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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히로시마 - 넷쨋 날: 오카야마에서 신나는 저녁, 그리고 슬럼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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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타니 갓코에 다녀온 것으로 이 날 관광이 끝났다. 오사후네 도검 박물관은 별로였고, 도자기 마을과 박물관은 좋았다. 추천할만 하다. 시즈타니 갓코는...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지쳤을 때 찾아가 나무 보면서, 물 소리 들으면서 힐링하기 딱 좋은 공간이 아닌가 싶었다.


슬슬 호텔로 갈 시간. 마사미 님 차를 타고 오카야마 시내로 들어갔다. 가는 도중 졸려서 졸음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마사미 님이 졸리면 자도 괜찮다고 하신다.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데 자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괜찮다고 버텼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 인. 이미 한 번 이용해봤던 곳이라서 익숙하다. 플라스틱 카드로 된 방 열쇠를 받아들고 캐리어 돌돌돌 끌며 앨리베이터 탔다. 방으로 가 캐리어 던져놓고 침대에 널부러졌다. 그대로 쉬었으면 좋겠지만... 저녁에는 마사미 님과 배드민턴을 치고 간단히 일 잔 하기로 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잽싸게 샤워를 하고... 가벼운 옷을 입었다. 라켓이야 빌리면 된다지만 신발은 내 것을 신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챙겨간 배드민턴용 운동화를 챙기고... 운동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씻을 수 있냐고 하니 바로 일 잔 하러 간다 하셔서 갈아입을 티셔츠도 챙겼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것 같아 마사미 님께 죄송했다.


내려가서 다시 마사미 님 차를 타고 이동. 마사미 님이 사는 동네를 한 바퀴 둘러 봤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 딱 살고 싶은 동네였다. 만약 일본에 공부하러 간다면,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집세가 어마어마하니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ㅅ-



옷 갈아입는 동안 심심해서 텔레비전 켰더니 북한 미친 돼지 새끼가 미사일 쐈다는 뉴스가... -_ㅡ;;;   아오, 미친 돼지 새끼.



마사미 님 차를 타고 마사미 님이 운동하고 계신다는 초등학교 체육관을 찾았다. 저녁 시간이라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일본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치는 날이 올 줄이야... ㅋㅋㅋ



그럼 이쯤에서 내 배드민턴 역사에 대해 읊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감동의 도가니 탕...이랑은 아무 관계없는, 쓰잘데기 없는 얘기 되시겠다. ㅋㅋㅋ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돈 주고 배드민턴을 배웠었다. 그 선배가 너 나랑 배드민턴 치면 쨉도 안 된다고 하도 도발을 해서 한 판 붙기로 했다. 소싯쩍에 배드민턴 안 쳐본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그래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탈탈 털릴라고~ 라 생각했는데... 그렇다. 당연한 전개. 탈탈 털렸다. 내가 아는, 약수터 배드민턴이 아니었다. 보통 우리가 쳤던 배드민턴은 상대와 오래 셔틀 콕을 주고 받는 약수터 배드민턴. 그러나 선배는 돈 줘가며 레슨 받은, 상대 코트에 셔틀 콕을 내리꽂기 위한 배드민턴이었다. 당연히 게임도 안 되지.

별 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해보니 의외로 재미 있었기에 그 때부터 배드민턴을 쳤다. 마침 회사에 배드민턴 동호회가 막 생기기 시작할 무렵이라 회사에서 열심히 쳤다. 그러다가... 근처에 시에서 운영하는 체육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정말 어렵게 등록한 후 거기를 다니기 시작했다. 평일 오전에 운동을 하는 거라 직장인들은 죄다 돈 벌러 가고 주부들이 많았는데... 내가 또 아줌마들하고 금방 친해지는 사람이라... -_ㅡ;;;   아줌마들하고 같이 신랑 흉 보고 자식 뒷다마 까면서 재미있게 운동했다.

2년? 대충 그 정도 친 것 같다. 처음에는 힘만 믿고 내리 퍼올리는 식으로 쳤는데 다른 사람들 하는 거 보면서 흉내내다 보니 어영부영 기술이 늘게 됐고, 그렇게 실력이 늘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수준이 되니 운동하는 게 무척 재밌어졌다. 실력을 늘리려면 레슨을 열심히 받으라는데 딱히 실력 늘리고픈 욕심이 없어서 레슨은 거의 안 받았다.

