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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오랜만에 간 포항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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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내가 나고 자란 곳이다. 이종학 산부인과가 고향인데 지금은 리즈 여성 병원인가로 바뀐 것 같다. 아무튼... 태어나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다가 서울 올라오면서 떠나온 게 20년 전이다.


서울에서 포항까지는 워낙 멀어서 가는 게 쉽지 않다. 시간도 시간이고 돈도 제법 깨져서 큰 맘 먹고 가야 한다. 그래도 스틸야드 가려고 1년에 한 번 정도는 꾸역꾸역 가는 것 같은데, 축구 본 뒤 고향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퍼질러져 있다 올라온 기억 말고는 남는 게 없네. -ㅅ-


이번에는 축구 보고 겸사겸사 포항 구경도 좀 해보자 싶어 포항 시청에 관광 지도를 신청했... 는데 여행 다녀와서 받았다. 좀 일찌감치 신청하는 건데 너무 촉박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착불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더라.


아무튼... 여행 준비를 대충 했다. 갈아입을 옷이랑 카메라 같은 것들을 꼼꼼하게 잘 담... 아야 하겠지만 어차피 차 가지고 갈 거, 차에 대충 던져놓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막 꾸렸다. ㅋㅋㅋ   4일과 5일은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는데 3일은 게스트 하우스에 빈 방이 없다고 해서 잠시 망설이다가... 3일은 안동에 있는 친구 녀석 만나서 한 잔 먹고 거기서 잔 뒤 다음 날 포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곤지암 IC에서 빠져 영동 타고 가다가 중부 내륙으로 옮겨 탔다. 아이나비는 그대로 가라 하는데 티맵이 충주인가에서 빠지라 하기에 일단 티맵이 시키는대로 했더니 평택-제천 고속도로에 올라타게 됐다. 아이나비는 출발 전에 업데이트 했는데도 불구하고 평택-제천 고속도로를 인식하지 못해서 산으로 차가 달리고. ㅋㅋㅋ   단양에 휴게소가 있고 다음 휴게소가 안동인데 무려 71㎞나 떨어져 있다기에 단양에서 쉴까 하다가 별로 안 힘들어서 그냥 갔다.

안동 25㎞ 쯤 남겨둔 곳에서 저 앞에 차가 비스듬히 서 있는 걸 발견하고 급하게 비상등 켜고 속도 줄인 뒤 옆 차선으로 넘어갔는데 지나면서 보니 SUV 한 대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 받은 상태였다. 비스듬히 앞 쪽으로 구형 SM5 한 대가 삐딱하게 갓길에 서 있던데 둘이 충돌한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SUV 운전자가 좀 미친 것 같더라. 후속 조치 안 하고 차 앞 바퀴 쪽에서 한 다리 세우고 기대어 앉아 전화하고 있었다. 응? 후속 조치 안 하나? 저러다 다른 차가 들이 받으면 바로 죽을텐데? 미친 × 아냐? 많이 다쳐서 못 움직이는 건가?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그 와중에 너무 많이 지나쳐와서 경찰에 신고를 못했다.




세 시간 남짓 운전해서 안동에 도착했다. 안동 톨게이트 빠져 나간 뒤 막히기 시작. -ㅅ-   안동 대학교 가서 친구 녀석 만나고... 학교에 내 차 세워두고 친구 녀석 차로 식당까지 갔다. 뭐 먹겠냐 하기에 차돌박이 먹자 했더니 잘 하는 집이 외진 곳이라 가기 좀 그렇단다. 그럼 그냥 적당히 먹자니까 삼겹살 괜찮냐고 해서 그리 가자고 했다. 옛 시가지라는데 밖에 있는 테이블은 이미 꽉 찼고, 안에 들어가서 먹었다. 고기 두툼하니 괜찮더라. 서빙하는 녀석들이 상당히 어려 보였다. 대학생은 절대 아니고 고등학생이지 싶었는데 술 파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PS. 가게 이름은 '모정'이다. http://blog.naver.com/choseran/220317063249 ← 고기 집에서 돈 주고 쓰라고 했나 싶을 정도로 잘 써놨으니 참고하시라. 고기가 두툼해서 양이 얼마 안 되어 보이는데 그 때문에 클레임이 많은지 정량임을 강조하고 저울과 고기 써는 걸 모니터로 볼 수 있게 해놨다. 정량 아니면 문 닫는다는 플랑 카드도 걸어놓고. 친구 녀석은 멜젓 주는 게 맘에 든다 하는데 난 제주 가서도 멜젓 그닥 안 먹어서. ㅋ


고기 시켜서 소맥 말아 마시다가 봉구비어 짭퉁으로 보이는 가게에서 2차. 쥐포 튀김을 시켰는데 예쁘게 생긴 젊은 처자가 뭔가 엉뚱해 보이는 안주를 주고 간다. 일단 입으로 넣었는데... 어떻게 봐도 쥐포는 아닌 거다. 잠시 후에 나이 좀 있으신 여자 분께서 쥐포 가지고 오시더니 잘못 나갔다고 한다. 이미 먹었는데 어떻게 하냐니까 서비스로 주겠단다. 북어 포를 잘게 찢은 안주였는데 생각없이 먹었다. -_ㅡ;;;   아무튼 안주 잘못 나온 덕분에 우리는 공짜로 안주 하나를 더 받고 그걸 시킨 쪽은 안주가 늦게 나가니까 투덜거리더라. 아까 고깃집처럼 여기 알바도 나이가 그닥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실수한 것 때문에 혼나거나 시급 날아가지 않을까 싶어 잘못 나온 안주 값도 우리가 내겠다고 했는데 끝내 사양한다. 괜찮으니까 그냥 같이 계산하겠다고 하는데도 계속 안 받겠다 해서... 결국 맥주 여섯 잔이랑 안주 하나 값 내고 나왔다.


