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이었던가? 백령도에서 나와 수원 화성까지 가서 한~ 참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저녁에 같이 군생활한 녀석들 만나기로 했는데 그 때까지 시간 보낼 게 마땅히 없어서 화성 갔던 거였다. 성곽 따라 도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뒤로 화성은 한 번도 안 갔다. 월드컵 경기장 갈 때나 다른 이유로 여차저차해서 팔달문이나 장안문을 지나칠 때가 있긴 했지만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당일치기, 아니 오후 몇 시간 동안 후다닥 보고 왔다. 원래는 단양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급하게 예약을 잡으려고 하니 게스트하우스에 빈 방이 없는 거다. 수능 끝나는 바람에 그런건가 싶었는데 단체 등산객들이 바글바글하단다. 단양을 포기하고 강릉을 갈까 싶었는데... 이것 저것 알아보는 와중에 문득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에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술 쳐먹을 생각만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이 주가 되고 모르는 사람들과 술 먹고 노는 건 부가 되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거다. 그래서 강릉을 포기했다.
그리고 멍 때리고 있는데... 때 마침 질렀던 헤드폰이 왔다. 헤드폰 성능 테스트도 할 겸 가까운 곳에 다녀오자 마음 먹었고 정몽주 묘소 가볼까 하다가 그냥 수원 화성 다녀오기로 했다. 차 가지고 갈까 하다가 대중 교통 이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 버스 탔다.
××에 내려 지하철 타고 수원에서 내렸다. 낯익은 수원역. 육교 건너 빙~ 돌아 반대편 정류장에서 버스 탔다. 화성 가는 버스는 한, 둘이 아니라서 아무 거나 잡아타도 될 정도.
내리자마자 장안문이 보인다.
장안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매표소가 보인다. 1,000원 주고 표 사니까 안내 지도랑 입장권이랑 뭔 스티커를 주신다. 스티커는 붙이고 다니라는데 동그랗거나 네모낳게 생긴 게 아니라 그냥 대충 슥슥 자른 거다. 이걸 대체 어디에, 왜 붙이는 거지? 싶어 일단 가방에 넣고 옆에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요 근래 종종 하는 생각인데... 나는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갔다.
경사가 제법 심한데 난간이 없어서 까불다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텔을 향해 쏴라!
숭례문이나 흥인지문도 그렇지만 장안문이나 팔달문도 주변으로 차가 다닌다. 오~ 래된 고성이 라운드 어바웃(흔히 로타리로 부르는)으로 활용되고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괜찮을텐데 워낙 엉망진창인지라...
주변을 도는 전용 차량이 있다. 타볼까 하다가 다음에 이용하기로 하고 일단 걷기로 했다.
표를 사긴 했는데... 가만히 보니 굳이 표를 사지 않아도 성곽 주변 따라 돌고 구경하는 게 가능한 구조다.
뭐... 1,000원 아껴서 얼마나 부자 되겠냐 싶어 표 산 걸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근처 살고 싶어지더라.
예전에 수원 갈 때 엄청난 비가 온 적이 있다. 그 때 찍은 사진이 어딘가에 있을텐데... 도로 변이 거의 강이 되었더랬다. 아무튼... 그럴 때 와야 되나 싶다. 콸콸콸 흐르는 물을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내가 본 건 졸졸졸... ㅠ_ㅠ
숨은 그림 찾기 : 비행기
바로 성의 문을 통해 들어오지 못하고 측면으로 돌아 들어오게 만들어 수성에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오!!!
굴뚝에 새긴 페인트가 희미해진 오래된 목욕탕.
뜬금없이 성당 등장. -ㅅ-
제법 걸어 팔달문에 도착했다. 여기서 길이 뭔가 뚝 끊어진 느낌. 급하게 지도를 펴서 봐도 잘 모르겠다. 일단 발길 닿는대로 털래털래 걸어가서 시장 쪽으로 갔다. 팔달문을 보면서 빙~ 둘러 횡단보도 건너 가니 저 앞에 길이 보인다.
