어 봅니다. 크흑~ ㅠ_ㅠ
다녀온 사람들이 사진으로 많이 알린 곳입니다. 보통 이런 관광지에 해놓은 낙서를 보면 쌍욕을 하는데... 이 낙서는 그냥 흐뭇해지더라고요.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의 낙서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것도 유물로 취급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낙서는 하면 안 되겠지요. -ㅁ-
엄마님 아프지 말고 오래 사시라고 기도 한 번 하고.
산방굴에 도착합니다. 스님 한 분과 일하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서서 들어가도 되나 망설여졌네요.
약수라 되어 있어서 뭔가 하고 봤더니 동굴 위에서 물이 떨어지더라고요. 마셔보지는 않았습니다. -_ㅡ;;;
내려가다가 올라갈 때 못 봤던 장소를 보네요.
송악산
일제 시대 인공 동굴을 보고자 송악산으로 향했습니다. 산방산에서 그닥 멀지 않아요.
동굴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많이 봤는데... 붕괴 위험 있다며 못 들어가게 막아놨습니다. ㅠ_ㅠ
아쉬운 맘에 줌으로 당겨 찍어보지만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네요. 가봤으면 좋았을텐데...
이 쪽에서 보니까 형제 섬이 모두 보이네요.
탐방로 따라 올라가다보니 작은 동굴이 나옵니다. 송악산 사방팔방에 저런 걸 지어놨죠, 일본 제국주의 놈들이.
차로는 10여 분 온 것 같은데 제법 멀어진 산방산.
물이 참 맑습니다.
여기 서서 친구 녀석들과 통화하니 공항에서 커피 마시고 있다 하더라고요. 된장 놈들. ㅋㅋㅋ
잠수함 타는 곳. 비싸긴 하지만 잠수함은 한 번쯤 타볼만 합니다.
송악산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길이 참 잘 되어 있습니다.
정상에 올라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이미 산 정상 쪽으로 사람들이 수도 없이 보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마라도와 가파도. 뒤 쪽의 작은 섬이 마라도고, 그 앞의 넓은 섬이 가파도라네요.
올라가면 안 된다는데 이미 사람들이 꽤 많이 보여서 천천히 올랐습니다. 막는 사람은 없는데 저기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왔습니다. 친구들 데리러 갈 시간도 되었고 해서...
섯알 오름
시간이 좀 남아 섯알 오름에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오른쪽의 한적한 길 끝에 비석 같은 게 보이는데 일단 알뜨르 비행장부터 다시 보기로 하고 그 쪽으로...
가까이서 보니 또다른 느낌. 특히나 녹슨 철근으로 만든 비행기가 안에 들어있으니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이 넓은 평원 곳곳에 저 따위 시설을 만들어놨습니다. 그것도 제주도민 강제 동원해서. 염병할 일제 놈들.
옆에서 봐도 그저 언덕으로 보일 정도니 위에서 보면 누구도 비행기 격납고로 생각을 못할 겁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주위가 온통 밭 작물. 조금의 공간이라도 남겨두지 않고 뭔가 심어져 있습니다.
어제는 내비게이션이 엉뚱한 곳으로 안내를 하는 바람에 경운기나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가까스로 차를 돌려 역광으로 사진 몇 장 찍고 말았는데... 섯알 오름에 가니 널찍한 주차장도 있고 가까이에서 시멘트 격납고를 볼 수 있더라고요. 아무도 없어서 혼자 사진 찍고 안내문 읽어보고... 엄청 화창한 날씨여서 뭔가 이상했습니다. 차라리 비 오는 날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다 보고 나오는데 아저씨 한 분이 이 쪽으로 계속 가도 길이 있냐고 물으시네요. 어제 한 번 헤맸던지라 계속 가시면 흙길 나온다고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주차장 쪽으로 나와 저 멀리 보이는 비석 쪽을 향해 갑니다.
이 일대가 다 국방부 땅이라네요. 사람들은 그 땅을 빌려 농작물을 키우고 있는 거고요.
쭉 뻗은 길 끝에 비석과 제단이 있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시신 수습조차 하지 못하게 했던 과거를 상기 시키기 위해 쓰러진 채 방치한 비석들.
수풀이 우거진 탐방로도 좋지만 지나치게 웃자란 풀 때문에 걷는 게 힘들 정도. 방치되어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저 상관의 명령에 따라 민간인을 죽여야 했던 군인들도 어찌 보면 피해자가 아닐는지...
뉘 집 개새끼인지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개새끼가 안내판의 안내 문구를 찢어발겨놓았습니다.
