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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다녀온 장수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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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지리산 다녀오면서 장수에 들러 밥을 먹었었는데 갈비탕이 엄청 맛있는 거예요.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장수가 소고기로 유명한지. 엄마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엄마님 모시고 장수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달랑 고기만 먹고 올 수가 없어서 볼만한 게 뭐 있나 알아봤더니 논개가 태어난 곳이라 해서 생가랑 사당이 있다 하네요. 내비게이션에 논개 생가를 찍고 출발합니다.




입구의 화장실은 몹시 열악하네요. 쪼그려 쏴 자세로 앉지 않아도 되게끔 좌변기가 설치되어 있고 안에 휴지도 걸려 있는데 청소를 제대로 안 해서인지 찌린내가 진동하고 여기저기 더럽습니다. 여자 화장실도 엄마님 얘기로는 난장판이라고 하네요. 시설 잘 만들어놓고 청소를 제대로 안 하는 모양입니다.




이 넓은 주차장이 휑~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늘 쪽에 세워보려고 멀찌감치 주차했네요.




꼬박꼬박 성을 붙여 부릅니다. 논개 성이 주(朱)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에서 주氏 성 가진 사람들 대부분이 붉을 주(朱) 씁니다. 주氏 성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긴 한데, 신안 주氏가 가장 유명하고 나주 주氏, 상주 주氏(상주를 본으로 하는 주氏는 붉을 주가 아니라 두루 주(周)를 씁니다.) 등이 있습니다. 신안, 상주를 본으로 하는 주氏는 중국에서 넘어온 성인데 나주는 확실히 모르겠네요.




우리가 아는 논개 얘기는 '진주에서 기생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물에 뛰어들어 자결했다' 정도이고 어우야담에도 그 정도가 고작입니다만... 여러 조사를 통해 기생이 아니었다로 밝혀진 모양입니다.

몰락한 양반 집안의 딸인데 삼촌 되는 사람이 다섯 살 먹은 논개를 서른다섯 먹은 양반한테 시집 보내려 했답니다. 그걸 알고 논개와 모친이 도망을 치자 서른다섯 먹은 양반이 신고해서 결국 잡혔는데 마을 현감이 무죄로 판결하고 조카 팔아먹은 삼촌을 잡아넣었다네요. 집안 형편이 딱한 논개는 현감한테 얹혀 살다가 본처가 죽은 뒤 어영부영 후처가 된답니다. 그러다 임진왜란이 터지고, 왜군과 싸우던 현감이 전사하자 논개는 원수를 갚기로 하고 기생인 척 다가가 왜장을 끌어안고 자결했다 합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저는 어쩐지 기생이라 하면 뭔가 없어보이니까 이리저리 엮어서 양반 집 딸로 신분 세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네요. 전쟁이 터지자 선조 ㅅㄲ는 도망 가느라 정신 없었고 명(明)으로 튀지 못해 안달이었지요. 신하들은 말리기 바빴고요. 분조한 광해군이 고군분투하는 동안에도 ㅄ 짓만 골라 하던 선조 ㅅㄲ는 전쟁 끝난 후 저랑 같이 도망다닌 애들은 공신이라며 이것저것 잔뜩 퍼주고 정작 싸우느라 고생한 이들은 찬밥 대접했습니다. 이름 없는 민초들이 일으킨 민병이 없었다면 진작에 망했을 조선의 왕이라는 작자가 한 짓은 한숨을 쉬고도 남을 만큼 엉망진창입니다. 아무튼... 논개가 양반 딸이면 어떻게 기생이면 어떻겠습니까. 왜장을 끌어안고 죽은 의기로운 행동은 논개의 신분과는 하등 관계가 없지 않을까 싶은데.




옛 건물 같아 보이게 지었습니다만 누가 봐도 요즘 새로 지은 티가 납니다. 흉내를 아무리 잘 낸다고 해도 세월의 흐름이 얹히지 못하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맛이 안 나는 모양입니다.




장수에는 여기저기 무궁화가 참 많더라고요. 나라 꽃이라면서 대접도 안 해주고 자주 보기도 쉽지 않은데 장수 가서 몇 년 동안 본 것 이상으로 무궁화를 봤네요. 국화(國花)로 채택된 경위에 논란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예쁜 꽃입니다.





멀리서 보니 엄청 늙어 보이는 동상이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가채 올려서 그렇지 앳된 얼굴로 보이기는 하더라고요.




왜장을 끌어안고 뛰어내리는 장면을 돌에 새긴 부조입니다. 부조라는 말 오랜만에 써보네요. -_ㅡ;;;






왜장을 안고 뛰어내릴 때 손이 풀리지 말라고 열 손가락에 반지를 꼈었다고 하지요. 반지 모양으로 만든 석상입니다. 잘 만들었네요.