예전에 왔을 때에는 이 길을 가본 적이 없는 듯 해서 가볼까 했는데 행궁이 더 보고 싶었기에 오른쪽으로 꺾었다.
세계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를 표시해두었다. 난잡해보이지 않고 나름 멋있어 보였다.
행궁 입구에 홍살문 있기에 사람 없을 때 맞춰 냉큼 사진부터 찍고.
소원 적어서 매달면 이루어진다는 오래 된 나무. 그냥 사진만 찍고 만다.
수학 여행인지 소풍인지 한 무리의 학생 떼가 몰려오고 있었기에 사람 안 찍히게 하려고 잽싸게 카메라 들이댔다.
만인지상 왕의 뒤에만 펼칠 수 있었다는 일월오악도 병풍.
방화수 담는 드므. 오래 전 조상들도 목조 건물의 화재를 염려해서 준비를 잘했는데 우리는... -_ㅡ;;;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초대형 잉어(금붕어인가? -ㅅ-)가 보여서 사진 찍고... ㅋ
포커스 날아간 덕분에 뭔가 아련해보인다. 의도하지 않은 건데. ㅋㅋㅋ
가운데 계단은 혼백만 사용한다기에 옆에 계단으로만 다녔다. -_ㅡ;;;
원래 우리 궁은 다 저렇게 복도식으로 되어 있었다는데 쪽바리 새끼들이 엉망진창으로 뜯어발겨놔서 지금처럼 이 건물 따로, 저 건물 따로의 형태가 되어버렸다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난다. 쪽바리 새끼들, 당최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기저기 기념 도장이 있다. 잘 만들어놨다 싶지만 이용하는 사람들 수준에 따라 형편 없이 관리되기도...
누군가 일부러 떼어낸 걸까? 대로에 묻어놓고 돌 던지는 형벌이 생겨야 한다.
의도한 건지 어쩌다보니 그리 된 건지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마네킹들은 다들 엄청나게 작았다.
사도세자가 갖혀 죽은 뒤주. 체험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모양이다. 자식을 저런 데 가둬 죽일 생각하는 아비가 제 정신일까? 학교 다닐 때 조선 제1의 전성기는 세종 대였고 제2의 전성기는 영·정조 대였다고 배웠는데 나이 먹고 책 좀 읽어보니 영조는 성군보다는 쪼다에 가까운 인물인 것 같다. 선조나 인조 같은 압도적 쪼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고인 빗물이 만든 자연스러운 파인 흙. 저런 걸 볼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게 소원이다.
들어갈 때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30분만에 다 보는 게 가능하냐니까 가능하단다. 그래서 일단 들어가긴 했는데... 수학 여행 온 학생떼처럼 휙 왔다가 휙 가는 거라면 몰라도 느긋하게 음성 안내 다 들으며 천천히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쫓기듯이 보고 나서... 어디를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온 길로 되돌아가서 아까의 그 오르막을 올라 야경 찍으면서 천천히 볼까, 아니면 그냥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싶어 그대로 장안문 쪽으로 걸었다. 아까 버스 내린 곳 반대 쪽에서 버스 타고... 몇 정거장 안 가 내려 수원 역에 내린 뒤 다시 지하철을 탔다. 금방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잠이 마구 쏟아져 결국 졸고... 그러다 내려 밖에 나오니 날씨가 추워졌다. 가방에 든 옷 꺼내 입기 귀찮아서 잠시 발발 떨다가 버스 와서 타고 집에 왔다.
이번에 못 간 단양은... 조만간 다녀오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예약했고... 패러글라이딩 유명하다기에 타볼까 싶다. 좀 비싼 건 같긴 하지만... 군대 있을 때 낙하산 타보고 처음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이번 달, 다음 달, 긴축해야 하는데 놀러 다니느라 가계부 구멍난 지 오래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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