저 따위 것들이 여전히 이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죄 없는 민간인들에게 빨갱이 탈을 씌워 억울한 죽임을 당하게 해놓고 반성없이 제 배때끼에 기름 두를 생각만 하는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말입니다. 일제 앞잡이 노릇하며 이웃과 나라 팔아넘기기에 바빴던 것들을 제대로 치우지 못한 댓가가 이렇게 돌아옵니다. 안내 문구도 제대로 꾸미고 죄 없는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게끔 만든 이승만을 위시한 친일 부역자 새끼들 이름도 써넣고 하면 좋을텐데...
학살터를 한 바퀴 돌고 있자니 나이 드신 어르신 한 분이 지그시 아래를 내려다보고 계시네요.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여기를 찾았다는 게 그저 반가웠습니다. 훼손된 안내판을 보며 분노하는 마음으로 돌아나오는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려 알뜨르 비행장 쪽으로 가더군요. 부디 어린 학생들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배워 나라 팔아먹고도 떵떵거리고 사는 개새끼들을 늦게라도 응징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간이 되어 떠나오면서 여행 마치면 도서관 들러 책 좀 더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부르네 전복구이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 녀석 둘이 여행 둘째 날부터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오전에 산방산, 송악산, 섯알 오름을 보고 나니 정오가 지나 슬슬 공항으로 친구 녀석들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네요. 한 시간 여를 운전해서 다시 공항에 갑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항으로 갔더니 비행기는 3분 늦게 착륙했네요. 나올 때가 지났는데 안 나오기에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친구 녀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가방을 수하물로 부쳐서 기다리고 있다고. 그냥 들고 탈 것이지 뭔 대단한 짐이라고 부쳤냐며 잔소리를 다다다다~ 하고 먼저 갈테니 알아서 오라고 공갈친 뒤 끊었네요. 비행기 착륙하고 20분 가까이 지나서야 밖으로 나오는 친구 녀석 둘. 어지간하면 혼자 운전할 생각이었지만 혹시 모르니 친구 녀석 한 명을 금호 렌터카 부스로 데리고 가 운전자 등록을 하고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이 ××, 저 ××, 욕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는 경상도 남자 셋. ㅋ 차에 짐을 싣고 예약한 식당으로 갑니다. 쿠×에서 보고 괜찮겠다 싶어 예약을 했었거든요.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들어가니 휑~ 합니다. 맛 집이라면 바글바글할텐데 망했다 싶더라고요. 안내해주는 처자는 아직 우리 말이 서툰 중국 사람. 중국 사람 바글바글한 제주도이니 어찌 보면 육지보다 더 당연할텐데 조금은 당황했네요.
맛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친구 녀석들도 다들 괜찮았다고 하네요.
※ ×팡에 소개된 사진처럼 한 꺼번에 다 나오지는 않고 순서대로 나옵니다.
음... 일단 저대로 다 나오긴 한 것 같네요. 워낙 허겁지겁 먹어서 정신이 없었어요. ㅋㅋㅋ
통째로 씹어먹는 게. 이런 반찬 좋아합니다. 이도 안 좋으면서. ㅋ
전복 직화 구이. 고체 연료로 구워지고 있습니다. 빙글빙글 도는 전복을 보며 안스러운 맘이 조금... -ㅅ-
이것저것 많이 나오더라고요. 생선은 안 먹지만 조개나 게, 새우에 환장하는 저인지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식당 바로 앞의 풍경도 무척이나 멋있더만요. 사진 몇 장 찍고 친구들을 재촉해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곽지과물해변
다음 목적지는 곽지과물해변입니다. 물에 들어갈만한 계절이 아닌만큼 조금은 썰렁한 분위기.
헙!
협재 해수욕장이 많이 알려졌지만 곽지도 못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간 거였는데... 역시나 20년 넘게 바다 보며 살아온 녀석들이라 그런지 별 감동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지나다니는 처자들 보며 침만 질질 흘리고 있는 저렴한 것들. ㅋㅋㅋ
사실 제주에서 물에 한 번 들어가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수영복 대신 입을 반바지도 챙겨 넣으려고 체크 리스트에 써놨었는데... 깜빡하고 안 가지고 갔습니다. -ㅅ- 그래도 어지간하면 객기로 들어갔다 올까 싶었는데 이 날 곽지에는 사람들이 워낙 없었던지라... 여차하면 죄다 끌고 들어가 입수하는 분위기 만들 상황이 도저히 아니다 싶어 그냥 구경만 하다 말았네요.
아들 낳는다는 애먼 전설이라도 있는 건지, 만든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해녀 석상의 코가 닳아 있습니다.
