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간은 2018.02.08. ~ 12. 4박 5일의 일정이었다.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시부사와 역의 에키메로를 듣는 것. 그리고 츠쿠시노 근처의 사카이 이즈미 묘에 참배하는 것. 구입하고 싶었던 건 패미컴 미니 or 슈퍼 패미컴 미니. 목적과 사고 싶은 걸 다 달성했으니 결과만 놓고 보자면 100% 만족하는 여행이다. 하지만... 전부 만족하는 여행이 가능할까? 항상 다녀오면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은 동행했던 선배와 관련해서... 그 선배와는 국내 여행을 제법 많이 다녔다. 뭐, 말이 여행이지 사실은 축구 보러 다닌 거. 보통은 당일 오전에 이동해서 오후에 도착, 저녁에 축구 보고 밤에 일 잔 한 다음 자고 다음 날 돌아오는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겪는 갈등이나 이런저런 문제 같은 건 전혀 없었다(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ㅅ-). 더구나 그 선배는 권위주의나 꼰대 마인드 같은 게 1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후배인데다 나이도 어린 입장이지만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해외 여행은 조금 달랐다. 틀렸다가 아니라 달랐다가 맞다. 아무래도 혼자 다닐 때보다 자유도는 확실히 줄어든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온갖 예매부터 일정 관리까지 내가 다 했고 금전 관리 역시 내가 했으며 그나마 더듬더듬 말이라도 하는 것 역시 나였기에 이번 여행은 내 위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네일동에 올라오는 글 보면 '친구들이 다 떠맡겨서 고생하며 일정 짰더니 여기저기 다니면서 궁시렁거려서 결국 싸웠다'는 글이 상당히 자주 올라온다. 나 같은 경우에는 선배의 궁시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기와 함께 다니느라 고생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줘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평소 '3보 이상 승차'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하루에 20㎞ 가까이 걸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기도 하다. 도쿄는 처음이라 좀 헤맸지만 간사이 쪽은 그나마 몇 번 가봤다는 이유로 익숙하다 생각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호옥~ 시라도 다음에 또 같이 여행 가게 되면 이번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같이 여행한 선배한테 제대로 인사하지 못했는데 블로그 들어와서 꼬박꼬박 글 보니까... 여기를 통해서라도 인사해야겠다. 못난 후배랑 같이 다니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 덕분에 나름 재미있게 여행 잘 했습니다.
그럼 다음 여행도 오케? 라고 한다면... 아... 저... 음... 그러니까... 그게... 좀... 에... 또...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가 편합니다!!!
나라는 사람의 여행 스타일은 '여유 of 여유'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말도 안 통하는 남의 나라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그만큼 사전 준비가 철저하다는 이야기다. 대략 한 달 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시작한다. 일단 가고 싶은 곳을 고르고. 이동 수단과 방법을 알아본다.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하고 예상 출발/도착 시간을 일정에 반영한다. 혹시 틀어질 수도 있으니 백업 계획도 세운다. 그렇게 현지에 가게 되면 거의 대부분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 만약 뭔가 어긋나서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된다면 미련없이 포기한다.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또 가서 보면 된다는 생각인 거다. 그런데 이번 도쿄 여행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무척이나 빡빡하게 다닌 것이다.
도쿄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과 같은 도시인데... 부산에 비교하는 오사카는 여러 번 가서 보면서 서울은 이번 한 방에 다 보겠다고 마음 먹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다음에 다시 안 올 거니까 될 수 있으면 이번에 다 보자!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도 급해지고 일정도 빡빡해졌다. 그렇게 되면 어디 한 군데를 가도 제대로 못 보게 된다. 말 그대로 주마간산(走馬看山)이 되어버린 거다.
그렇기에 오다이바도 아쉬움이 남고 아키하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 유학을 가게 된다면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며칠 구경하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최가 감독이 있는 한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포항이 ACL 진출하게 되면, 그래서 우라와랑 같은 조가 되면, 그 때 축구 보러 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부산은 이번에 못 보면 다음에 또 가서 보자고 생각해서 몇 번을 가고, 경주도 그런 식으로 여러 번 가서 보고 오면서 서울은 4일만에 다 보고 말겠다! 라 생각한 게 건방졌다.
하코네는 괜히 일정에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 날 하코네에 가서 온천에 푹~ 담그고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는데... 선배는 온천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싫어한다는 얘기를 저렇게 한 것이리라. 혼자라도 온천에 담그고 왔어야 했는데... 그걸 건너뛴 게 너무 아쉽다. 아침 식사 거른 것도 아쉽고. 결과적으로 하코네에 가서 하루 20만원 짜리 호텔 이용하면서 잠만 자고 온 거다. 바보 짓 했다. 그럴 거였으면 그냥 시부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왕복으로 다니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다녀오니 돈도 아깝고 살짝 후회가 된다.
계획대로 진행이 되어 올 해부터 일본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다면 도쿄 올림픽 기간에도 일본에 머물게 된다. 열심히 공부해서 자원 봉사로 한국 사람들 통역도 해주고 막 그랬으면 좋겠다. 달랑 1.5년 배워서 통역할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될 리가 없지만. -ㅅ-
아무튼... 다녀오니 여러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수첩 들고 다니며 여러 가지 기록해서 블로그에 좀 더 재미있고 도움되는 글 썼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것도 아쉬움 중 하나. 기억에 의존해서 쓰려다보니 아무래도 부실해진다. 그래도... 지난 히로시마 여행기 보고 참고해서 다녀왔다는 댓글 보고 무척이나 뿌듯했다. 별 거 아니지만 검색으로 들어와 내가 올린 글과 사진으로 여행 준비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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