PS. 고깃집 검색하면서 저 가게도 검색해보니 나오네. '용구비어'다. ㅋㅋㅋ   아담한 내부도 괜찮고 안주도 싸면서 맛있었다. 서빙하는 알바가 엄청 예뻤다는 게 가장 기억에 남지만... -_ㅡ;;;



2차 마시고 나와서 같이 하지 못한 FireBall Friends한테 전화해서 시비 좀 걸고... ㅋ   대리 불러서 타고 가다가 마트 들러 캔 맥주 여섯 개 사들고 친구 집에 들어갔다. 맥주 마시다가 자고. 아침에 일어나 대충 씻고 집을 나섰다.




친구 녀석 차로 다시 안동 대학교 가서 차 세워 두고 내 차로 포항까지.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대로 가면 영덕 쪽으로 가서 더 오래 걸린다고 다른 길을 알려줘서 그리로 갔다. 두 시간 쯤 간 것 같다. 포항 도착해서 친구 녀석 내려주고, 나는 바로 오어사로 향했는데... 친구 녀석한테 전화 왔다. 어디냐고. 오어사 간다니까 집에 아무도 없다며 심심한데 따라 가겠단다. 차 돌려서 다시 친구 녀석 태우고... 오어사로 출발.


오어사는 예전에 포항 살 때 가봤던 절인데... 기억이 전혀 없다. 초등학교 때 갔는지 중학교 때 갔는지조차 불분명하고 소풍이었는지 아람단 활동하면서였는지조차 모르겠다. 분명 가긴 간 것 같은데 언제, 누구와, 왜 갔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 삼봉이발소 』, 『 목욕의 신 』, 『 방과 후 전쟁활동 』으로 유명한 하일권 작가의 신작에 '오어사'가 나왔다. 응? 하일권 작가, 포항 출신인가? 아니었다. 서울 사람이다. 그런데 어찌 오어사를 알지? 뭐, 어찌 됐든 이번에 포항 갈 때 오어사 겸사겸사 갔다오자. 뭐, 그렇게 된 거다.



아마 이 작품 덕분에 포항에 오어사가 있다는 것과 관련된 전설을 알게 된 사람이 엄청나게 많지 않을까 싶다. 오어사는 조만간 방문객 급증에 대한 이유를 찾아봐야 할지도... -ㅅ-   작품에서 오어사에 대한 언급은 4화에 처음 나오고, 5화에서 본격적으로 오어사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이렇게만 쓰면 굉장한 규모의 큰 절을 생각하겠지만 어느 동네에나 산에 하나쯤 있을 법한 조그마한 절이다.


내비게이션에 오어사를 찍고 한참을 달려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들어갔다. 가는 도중 길가에 차가 꽤 많이 세워져 있어서 안 쪽에 주차장이 없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절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었다. 다만 빈 자리가 없었는데 운 좋게도 도착하자마자 빠지는 차가 있어서 그 자리에 쏘옥~ 집어 넣었다.



정문으로 안 들어가고 주차장 옆 쪽문으로 들어가니 합창단 모집한다는 플랑 카드가 가장 먼저 보인다.




쪽문 정면에는 바가지를 든 동자승이 살포시 미소 지으며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네이버 웹툰 『 고고고! 해골물의 비밀 』에서는 이렇게 그려졌다. ㅋㅋㅋ





어김없이 종 밑에는 동전이 잔뜩인지라 그거 찍겠다고 카메라 들이밀었는데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줄에 포커스가 맞아서 뒤 쪽은 흐릿하게 나왔다. -ㅅ-




저수지 공사하다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사연으로 절에 걸려 있던 종이 땅바닥에 묻혔을까?





길게 혀를 빼물고 앉아 있더니 스님 한 분 지나가니까 광분을 했던 개. 이름이 달마란다. 성은 절 이름에서 따서 붙였겠지? 그나저나... 절에 사는 개도 고기 맛 못 보고 사는 건가? -_ㅡ;;;




벌이 붕붕거리고 날아다녀서 봤더니... 절 건물 아래에 집을 지은 모양이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라서 소방차 부르지도 못하고 스님들이 고생이겠고나 싶더라. 쏘이기라도 하면... ㄷㄷㄷ







절 건물을 다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정문으로 나갔더니 가물대로 가물어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가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출렁 다리. 하일권 작가는 이 다리 역시 만화에 소개했다.