감동 없이 어슬렁거리는 친구 녀석들을 뒤로 한 채 혼자 반동주며 흔들흔들. 저는 만 3세 이상이니까요. -_ㅡ;;;
여행하는 동안 날씨 운이 따라주는 것도 정말 큰 행복입니다. 구름만 봐도 정말 제주 잘 왔다 싶었습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중문 쪽으로 이동하던 중 새별 오름이 나오기에 친구들에게 보고 가겠냐 했더니 그러자고 합니다. 저는 하루 전에 왔던 곳이라 차에서 빈둥거리고 있고 친구 녀석들만 올라갔다 왔네요. 다시 차를 타고 출발~
일정 짜면서 친구 녀석들에게 실내 전시관 같은 곳은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가족 여행 때나 가는 거지, 시커먼 수컷 셋이 제주까지 가서 그런 걸 보면서 시간 낭비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여기는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유난히 같이 찍은 사진이 없는 우리였기에 이런 곳에서나마 재미있게 사진 좀 찍어봤으면 해서 말이지요. 입장료가 다소 비싸긴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착시 효과를 이용해서 사진 찍는 곳이기에 어느 정도는 체면 따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저와 친구 한 녀석은 애시당초 그런 거 안 따지는지라 바닥에 드러눕고 어떻게든 사진 살리려고(?) 난리였습니다만 다른 한 녀석은 점잖 빼느라 몸 사리더라고요. 그 결과는 사진에 고스란히 나왔습니다. 순간의 쪽팔림이 길이 남을 추억을 만든다는 거 명심하세요. ㅋㅋㅋ 아, 좀 늦은 시각에 갔더니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사진 찍기에 더 좋았습니다.
매도 맞아본 놈이 안다고, 때려본 놈이 각을 살릴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ㅅ-
으흐흐흐~
부욱!!!
떨어져랏!!!
글로리 힐
공항에서 만나 밥 먹고 바닷가 잠깐 들렀다가 실내 전시관 하나 봤을 뿐인데 바깥이 캄캄합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잘 가네요. 역시나 쿠×으로 예약한 숙소로 향합니다. 내비게이션에 찍으니 바로 나오네요. 서귀포에서 성산 넘어가는 큰 도로 근처에 있습니다. 문제는... 숙소 주변에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식당이나 편의점조차...
저녁 식사를 안 했기에 차를 가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오다가 본 식당으로 가려고요. 저는 제주 여행 내내 해물 뚝배기만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사람인지라 해물 뚝배기 어떠냐고 했더니 돼지 고기 먹자네요. 제주까지 왔는데 흑돼지 한 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며. -ㅅ- 그래서 돌×길인가 하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어찌나 허기 지는지 반찬 나오자마자 집어 먹고... 고기도 게 눈 감추듯 없어집니다. 음식도 괜찮았고 서비스도 썩 나쁘지 않았는데... 애들이 시끄러워서 영~ -_ㅡ;;; 주인 딸내미로 보이는 애들이 텔레비전 보면서 소리 빽빽 지르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난리도 아니었네요.
아무튼 밥 먹고 근처 농협 하나로 마트 들러 술과 과자 조금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나갈 때에도 그랬지만 돌아올 때에도 다른 방은 인기척조차 없더라고요. 달랑 우리 뿐인가 싶었습니다.
숙소는 2인실(3층 물영아리)이었는데 추가로 만 원 내고 이불 세트 받았네요. 내부에서 음식 해먹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고기를 굽거나 하기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넓은 정원과 옥상 있으니 밖에서 해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고요. 난방 잘 되고 뜨거운 물도 잘 나왔습니다. 수건도 부족하지 않게 1인당 두 장씩 있었고요. 주변에 식당이나 편의점 정도만 있었어도 딱 좋았을텐데...
숙소에서 간단하게 일 잔 하고 자려는데 친구 녀석 둘이 일찌감치 뻗어 버리네요. 곧 바닥이 꺼져라 코를 곯아댑니다. 베개로 귀를 틀어 막으며 쌩 쇼를 하고 있는데 천장의 유리로 별이 반짝반짝 보이더라고요. 아... 글로리 힐은 이거 하나만으로도 와볼만 하다...는 생각도 잠시, 코 곯아대는 놈들 때문에 짜증이 확!!!
아침에 일어나 찬 바람 맞으며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 사진 몇 장 찍어 봤습니다.
전 날 숙소에서 술 마시는데 판교에서 사고 난 뉴스가 나오더군요. 전혀 관계 없는 동네가 아니라서 유심히 봤습니다. 여러 가지로 안타까웠습니다. 일본 갔을 때에는 세월호 사고 나더니 제주도 오니까 판교에서... 조금도 그럴 리 없겠지만 나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ㅅ-
여행 3일째 되는 날에는 우도를 가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 녀석들을 깨우고 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 뒤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성산항을 찍고 한 시간 조금 더 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여객 터미널 안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배 타는 사람 인적 사항을 두 장 적어야 해서 후다닥 쓴 뒤 왕복 표를 구매했습니다. 빌린 차(경차) 기준으로 왕복 18,800원에 선적이 가능했는데 우도 가서 바이크 탈 생각으로 몸만 탔습니다.
