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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히로시마 - 넷쨋 날: 시즈타니 갓코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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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마지막 관광지는 시즈타니 갓코(しずたにがっこう)다. 한자로는 閑谷学校라고 쓴다. 그렇다. 갓코 = 학교 되시겠다.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마사미 님이 추천해주셔서 가게 되는 곳이다.



도자기 박물관 맞은 편의 인베 역에서 시즈타니 갓코까지는 약 11㎞ 정도. 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 요시나가 역에서 내려야 한다. 오카야마 역에서 요시나가 역까지는 JR 산요 본선을 이용하면 36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요시나가 역에서 내린 뒤 무려 4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선선한 가을이면 모를까, 여름이라면 죽을지도 모른다. -_ㅡ;;;



나는 마사미 님의 차를 이용해서 편하게 이동했기 때문에 대중 교통을 통해 가는 방법은 직접 체험하지 못했다. 다만 오카야마 공식 블로그에서 요시나가 역이 가장 가깝다고 안내하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는 건데... 요시나가 역에서 무려 40분 넘게 걸어야 하는 걸로 나온다. 내 경우 걸음이 남들보다 빠르기 때문에 30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렇게 되면 땀범벅이 되겠지. -_ㅡ;;;   버스의 경우 몇 번을 타야하는지 감도 안 온다. 보통은 구글 맵에서 어떤 버스를 타라고 안내가 되는데 버스가 없는 건지, 검색이 안 되는 건지, 버스 타는 방법은 전혀 알 수가 없다. 택시를 타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일본의 택시는 엄청 비싸다. 히로시마 역에서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까지 3㎞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저 구간 택시 탔더니 ¥1,330 나왔었다. 요시나가 역에서 시즈타니 갓코까지는 3㎞ 넘으니까 아마 더 나오겠지. 왕복 ¥3,000 정도 예상하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우리 돈으로 따지면 ₩30,000 이니까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거기에다...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시즈타니 갓코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는 보지 못했다. 매표소 직원이나 다른 분들께 부탁해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착. 평일 낮인데 주차장에 차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오는고나! 하고 놀랐다.



팔로잉하고 있는 오카야마 공식 트위터 통해 자주 본 캐릭터다. 오카야마 현의 캐릭터인 모양이다.



출입문. 여기를 지나면 오른 쪽에 매표소가 있다. 역시나 마사미 님이 표를 사주셔서 가격을 알 수 없... -_ㅡ;;;



시즈타니 갓코 = 시즈타니 학교, 말 그대로 학교입니다. 1670년에 오카야마 번의 번주인 이케타 미쓰마사(池田光政)가 문을 연 서민 교육 기관 되겠습니다. 번이 경영한 학교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합니다. 1701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가 완료되었다고 하는데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라니... 대단하네요. 강당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데 기와가 모두 비젠이 자랑하는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풍이 들면 엄청난 경관을 자랑하기 때문에 일본 각지에서 가을에 관광객이 몰려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권력자들은 정보를 독점하여 권력을 유지하고 피지배층을 수탈하였습니다. 때문에 자신들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계층이 교육 받는 걸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늙은 꼰대가 엉덩이 만지고 허벅지 쓰다듬는 걸 그저 '나를 예뻐해줘서~' 라 생각하고 참았던 어린 처자가,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후 "그건 성폭력!" 이라며 발끈! 하게 되면 꼰대는 지가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고 '쓰잘데기 없는 교육 따위 때문에!' 라고 분개하는 것을 떠올리시면 될 겁니다. 그러한 게 일반적인데 번을 다스리는 번주가 학교를 열어 무사 계급은 물론이고 일반 서민들까지 가르쳤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부에 공자를 모시는 사당이 있어 유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고 설명이 되어 있기도 하네요.




비슷한 풍경을 우리나라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어디냐면 조선 시대 왕릉이다. 뒤에 널찍한 언덕이 있고 그 한 가운데 왕의 무덤이 있다. 왕의 무덤 앞으로는 제사를 지낼 때 이용되는 건물 등이 있는데 푸른 잔디로 가득한 야트막한 언덕이나 울창한 나무 숲 같은 게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함부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왕의 무덤이라는 공간이었다면 이 곳은 서민들도 들락날락하며 공부할 수 있는 학교였다는 차이가 있다. 시즈타니 갓코는 단풍 구경으로 유명한데 그냥 딱 봐도 단풍 들면 정말 절경이겠구나 싶더라.