일단 다리 쪽이 궁금해서 그 쪽으로 갔다. 출렁다리라는데 꽤나 규모가 있어 보여서 출렁거리지는 않을 줄 알았는데... 올라가자가마자 출렁출렁 흔들린다. 이런 거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못 지나가겠고나 할 정도로 은근히 흔들린다. 울렁울렁하는 느낌이 재미있고 좋긴 한데... 흔들지 말라 하니까... 하지 말라는 짓은 안 하는 착한 아저씨라서 곱게 건넜다. ㅋ





한 쪽을 막아놨기에 반대 쪽으로 향했다. 안내 판때기에 둘레길이라고 되어 있어서 그저 고즈넉한 숲길인 줄 알았다. 이 때 돌아갔어야 했는데... 앞으로 펼쳐질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표지판 왼쪽 길로 들어갔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지만 멀쩡한 안내 판때기 망가뜨리는 인간들은 대체 어떤 것들일까? 쪼개진 면을 보면 자연적인 파손은 아닌 것 같다. 저거 말고도 망가진 게 여럿이었다. 망가뜨린 × 잡아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똑같이 만들었으면... -ㅅ-





포항 중년나이트의 대세!! 란다. ㅋㅋㅋ   전혀 안 어울리는 조합의 이 플랑 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슬슬 길이 험해진다 싶더라니...




더 가면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길이 시작되었다. -ㅅ-




경사가 꽤나 심해서 천천히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나마 농구화라 덜했지만 친구 녀석은 구두 신고 있어서 무척 힘들어했다.




멀지 않은 곳에 원효암이 보이니까 차마 돌아갈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냥 계속 가기로 했다. 거의 다 왔다 하면서.   먼저 쉬고 계시던 할머니 두 분을 만났는데 이 정도 힘든 건 인생 힘든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교과서적인 멘트를 날려주신다. -_ㅡ;;;





저 쪽도 무슨 암자인 듯 한데, 가보자가 했다가는 친구 녀석이 얼굴에 니 킥 날릴 거 같아서 가만 있었다.






등산할 거라는 생각은 나도 전혀 안 했었으니까... 친구 녀석은 산의 시옷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을 거다. 나는 반바지에 농구화였지만 이 녀석은 기지 바지에 구두. 무척이나 힘들었을 거다. 아니나다를까 등짝이 땀으로 흠뻑.




갈림길이 몇 차례 나왔는데 안내 표지가 전혀 없어서 이 길인가? 여기 맞나? 엄청 걱정하면서 갔다. 선택한 길마다 맞는 길이었던 걸 보면 나는 길 찾는 천재! 가 아니라... 갈림길 중 어디로 가도 결국 만나게 되어 있지 않나 싶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고생을 사서 할 생각을 하고 있는 바보 or 용기 있는 냥반께서는 갈림길에서 왼쪽 선택하면 된다고 알려드린다. -ㅅ-




갈림길에서 이 길 맞나 걱정하며 엄청난 경사의 길을 고생하며 가니 원효암이 나왔다. 앞에 화장실이 있는데 전형적인 퍼세식 화장실.




작은 일 보고 사진 찍었다. 사진 찍으면 원본과 소프트 포커스 효과를 준 사진이 같이 찍히게 설정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소프트 포커스 효과는 사진이 죄다 흐릿해서 못 쓰겠다 싶어 다 지웠다. 하지만 이거 하나 유용했다. 원본 그대로였으면 모니터 밖으로 찌린내가 고스란히 전해졌을 거... -_ㅡ;;;




땀에 절은 친구 녀석은 이 물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화장실 다녀오더니 더럽다며 궁시렁궁시렁거리더니 손을 씻는데... 왼 손에 든 바가지에 물 받아 오른 손을 씻고 바가지를 바꿔 들더니 왼 손을 씻었다. 왜 바가지를 쓰냐고, 그냥 양 손 씻으면 되지 않냐 했더니 그제서야 아... 하고는 쪽 팔리다는 듯 웃는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애가 바보가 됐나... 원래 좀 모자란 녀석이긴 했지만서도. ㅋㅋㅋ









날 잡아먹으려고 허겁지겁 거미줄 치던 스이더맨 or 우먼이 보이기에 수 차례 시도한 끝에 사진 한 장 찍고.






예전에는 이런 거 보고도 뭔지 몰랐는데 이제는 고추 아닌가? 하고 매달린 고추 확인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




대부분이 포항에서 오신 분들이지만 서울이나 경기에서 온 사람들도 종종 보이고.




예전에는 진짜 초를 썼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전구 같은 걸 쓰는 모양이다. 하긴 불이라도 나면... -ㅅ-






고추도 키우고 호박도 키우고. 친구 녀석은 물에 젖은 걸레가 되어 널부러졌다.








원효 대사가 해골 물 마시는 장면을 그린 게 아닌가 싶다. 흩어진 뼈까지 그려놨다. 디테일하게시리. ㅋ





한자로 쓰지 않아도 충분히 멋지다.








이 쪽은 상추도 있고 가지고 있고. 자급자족하는 암자의 삶. 쉽지만은 않겠지.








아까 우리한테 삶의 고통에 비하면... 이라는 교과서 멘트 날려주셨던 할머니 두 분이 저만치 앞서 가신다. 원효암 안 보고 그냥 가셔서 우리보다 한참 늦게 오셨는데도 추월에 성공했다. 우리가 다시 추월했는데 뒤에서 노래 부르면서 오시더라. 그 놈에 내 나이가 어때서는 어머나 이후 최고의 중장년 히트 송이 되었다.