※ 확인!
우도 바이크 대여는 두 시간 기준 4륜 구동이 30,000원이고 125cc 스쿠터가 25,000원입니다(은근히 현금 결제 강요. 대여하러 갔을 때에는 현금 결제 밖에 안 된다 했고 반납할 때에는 다른 손님들에게 카드 결제가 되긴 하는데 그러면 할인이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면허증이 없으면 대여가 안 됩니다. 법이 바뀌어서 원동기 면허 없이는 자동차 면허가 있어도 바이크를 탈 수 없게 되었는데 법 바뀌기 전에 딴 사람들은 해당이 안 되니까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바이크 대여해주는 곳에서도 그저 면허증만 받아 확인하지 원동기 여부는 안 보더라고요. 저는 친구 둘을 포함해 셋이 갔는데 한 녀석이 면허증을 두고 와서 4륜 하나, 125cc 하나 빌렸습니다. 55,000원. 차 가지고 들어오는 것보다 훨씬 비쌉니다. 바람을 맞으며 아무 곳에서나 멈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만 얇은 지갑 사정을 고려한다면 차 가지고 들어가는 게 싸게 먹힐 수 있습니다.
우도
배만 탔다 하면 레이더 찍고 있는 나란 놈은... -ㅅ-
새우깡은 무인 판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이걸 사서 갈매기들한테 던져주고 있더군요.
원래는 30분에 한 대라고 들었는데 관광객이 많을 경우 시간 안 따지고 마구 띄운다고 들었습니다. 배에는 실내 선실도 있지만 대부분이 바깥 쪽에 나와 앉더라고요. 실제 운항 시간은 20분이 채 안 됩니다. 바닷 바람 맞으며 출렁출렁 흔들리다보니 이내 우도에 도착.
앞서 얘기한 것처럼 배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바이크 대여해주는 곳이 여럿 보입니다. 바로 보이는 곳에서 오른 쪽으로 좀 더 가면 다른 가게들도 있으니 바로 빌리지 말고 오른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는 것도 괜찮겠네요. 여자 분들 좋아할만한 분홍색 키티 바이크는 오른 쪽으로 좀 더 걸어 가야 하는 가게에서만 빌려주는 듯 했습니다. 아무튼... 면허증 맡기고 돈 내고 나서 맘에 드는 헬맷 골라 바이크 타고 출발.
수제 햄버거와 커피를 파는 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그 앞 풍경은 정말 멋지더라고요.
화장실에 갔더니 이런 게 붙어 있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응원합니다.
얼음이 잔뜩 든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다시 바이크를 탑니다. 산방 연대보다 한참 못한 연대 구경도 하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감탄사를 연발하다가 비양도 들어가는 다리를 봅니다. 바이크 빌릴 때 받은 지도에는 출입 금지라고 되어 있는데 숫한 사람들이 들락날락합니다. 응?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가보자 싶어 바이크로 다리를 건넙니다. 폭이 좁아 반대 쪽에서 차가 오면 한 쪽으로 잔뜩 비켜 서야 하네요. 차끼리 맞딱뜨리면 곤란한 지경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출입 금지라고 안내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조금 들어가니 자그마한 식당이 하나 나옵니다. 친구 녀석들은 바다 보러 가고 혼자 소라 구이를 시키고 기다립니다.
어머님들께서 직접 물질해서 잡아오시는 모양입니다. 소라 구이와 막걸리를 시켰더니 30,000원이 훅~ -ㅁ-
백령도에서 삐뚤이라 부르던 녀석이네요. 운전해야하는데 혹시나 어릴까 싶어 끄트머리 부분은 안 먹었습니다.
출발 전 알아본 바에 따르면 대략 서너 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어찌나 대충 둘러봤는지, 두 시간 만에 다 돌았습니다. -_ㅡ;;; 우도는 제대로 보려면 하루는 머무르며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도 맑고 깨끗해서 해수욕하기 좋을 때 1박 여정으로 찾으면 참 좋을 것 같더라고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본 것 같아 아쉽긴 했지만... 제주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축구 응원이 남았기에 바이크를 반납하고 돌아가는 배를 탑니다.
또... -_ㅡ;;;
사람들이 분산되어 그런지 돌아가는 배는 들어올 때 탄 것보다 훨씬 더 한적합니다.
