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경로 - 실제 경로
마지막 날 일정은 몰아서 쓰고 마무리해야겠다. 아침에 눈을 뜨니 일곱 시. 그러나 4일 동안의 여독이 쌓인데다 전 날 마신 술기운도 남아 있어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온천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지만 당최 움직일 수 없었다. 온천은 고사하고 아침 먹으러도 안 갔다. 호텔 전화 벨이 울려 선배가 받았는데 아침 식사 끝나는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오지 않으니 확인한 거였다. 선배가 "블(!)랙퍼스트 노!"로 상황 정리. ㅋㅋㅋ
암막 커튼을 걷어내니 그제서야 바깥이 좀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 건물만 보이는 View라 훌륭한 경치라고 하기는 어렵다.
굉장히 넓은 창틀이 맘에 든다. 여름이라면 여기 누워 자도 될 정도. 이런 창틀 엄청 좋아하기에 보는 순간 여름에 또 올까 싶었다.
체크 아웃이 열한 시였다. 정리해서 나와 체크 아웃하니 뭔 세금이라며 돈 내라 한다. 뭐지? ¥300인가 낸 거 같다. 영수증 받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하코네유모토 역에서 호텔까지 짐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이용했었는데 반대로 호텔에서 하코네유모토 역까지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다. 그걸 이용하려면 오전 열 시 전까지 캐리어를 맡겨야 한다. 이 날은 그저 공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에 짐은 맡기지 않았다. 선배는 그걸 모르고 짐 안 맡기냐고 물었지만... 돌아가면서 어딘가 들리면 모를까 그냥 신주쿠 갔다가 공항으로 갈 거라서 캐리어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주차장 로터리 지난 뒤 길 따라 내려가니 호텔 정문이 보인다. 여기 바로 옆이 나카고라 역이다. 아오~ ㅠ_ㅠ
하코네 등산 케이블 카를 타고 고라 역으로 간 뒤 등산 전철을 타고 다시 하코네유모토로 향했다.
└ 앞에 일본인 처자 두 명이 서 있었는데 야바이! 스고이~ 타카이~ 등이 들리니 반갑더라.
하코네유모토 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왔다. 아무 것도 먹지 않았기에 밥부터 먹어야 했다. 길 가의 상점은 먹거리나 선물 파는 가게. 적당히 밥 먹을만한 곳이 없나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길 건너의 우동 가게를 발견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 가게로 돌진!!! 그런데... 입구가 안 보인다.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옆에 있는 소바 가게에 들어갔다.
소바도 참 좋아하긴 하지만... 날씨가 날씨이다 보니 따끈한 국물이 그립다. 안내 받아 앉은 테이블에는 일본어 메뉴만. 한자는 못 읽고 가타가나로 우동만 간신히 읽어서 그걸 시키기로 정했는데 주문 받으러 올 생각을 안 한다. 그러다가 잠시 후 직원이 왔는데 우리 뒤 쪽의 긴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에게 뭐라 뭐라 말을 한다. 그러자 거기 있던 사람이 우리를 가리킨다. 알고 보니 우리가 앉아 있던 출입문 바로 앞의 테이블은 웨이팅 테이블이었다. 우리 뒤 쪽에 있는 사람에게 자리 났다고 얘기했는데 그 사람들이 우리가 먼저 왔다고 얘기한 거였다.
좌식인데 괜찮냐고 하기에 괜찮다 하니 캐리어를 맡기라고 한다. 캐리어와 번호표를 교환한 뒤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안내 받았다. 우동과 맥주를 시킨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음식을 받았다. 게임하느라 정신 없던 선배는 팔로워 60명을 자랑하는 SNS에 업로드 하기 위해 사진을 부지런히 찍은 뒤 먹기 시작. ㅋㅋㅋ 간이 좀 짜긴 했지만 먹을만 했다. 맥주와 함께 우동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열차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어슬렁거리며 가게 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선배는 밥 먹었으니 한 대 피워야겠단다. 마침 에반게리온 캐릭터 상품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거기 있을테니 피우고 오라 했다.
