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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7 히로시마 - 넷쨋 날: 도자기 마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7.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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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젠은 장인이 때려 만든 칼도 유명하지만 그보다 도자기 쪽이 훨씬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본에서 도자기로 유명한 동네가 여러 군데인데 그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것이 비젠 도자기이다. 비젠야키라 부르는데 유약을 바르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예전에 마사미 님이 비젠의 도자기라며 컵 하나를 보내주신 적이 있는데, 그 도자기가 유명한 마을로 이동한다. 도검 박물관에서 차로 약~ 간 달려야 한다.


이름 모를 제법 큰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 옆으로 걸어나가니 한적한 시골의 마을 길이 펼쳐진다. 예전에 우타노에 갔을 때 그 동네도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거기보다 이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너무 조용해서 흐린 날은 우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다행히 이 날은 날씨가 맑아 우울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야트막한 담장의 집이, 문패를 달고 있는 집이, 이런저런 나무와 꽃으로 가꿔진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 집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내가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골 길, 딱 그런 길이다. 다만... 다 좋았지만 햇볕이 너무 따가웠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도 죄다 아파트라서 일상 생활하면서 이런 마을 길을 걷는다는 건 사실 상 거의 불가능해져버렸다.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기에 근처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굴이 들어간 카레를 시켰는데 카레가 엄청 진하고 맛있었다.

└ 우리나라에 카레라는 음식을 알린 건 오뚜기의 공이 큰데, 문제는 그 인스턴트 카레 맛이 입에 붙어버렸다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카레 맛에 비하면 엄~ 청나게 진한 맛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 가방에 달고 다니던 태극기 태그를 보셨는지 가게 주인이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보셨다. 재일 교포라 하셨는지 한국인 2세라고 하셨는지 뭐라 하셨는데 제대로 못 들었다. ㅠ_ㅠ


다양한 도자기 제품을 전시하는 가게가 많아서 들락거리며 구경을 했다. 예쁘고 맘에 드는 생활형 도자기도 굉장히 많았는데... 문제는... 엄청난... 가격... 그 가격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좀 큼직~ 한 장식용 도자기의 경우 차 한 대 값이었다. ㄷㄷㄷ

일본인들에게도 제법 부담이 되는 가격인지라 평소 구매하는 사람들보다는 행사가 있을 때 이벤트로 저렴하게 파는 걸 노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1년에 한 번 기간을 정해 행사를 여는데 그 시기가 되면 이 한적한 도시가 엄청난 인파로 넘쳐난다고.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도자기 하면 부잣집 거실에 놓인 하얀 조선 시대 항아리 같은 걸 떠올리기 마련인데... 일본은 실생활에 쓰는 도자기를 어느 집에서나 약간씩은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일본의 도자기 기술은 임진왜란 후 일본으로 건너 간 조선의 도공들 덕분에 만들어진 거라며, 결국은 조선의 기술이 일본에 전해진 거라 어깨에 힘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바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도자기 기술 뿌리가 조선이라 하더라도, 그 도공들은 조선에서 천대 받고(사농공상) 기술에 대한 인정 따위는 조금도 못 받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일본에 와서 자기 기술을 인정 받은 거다. 그리고 일본에 자리 잡아 현지화를 거치면서 일본만의 도자기 기술과 문화가 완성된 거다. 일본 도자기의 뿌리는 조선이라며 괜한 자부심 내세우는 사람들 집에 도자기가 몇 점이나 있을까? 부잣집에서 과시용으로 한, 두 점 두는 도자기와 실제 생활에서 밥도 담고 국도 담고 맥주도 따라 마시는 도자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자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만약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면, 그래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다시 방문해서 가게마다 일일이 들어가 양해를 구한 뒤 사진도 찍고 하면서 천천히 구경하고 싶다.



비수기(?)이기 때문인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도자기 박물관. 다양한 전시품들을 보는 맛이 제법이다.


도자기 박물관은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역시나 마사미 님이 내주셔서... -_ㅡ;;;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서 전시된 도자기들은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다. 다양한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저 감탄하며 볼 수밖에 없는 엄청난 작품들도 많았고.



3층인가 4층 실외 전시품이었는데 여기는 사진 촬영이 가능한 것 같아서 한 장 찍어봤다.



참한 처자가 안내하고 있는 비젠 도자기 박물관. 도검 박물관과 달리 여기는 가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보이는 굴뚝. 실제로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의 굴뚝이다.



공방 한 켠에는 장작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발로 물레 돌리며 도자기 만들고 있는 곳도 있었는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햇볕이 엄청 뜨거운데다 강한 바람도 이따금 불어대서 걷기 편한 날씨는 아니었다. 마을 길을 한 바퀴 돌아 박물관까지 보고 나왔는데 마사미 님이 역에도 가보겠냐고 물어보신다. 전철 역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별로 가보고 싶지 않았지만, 언제 또 올 지 모르니까~ 라는 생각이 들어 역으로 향했다.


역에 안 갔으면 엄청 후회할 뻔 했다. 단순한 전철 역이 아니었다. 역 자체가 이미 또다른 박물관이었다. 다양한 판매용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별도의 입장료를 받아도 될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보는데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어쩐지 익숙하다. ZARD의 노래였다.

그나저나...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진짜 가격이 만만치 않다. 붉은 색과 주황 색이 섞인, 전통적인 비젠의 도자기 중 자그마한 컵 세트가 맘에 들어 사고 싶었는데... 후아~ 진짜 비싸다. 그러고보니... 마사미 님이 예전에 선물해주신 컵도 그 크기와 모양이 예사롭지 않은데... 이거 아무리 싸게 잡아도... 엄청 비쌀 거 같은데... 아아... 너무 비싼 걸 넙죽 받은 건 아닌가...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세워두었던 차로 향했다. 이제 이 날의 하이라이트, 시즈타니 학교에 간다.



  • 도자기 마을은 전철로 접근이 쉽습니다. 인베 역(伊部駅=いんべえき)에 내리면 됩니다. 오카야마에서 JR 아코 線을 이용하면 40분 조금 덜 걸려서 도착할 수 있습니다. 반슈아코까지 가는 열차 타면 중간에 인베 역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인베 역 자체가 어지간한 박물관 뺨칠 정도로 다양한 도자기를 전시, 판매하고 있으니 역에서 바로 구경하시고... 역 밖에 나와 길 건너면 바로 박물관이니 거기도 구경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박물관 건너 편으로 가서 공방이나 도자기 구경을 하시면 됩니다.


JR 인베 역 (출처: 구글)



오카야마에서 인베까지 전철로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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