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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경복궁 야간 개장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6.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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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야간 개장 소식을 들었다. 처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안다. 인.산.인.해. 사람 밭!!! -ㅅ-   하지만 가고 싶다. 키요미즈데라 라이트 업에는 환장하면서 경복궁 야간 개장을 못 보고 지나친다는 건 옳지 않다. 창경궁 야간 개장은 본 적 있지만... 아무튼... 그래서! 갔다.


강남에서 420번 버스 타고 광화문으로 가는데... 사람이 엄청 많다. 버스 에어컨이 풀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덥다. 다행히 버스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뒷문 쪽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내리는 문 바로 앞에 백발이 성성한 영감 하나가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짧은 치마 입은 처자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 폰으로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더라. 양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도 아니고 온통 흰 머리인 할아버지인데 양보 안 하고 꿋꿋하게 앉아 있는 걸 보니 우리나라도 이렇게 되었고나~ 싶더라. 그래서 좋지 않은 눈으로 처자를 째릿! 하게 되는데... 그렇게 보다가 버스 천장을 보니 CCTV 카메라가 정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앗! 여차하면 여자 다리나 훔쳐보는 치한으로 몰릴 수 있겠다 싶어 일부러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왼쪽에도 어려 보이는 처자가 서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놀고 있는 왼손을 잽싸게 가방으로 옮겼다. 오바한다 질알할 수도 있지만 오해살 행동은 안 하는 게 상책.

그러고 있는데... 내 앞에 서 있던 영감이 자꾸 어깨고 머리고 들이민다. 가만히 서있지를 못하는 거다. 손잡이를 이리저리 옮겨 잡고 기둥에 기댔다 섰다를 반복한다. 날도 더운데 다른 사람 머리, 살이 닿는 게 싫어 조금 비껴서서 옆으로 옮겼다. 그랬더니... 갑자기 나를 툭툭! 친다. 응? 뭐지? 이어폰을 빼고 쳐다보니까 요즘 젊은 것들은 생각이 없다고, 에미 애비도 없는 것들이라고 쌍욕을 한다. 앉아 있는 처자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 거다. 짜증이 확~ 났다. 바로 이어폰을 끼고 관심 없다는 듯 다른 데 쳐다봤다. 저런 영감을 위해서 오지랖 넓게 설친다 소리 들을 걸 각오하고 자리 양보를 부탁해볼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쪽 팔렸다. 나이는 태어나면 누구나 똑같이 먹는 거고 일찍 태어나고 늦게 태어나고는 본인의 의사와 능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건데, 대체 대가리 속에 뭐가 들었기에 양보 받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똑같이 버스 요금 내고 탔... 아니지, 영감은 노인 혜택으로 무료 승차였을 수도 있겠네. 아무튼... 자리를 양보하는 건 의무가 아닌 건데 저 따위 소리를 당당히 한다는 게 참... 종로 2가 사거리에서 내리던데... 양보 안 한다고 남의 집 귀한 딸내미한테 욕 지껄이지 말고 곱게 늙으시길 바란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어 양보 받을 나이가 되면 이 글 보고 젊어서 생각이 짧았다고 후회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 그럴 거라는 자신이 있다. 난 나이로 누리는 특권에 대해 예전부터 쭈욱 부정적이었으니까.)


버스에서 내려 당연하다는 듯 쭈욱~ 걸어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익숙한 풍경이 안 나온다. 어라? 이상한데? 그러면서도 걷는데... 왼쪽으로 금호 아시아나 빌딩이 보인다. 에? 이게 뭐야? 지나쳤나?