숨은 다람쥐 찾기. 진짜 있습니다. ㅋㅋㅋ




대장균 검출되었으니 먹지 말라 했는데 대야와 바가지가 그대로 있다. 씻는 용도로 누군가 쓰는 건가?







그렇게 잠깐 내려가니 이 다리가 나온다. 그래. 이 다리다. 이 다리는 엄청 옛날부터 있던 다리다. 나 어릴 때에도 이 다리 건넜던 기억이 난다.




어찌나 가물었는지 물이 전혀 없다. 남쪽은 그나마 비 좀 와서 괜찮은 편이라고 하지만 가물긴 가물었다.




내려온 길로 가면 원효암은 순식간이다. 원효암 가실 분들은 출렁 다리 쪽으로 가지 말고 반대 쪽의 옛날 다리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고생을 하고 400m 남짓한 운제산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오어사 절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스님 둘이 물고기 살리기를 시도해서 한 마리만 살아 움직이자 내가 살린 고기라 한 건 다 똑같은데 어떤 곳에서는 고기를 삼켰다가 뱉어냈다 하고 어떤 곳에서는 고기를 삼킨 뒤 똥으로 내보냈다 한다. 다른 어떤 곳에서는 삼키지는 않고 물에 흘려 보냈다 하고. 아무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한데 항사사라는 원래 이름이 오어사로 바뀐 부분은 큰 차이가 없다.




오어사 정문의 현판이고,




하일권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오어사 현판이다. ㅋ






다시 절로 들어가 아까 못 본 것들을 보는데 마땅히 눈에 담을만한 건 없는 것 같다. 기와에 마카 펜으로 소원 같은 걸 쓰는 게 만 원이라고 해서 할까 하다가 나는 예수쟁이들한테 야박하고 불교에 은근히 관대하다 싶어 그만 뒀다. -ㅅ-




주차장으로 돌아가 자판기로 음료수 뽑아 홀짝거리며 다른 갈만한 곳이 있나 안내도를 봤다. 예전에 보경사도 갔었던 것 같은데 보경사는 엄청 멀다. 거의 영덕인데. -_ㅡ;;;




밥 때가 지나서 밥 먹고 가기로 했다. 올라가면서 이 가게를 봤는데 산에 보통 나물 비빔밥이나 오리 백숙 가게만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좀 의외의 메뉴다. 여기서 먹기로 하고 입장.








인테리어 깔끔하다. 꽤나 일본스러운 가게. 오사카 갔을 때에도 이런 집은 못 봤는데. ㅋㅋㅋ




이게 만 원짜리 메뉴. 꽤나 괜찮다. 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 커피 한 잔 하고 가시라는 거 괜찮다 마다하고 다시 출발. 친구 녀석 집 쪽으로 갔다가... 게스트 하우스 앞에 차 세워두고 거기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다가 다른 친구와 합류해서 축구장 가는 걸로.


친구 녀석 집에서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길에 모교 들리기로 했다. 포항 갈 때마다 들리는데 그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구조나 벽 색깔은 그대로인데 뭔가 엄청 깔끔해졌다 싶어서 보니까... 벽면을 철판으로 덮은 거였다. 누가 포스코 교육재단 학교 아니랄까봐. ㅋㅋㅋ




맘 같아서는 안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아는 선생님 계신지 안 계신지도 모르겠고... 미리 연락하고 간 것도 아니고... 폐가 될 것 같아 아쉬워하며 그냥 나왔다.




2학년 때 기숙사에서 탈출을 감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밤이 늦으면 밖에서 기숙사 문을 잠궈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말에 집에 안 가는 녀석들은 낮에 외출을 나가 먹을 거리를 사들고 왔었다. 문제는... 다들 자느라 먹을 걸 사온 녀석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포항 공대 안에 있었는데 문이 잠겨 있으니 나갈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ㅋㅋㅋ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침대 시트끼리 묶었다. 세 장인가 묶으니까 2층에서 내려갈 정도가 되었다. 한 쪽은 침대 다리에 묶고 나머지를 창 밖으로 던진 뒤 타고 내려가는데 무게 때문에 침대가 끌려와서 같이 있던 친구들이 놀라 침대를 붙잡았었다. 쇠인지 알루미늄인지로 되어 있는 창틀 부분은 무게 때문에 휘어 버리고. ㅋㅋㅋ

그 시각에 돌아다니다 걸리면 도둑으로 몰리기 딱 좋은 상황(마침 바로 앞의 여중이 두 번인가 연속으로 털렸었다)이라서 친구 녀석 한 명과 엄청 긴장하면서 내려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무 같은 데 숨었다가 오라고 사인 보내면 오고. ㅋㅋㅋ   그렇게 남중 운동장 가로질러 철조망 넘다가 친구 녀석은 옷 찢어먹고... 편의점에 무사히 도착해서 먹을 거 사들고 다시 돌아왔다. 먹을 거 담긴 봉지부터 묶어서 올리고... 영화에서처럼 발로 벽 탁탁 치며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발이 마구 미끄러져서 위에 있던 친구들한테 끌어 올리라고 해서 간신히 올라갔고... 나보다 늦게 올라온 친구는 중간에 시트 묶은 게 풀려 떨어졌는데 다행히 높지 않은 곳이어서 다치지는 않았다.


