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스뽀오츠 』/『 스틸러스 』

That I do not look back!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6. 9. 25.
728x90
반응형

최진철 씨가 결국 그만뒀다. 가장 이상적인 건 신영권 사장과 더불어 코칭 스태프 싹 끌고 나가는 거였는데... 앞으로 어찌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최진철 씨가 그만두고 나간 것만으로도 기쁘다.


내가 축구에 엄청난 지식을 가진 전문가도 아니고, 신내림 받아 뭔가 계시를 받는 것도 아니니 새로 부임한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낼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진철 씨는 망할 거라 예상했다. 리그 개막 전 ACL 경기 치르는 거 보면서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대체 어디가 포항 축구지? 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다. 이러니 부리람한테 지고 왔고나 싶더라.


저 냥반은 포항 축구는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이미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손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패스 축구로 대변되는 포항 축구를 지독한 수비 축구로 바꿔놔버렸다. 본인이 수비 출신이지만 공격 축구하겠다고 큰소리 치고는 말이다. POSCO 형편이 어려워 주축 선수들이 다 빠져나갔다고 징징거리는데 빠져나간 선수로 지목되는 고무열, 이명주, 김승대는 모두 황선홍 감독이 키워서 쓴 선수들이다. 황선홍 감독 부임 때부터 커리어 하이 찍으며 잘 뛰던 선수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오히려 황선홍 감독은 부임 5년 동안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 한 명만 사달라고 그렇게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박성호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런데 황선홍 때보다 못한 지원을 받아 망한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황선홍 감독은 부임 후 나름의 성적을 내면서도 신인 선수를 잘 키워 내리 3년을 영 플레이어 상 받게 만들었다. 신화용 잡아줬고 배슬기와 김광석도 붙잡았으며 손준호도 남겼다. 물론 손준호는 부상으로 시즌을 통으로 날렸지만. 아무튼 선수 핑계 대는 건 옳지 못하다. 조찬호는 심동운이 충분히 대체했고 양동현은 박성호 수십 명이 같이 뛰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였다. 거기에 별로 활약도 없지만 외국인 선수도 다 채워놨다. 그런데 선수 탓이라고?


황선홍 감독이 비정상인 게 맞다. 이런 형편없는 지원으로 성적낸 게 대단한 거다. 팬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팬들은 ACL 티켓 바라는 것도 욕심이라 생각했다. 상위 스플릿에 남아주는 게 투자에 어울리는 성적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강등 걱정할 정도로 몰락했다. 그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황선홍 감독은 리그와 FA컵, ACL에서 모두 나름의 성적을 냈다. 황선홍을 능가하지는 못하더라도, 황선홍 만큼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세 개의 목표 중 하나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어야 하지 않나? FA컵은 32강에서 부천한테 지면서 탈락하고, ACL 역시 형편없는 경기만 펼치다가 일찌감치 조별 예선 탈락했다. 거기에 리그에서는 하위 스플릿 확정에 강등권 걱정해야 할 정도.



한국 사람들, 참 정에 약하다. 죽거나 떠나는 사람한테 싫은 소리 못한다. 최진철 씨 그만둔다고 기사 나니까 그동안 수고했네, 시간이 부족했네, 등등 응원하는 글이 좀 보인다. 미친 것 같다. 저 냥반이 망쳐놓은 거 되돌리려면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최진철 씨 인터뷰 보니 자기 잘못이라며 떠나긴 하는데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안 하는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다, 아쉽다, 기다려주지 않은 팬들이 야속하다, 뭐 대충 그런 심정인 것 같다. 그래서 더 다행이다 싶은 거다. 하위 스플릿은 확정되었지만 강등권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순위였다면, 그 상태에서 광주에 꾸역승 한 거라면... 과연 물러났을까?

최진철 씨 본인의 고집을 버리고 외부에서 남의 팀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보기를 바란다. 앞서 언급했지만 ACL 조별 예선 광속 탈락(조별 예선 득점 두 개가 모두 패널티, 필드 골은 없다)에, FA컵에서는 믿기지 않는 32강 탈락, 리그에서는 강등권에 걸쳐 달랑달랑. 이게 수년 간 꾸준히 ACL 티켓을 따내며 리그 최초의 더블을 한 팀이라고?



최진철 씨가 망쳐놓은 팀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 냥반이 데려온 코칭 스태프로 절대 안 된다. 김인수, 박진섭 코치를 비롯해 트레이너도 전부 내보내야 한다. 플라비오 피지컬 코치님 다시 모셔오고, 검증된 좋은 감독 모셔와야 한다. 아무튼... 난 최진철 씨에게 수고했다는 말 건네고 싶지 않다. 제발 그 고집 버리고 본인이 전통의 명가를 어떻게 망가뜨려놨는지 복기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다시는 포항 땅 밟지 않기를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