배에서 내려 바로 차를 탑니다. 생각보다 빨리 우도 관광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간이 빠듯하더라고요. 서둘러 제주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하는데... 친구 녀석들이 밥 먹고 가면 안 되냐고 하네요. 그러면 늦는다고 타박했지만 뭔가 아쉬워하는 게 느껴져서 우연히 얘기가 나온 게 짬뽕을 먹으러 갑니다.
덕성원을 내비게이션에 찍고... 차 댈 곳이 없어 잠깐 헤매다가 가까스로 길 가에 주차를 한 뒤 식당에 들어갑니다.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이 많은 걸 보니 제주도민들도 많이 찾는 모양입니다. 음식은 금방 나왔고요. 커다란 게가 잔뜩 들어 있어 국물이 정말 시원합니다. 면발은 탱탱하고 쫄깃했지만 기계로 휙휙 뽑은 티가 너무 나서 아쉽더라고요. 뭐... 면 요리라면 환장하는 저는 그저 국물 시원한 것 하나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나이가 적잖이 들어서야 아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덕성원 게 짬뽕, 원츄!!!
구글 광고 찍었던 가름 게스트하우스. 2층 로비가 광고에 나온 곳입니다. ㅋ
축구 보러 가서 일 잔 해야 하니까 차를 가지고 갈 수 없는 노릇. 게스트하우스에 차를 두고 가기로 합니다. 그닥 넓지 않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층 로비로 올라가니 아무도 없네요. -ㅅ- 메모지에 차만 세워두고 간다고 써두고 옷을 갈아입은 뒤 경기장으로 향합니다. 택시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서 걸어 갔는데 무척이나 덥더라고요.
경기 얘기는 축구 카테고리에 따로 하겠습니다. 아오, 열 뻗쳐서... 씨바...
경기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감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는 사람인지라... 친구들이 슬슬 피합니다. 오래 만난 녀석들이기에 아마도 일부러 피해주는 걸 겁니다. 혼자 화를 삭이며 좀 걸었습니다. 꽤 걸어가니 앞서 가던 친구 녀석들이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고 있더군요. 괜히 나 때문에 여행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밥 먹으러 갔습니다.
어부랑 누이랑이던가? 율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어서 3년 내내 들렀습니다. 해물 뚝배기는 여전히 맛있더만요.
해물 뚝배기를 밥 & 안주 삼아 소주 한 병을 비우고... 게스트하우스에서 고기 구워 마저 먹기로 했습니다. 가름 게스트하우스에서는 1인당 2,000원만 내면 바비큐 장비를 빌려 준다고 하네요. 전복 잔뜩 사서 구워먹고 싶었는데 해산물 파는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율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는 해녀의 집은 늦은 시각이라 문을 닫은 지 오래. 결국 근처 축산물 마트에서 돼지 고기를 조금 사서 게스트하우스로 갑니다.
주차장 옆의 자그마한 정자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밥을 먹어 배가 부를대로 부른 상태였는데 술은 술대로 들어가더군요. 첫 날 산방산 게스트하우스에 있을 때 친구 녀석들이 전화를 했었는데 그 때 같이 있던 일행의 목소리가 전화기로 들어간 모양입니다. 왜 여자랑 있냐고 호들갑 떨기에 여차저차해서 이러저러하게 술 마셨다 했더니 두 놈 모두 엄청 기대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현실은... -ㅅ- 고기 구워 먹는 내내 누구도 오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화장실 가려고 로비로 올라가니 맥주 홀짝이는 한, 두명이 전부. ㅋ
게스트하우스 가면 100% 모르는 처자와 썸씽이 있을 거라 생각한 친구 녀석 둘만 물 먹은 아름다운 자리였습니다. ㅋㅋㅋ 마칠 시간이 되어 후다닥 설거지하고 정리한 뒤 방으로 왔네요.
4인실 모두 예약해서 작은 방 하나를 저와 친구 둘이 쓸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물에 씻고 나니 노곤노곤~ 잠이 절로 옵니다. 전 날의 고생을 떠올려 이어폰을 옆에 두고 잤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새벽에 엄청난 코곯이 하모니가 들려오기에 바로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잠을 청했습니다.