그러다가... 이 쪽으로 옮겨 오자마자 배드민턴 칠만한 곳 알아본 뒤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가 ××시에서 가장 잘 하는 클럽이었다. 잘 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초심자들은 발 붙이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였고, 고작 한 시간 반이었지만 무시하는 분위기가 팍팍 느껴져서 그 쪽은 일찌감치 후보에서 제외했다.

집 근처에 여고에서 운동하는 곳이 있어 찾아갔다가 어찌어찌 등록까지 하는 분위기가 됐는데... 3일 가고 그만 뒀다. 배드민턴 얼마나 쳤냐고 해서 초보라고, 하이 클리어 정도가 고작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소개하더라도 치는 거 보면 대충 아예 초보는 아니구나~ 하고 알만 한데 너무 초보 취급하는 게 영 맘에 안 들었다. 거기에다 난 그저 같이 게임하고 수다 떨면서 운동하는 게 목적인데 이 사람들은 무슨 아마추어 대회 나가서 입상하는 게 목적인 것 마냥 운동하니 나랑은 영 맞지 않았다. 나보다 어린 녀석이 와서 라켓 잡는 게 틀렸다는 둥,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둥, 조언이랍시고 떠들어대는데 내가 볼 때에는 저나 나나 거기서 거기 같은 거다. 심지어 나보다 못한다고, 1 : 1 붙으면 내가 이길 거라 생각한 사람까지도 와서 훈수랍시고 떠드는 걸 보니 못해먹겠다 싶어 그만 뒀다.

그리고나서 배드민턴을 친 적이 없다. 1년 정도 쉰 것 같다. 그러다가 이번에 오카야마에서 배드민턴을 치게 된 거다. 다들 엄청 잘 치는데 형편없는 실력으로 한국 사람들 배드민턴 못 치네? 하고 욕 먹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됐다. 잔뜩 긴장한 채 코트로 입장.



우리나라의 학교 체육관과 거의 비슷한 분위기였다. 단상 위에 피아노 있는 게 좀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었고.



쭈뼛쭈뼛 서 있다가... 마사미 님과 가볍게 난타를 쳤다. 그러다가 같이 게임해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하고 게임했다. 간만에 치는 거라 그런가 손목은 돌아가지도 않고... 의욕은 앞서는데 몸은 안 따라주고... 그래도 재미있게 운동했다. ○○에서 운동했던 것처럼, 승부에 굉장히 집착하기보다는 같이 운동하는 게 즐거운,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몇 경기 더 할 수도 있었는데 체력이 당최 못 따라가서... 억지로 뛰면 뛰겠지만 다음 날 100% 탈 날 거라 생각해서 몸 사려가며 운동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그렇게 안 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ㅅ-

시부모님과 같이 복숭아 농사 짓느라 바빠서 운동하러 못 나온다는 마사미 님의 친구 분께서 일부러 체육관에 찾아오셨는데 남은 여행도 재미있게 하라는 한국어를 적어와 더듬더듬 읽어주셔서 크게 감동 먹었다. 나라면 외국에서 놀러 온 손님을 위해 그 나라 말로 인사를 적어와 읽는 수고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뭉클했다. 엄청 고맙기도 했고.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더니, 친절한 마사미 님 친구다운 분이었다. 요즘 점점 늘어난다는 혐한이니 뭐니 조금도 느낄 수 없는 분위기.


즐겁게 운동하고... 물티슈로 땀만 닦아낸 뒤 옷 갈아입고 바로 일 잔 하러 갔다. 조용한 분위기의 꽤 규모 있는 가게였는데 새우 좋아하는 걸 마사미 님이 알고 계셔서... 에비(エビ)라는 단어 들어간 메뉴는 다 시켜주신 것 같다. ㅋㅋㅋ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조개탕(?). 시원~ 하고 맛있었다. 좀 짜긴 했는데... 난 음식 짜게 먹는 편이라 괜찮았다.