대체 하코네에 왜 에반게리온 캐릭터가 판을 벌려 놓은 것인지 궁금했는데 작품 속 배경이 하코네란다. 기존의 도쿄가 공격 당해 박살나고 새로운 도쿄로 자리잡은 곳이 하코네라네? 『 신세기 에반게리온 』은 초반에 환장하고 보다가 세계관이 복잡해지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포기했던 작품이다. 아무튼... 작품은 제대로 안 봤지만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만큼은 좋아하는터라 캐릭터 매장을 기웃거렸다.
아스카가 그려진 A4 용지 바인더 두 개 집어들고... 후드 티셔츠도 하나 사고 싶었지만 이미 옷장에 걸린 후드 티만 해도 열 벌이 넘으니 참자고 가까스로 지름신 영접을 피했다. ×× 선배 줄 생각으로 소주 잔 세트 하나 집어들었고... 나도 욕심나서 내 것도 하나 달라고 했다. 달력도 팔고 있기에 달력도 사고. 그렇게 몇 가지 지르고 밖으로 나가니 선배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왔다.
커피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 마땅한 가게가 보이지 않아 하코네유모토 역으로 올라갔다가 약간 헤맨 끝에 선물용 어묵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푸드 코트처럼 음식도 시키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아키하바라에서 충전한 스이카 카드에 잔액이 충분했기에 커피 두 잔 시키고 스이카 카드로 결제. 기다리고 있던 선배한테 갔더니 팔고 있는 게 어묵이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니까 평소 후배네 집에서 밥도 얻어 먹고 그랬는데 선물하고 싶다며 고르러 간다. 그렇게 잠깐의 여유 시간을 이용해서 이것저것 질러댔다.
창 쪽에 앉아 커피 홀짝거리다 보니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노점을 발견했다. 잉어 빵 파는 건가?
커피 한 잔 여유있게 마시고... 다시 하코네유모토 역으로 향했다. 어제보다는 덜 혼잡했지만 역시나 사람이 많다. 예약한 열차는 맨~ 앞 칸이어서 앞으로 이동했고 잠시 후 예약한 로망스 카가 도착. 이번에도 로망스 카 표는 따로 발권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스마트 폰으로 예약 화면 띄워놓았다. 별 생각없이 맨 앞 칸의 맨 뒷 자리를 예약했는데 전망석이 그 칸의 맨 앞에 있더라.
로망스 카는 전망석이라고 해서 전방이 뻥~ 뚫린 좌석을 판매합니다. 타고자 하는 날로부터 한 달 전에 오픈이 됩니다. 경쟁률이 치열하기 때문에 예약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마치 기관사가 된 것처럼 앞을 보며 갈 수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곧 떠나갈 하코네유모토의 사진을 찍었다. 여유 있을 줄 알았는데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줌으로 당겨 찍었다. 저 앞의 큰 유리창이 열차의 맨 앞 쪽 되시겠다. 예약하기 힘들다던 전망석이다. 11호 열차.
산에서 곧게 내려온 전깃줄마저도 뭔가 아련하게 느껴진다. 이제 가면 언제 또 오나. -ㅅ-
2월 초의 풍경이 이러했으니... 벚꽃 피거나 여름에 오면 얼마나 멋진 풍경일까?
구입한 하코네 프리 패스 2일권은 이 날이 마지막. 신주쿠에 도착해서 개찰구에 넣으면 기계가 뱉어내지 않을테니 사진을 찍었다.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면 정말 멋지겠고나 싶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달려 신주쿠에 도착했다. 나리타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미리 예약했었는데 그걸 타려면 긴자 역까지 가야 했다. 발길 닿는대로 다니다 나가는 개찰구를 발견. 문제는 오다큐線이라는 표시가 전혀 없더라는 거다. 스이카 찍는 건 뭔가 아닌 것 같아 하코네 프리 패스를 넣었더니 삥~ 삥~ 하고 빨간 불이 번쩍거린다. 옆에 있던 직원이 와서 반대 쪽으로 나온 표를 나한테 건네주고 지나가라고 한다. 응? 하코네 프리 패스 2일권은 다시 안 나온다고 하던데?