엉또 폭포
이미 왔던 곳이지만 무척이나 맘에 들었기에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엉또 폭포에 들렀습니다. 좀 더 감탄해주길 바랐는데 쏟아지는 폭포수가 없어서였는지 그냥 무덤덤하더군요. 감정이 메마른 경상도 아저씨 두 놈들... -ㅅ-
무인 까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내 것이 아니면 손대지 말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 그 당연한 걸 지키지 않아 이런 팻말이 세워집니다. -_ㅡ;;;
어제 우도 다녀오면서 성산 일출봉을 봤는데 친구 녀석들 둘이 모두 안 가봤다고 하더라고요. 제주가 처음도 아닌데 왜 성산 일출봉을 안 가봤냐 했더니 둘 다 모르겠다고... -ㅅ-
그래서 성산 일출봉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엉또 폭포에서 나와 성산 일출봉을 가는데... 가는 길에 쇠소깍이 나오네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저기 들렀다 가자고 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다시 찍고 말고 할 틈도 없이 그냥 이정표 따라 가니 이내 도착...하긴 했는데~ 우와~ 아침부터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지난 번에 올 때에도 많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카약이고 수상 자전거고 당최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 ㅠ_ㅠ
다행히 친구 녀석 둘이 쇠소깍을 맘에 들어 하며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테우라도 타고 왔으면 좋았으련만 시간이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왔네요.
물이 맑아 수영하기 참 좋아보이는데... 은근히 깊네요. 돌 던져봤더니 푸웅~ 더엉~ 하더라는... -ㅁ-
성산 일출봉
성산 일출봉에 오르기 전에 밥부터! 어제에 이어 전복 뚝배기!
생선 요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일 때에는 밥 먹을 때마다 해물(전복/오분자기) 뚝배기였거든요. 그런데 친구 녀석들이 있으니 그럴 수가 없네요. 일출봉 오르기 전에 밥부터 먹으려고 식당에 들렀습니다. 친구 녀석이 차 안에서 맛집으로 부지런히 검색을 하는데 다 거기서 거기니까 내가 가 본 곳에서 먹자, 먹을만 하더라~ 하고 이끌고 갔습니다. 갈치 조림 시킬까 말까로 고민하고 있기에 먹고 싶으면 시키랬는데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기에 뚝배기 셋에 갈치 구이 하나 달라고 했네요.
좀 기다리자 밥이 나왔고... 갈치 구이는 큰 거 두 토막에 작은 거 한 토막. 큰 거 친구들 먹이고 작은 토막 붙잡고 오랜만에 갈치 뜯었습니다. 워낙 배가 고팠던지라 게 눈 감추듯 한 그릇 헤치우고 스타벅스 커피로 된장질. ㅋ
성산 일출봉에는 되놈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방에서 중국어가 들려옵니다. 우리나라 찾아준 고마운 외국 관광객이니 잘해줘야겠지만 저것들 하는 꼬라지 보면 조금도 그런 맘이 안 들어요. 사방에 아무렇잖게 가래 침 탁탁 뱉어대는 건 예사고 사진 찍고 있는데도 비켜줄 생각도 안 합니다. 카메라 앞으로 휙휙 지나다니고요. 주요 포인트에서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는데 순서고 뭐고 없이 그냥 마구잡이로 들이대는 것도 다반사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통에 짜증이 절로 납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온통 되놈들인데 여기저기서 듣기 거북한 성조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통에 몹시 짜증스러웠습니다. 웃는 게 정말 귀엽던 여자 어린 애 포함한 4인 가족이 셀카봉으로 사진 한 번 찍겠다는데 그 잠깐을 못 기다려주고 앞으로, 옆으로 지나다니는 거 보니 울화통이!!!
들으라는 듯 짱꼴라 새끼들, 짱꼴라 새끼들 하고 지들 사진 찍을 때 똑~ 같이 방해하는 거 말고는 달리 복수할 방법이 없었네요. 백령도 있을 때 서해 바다 새카맣게 뒤덮던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하도 봐서 중국인 자체를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저것들 관광 문화가 워낙 저질인지라 잘해주고픈 마음이 조금도 안 들었습니다.
일출봉 보고 아부 오름 가는 길에 풍력 발전용 풍차가 무척 이뻐 보여 차 세우고 사진 몇 장 찍고...
아부 오름
아부 오름에 도착했습니다. 영화 『 이재수의 난 』 촬영지로 유명한 사유지입니다.
중앙에 둥그렇게 심어진 나무들이 포인트!
아부 오름은 경사도 그렇고 주변 한 바퀴 도는 코스도 그렇고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입니다. 말/소똥만 아니라면.