메뉴에 새우란 말 들어간 건 다 시켜주신 듯. ㅋㅋㅋ



마사미 님과 이런저런 대화하면서 맥주도 한 잔 하고... 마사미 님은 운전 때문에 술은 못 드셨다. 건강 문제도 있고 하니 이제 술은 못 드시는 건가 싶기도 하고... 걱정이 좀 됐다.   내가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본어 섞어가며 대화했음 좋았을텐데... 여행 준비한답시고 학원도 며칠 빼먹고 간 거여서 그나마 알던 몇 안 되는 단어도 다 까먹고... ㅠ_ㅠ   마사미 님 한국어 실력 덕분에 그나마 대화가 가능했다. 그렇게 한참을 수다 떨다보니 가게에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서... 적당히 정리하고 나왔다. 이번에도 마사미 님이 계산. 여기저기 입장료도 그렇고 신세를 너무 많이 끼쳤다. ㅠ_ㅠ


마사미 님이 호텔까지 태워주셔서 편하게 돌아왔다. 다음 날은 마사미 님이 선약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 호텔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다음에 또 놀러오겠다고, 신세 많이 졌다고, 죄송한 마음 담아 인사하고 마사미 님과 헤어졌다.

바로 호텔로 들어가지 않고 편의점으로 갔다. 호텔 출입구가 있는 1층 옆으로 패밀리 마트인가, 뭔 편의점이 있긴 했는데 일부러 역 쪽으로 갔다. 역 중앙 개찰구 있는 곳에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에서 메론 소다 맛 와! 를 사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순전히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간 거였는데... 일본에서도 단종되었는지 가는 편의점마다 찾아봐도 없다. 이번에도 못 찾았다. ㅠ_ㅠ



대신 가리가리 군 소다 맛을 사들고 왔다. 얼음 알갱이가 씹히는,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맛이라 팔던 맛의 아이스크림이다.



우리나라의 찰떡 아이스 같은 건데 귤 들은 거라 생각해서 사들고 왔다. 지금 보니 감 그림이네. 왜 저 때는 귤이라 생각했는지.

└ 응? 이제와서 다시 보니... みかん이라 쓰여 있는데? 그럼 귤이 맞는데? 왜 감이라 생각한 거지? -_ㅡ;;;



우리나라 찰떡 아이스랑 똑같이 생겼다. 맛은... 별로였다. -ㅅ-



사들고 간 아이스크림 먹고... 군것질하고... 그러다 맥주 마시고... 너무 피곤해서 자야겠다 싶어 짐 정리하고 대충 씻은 뒤 맥주 다 마시지도 못하고 잤다. 태블릿 켜놓고 잤는데 새벽에 일어나 꺼진 거 확인하고 다시 다른 영상 틀어놓고 잤다. -ㅅ-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자고... 뮝기적거리다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씻지도 않고 옷만 대충 걸친 채 밥 먹으러 갔다. ANA 호텔 조식은 꽤나 훌륭하다. 조식 마감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갔기에 요란하게 먹지는 않았다.



호텔에서 학교 건물이 보인다.



파~ 란 게 보여서 뭔가 싶어 줌으로 당겨보니 농구 코트였다.



저 멀리 무슨 경기장도 보이고...



날 개 두 개짜리 비행기도 날아다니고 있었다.



정오가 체크 아웃 시간이었는데... 밥 먹고 와서 한 시간 가까이 침대에 누워 오늘 뭘할까 고민했다. 뭔가 만사 귀찮아지고...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무거운 캐리어 끌고 다닐 거 생각하니 짜증스럽고... 그냥 집에 가서 쉬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그냥 오늘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그랬으면 좋겠다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그래, 가자! 하고 마음 먹게 되어서... 비행기 표부터 알아봤다. 저렴하게 구입한 비행기 표는 한국에서 일본 가는 일정은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일정은 3만원을 내고 변경할 수 있었다. 단, 변경 예정일에 빈 자리가 있어야 했는데 미리 알아보니 빈 자리가 있다. 항공권은 3만원 내고 변경하면 되고... 미리 예약한 호텔은 환불이 어떻게 되려나? 알아보니... 어제 자정 전에 취소했으면 100% 환불인데... 이 날 예약 취소하면 한 푼도 못 돌려 받는다. 8만원 남짓 주고 예약했는데... ㅠ_ㅠ

3만원 내고 항공권 변경하고 8만원 날리면 당장 11만원 더 쓰는 건데... 비행기 표 싸게 사겠다고 난리친 게 뭔 바보 짓이었나 싶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일단 신 오사카까지 가서 결정하자고 마음 먹었다.


무거운 가방 짊어지고 캐리어 끌며 아래로 내려가 체크 아웃.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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