일단 나갔다. 선배가 나올 차례였는데 역시나 빨간 불 번쩍번쩍. 역무원이 뭔가 하더니 스이카 찍고 건너오라 한다. 그러더니 나한테 뭐라 뭐라 한다. 알아듣지도 못해놓고 끄덕끄덕 했더니 하코네 프리 패스를 가져 가서 다시 개찰구에 넣는다. 이번에는 기계가 뱉어내지 않았다. 스이카를 찍고 다시 나와 긴자 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걸어갔다.
한참 가다가 다시 개찰구를 만났는데... 스이카 찍으니 또 삐잉~ 삐잉~ 바로 옆에 있던 직원에게 물어보니 기기에 툭 찍어보더니 여기 아니라 다른 쪽 개찰구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뒤로 돌아서 멀지 않은 다른 개찰구로 가 스이카를 찍으니 정상적으로 통과. 아... 뭔가 복잡하다. 전철은 확실히 우리나라가 최고인 것 같다.
그렇게 헤맨 끝에 긴자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약한 시간이 촉박해서 여차하면 버스 놓칠지도 모르는 상황. 놓치면 어쩔 수 없지~ 라 생각하면서도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다행히 한 번도 헤매지 않고 도착한 덕분에 버스 출발 전에 정류장을 찾아갈 수 있었다.
정류장에 있는 직원에게 예약했다고 하니까 버스 탈 때 기사 주면 된다고 뭔가를 건네 준다. 그리고 1 터미널에 내린다고 하니 알아서 캐리어를 가지고 간다. 잠시 후 버스가 와서 아무 자리에나 털썩! 버스 뒤 쪽에 화장실이 있다는 게 특이하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도 화장실 있는 버스가 잠시 굴러다녔었드랬지. ㅋ
기본 요금이 ¥700대였는데 많이 떨어졌다. 택시비 비싸다고 하도 소문나서 도쿄 올림픽 대비(?) 차원으로 인하했다고 한다.
임플란트 전문 치과인가? 치아 캐릭터 밑에 볼트가... -ㅅ-
사진만 적당히 봐서는 한국이라 우겨도 될 거 같은 풍경... 은 좀 오바인가. -ㅅ-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에 해당하는 것이 ETC. 무정차 통과나 요금 할인 혜택 등이 하이패스와 상당히 비슷하다.
온갖 다양한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 · · 1 번호판 단 차가 지나가서 급하게 찍었지만 제대로 못 찍었다.
공항 근처라 그런가 비행기가 자주 보인다. 줌으로 잔뜩 당겨 찍어보았다.
노리고 찍으면 이런 사진 절대 못 찍는다. 결국 난 얻어 걸려야 하는가봉가. ㅠ_ㅠ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려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일단 진에어 부스에 줄 서서 발권. 캐리어를 맡기고 나니 몸이 가볍다. 선배에게 다시 찾아온 담배 타임. 맥도날드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선배가 담배를 피우고 왔다. 근처의 기념품 상점에 들어가 선배에게 이건 뭐다, 저건 뭐다 알려줬다. 난 누군가에게 선물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딱히 살 맘이 없었는데 전시된 걸 보니 뭐라도 사야겠더라 싶었다. 간단한 먹거리 사면서 스이카 다 털고 싶어 스이카로 먼저 계산하고 나머지는 카드로 하겠다고 했더니 그렇게는 안 된단다. 결국 스이카는 잔액이 남은 상태. 다음 여행에서 충전해서 써야겠다.