알고보니 광화문 사거리 지나서 버스가 멈춘 건데 그 전에 멈춘 거라 착각해서 엉뚱한 곳으로 간 거였다. 다시 뒤돌아 나오다가... 지하에 있는 약국 발견해서 들어갔다. 버선 같이 생긴 양말 신은 탓에 뒤꿈치가 다 까져가지고... -ㅅ-   나 같은 사람 많은지 그런 데 붙이는 전용 밴드가 있더라. 3,500원 주고 사서 붙이고... 화장실 들렀다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 경찰이 바글바글해서 뭔가 싶어 봤더니... 대규모로 시위를 하고 있었다. 하아~ 이 땅의 노동자들은 진짜... 불쌍하다. 에휴~

보수는 변화보다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먹고 살기 빠듯해서 주구장창 앓는 소리하는 것들이 보지도 않고 빨간 점퍼 입은 것들 뽑아대는 꼬라지 보면... 참... 에휴~ 성주 사람들도 90% 가까이 빨간 점퍼 지지했다는데... 이제서야 아차 싶겠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다루는 종편 뉴스 보면서 빨갱이, 종북 운운하면서 까댔겠지. 감히 우리 각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다니, 몹쓸 것들! 하면서... 그러다가 저 사는 동네에 사드 들어온다고 하니까 어! 이게 뭐야! 하는 거겠지.


얘기가 자꾸 애먼 데로 빠지는데... 아무튼... 시위 때문에 길이 엄청 막혔다. 시위하는 사람들도 많고 경찰은 더 많고. 경찰 밭을 헤치며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너 광화문에 도착. 응? 표 파는 곳이 없... 아, 광화문 지나 안으로 들어가야 했지, 참~

안에 들어가 표 파는 곳으로 가니 예매했냐고 묻는다. 야간 개장은 인터넷으로 예매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현장 판매도 하지 않냐고 하는데... 현장 판매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거의 불가능이다. 나는 인터넷 예매를 안 했으니 당연히 아니요~ 했다. 그랬더니 예매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고 하다가... 혹시 외국인이냐고 물어본다. -_ㅡ;;;   일본인으로 오해 받는 건 일본에서만으로도 충분합니다요. ㅋ

국가 유공자 자격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니까 확인해보라고 한다. 매표소에 물어보니 그냥 들어가면 된단다. 그래서 그냥 가니까... 입장권 확인하는 분이 유공자증 확인하고는 바로 들여보내준다. 국가 유공자 50명, 장애인 50명, 합 100명이 무료 입장 가능한데 꼼꼼하게 숫자 세어 제한하고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혹시나 내가 가기 전에 유공자 단체에서 우르르~ 몰려가 50명 넘어버렸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ㅋ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사진 찍는 건 불가능했다. 인터넷 예매를 하지 못했고 유공자도 아니고 장애인도 아니지만 무료 입장 가능한 경우가 있으니... 한복 착용이 그것이다. 한복을 입으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이건 야간 개장 때 뿐만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그렇다. 그래서인지 한복 입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반평생 살면서 그 어떤 명절 때 본 한복보다 많은 한복을 봤다. 여자들 한복이야 종종 보지만 요즘 전통 한복 입은 남자들 본 기억이 없는데 남자들도 한복 입고 많이 왔더라. 이런 건 정말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한복 입은 사람들한테 같이 사진 찍자 청하고, 보기 좋았다.




정면으로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나마 한적한 옆으로 돌아서 갔다.




야간 개장에 맞추어 성벽 쪽도 불을 밝힌 건지 모르겠다. 서울 성곽 길도 꼭 가보고 싶다.




최고의 사진 촬영 명소는 역시나 경회루 앞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에 바빴다. 일본인 친구에게 경복궁 다녀왔다고 얘기했더니 경회루 얘기하면서 킨카쿠지(금각사) 얘기하더라. 그러고보니 연못 위에 금색 반짝이며 떠 있는 킨카쿠지보다 경회루가 더 멋지지 않나 싶더라.




가이드 따라다니며 해설 듣는 관람은 아예 불가능. 그냥 평소 보기 힘든 조명 속의 고궁을 본다는 것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았고... 날도 너무 더웠다. 거기에다 하필 금요일 밤이어서 집에 갈 일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30분이나 봤나? 후다닥 나가서... 광역 버스 타고 넘어왔다. 다행히 버스 막차 전 전 차를 타고 집에 왔다. 땀을 워낙 많이 흘렸기에 샤워하고 맥주 일 잔.

날 잡아서 가까운 게스트하우스 1박 예약하고, 느긋한 맘으로 다시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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