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말에 TBS 공개 방송 보러 가려고 예약했던 곳이 집 게스트하우스. 방송국에서 가까운 곳 찾다보니 선택하게 됐고 어차피 저녁 늦게 들어가서 새벽에 나갈 거라 시설 같은 건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꽤 괜찮다 싶더라.
이번에 축구 보고 잘 곳이 필요했는데... 꾸질꾸질하게 혼자 모텔 들어가 자고 싶지 않아서 게스트하우스 검색해봤다. 몇 군데 나오긴 하는데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신청하면 피드백 오는 시스템. 그런 거 말고는 없나? 싶어 여기저기 검색해보다가 문득 집 게스트하우스 생각이 나서 알아보니 멀지 않다. 경기가 있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게스트하우스 근처의 합정까지는 지하철로 고작 네 개의 역. 호텔스닷컴 통해 예약했다.
찾아보니 체크인은 14시부터. 다른 곳보다 많이 이른 편이다. 오전에 할 일이 잔뜩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끝났기에 일찌감치 체크인 하기로 했다. 2층 침대 쓰기 싫어서 1층 침대 선점하려고. -_ㅡ;;;
기차 탈까 하다가 지하철로 가도 별 차이 없겠다 싶어 버스 타고 ㅈㅈ 역으로 이동. 카카오 지하철은 바로 다음 역에서 내려 급행 타라고 하는데... 딱히 급한 것도 아니고 자리에 앉아 가게 되서... 그냥 계속 타고 있었다. 책 보다가 졸려서 좀 졸고... 다시 책 보고... 그러다보니 신도림 역에 도착. 진짜 오랜만에 와본다. 거기서 2호선 갈아타고 합정에서 내렸다.
네이버 지도 켜서 주소 입력한 뒤 길 따라 갔다. 그래, 맞아. 이런 거 있었던 거 같아.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아무 것도 없다. 게스트하우스가 없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네이버 지도에서 다시 검색하니 주소가 다르다. 응?
일단 가보자 싶어 가긴 하는데...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 처음 보는 건물만 나온다. 여기 맞나? 싶어 가보니... 맞다. 어떻게 확신을 하느냐면... 집을 ZZZIP로 써놨으니까. 입구에서 잠시 망설이니 남자 분이 들어오라 하신다. 1층으로 가면 된다고. 1층에 가니 컴퓨터 앞에 여자 분이 앉아 계셔서 예약한 이름 말하고 체크 인.
호텔스닷컴에 주소 예전 것으로 올라가 있다고 하니 사진 찍어가셨다. ㅋ
체크인 하고 방에 가니 2층 침대가 세 개. 희한하게 두 자리 비어 있는데 다 1층이다. 창 쪽으로 자리 잡고... 가방에서 카메라와 배터리 정도만 꺼내 작은 가방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경기 시작까지 여유가 있어서 1층 로비에서 빈둥거리기 시작. 참한 처자가 한 명 들어왔는데 딱 봐도 일본인이다. 아... 말 걸고 싶다. 아... 대화를 시도하고 싶다. 몇 마디 못 하고 못 알아듣는다고 손사례 쳐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걸고 싶다. 그런데 젊고 예쁜 처자라 작업하는 걸로 오해 받을까 싶어 말을 못 걸겠다... 아...
(말 걸었으면 쪽 팔렸을 뻔... 사장님은 영어를 잘 하시고... 사모님은 영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도 능숙... ㄷㄷㄷ 일본에서 6년 살다 오셨다고.)
잠시 후 축구 보러 출발. 경기 보고. 지하철 타고 와서 편의점에 들러 맥주 샀다. 로비 이용은 23시까지 가능해서 맥주 홀짝. 사장님 계셨고... 독일에서 온 남자 애가 밥 먹고 있었다. 사장님이랑 응원하는 야구 팀이 같아서 얘기 좀 하고... 그나저나 독일에서 왔다는 녀석은 축구도 안 보고 맥주도 안 마시고... 사장님이 너 어디서 왔냐고 농담하는데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독일에서 왔다고, 왜 아는 걸 물어보지? 하는 투로 대답하는 녀석. ㅋㅋㅋ
침대 머리 맡에 충전기와 전등이 있고... 화장실 수압도 괜찮았고 뜨거운 물도 바로 바로 나왔다. 잠자리는 최고. 조금 촌스러운 디자인의 이불과 베개가 있었는데 베개의 크기와 폭신함이 집에 들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에어컨 켜서 추운데 이불 덮으면 따뜻한 환경이었다. 누가 에어컨 켰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창 바로 옆 자리라서 찬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데... 그 와중에 이불 덮으면 덥다 싶을 정도로 따뜻. 익숙한 자리가 아니라서 몇 번 깨긴 했지만 나름 꿀잠 잤다. ㅋ
아침에 로비 내려가서 커피 홀짝거리는데 뒤에 일본인 아주머니 두 분 발견. 몇 번을 망설이다가... 말 걸었다. ㅋㅋㅋ 그냥... 일본인이냐... 한국어 할 줄 모르냐... 나는 3개월 전부터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만나서 반갑다... 관광? 요 정도 말만 했다. 내 수준이 그 정도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조금이라도 대화가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데... 만날 내일부터~ 내일부터~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이런 저런 피규어와 인형들
여러 나라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다. 일본어로 된 건 역시 만화. ㅋ 『 반지의 제왕 』 이 눈에 들어오더라.
천장에는 방문객들의 사진과 세계 여러 나라의 지폐가 잔뜩.
북한 돈도 있다!
돈에 저렇게 인상 쓰고 있는 사진 쓰는 거 괜찮나? 싶은... 영국의 파운드. 히틀러 덕분에 위인전이라도 낸 줄 알아라, 처칠.
이건 몽골 돈인가? -ㅁ-
옛날 우리나라 돈! 입수 경위가 재미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간다고 하니까 할머니가 이 거 가지고 가서 써라~ 하면서 줬다고 한다. 그게 옛날 우리나라 돈. 사장님이 지금은 못 쓴다, 내가 바꿔줄게~ 하고 바꿔줬는데... 저거 팔면 엄청 비싼 거 아냐? 라 생각했는데... 3,000원 정도라고 한다. ㅋㅋㅋ
로비에서는 사들고 간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커피나 토스트 만들어 먹는 것도 가능하다. 먹고 나서 직접 설거지하는 시스템.
오랜만에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만든 숙소였다. 마음에 드는 곳. 다음에 서울 갈 일 있으면 또 이용할 것 같다. 참고로 합정 역 5번 출구로 나가는 게 빠르다. 나가서 앞에 보이는 오른쪽 길로 꺾어 들어간 뒤 갈림길 나오면 직진하지 말고 오른쪽으로. 그럼 저 앞에 횡단보도 보인다. 희한한 건 교통량도 꽤 많고 큰 횡단보도인데 버튼 눌러야 신호등 바뀌는 곳이다. -_ㅡ;;; 아무튼... 거기 길 건너서 쭉 걸어가다가 GS25 보이면 좌회전. 여기 맞나? 이런 데 게스트하우스 있다고? 싶을 때 주변을 보면 학교 보일 거다. 그 맞은 편이 게스트하우스. 길 찾기 어렵다면 '성산 중학교' 찾아서 가면 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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