다음 날 일어나서 아침 먹으러 가면서 보니 내가 발로 찬 부분이 하필 흰 색이라 시커먼 발자국이... ㅋㅋㅋ   걸릴까봐 엄청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안 걸렸고... 다른 과에서 우리가 그렇게 나갔다 왔다는 얘기 듣고 똑같이 따라 하다가 걸려서 다 뒤집어썼다. -ㅅ-


한동안 저기 와서 발자국 잘 있나(?) 보곤 했는데 철판으로 덮여서 안 보인다, 이제.





이건 학교 식당. 맞아, 품위관이었다. ㅋ   예전에는 포철공고에서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포철중으로 넘어간 모양이다. 중학교 때에는 공고 다니는 새끼들이 자꾸 눈치 준다며 투덜거렸는데 공고 간 뒤로는 중학생 새끼들 때문에 밥 먹기 힘들다고 째려보곤 했었다. -_ㅡ;;;   밥 진짜 맛있었는데. 키 작다며 많이 먹으라고 반찬 더 얹어주시고 했던 아주머니들 지금도 생각난다.




우리 과 실습실이 있던 곳은 체육관으로 바뀌었다. 하긴... 과가 없어졌으니 실습실을 남겨둘 필요가 없겠지. 지난 번에 올 때에는 그대로 있었는데 오랜만에 가니 사라졌다. 뭔가 좀 아쉽고 그렇다.






아쉬운 맘으로 사이드 미러에 비친 기숙사 다시 한 번 찍어보며 내려간다.





여긴 도서관. 공부도 안 하면서 책 읽으러 부지런히 다녔었다. 당시에는 책 뒤에 독서 카드가 다 붙어 있어서 책 읽은 사람이 자기 이름 써넣을 수 있었는데 내가 그거 쓰는 걸 보더니 책도 안 읽은 녀석이 자기 이름 써넣어서, 그 뒤로 경쟁이 붙어 읽지도 않은 책에 이름 쓰고 그랬었다. 사소한 걸로도 경쟁하던 팔팔하던 때. -ㅅ-





여긴 원래 포철고 건물이었는데 나중에 여중 건물로 바뀌었다. 내가 1학년 때에는 남녀합반이었고 2학년 때에는 남녀분반이었으며 3학년 때에는 아예 건물을 따로 썼다. 1학년 때 좋아한다고 대놓고 티 냈던 여자 애는 시집 가서 애 낳고 잘 산다는데... -ㅅ-




산 위에 달랑 매점 하나 있던 곳인데 이렇게 바뀌었다.







중학교 건물을 지나 공고 운동장까지 가봤다. 뭔가 휑~ 해서 짠한 기분이 들었다. 해도 안 뜬 새벽에 축구 서클끼리 돈 걸고 시합하고 그랬었는데. 아련하다. ㅠ_ㅠ




그렇게 추억 여행을 마치고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지곡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파티 게스트 하우스. 주변이 온통 모텔인데 외관을 보니 원래는 모텔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른도 안 된 젊은 사장이 운영한다는데 선견 지명이 있는 거겠지.

큰 길에 차 세우면 간혹 딱지 끊으러 온다는데 게스트 하우스 옆 쪽에 빈 자리가 딱 있어서 주차하고... 아무도 없어서 전화로 주인과 통화한 뒤 방 배정 받았다. 게스트 하우스 이름대로 저녁마다 파티 한다는데 파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오늘은 안 하냐고 물어봤더니 축구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못 정했다고 한다.


나도 축구보러 왔다고, 포항 팬이랬더니 수원 팬이 아홉 명 저도 왔다며 걱정한다. ㅋㅋㅋ   포항이 이기면 당당히 포항 유니폼 입고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1층 테라스에 앉아 맥주 홀짝거리고 있는데 수원 팬들이 들락날락한다. 황진성 마킹된 유니폼의 포항시 마킹이 덜렁덜렁해서 다시 붙이려고 안 입고 있었는데 어쩐지 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마킹 안 된, 평소에 입고 다니는 유니폼 입으니까 지나다니며 힐끗힐끗 본다. ㅋㅋㅋ


수원 팬들은 택시 불러서 타고 경기장 가는데... 친구 녀석은 당최 올 생각을 안 한다. 시간 약속 더럽게 안 지키는 놈. 기다렸다가 친구 녀석 와서 경기장으로. 적당한 시간에 도착해서 어렵잖게 주차하고... 친구 녀석 아들내미와 놀아주면서 스틸야드로 갔다.

용품 파는 곳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깔끔해졌다. 마킹 떨어진 거 다시 할 수 있냐니까 바로 해주네. 기념품 하나 사들고 나와 으슥한 곳에서 옷 갈아입고... 내 꺼 10 경기 시즌권으로 입장.



서포터들이 전광판 기준 오른쪽으로 옮겨 가서 전광판 바로 아래에 자리 잡았는데... 안 옮기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아무튼... 신진호가 복귀 이후 처음 뛰는 경기였는데... 진짜 잘 하고도 졌다. 후반에 골대 맞은 게 너무 아까웠다. 그나마 다행인건 엉망진창인 세트 피스가 신진호 덕분에 희망이 생겼다는 것? 아무튼... 경기 지고 나니 게스트 하우스 가기가 싫어졌다. 이기거나 비겼다면 괜찮지만 지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술 마실 기분이 안 나니까.