비젠야키로 만들어진 기와. 기와 한 장, 한 장을 모두 지역이 자랑하는 도자기로 만들어 올렸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속 건물이 매표소. 한국어 리플릿도 비치되어 있다.





별 거 아니지만 이런 오래된 듯한 나무 벤치도 정겹다.



주차장에 차가 잔뜩이었는데 정작 학교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체 차들은 다 뭐지?





간단한 설명이 한글로 적혀 있어 도움이 되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인 것 같은데 한글 설명이 있다니 신기했다.



나는 국민학교 세대인데 당시에 학교 건물의 정문은 학생들이 왔다갔다 할 수 없었다. 선생님들만 다니는 곳이었다. 실내화를 신고 학교 건물로 들어가야 했는데 잔뜩 몰려 실내화 갈아신고 운동화 갈아신고 하는 걸 보기 싫다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만 한다. 아무튼... 쓰잘데기 없는 갑질이라 생각하는데, 당시에는 그랬다. 시즈타니 갓코에도 번주가 드나드는 문과 학생이 드나드는 문이 따로 있었는데... 신분제가 확실한 시대였으니 그러려니 한다.




여기에서 카메라를 매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일본어로 뭔가 설명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어려 보이는 학생 두 명과 같이 있었는데 한국 분이냐고 물어봐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나와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더니 마사미 님과는 능숙하게 일본어로 대화를 한다. 헐!   나중에 마사미 님께서 일본어가 굉장히 능숙하다고, 일본인과 발음 차이가 없다고 하셨다. 일본에 사시는 분인지, 일본에 오래 머무는 분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좋은 곳 많으니 잘 보고 가시라고 덕담해주셨다.



어릴 때 나무 마루가 있는 집에서 살았던 추억 때문에 나무 마루만 보면 그저 반갑다.



방 가운데 불 구덩이(?)가 있다. 여기서 음식을 조리했다고 한다. 식당인 셈이다.



저 둥근 것들은 방석이다. 실제로 깔아놓고 위에 무릎 꿇고 앉아 봤는데 제법 푹신푹신 했다.





빨갛게 단풍이 들면 정말 절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공부하게 되는 날이 오면 가을에 꼭 찾아가봐야지.





창문 잠그는 잠금 장치가 어렸을 때 봤던 것과 너무 똑같아서 무척 반가웠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면서 추억이 새록새록.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초등학교)와 너무나도 똑같은 구조 때문에 반가운 마음이 정말 컸다. 아, 맞아. 이랬어! 하면서...




천천히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바로 주차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옆으로 난 포장 도로로 향했다. 차를 대접하는 공간이 있다는 설명을 봤는데 그게 학교 건물과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좀 떨어져 있다는 거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잠시 걸으니 물 소리가 나면서 자그마한 냇가가 보이고... 물 따라 걸어 올라가니 멋진 나무 건물이 등장했다.





밤에 혼자 오면 무서울 것 같지만 쨍~ 한 날씨에 보니, 이런 곳에서라면 맹물을 마셔도 맛이 느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즈타니 갓코 구경을 마쳤다. 뭔가 관람할 거리가 많다거나 한 건 아니고, 실내 전시물 역시 한글 안내가 없는데다 영어 안내도 조금은 아쉬운 편이라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경관 하나 하나가 어찌나 멋있는지, 지금 글 쓰면서 사진으로 봐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 교통을 통한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마냥 권할 수 없지만 오카야마 지역을 여행하는 분이라면 반나절 정도 느긋하게 다녀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오카야마 지역의 자연 경관에 대해 알 수 있는 사이트가 여기 → http://www.keikan.pref.okayama.jp/

지금은 순위에 이름이 없지만 가을이 되면 단연 1위에 자리할 것이 분명한 곳이 시즈타니 갓코다.




http://pohangsteelers.tistory.com/1477 - 이번 히로시마/오카야마 여행 다녀와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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