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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히로시마 - 늦게 가서 천수각은 구경 못한 히로시마 성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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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머나 먼 타국 땅에 머니 클립 흘려놓고 올 뻔한 대 위기를 친절한 서양 총각의 도움으로 무사히 넘기고, 가던 길 계속 걸어 히로시마 성으로 향했다. 2층 버스로 멀찌감치에서 지나가면서 보긴 했지만 직접 가서 보는 건 좀 다를 거라 생각하면서. 시간이 꽤 늦었기 때문에 천수각은 기대도 안 했고 슈케이엔 역시 다음에 보던가 하자고 생각했다. 히로시마에서 일정이 널널해서 할 게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싸돌아다닌 덕에 히로시마 천수각과 슈케이엔은 구경도 못할 줄이야... -_ㅡ;;;



일본 성에서 늘 볼 수 있는 거대 해자. 여기를 건너 돌담을 넘어야 성으로 침투가 가능했으니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히로시마는 지진이 많지 않은 곳이기 때문인지 다른 도시보다 고층 건물이 많다는 느낌이다. 원폭 맞고 새로 지은 건물이 많아서인가?



메이뿌루뿌 버스에서 내려 가다보니 정문으로 안 가고 뒷문(?)으로 가게 됐다. ㅋ



고개 숙이고 지나가야 하는, 겸손하게 만드는 나무.



일본 제국군 사령부가 있던 자리라고 하는데 휑~ 하니 터만 남아 있다.



천수각은 시간이 늦어 들어갈 수 없다. 캐리어를 끌고 온 중년의 남자 두 분은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실망하는 듯 했다.



몇 백 년 전에는 성을 뺏기 위해, 지키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있었을텐데 지금은 평화로운 공원 그 자체.



아까 그 중년 아저씨들이 앵글 밖으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천수각을 찍었다. 일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천수각이다.



하절기 입장 마감은 17시 30분. 사진 찍은 시각이 17시 55분이었으니 못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



쓰레기 통마다 자전거 휠이 올라가있다. '누가 버리고 간 건가?' 했는데 모든 쓰레기 통이 다 저런 걸 보면 일부러 설치한 모양.

└ 아마 양심 없는 사람들이 집에서 쓰레기를 가져와 봉투째로 버리는 걸 막기 위해 저렇게 해놓은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히로시마 성 바로 옆에는 지은 지 얼마 안 된 듯한 신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신사는 고코쿠 신사입니다. 한자로는 호국 신사(護國 神社)라 씁니다. 이름에서 이미 감 잡은 분도 있겠습니다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령을 모시는 신사입니다. 일본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령이라 함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렇습니다. 세계 2차 대전(태평양 전쟁) 때 참전해서 죽은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이 신사는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와 교류가 적지 않은 곳입니다.

원래는 1875년에 쇼곤샤(招魂社)로 문을 연 신사입니다. 쇼곤샤는 일본의 각 지역마다 하나 씩은 있는,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는 평범한 신사입니다. 1934년에 낡은 신사를 버리고 위치를 옮겨 새 건물을 지었고 1939년에 이름을 고코쿠 신사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1945년에 원폭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1956년에 히로시마 성 내에 자리를 잡아 다시 만들어졌고 2009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정비가 완료되었습니다.


히로시마의 고코쿠 신사는 원폭으로 희생 당한 영령을 모시는 성격이 더 강합니다. 그러나 일본 전역의 고코쿠 신사는 대부분 참전 군인을 비롯해 전쟁 때 죽은 영령의 넋을 위로하는 곳입니다. 전쟁 범죄자를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일본인들에게야 어떻게 다가갈지 알 수 없지만 제국주의 일본에게 큰 피해를 입은 국가의 국민 입장에서는 그닥 방문을 권하고 싶지 않은 장소입니다.


※ 미리 알고 갔다면 당연히 안 갔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관련 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방문했고, 후기를 쓰기 위해 검색하다가 위의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 머무르지 않았지만 괜히 갔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통 신사에 가면 1円, 5円 짜리 동전 다 털어서 약간의 헌금을 하고 소원을 빌었는데 여기에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천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무식이 죄입니다. ㅠ_ㅠ



역광으로 도리이 찍으면서 제법 괜찮게 나왔다고 좋아했는데... 하아~ -ㅁ-



히로시마 고코쿠 신사는 원폭 희생자의 영령을 위로하는 의미가 더 크다지만... 아무래도 소원을 엉뚱한 곳에 빌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해자에나 살고 있는 거북(이인지 자라인지)이. 포항공대 연못에 방생한 거북이들은 아직까지 잘 살고 있으려나... -ㅅ-



애견 동호회 사람들인지 개와 함께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 있었다. 그들 옆에서 사진 부지런히 찍은 뒤 성 밖으로 나갔다.



열심히 물을 뿜어내던 분수는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 들이대자 귀신 같이 물 쏴대는 걸 멈췄다. -_ㅡ;;;





의도하고 찍은 샷인데... 남들은 이렇게 찍으면 진짜 멋있게 잘 나오던데... ㅠ_ㅠ






천수각 안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대충 한 바퀴 둘러보는 걸로 끝났다. 한 시간도 채 안 걸렸던 듯. 구글 지도로 숙소까지 얼마나 걸리나 알아보니 1.6㎞ 정도 된다고 나와서 내비게이션 켜고 길 따라 천천히 걸었다. ⅓쯤 걸었나? 옆 건물에서 긴 치마 입은 처자가 나오더니 출입문을 잠그고 내 앞으로 걸어간다. 키도 자그마하고 그냥 청초하다는 이미지가 딱 어울리는 처자. 가서 말 걸어보고 어쩌고 할 것도 아니면서 그냥 힐끗힐끗 보면서 걸어가는데... 앞에서 길을 건너더니 편의점 앞으로 가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내든다. -_ㅡ;;;   일본은 길 걸으며 흡연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 꽤 많고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 지역마다 벌금이 다른데 도쿄 같은 경우 ¥20,000이나 한다고 들었다. 히로시마는 내가 알기로 ¥1,000인데 확실한 건 아니다. 아무튼... 벌금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걸어가면서 뒷사람한테 담배 연기 뿜어대는 ㄳㄲ들은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못 봤다. 대신 다들 편의점 앞에서 담배 피우더라. 전 세계적으로 금연 추세라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튼... 그렇게 걸어서 숙소 도착하니 등으로 땀이 줄줄 흐른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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