그래서 게스트 하우스에 전화해서 못 간다고 얘기하고... 친구 녀석과 집 근처로 가서 술 마시고... 떡이 되어 친구 녀석 집으로 갔다. 마침 친구 녀석 부모님께서 집을 비우셔서 편하게 잤다.


자다가 일어나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차도 거기 있었고 침대에 가방도 던져 놨으니까.   수원 팬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나보다 앞서 계단 올라가더니 내가 묵는 방문을 두드린다. 슥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니 안에서 자고 있는 남자를 불러 뭐라 뭐라 한다. 난 침대 위에 던져진 가방에서 갈아입을 옷 꺼내들고 화장실 가서 샤워하고... 대충 짐 꾸린 뒤 밖으로 나왔다.


결론. 파티 게스트 하우스에서 1박 했는데 실제로는 안 자서 분위기고 뭐고 모름. ㅋㅋㅋ   시설은 깨끗하고 사장님도 친절하시긴 했다.




차에 올라 어디를 갈까 하다가 일단 포항 운하부터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보는 포항이 반가워 신호 걸릴 때마다 사진 한 번씩 찍어대고.




그렇게 조금 가다보니 포항 운하관이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가 표를 샀다. 어른은 10,000원. 포항 시민은 할인이 되는 모양인지 포항 시민이냐 묻는데 나도 모르게 맞다고 할 뻔 했다. 포항 시민 아니게 된 지 20년이나 됐는데. -ㅅ-






순서대로 번호 부르며 인원 체크한 뒤 배에 태우는데 44번(나보다 뒷 번호) 부르기에 그냥 가서 타면 되냐니까 몇 번이냐고 묻는다. 43번이랬더니 한 명 맞냐며 타도 된단다. 그런데 큰 배 말고 작은 배 탔으면 싶어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기다렸다 작은 배 타란다. 그래서 좀 더 기다리다가 작은 배 탔다.





큰 배는 유리로 막혀 있는데 작은 배는 사방이 뻥~ 뚫려있다. 나중에 파도에 튕겨지며 가다보니 물도 튀어 들어오고 그러더라. 의자는 푹신한 소파였다. 구명 조끼 입고 앉으라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사람 다 타고 출발.
























대체 예전에는 어땠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운하라고 해서 거부감부터 들었는데 이 정도면 정말 잘 꾸며놨구나 싶더라. 앞으로도 주변 정비 계속해서 덩치를 더 키울 거라는데 그 때 가봐야 아는 거겠지만 잘만 한다면 국제적인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솔직히 배 타면서 이게 뭔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일본까지 가서 도톤보리 크루즈 기를 쓰고 타서 뭔 소리인지도 못 알아들으면서 앉아 있는데 오히려 국내 여행에서 이런 배도 타보고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했다.




















이 날 무슨 요트 대회가 있다 해서 바다에 요트가 잔뜩 떠 있었다.










그렇게 30분 이상 배를 탔다.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한다. 타볼만 해.





배에서 내려 포항 운하관 올라가니 운하 만들면서 정비 사업 관련되어 집 팔고 나가야 했던 사람들 이름을 쫘악 써놨더라. 한 사람이 이름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도 있어서 살짝 욕 했다. 법적으로 어떤 꼼수도 안 통하게 한 사람이 집 하나만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_ㅡ;;;






상도, 죽도, 해도,... 낯익은 동네 이름인데, 저 도가 섬 도(島)인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ㅁ-
















포항 운하관 3층과 4층도 대충 둘러보고... 밥 먹어야겠다 싶어 어찌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4층에 있는 식당에서 먹고 가기로 했다. 피자 같은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필라프라 해서 볶음밥 같은 것도 있더라.




칠리 소스 새우 필라프 시켰더니 이렇게 나왔다. 먹음직스럽다. 맛도 괜찮았다.





밥 먹고 밖으로 나와 네이버 지도 보면서 아이언 로즈 찾아갔다. 아직까지는 예전에 살던 동네 집 같은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반가웠다. 석류 나무도 반가웠고 개 짖는 소리도 반가웠다. 문패 걸린 것도 좋았고, 조용한 길도 좋았다.


잠시 헤맸는데... 느닷없이 아이언 로즈가 딱 나타났다. 다시 보니 배 타고 지나는 그 길에 있었다. 왜 아까 지나면서는 못 봤지? -_ㅡ;;;   아까 지나면서 포항 유니폼 입은 노란 머리 아저씨를 얼핏 봤었는데 경기 다음 날에도 포항 유니폼 입고 있다니, 어지간한 팬인가 보다 싶더라니... 사장님이었다. ㅋ






까페 밖에 놓여진 의자 색깔도 검빨. ㅋㅋㅋ






















들어가자마자 광대가 하늘로 솟구쳐오르기 시작한다. 실실 쪼개고 있으니까 사장님이 축구 팬이냐고 한다. 일부러 찾아왔다 했다. 일단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부지런히 사진 찍고 있으니까 어디서 왔냐 하신다. ××에서 왔다니까 멀리서 온 ×× 팬으로 생각하신 모양이다. 포항 팬이라 했다. ㅋㅋㅋ


사방이 구경 거리고 사방이 가지고 싶은 것들이다. 커피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갔더니 금방 따라올라오셔서 TV를 켜신다. 리모컨이 말을 안 들어 한참을 만지시더니 이내 딱 켜시는데... 지난 2008년에 경남이랑 FA컵에서 만났던 거.