기념관입니다. 정면에 논개 초상이 있네요. 센서가 있는 건지 들어가자마자 조용했던 기념관에 귀신 곡소리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애들은 무서워할지도. -_ㅡ;;;




뛰어드는 장면을 디오라마로 만들었네요. 엄마님은 잘해놨다고 감탄하시는데 저는 영 대충 만든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영조는 야담의 기록을 신빙할 수 있냐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교과서에서 영조와 정조를 묶어 세종 이후 태평성대를 이끈 왕이라고 가르친 덕분에 영조와 정조에 대해서는 대부분 좋은 쪽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네요. 후천적 천재 정조는 그런 평가가 부족할만큼 훌륭한 왕이었지만 영조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쪼잔하기로는 선조 ㅅㄲ 못지 않은... -ㅅ-




위에서 얘기했던 논개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쓰여 있습니다. 저는 못된 놈이라 그런가 마냥 믿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님의 침묵'이 논개를 소재로 한 시라는 걸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전혀 몰랐었네요...가 아니라,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에 실린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廟)에'라는 시가 논개를 소재로 한 시라고 합니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누구라도 '님의 침묵'이 논개를 소재로 한 시라 생각할 수밖에요. -_ㅡ;;;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廟)에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16528&cid=40942&categoryId=32868 / http://blog.naver.com/becolorful/140021507813


논개에 대한 시는 변영로의 '논개'가 가장 유명합니다.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듯.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 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논개 생가라고 합니다. 원래 있던 곳은 수몰되어 옮겨 왔다고 들었습니다. 엄마님이랑 겉에서 보면 이런 초가 집인데 안은 최신식 운운하며 그런 집 짓고 살면 좋겠다고 수다 떨며 봤네요.




나름 이것저것 갖춰놓긴 했지만 화장실처럼 썩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드라마 촬영장과 도깨비 전시관 가는 길입니다. 도깨비 전시관은 9개월째 문을 닫은 상태(9월 15일까지랍니다)라서 이 쪽으로는 잠깐 가다 되돌아 나왔습니다.




모기 킬러 잠자리. 잠자리는 가을하면 떠오르는 곤충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여름에 잠자리가 난리더라고요. 모기 엄청 잡아먹는다고 하니 잠자리 잡으면 안 되겠습니다. ㅋ




초가 집 옆에 우물이 있습니다. 우물이라 하기는 좀 그렇고... 지하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자그마한 샘? 인위적으로 대충 모양만 낸 거라 생각했는데 진짜로 아래에서 물이 조금씩 솟아 나와 흐르고 있더라고요. 엄청 차갑습니다.




실외 온도는 31℃지만 체감 온도는 40℃ 가까운 듯... ㄷㄷㄷ




장수 가던 중 휴게소에서 밥을 간단하게 먹었는데 논개 생가 구경하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리더라고요. 배가 안 꺼진 상태여서 바로 밥 먹으러 가지 못하고 논개 사당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논개 생가는 좀 외진 곳에 있고 논개 사당은 군청 쪽에 있습니다. 군청 근처가 장수의 핫 플레이스, 시내입니다. ㅋ




역시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쓰여진 글자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지방에서 예산 투자해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도 잡힐 것 같았던 거미 줄. ㄷㄷㄷ







후손들 얼굴 3D 스캔해서 컴퓨터로 과거 얼굴을 유추한 영정이라고 어디서 주워 들은 것 같네요.




문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절경입니다. 시원한 바람 덕분에 땀도 식힐 수 있었고요.




외계 생명체!!! -ㅁ-




뭔가 싶어 봤더니 소원 같은 걸 적어 걸어놓은 것이더라고요.




정말 나가기 싫었나 봅니다. 나이 먹으면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질텐데, 어렸을 때 만이라도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 분 돈 많이 벌 때 저도 같이 좀 많이 벌게 해주세요. -ㅁ-




ㅋㅋㅋㅋㅋㅋ























맘 같아서는 주촌 마을인가? 거기도 가봤음 싶은데 엄마님께서 밥 먹으러 가셨음 하는 눈치입니다. 날 더운데 돌아다니는 게 힘드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바로 밥 먹으러 갑니다.

지난 번 지리산 다녀오면서 들렀던 그 집으로. 입구에서 고기를 골라 계산하고 들어가서 구워 먹는 시스템입니다. 상차림 비용 3,000원은 별도고요. 버섯도 따로 사야 하더라고요.



저는 차돌박이를 가장 좋아하지만 장수까지 소고기 먹으러 왔으니 꽃등심을 골라 봅니다. 600g에 5만원 조금 안 되는 돈입니다. 한우라 비싸긴 하네요. 안에 들어가 고기를 굽습니다. 먹느라 정신 없어서 사진은 없습니다. ㅋㅋㅋ


반찬도 그럭저럭 괜찮았고요. 물냉면도 맛있었네요. 원래는 차돌박이도 사들고 가려 했는데 그랬다면 다 못 먹고 남길 뻔 했습니다. 지난 번에 맛있게 먹었던 갈비탕 얘기를 자꾸 하니까 엄마님께서 궁금해하셔서 포장을 했습니다. 냉동 포장과 그냥 포장이 있는데 가지고 가는데 오래 걸리면 냉동 포장하시는 게 낫습니다.


네×버에 불친절하다는 댓글도 있던데 흰 유니폼 입은 아저씨나 노란 유니폼 입은 아줌마들은 친절합니다만... 사복 입은, 알바로 보이는 젊은 총각들은 확.실.히. 먹거나 말거나 분위기더라고요. 인사도 시키니까 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고. 뭐, 별로 신경 안 썼습니다. 어린 친구들한테 왕 대접 받으며 밥 먹으러 간 건 아니었으니까요. -ㅅ-



밥 잘 먹고... 배 통통 두드리며 집으로 오는데... 오는 도중 하늘이 꺼먹꺼먹해지더니... 엄청난 비가 쏟아지더라고요. 100㎞/H 우습게 밟아대던 차들이 비상등 깜빡이며 70㎞/H 정도로 서행. 간만에 어마어마한 비를 봤네요. 일할 때 저렇게 올 것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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