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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히로시마 - 셋쨋 날: 지갑을 잃어버렸다!!! ⊙ㅁ⊙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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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좀 무거워졌다. -_ㅡ;;;   다시 즐거운 여행 후기로 돌아가자. ㅋ


쿠레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히로시마 역으로 돌아왔다. 비 오는 날 히로시마 역에 처음 내려 멍~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엊그제다. -ㅅ-   역에서 북쪽 출구로 나가 메이뿌루뿌 버스를 기다렸다. 딱히 갈 곳은 없었지만 해가 길어 숙소 들어가는 게 아쉬우니 히로시마 성에 들리기로 한 거다. 슈케이엔은 문을 닫았을테니 다음에 가던가 하자고 생각했다. 어쩐지 히로시마에는 다음에도 올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뿌루뿌는 오렌지 라인그린 라인이 있고 무엇을 타도 히로시마 성에는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린 라인을 타면 한~ 참을 뺑뺑 돌아야 했기 때문에 오렌지 라인을 선택.


버스 노선도 및 시간표 등 자세한 안내는 여기 → http://pohangsteelers.tistory.com/attachment/cfile24.uf@2373D23959329147133061.pdf



역시나 북쪽 출구로 나가 2번 정류장으로 가면 탈 수 있다. JR Pass를 가지고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외부에도 표시가 되어 있고 내부에도 이렇게 안내하고 있으니 그린 라인과 헷갈릴 일은 없다(정류장 도착 시간이 다르기도 하다.).



17시가 넘어 관광을 마무리 할 시간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기사님이랑 나, 공기만 탑승했다. -ㅅ-



그린 라인은 저~ 쪽에 멈춰 있다.



사람이 많으면 안 쪽으로 들어가 앉는데 버스에는 기사님을 제외하면 나와 공기 뿐이었기 때문에 내리기 좋게 문 가까이 앉았다.



그렇게 자리 잡고 앉아 창 밖을 보면서 노래 듣고 있었다. 뭔가 좀 멍~ 했다. 나 밖에 없으니 내가 내리지 않으면 정류장에 멈출 일도 없다. 두 번째 정류장에는 타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통과. 세 번째 정류장이 히로시마 성이다. 안내 멘트를 듣고 벨을 눌렀고. 버스가 멈춰 어슬렁거리며 내렸다. 안내 방송을 듣기 위해 뺐던 이어폰을 다시 끼워 넣고... 휘적휘적 걸어나갔다.


200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징병 검사 받은 사람들 평균 신장이 173.9㎝ 라는데, 나는 거기에서 4㎝ 정도 모자란다. 그런데도 걸음은 오질라게 빠른 편이라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못 쫓아온다. 특히나 노래 들으며 혼자 걸을 때에는 거의 경보 수준이 되어 버린다. 이 날도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걷고 있었는데... 누가 뒤에서 오른 어깨를 빡! 친다.


하... 드디어 올 게 왔고나. 나에게 이런 시련이...   매고 다니는 작은 쌕에 태극기 태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기에 혐한 내지는 극우 애들이 시비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누가 실수로 툭~ 친 것도 아니고 빡! 친 거라... 당장 오장육부에 전투 경보를 하달했다. 그리고 휙! 돌아보는데... 보는데...


노란 머리, 파란 눈의 잘 생긴 총각이 날 보며 사람 좋게 웃고 있다. 뭐야 이 ㅅㄲ... 얘가 친 건가? 쳐 놓고 웃네? 이거 뭐야? 찰라의 순간에 오만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가는데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이 녀석의 오른 손 위에 얹어진 내 머니 클립.


응? 뭐여, 시방?

잽싸게 현실 파악하고 태세 전환. "땡큐 베리 머치~ 땡큐 베리 머치~" 내리 두 번 인사하는데 잘 생긴 총각이 쿨하게 웃으며 사라져 간다. 잠시 어안이 벙벙. 뭔 일이 있었던 건가 생각해보니... 이 날 아디다스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이 녀석은 주머니가 헐렁해서 그 전에도 몇 번이나 지갑을 남몰래 출산한 전과가 있는 녀석이다. 이 날도 나 몰래 슬그머니 머니 클립을 버스 의자에 싸지른 모양.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내려서 미친 듯 걸어재낀 거다. 히로시마 성에서 버스에 탄 외국인 관광객이 버스에 남겨진 머니 클립을 봤겠지? 어? 놀랐겠지? 방금 내린 쟤 건가 싶었겠지? 막 불렀겠지? 그냥 이어폰도 아니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인데다 볼륨도 크게 하고 있어서 외부 소리 하나도 안 들리니 그냥 막 갔겠지? 제법 먼 거리 쫓아와 빡! 치고 돌려주고 간 거지. 그런 거지. -_ㅡ;;;



하아~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가던 길 마저 가는데... 다시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운이 좋았다 싶은 거다. 돈은 웨이스트 백에 따로 보관하고 있었으니 국제 미아가 되는 일은 없었겠지만 신용 카드와 신분증이 고스란히 머니 클립 안에 있었으니 잃어버렸더라면 정말 골치 아플 뻔 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심지어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는 고마운 총각... 부디 복 받으시길... 내가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자가용 비행기 끌고 다닐 정도가 되면... 내 기필코 자네를 찾아 은혜를 갚겠네. 자가용 비행기 탈 정도가 못 되면... 그냥 생각날 때마다 복 받아라, 복 받아라, 기도하는 거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 ㅠ_ㅠ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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