마침 황진성이 골 넣는 장면이 딱 나온다. 최효진이 절묘하게 수비 무너뜨리며 사이드에서 찔러 준 걸 황진성이 받아 먹었다. 우리는 이 경기에서 전어의 결승골로 2 : 1 승리, FA 컵 우승했었다.




황진성에, 최효진에, 데빡신에, 테보골에,... 그리운 얼굴들이 잔뜩이다.




거기에 파 감독님까지!!! ㅠ_ㅠ





사장님이 북패, 수원 팬들이 종종 찾아온다며, 와서 굉장히 부러워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정작 포항 팬들은 잘 안 온다고. 7월 4일도 경기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도 안 왔다고 한다. 물론 졌으니까 뒤풀이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손님 없다고 한탄하시는 거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 예전에 인터뷰 기사에서도 팀에서 아무 도움이 없다고 하셨는데... 팬이 좋아서 한 일이면 그걸로 팀에 뭔가 바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만... 이 정도 열정이라면 팀에서도 좀 도와주고 할만 한데... 당최 포항 프런트는 센스가 없다. 스틸야드에 더 나은 전시 시설을 가지고 있거나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포항 사시는 스틸러스 팬들은 종종 찾아가셔서 사장님의 매상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셨으면 좋겠다. 난 포항 갈 때마다 갈 거다. 그게 1년에 한 번이나 될까 말까 하니 문제지만. -ㅅ-










그렇게 사진 잔뜩 찍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주차장에 세운 차로 가서... 내비게이션에 구룡포 찍고 출발. 가다가 모교 생각이 나서 그 쪽으로 틀었다.





지난 번에도 왔었는데 그 때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 날도 차는 못 들어가게 막혀 있었지만 사람은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차 밖에 세워두고 안에 들어갔다. 귀찮아서 시동 안 끄고 내려 사진만 몇 장 찍고 말았는데 끄고 내려서 1층 로비까지는 가볼 것을... 하는 후회가 이제서야 든다. ㅠ_ㅠ




이 사자는 내가 학교 다니던 거의 30년 전에도 있던 거다. 저 위에 올라타고 놀았었는데...



이승복 어린이는 뭔가 삐딱하다.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풍항계와 풍속계. 이 녀석들도 예전부터 있었던 거다.




운동회 때 미친 듯 달렸던 곳인데... 이렇게 짧았나 싶다. 정말 엄청 멀어 보였는데...



밤마다 왼 발, 오른 발, 앞선 발을 바꾼다는 이순신 장군 상도 그대로. 역시나 약간 기울었다.




저 천막이 그대로 있는 게 가장 반가웠다. 운동회 때 다들 저 천막에 들어가 옹기종기 앉아 있고 응원 유도한답시고 나와서 337 박수 쳐대고 그랬는데... 아, 옛날 생각난다. ㅠ_ㅠ




사택으로 쓰였던 곳 쪽으로 가서 조금 더 봤음 싶었지만 차 시동 켜놓고 멀리까지 들어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냥 나왔다. 후회된다. 다음에 다시 봐야지 하는데 다음에도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구룡포 근대 문화 역사 거리에 도착. 앞 쪽 주차장에 여유가 있어서 어렵잖게 차 세우고 카메라만 든 채 들어간다. 따로 입장료 안 받는다.








100원에도 엄청 빵빵했는데 300원 받으면서 양은 ⅓로 준 것 같다 싶어 보니... 아폴로가 아니라 아팟치네. 짭퉁이다!!! -ㅁ-   아폴로는 불량 식품이 아닌데 불량 식품으로 낙인 찍혀서 대를 이어 회사 운영하는 사장이 엄청 힘들어했다는 인터뷰 기사 본 기억이 있다.







다른 건 별로인데 보석 반지 사탕은 살까 말까 잠깐 고민 되더라.























진짜 옛날 집. 흙 벽에 나무 덧 댄 게 고스란히 보인다. 거기게 함석 지붕.
















다들 여기에서는 용 아홉 마리 맞는지 세어 보고 있었다. ㅋㅋㅋ





일본 놈들이 지들끼리 세운 송덕비는 해방 후 이 꼴이 되었다. 저 때 저렇게 시멘트 쳐바르듯 쪽바리 앞잡이 짓 하던 것들 싸그리 다 발라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이 모양이다. 보수를 자처하는 것들이 오히려 나라 팔아먹기에 바쁜 더러운 세상이 되었다. 프랑스처럼 과거 청산 제대로 하고 사과도 확실히 받았어야 했는데... 모든 걸 제대로 못했다, 우리는. 그래서 일본은 독일과 다르게 정신 못 차리고 설쳐대고... 우리는 그 꼴을 그저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군함도 가지고 문화 유산 운운하는 것만 봐도... 나라 꼴이 한심하다.








