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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4 여의도 불꽃 축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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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4일에 여의도 일대에서 불꽃 축제가 있었습니다. 축제 당시에도, 끝나고 난 뒤에도, 워낙 난장판이었기에 정×준 아들내미가 틀린 말 한 게 아니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요.


여의도 불꽃 축제를 처음 보러 간 게 2010년인데 그 때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제대로 자리도 못 잡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길바닥 위에서 멀찌감치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첫 경험의 아픔 때문인지 불꽃 축제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는데 가족이 함께 보러 가자고 합니다. 거절할 수 없었어요.


일찌감치 버스를 타고 출발. 당연히 미어터질 줄 알았건만 버스는 의외로 한산했습니다. 옆 자리에 누가 앉을까봐 가방을 발치에 두었는데 자다 일어나보니 여전히 빈 자리더군요. 10월이지만 제법 더운 날씨였는데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주신 기사님 덕분에 쾌적하게 노량진에 도착. 정말 얼마만에 오는 건지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랜만이었네요. 군대 가기 전에 영등포에서 1년 넘게 살았었는데 그 때 노량진 종종 갔었으니까요. 10년도 더 됐네요.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닌가 봅니다. 주위에서 얼마만에 노량진 오는 거냐고 얘기하는 사람이 수십 명. -_ㅡ;;;


버스에서 내려 네이버 지도 보고 노량진 역 쪽으로 가니 여의도 넘어가는 다리가 보이더라고요. 아... 진짜 추억이 방울방울. 무척이나 힘들게 살 때 왔던 곳인데 그 때보다 한~~~ 참 나아진 상황에서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 무한도전 』에서 정준하와 길이 추격전 펼치던 배경이 되었던 그 다리지요.


화장실부터 갔는데... 역시나 미어터집니다. 후다닥 볼 일 보고 다리를 건너 여의도 쪽으로 가는데... 다리 건너자마자 나온 건물 주차장에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앉아 있습니다. 어라? 이래도 되나?


상가가 들어선 건물의 주차장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눈썰미 좋은 선배가 제법 괜찮은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합니다. 까치발로 저 아래 쪽을 보니... 잔디 밭 쪽은 난리도 아니네요. 뉴 키즈 온 더 블록 왔을 때 압사 사고 났을 때 저랬을 거다 싶더라고요. -ㅅ-



전쟁나서 피난민들 몰리면 딱 이 꼴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_ㅡ;;;



내 또래의 지방 학생들은 서울로 수학 여행을 갔었고 63 빌딩 보며 호들갑 떠는 게 당연한 코스였지요.



1년 연봉 털어넣어도 한 평을 채 살 수 없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집에서 편히 감상할 수 있었겠지요.



경찰이 선을 넘지 말라고 테이프까지 둘렀는데 이 둘은 주구장창 선을 넘습니다(?). 예끼!



이 건물 주차장이 핫 플레이스였던가 봅니다. 경찰이 일찌감치부터 테이프를 둘러 놨고 앞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아침부터 와서 자리 잡았답니다. 처음에는 사람과 차가 엉켜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었는데 이내 차들이 빠진 자리를 사람들이 차지하면서 시장 바닥이 되어 버렸네요. 뭔가 으쓱해보이는 주차 관리 아저씨와 경찰들이 차들을 통제했고요.


어려 보이는 커플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농도 짙은 애정 행각을 열심히 펼쳐대더군요. 뭐, 좋아 죽을 때인데 누가 말린다고 되겠냐 싶겠지만 공공 장소에서 열심히 만져대고 만짐을 당하는 꼴은 썩 보기 좋지 않더만요.



저 동그란 게 뭔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저기 화면도 나오고 레이저도 쏘고, 여러 재주를 가진 녀석이더라고요.



저 앞의 젠장할 광고 판때기는 불꽃 놀이 내내 방해가 됩니다. -_ㅡ;;;   까페×네 가나 봐라!!!



싸들고 간 김밥 먹으면서 수다를 떨다보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갑니다. 불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맥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과 아무 관계없이 화장실에 자주 가는 몸뚱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화장실을 좀처럼 안 가는데 한 번 터지면 그 뒤로 수도 없이 들락날락해야 하는 비루한 몸뚱이. ㅠ_ㅠ


심지 근처에 불도 안 갖다 댔는데 일찌감치 신호가 와서 노량진 역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온통 사람밭. 아아~ 정말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엄청난 인파에 짜증이 절로 납니다. 한참을 부대끼며 힘겹게 화장실에 도착해 볼 일을 보고 난 뒤 돌아가려는데... 돌아가는 길은 더 난리네요. 육교를 건너오는 사람들과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합류하는데 서로 밀리지 않으려고 힘을 써대는 바람에 자칫 넘어졌다가는 깔려 죽겠다 싶었습니다. 바로 옆에 아기를 안은 젊은 여자 분이 계셨는데 뒤에서 움찔움찔 밀어대서 보는 내가 다 불안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내 등 뒤로도 누군가가 밀어대는 게 느껴져서 "밀지 마세요! 다쳐요!!!" 했더니 미는 힘이 뚝! 멈추네요. 그런데 10초도 안 되어 또 미는 게 느껴집니다. "아이 씨! 애기 안고 있다고요! 밀지 말아요!!!" 하니까 또 뚝!