선배가 계산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슬슬 비행기 타는 쪽으로 이동했다. 밥 먹으려고 식당 스캔. 선배는 먹고 싶은 게 있었던 모양인지 자꾸 구석으로 갔지만 당최 식당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더구나 비행기에 타야 할 시각까지 여유가 있는 게 아니라서 그냥 가까이 있는 식당에 갔다. 치킨 가라아게 올라간 규동 시켜서 맛있게 잘 먹고 맥주도 마시고. 그러다 탑승이 시작되어 비행기에 올라탔다. 맨~ 뒤 바로 앞 자리. 더구나 선배 옆 자리는 빈 상태였다. 해 지고 나서 비행기 타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아서 한참을 사진 찍고 있었다.
뭔가 이런 사진 보면 멋있어 보여서 흉내내 봤다. -ㅅ-
비행기가 움직이니 사진 찍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조명이 J처럼 찍혔다. ㅋㅋㅋ
야경이랍시고 찍은 사진이 죄다 흔들리고 포커스 나가서 써먹을만한 게 없다. T^T
비행기 안에서 한 숨 자면 좋을텐데 나는 이동하는 교통 수단 안에서는 좀처럼 자기 힘든 사람. 그렇게 뒤척거리다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바닥이 뭔가 엄청 지저분해보여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눈이었다. 일본도 춥긴 했지만 한국에 비하면 말 그대로 새 발의 피. 한국은... 하아~ 지난 5일 동안 잊고 있었는데 또 시작이다.
눈 좀 보소. 아오~ -_ㅡ;;;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출발할 때에는 선배가 캐리어에 넣은 보조 배터리와 라이터 때문에 짐이 따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해도... 이 날은 같이 수화물 처리했는데 내 캐리어만 먼저 나왔다. 더구나 선배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상황. 거기에다 나는 집 근처까지 오는 공항 리무진 마지막 버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선배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 싶어 캐리어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버스표 자동 판매기 앞에 가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5분 남았다. 부랴부랴 표를 사서 버스 타는 곳으로 가니 곧 버스 도착.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고 버스에 올라타니 선배한테 전화왔다. 이러저러해서 먼저 버스에 탔다 얘기하고 어디로 가면 집으로 가는 버스 탈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 버스 출발 전에 다시 전화해서 어디 가서 표 사면 된다고 알려줬는데... 그 버스가 막차인데 만석이라 탈 수 없다고... 그나마 가까운 곳까지 가는 버스 타서 택시 타고 집에 간다고 했다.
그렇게 뭔가 어정쩡한 마무리.
두 시간 걸려 집 근처 터미널에 도착했고... 횡단 보도 건너 평소 택시 타던 곳으로 갔는데 택시가 한 대도 없다. 바닥에는 온통 눈이고.
카카오 택시 불러봐도 아무 응답이 없고... 포기하고 버스 타는 곳까지 갔다. 버스는 진작에 끊긴 줄 알았는데 운행 중인 버스가 있었다. 집 근처까지 가서 걸어가는 수밖에. 그렇게 버스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 도착까지 1분 남았다고 뜰 무렵 택시 한 대가 빵빵~ 거리며 다가왔다. 잽싸게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운 뒤 조수석에 트렁크를 넣고 뒷 좌석에 앉았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택시가 많이 없단다. 기사님과 일본 유학 갈 거다, 일본 택시는 더럽게 비싸다, 따위의 얘기를 하는 동안 집에 도착. 400원도 안 되는 동전 안 받겠다 하니 엄청 고마워 하신다. 택시 없어서 고생할 뻔 했는데 제가 더 감사합니다요, 기사님.
그렇게 집에 도착. 여행 전에 집이 두 번이나 침수되었었기에 엄청 걱정하면서 집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침수되지는 않았다. 캐리어 열지도 않고 그냥 거실에 세워둔 채 딥 슬립!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들고~ 그저 마우스 왼쪽 버튼 한 번 누르면 그만~
아↓래 하♥트 클릭해주시면 엄~ 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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