오랜만에 봐서 더욱 반가웠던 무궁화. 포항에서는 은근히 무궁화가 보이는 것 같더라.




정몽주가 포항에서 태어났고나. 묘는 지금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있던데. -ㅅ-









소지에 소원 적어 나무에 묶는 거 있기에 이렇게 소원 빌었다. -ㅁ-




구룡포 구경 마치고 대게라도 먹을까 하다가... 돈 많이 쓰게 될 것 같아 그냥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16시부터 체크인이라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등대 박물관에 차 세우려고 하는데 티볼리 몰던 ㅄ이 운전을 더럽게 못해가지고... 속 터져서 그냥 빠져나가 새천년 기념관 주차장에 차 세웠다. 그리고 일단 새천년 기념관부터 구경.





옛날 생각이 난다. 오거리랑 육거리에 로타리 있었는데.



아버지도 저 노란색 옷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 하셨더랬지. 그러고보니 Z 뒤집은 듯한 로고는 이제 안 쓰네.








수석 전시관도 있던데 이 쪽으로는 관심도 없고 문외한이라 그냥 갈까 하다가 대충 훑어 보고 말았다.















사진 열심히 찍고... 걸어서 상생의 손까지 가서 또 사진 찍고... 그러다 차로 돌아갔다. 그렇게 했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다시 게스트 하우스 쪽으로 가서 차 세워두고...
















근처 구경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시 전. 밥이라도 먹고 와야겠다 싶어 걸어서 다시 새천년 기념관 쪽으로 갔다.
















가면서도 사진 부지런히 찍고...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할까 하다가 일단 밥부터 먹기로. 아까 차로 다닐 때 손짜장 뭐라 써 있는 거 본 거 같아서 그리 갔다. 경상도에서 짬뽕 시키는 게 과연 잘 하는 짓일까 싶어 잠시 망설이다가 짬뽕밥 시켰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ㅋ


밥 먹고... 다시 해안도로 걸어서 게스트 하우스로 가니 16시 넘었네. 1층에 아무도 없어서 전화로 사장님 호출. 방 안내 받고 들어가니 먼저 온 사람이 있다. 인사하고... 땀에 절어 있었기에 갈아 입을 옷만 챙겨들고 씻으러 갔다. 샤워하고 나서 필요한 거 빼고는 다 차에 던져두고 1층에서 태블릿 만지작거리면서 맥주 한 잔 홀짝홀짝.







그렇게 한 잔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조금 있다 테라스에서 소주 한 잔 할 건데 같이 하시겠냐 한다. 아이고, 땡큐지요. ㅋㅋㅋ   나오라 하시기에 밖으로 가니 부산에서 자전거로 여행 중이라는 마흔 살 형님이 시킨 통닭이 도착해있다. 그거 주섬주섬 먹다가 사람들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


나랑 방 같이 쓰는 스물여섯 먹은 총각, 과기대 전기과 다닌다던 스물셋 처자, 이종혁 닮았다며 시종일관 화제였던 스물둘 총각, 미모에 관심 많은 스물둘 처자, 이렇게 넷에 나랑 마흔 살 형님, 사장님 내외가 한 잔. 처음에는 나름 조촐했는데... 판이 점점 커져서 오징어도 구워져 나오더니 급기야 사모님이 솜씨를 발휘한 보쌈도 등장. 고기 진짜 맛있었다.   나중에는 사장님이 2,000원 받고 파셔야 하는 맥주도 무더기로 등장하고... 자몽 맛 소주도 나오고 막걸리도 나오고... 난리였다. ㅋㅋㅋ


스물한 살 먹은 이대 다니는 처자가 뒤늦게 합류하고... 장난끼 가득한 남자와 쿨해 보이는 여자 커플도 합류. 급기야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머물지 않는 사람들까지 불려와 한 잔 하고 갔다. ㅋㅋㅋ


나름 천천히 마신다고 조절 잘 해서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막걸리랑 자몽 소주 섞으면서부터 훅~ 가서... 결국 필름 끊어졌다. 정신 차려보니 다음 날 아침. -ㅅ-


일출 보러 가는 건 애시당초 실패. 1층으로 내려오니 아침 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라. 대단하다. ㅋㅋㅋ



서둘러 인사하고 차 끌고 나와 친구 녀석 픽업해서 올라왔다.


연락처를 따로 안 받아둬서 같이 한 잔 했던 사람들이랑 연락할 수가 없는 게 아쉽네. 국토 대장정 한다고 온 거라는데 다치지 말고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맘 같아서는 일정 알아봐서 응원 갔으면 싶은데 될랑가 모르겠다. 아무튼... 호미곶 게스트 하우스에서 정말 즐거웠다. 좋은 사람들 만나서 행복했고. 이 맛에 여행 다니는 게 아닌가 싶다. 뭐, 나이 말했더니 말도 안 된다고, 엄청 젊어 보인다고, 탤런트 얘기 한참 하더니 배수민인가 닮았다고 해서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고. ㅋㅋㅋ


아무튼... 호미곶 게스트 하우스 짱! 너무 날로 먹은 것 같아서 맥주라도 한 짝 소포로 보내야겠다. ㅋ


글 쓰기 급 귀찮아서 대충 마무리. 생각나면 나중에 좀 보수. 아니면 방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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