제주의 오름은 말로만 들었지 저도 처음이었던지라...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참고하면서 구경했습니다. 코스 자체가 무난한데 말똥인지 쇠똥인지가 워낙 많아 피하며 걷는 게 힘들었네요. ㅋ
히트한 여러 상품들 중 전혀 예상 못한 것들도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셀카봉이거든요. 저런 게 왜 팔리는 거지? 라 생각했는데 경주에서 죄다 들고 다니기에 깜딱! 놀랐었습니다. 제주에서도 마찬가지. 전부 셀카봉 들고 다니더라고요. 그런데... 우연찮게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셀카봉, 사진 진짜 잘 나오더만요. ㅋㅋㅋ
삼각대가 없어서 쿠× 통해 미니 삼각대를 샀거든요. 다리가 엄청 가늘어서 위태위태했지만 똑딱이 장착해서 친구 녀석들과 같이 사진 찍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사진 찍고 나서 삼각대 다리를 접지 않고 쭈욱~ 뽑은 채 들고 다니다가 장난 삼아 카메라를 내 쪽으로 향해 놓고 타이머 맞춰 찍어봤는데... 이게 제법이더라고요. 아, 이래서 셀카봉 들고 다니는구나~ 했네요. ㅋㅋㅋ
다랑쉬 오름
다음 코스는 유홍준 교수가 '오름의 여왕'이라 칭송한 다랑쉬 오름입니다.
내비가 또 뻘짓하는 바람에 엉뚱한 곳으로 가서 헤맸네요. 여긴 진짜 아닌 것 같다 싶어 다시 검색. 다랑쉬 오름 주차장으로 검색해서 왔던 길 되돌아갑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간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뒤 출발. 한 시간 반 걸린대서 설마 설마 했는데... 코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첫 날 새별 오름 다녀온 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이들에게 진짜 힘들었다고 했는데... 다랑쉬 오름에 비할 바가 못 되네요. 여긴 여자 친구 데리고 올만한 곳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진~ 짜 힘듭니다. ㅠ_ㅠ
오른 지 얼마 안 되 전체 모습을 드러낸 아끈다랑쉬 오름. 여기도 가보고 싶었으나 포기. 다음 기회에...
고무 판때기를 깔아놓고 옆에 붙잡을 수 있게 줄도 설치해놨는데... 아무튼 힘든 경사... -ㅅ-
주변 오름에 대한 설명. 제주에 오래 머무르면서 오름도, 올레 길도, 차근차근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높이로만 따지면 얼마 안 되는데 코스가 은근히 빡쌥니다. 힐 신은 처자 데리고 오면 따귀 맞기 딱 좋은 곳. -ㅅ-
오름 정상에 외로이 서있던 산불감시초소. 외로움이 절절히 묻어납니다. T^T
별 생각없이 갔다가 의외의 빡쌤에 놀란 다랑쉬 오름. 힘겹게 올랐다 내려오니 배는 다 꺼지고 땀으로 젖은 몸을 씻고 싶다는 생각 뿐이네요. 여행 마지막 날이라 장 좀 봐서 제대로 먹고 싶어 검색해보니 마침 서귀포 5일장이 서는 날입니다만... 서귀포 장까지는 너무 멉니다. ㅠ_ㅠ
결국 포기하고 일단 숙소로 가자고 의견 일치.
내비게이션에 숙소 이름을 찍으니... 안 나옵니다. 전화 번호를 찍으니까 바로 뜨네요. 그래서 그리 가는데... 어?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안내 중인데 길 옆으로 숙소 간판이 휙~ 지나갑니다. 뭐지? 일단 그냥 가자. 자고로 여자 말은 셋만 잘 들으면 된다 했다고. 엄마, 부인, 내비. -_ㅡ;;;
내비가 안내한대로 가는데 갑자기 비포장 도로로... 그냥 비포장도 아니고 자동차 타이어 길만 두 줄 나 있고 가운데에는 잡초 무성한, 레이로 달리기에는 몹시 불안한 그런 도로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길 한 가운데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안내를 종료해버리는 내비게이션. -ㅅ-
어이가 없어 잠시 멍~ 하고 있다가 주소로 다시 검색합니다. 출발. 비포장 도로인데다 경차라 엄청 흔들리고... 차 바닥에 잡초 쓸리는 소리 다 들리고... 친구들은 왔던 길 돌아갔어야 한다며 궁시렁대고... 그렇게 꽤 오랜 시간 흔들린 끝에 포장 도로를 만납니다. 하아~ -ㅁ- 좁은 길을 돌아 돌아 가다보니 아까 그 간판 앞. 젠장!