그렇게 힘겹게 자리로 돌아와 앉으면서 화장실 때문에라도 술 그만 마셔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화장실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 차고 하늘은 점점 어두워집니다.



노리고 주차한 모양이더라고요. 저 아이들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생한 부모의 노력을 알고 있을까요?



어디에선가 경찰 한 무리가 나와 앞을 막네요. 나중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거예요. 설마 했는데... 개념없는 것들,

진짜 밀면서 앞으로 달려들더라고요. 나 좋자고 남 죽이는 ㅄ 같은 ㅅㄲ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7HAH77I들...



저 멀리 남산 타워도 선명하게 잘 보이는 좋은 날씨였네요.


순식간에 어두워졌습니다. 빌딩에 불이 들어오자 제법 분위기가 나더라고요.



이건 좀 나중에 찍은 사진인데... 그 와중에 어디에선가 콘크리트 벽돌 주워와 밟고 올라섰더군요. ㅋㅋㅋ



미개인이 맞다는 둥, 시민 의식 어디 갔냐는 둥, 나무라는 말을 많이 하던데요. 이건 시민 의식 찾고 자시고 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럴만한 환경이 전혀 안 되요. 특별한 자격 조건을 필요로 하거나 돈을 받는 게 아닌 만큼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넓디 넓은 공원인데도 명당 싸움이 치열하다보니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네요.


얼마 전까지 경찰이 교차로 꼬리 물기 단속한다고 했었는데요. 그런 거랑 관계없이 나는 교차로에서 차가 막히는 것 같으면 앞 차에 붙지 않고 정지선 지켜서 멈춥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뒤에서 빵빵거려요. 물론 내 차에 가려 안 보이니까 갑자기 멈춘 차를 상대로 빵빵거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 차보다 차고가 높은 버스나 트럭, SUV도 빵빵거리거든요. 이건 빨리 달라 붙으라는 재촉이죠. 안 붙으면 자리 뺏긴다는 절박함 따위가 묻어나는 클락션질인 겁니다. 더 웃긴 건 말이죠. 앞 차에 바짝 달라 붙었다가 교차로 중간에 어중간하게 설 수밖에 없었던 차들이 이 때다 하고 내 차로로 끼어든다는 겁니다.


느닷없이 뭔 교차로 얘기냐고요? 세상 일이 이래요. 세상 사람들이 다 나와 같지 않습니다. 각자 제 자리에서 조용히 사진 찍고 즐기면 되는데 어떻게든 가까이서 보겠다고 앞으로 막 몰리거든요. 빌딩 옥상에서 앞으로 가봐야 얼마나 가까이 가겠어요? 1~2m 앞에서 사진 찍는다고 더 좋은 작품이 나올까요? 아니라는 거 뻔히 알텐데 밀고 밟고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 앞에서 제 자리에서 봅시다! 자기 자리 지킵시다! 라고 외치면 뭐가 될까요? 그래요. 그저 ㅄ이 되는 거죠. 저 혼자 잘났어? 소리 듣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진 나라라면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양아치들보다 제 자리 지키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테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 싶네요. 새벽에 차 한 대 안 다니는 곳에서 빨간 불이라 멈춰 있으면 빠아앙~ 하면서 중앙선 넘어 추월해가는 사람이 내 뒤에 서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그리고 하는 말이 유도리죠. 그 놈에 유도리.


난 솔직히 지켜야 할 거 지키고 하지 말라는 거 안 하는 사람이 욕 먹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이고~ 성인 군자 나셨네~ 라고 하면 할 말 없죠. 나도 살면서 나 유리할대로 해석해서 움직이는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은 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아요, 절대로.



아무튼... 직접 보러 간 사람도, 그 사람들의 만행(?)을 기사를 통해 접한 사람도, 다음 날 쓰레기 밭이 되어버린 광장을 청소하는 사람도, 모두 힘든 날이었네요. 『 롤러 코스터 타이쿤 』 왕중왕 전을 열어 1등한 사람에게 관람객 분산 배치를 맡기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요.


써놓은 글을 보니 어째 나는 깨끗한데 더러운 너희들 때문에 엉망이 됐어! 라고 하는 것 같은데... 필력이 모자라 그 따위로 쓰였을 뿐,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나도 똥이죠. -ㅅ-


여러 사람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거울 수 있는 불꽃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5년은.




연사 기능을 활용했더니 사진을 2,000장 가까이 찍었는데... 삼각대도 없이 밤에 찍어댔더니 죄다 흔들리고 포커스 날아가서... 후하게 쳐줘도 100장 건질까 말까더라고요. 아래에 불꽃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그럴 사람 있을까 싶지만 필요하면 마구 퍼가세요.


내년에 또 불꽃 축제 보러 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내년에 또 가게 된다면 좀 더 성숙한 시민이 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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