오션 뷰 펜션
마지막 날은 복층 구조로 된 펜션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역시 ×팡에서 예약. 4인 기준인 곳이어서 꽤 넓게 썼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나서 방에 짐을 던져 놓고 바로 밥 먹으러 나갔네요. 글로리 힐처럼 근처에 식당도 없고 편의점도 없어서 물어봤는데... 장 보려면 꽤 멀리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단 차가 밥 달라고 우는(경고등) 상황인지라 차 밥부터 먹이는데... 다른 곳은 다 1700원대인데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여전히 1800원대더군요. 주변에 주유소는 거기 뿐이라 이거지. -ㅅ- 20,000원 어치만 먹이고 제주시에 있다는 동문 시장으로 향합니다.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잔뜩 사와서 해먹자! 라는 생각이었지만 다들 귀찮고 피곤해서... -_ㅡ;;; 회 센터 가서 모듬 회 20,000원에 전복 회 10,000원 포장하고 배 고파서 분식만 20,000원 어치 먹으니 더 살 게 없습니다. 숙소로 오다가 친구 녀석 하나가 헤매는 바람에 엉뚱한 곳으로 가고... 그러다 편의점 발견해서 술이랑 안주 거리 좀 사고... 힘겹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차례로 씻고 나왔는데 사온 생수 한 통이 반도 안 남게 되고... 이거 틀림없이 물 모자라겠다 싶은데 펜션에 있는 냄비와 주전자는 더러워서 저기 물 끓여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친구 녀석들이 물 사러 나가자는데 너무 피곤해서 못 움직이겠기에 차 키 주고 다녀오라 했습니다.
이내 친구들이 물과 먹을 거 사들고 왔고... 아까 사온 회에 소맥 말아 마시며 수다 떨다가... 코 고는 두 놈은 윗 층으로 올라가고 저는 아래 층 방에서 문 닫고 숙면. ㅋ
10월에 가면 이렇게 밥을 준다기에 밥 먹으러 갔는데... 저렇게 안 나옵디다. 반찬 셋에 국 하나였어요. -ㅅ-
횡단 보도에 파란 불 들어오자 유유히 걸어서 길 건너던 까마귀도 한 컷 찍어 보고...
친구 녀석 둘은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사느라 돈 쓰기 바쁩니다. 달리 살 게 없었던 저는 그저 구경만. 그러다 비행기 시간이 되어 친구들과 헤어집니다.
돌아오는 날에는 창가 자리여서 바깥 구경 좀 하다가... 이륙하자마자 잠 들어버렸고... 눈 뜨니 착륙.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내렸더니 비가 옵니다. 버스 타는 곳으로 가서 10분 넘게 기다렸다가 버스 타고 폭풍 수면. ××에서 내려 교보 문고 들린 뒤 대장님 신보 사고 택시로 컴백 홈~ 짐 꺼내어 세탁기에 던져 넣고 이리저리 정리하다 널부러져 버렸습니다. 하아~ 피곤해~ -ㅁ-
저녁에 찍은 사진 밴드에 올리고, 블로그에 올리려고 대충 편집하고... 그렇게 시간이 가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그러다 여행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후기 완성하네요. -ㅅ-
자주 여행 다니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아실테지만 처음 제주 가는 분들 위해 팁 아닌 팁 좀 드리자면...
쿠×이나 위×프 같은 소셜 커머스 통해 항공권, 숙소, 식당 예약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항공권은 별 거 없겠지만 숙소나 식당은 사전에 후기를 꼼꼼히 보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기에 숙소 예약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일반 예약보다 크게 저렴한 편은 아니었는데 위치는 제법 외진 곳이어서 좀 불편했습니다. 특히나 여행 마지막 날 잡은 펜션은 정말 구석에 있어서 불편했네요.
기념품은 절대 공항에서 사지 마세요. 두 배 이상 비쌉니다. 친구 녀석이 성산 일출봉에서 향수와 마그넷 등을 샀었거든요. 똑같은 게 공항에서 두 배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멍청하게도 공항에서 땅콩 막걸리 사서 택배로 부치는 바보 짓을... ㅠ_ㅠ 귤이나 한라봉을 비롯한 과일, 초콜릿 따위, 기타 기념품 등은 공항보다 관광지에서 사는 게 훨씬 쌉니다. 택배도 당연히 되고요. 공항은 최후의 보루라 생각하시고 어지간하면 관광지 이용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한라산이나 오름 가실 계획이 있다면 옷과 신발은 최대한 편한 걸로. 성산 일출봉 같은 경우는 숏 펜츠에 힐 신고 오르는 처자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보기만 해도 힘들겠더라고요. 새별 오름 정도라면 괜찮은데 다랑쉬 오름 정도 되면 절대 힐 신고 못 올라갑니다. 여행 계획에 오름이 하나라도 끼어 있다면 등산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운동화는 필수입니다.
뭐, 대충 이 정도네요. 4박 5일 여행이었는데요. 그 중 3박 4일은 20년지기 친구들과 함께였습니다. 다시는 같이 가고 싶지 않아요. 혼자 노는 게 낫네요. ㅋㅋㅋㅋㅋㅋ -_ㅡ;;;
아무튼... 이렇게 2014년 제주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내년에 또 가야지. 잇힝! -ㅁ-
혐짤로 마무리!!!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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