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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19,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43 다시 레이캬비크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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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다. 미바튼에서 하도 누워 있어서 그런지 많이 잔 건 아니지만 피곤함 같은 건 없었다. 지하실에 묶여 있거나 나체로 나뭇잎 덮고 있는 일 같은 것도 없었고. ㅋ




여덟 시 반에 아침을 먹기로 했기에 식당으로 가니 이미 일어나 계신다. 매일 다섯 시 반에 일어나 20㎞를 운전해서 신문 가지러 가신단다. ㄷㄷㄷ   자꾸 말을 걸어주시는데 당최 영어가 안 되니, 원. 일본어 배운답시고 일본에 살고 있으면서 일본어 공부도 제대로 안 하는데, 그 와중에 영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또 했다. 그 와중에 한국인에게 받은 참이슬 페트 소주 자랑하시는 호스트. ㅋㅋㅋ


개와 고양이 모두 사람을 전혀 가리지 않아서 밥 먹고 있는 내내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같이 배드민턴 쳤던 H 누나라면 질색을 했겠지만 나는 개도, 고양이도 좋아하니까 밥 먹으면서도 부지런히 쓰다듬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치우려고 하니까 호스트께서 그냥 두라고 하신다. 그래서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차로 돌아갈 수 있었고,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은 뒤 다시 출발.



열 시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어둡다. 앞에도, 뒤에도,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오직 내가 운전하고 있는 차에서 쏘아대는 헤드 라이트 불빛 뿐. 저 멀리 눈으로 가득한 언덕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을 보니 갑자기 엄청나게 쓸쓸해졌다. 눈물이 왈칵! 났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말도 안 통하는 남의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서러움이 확~ 올라왔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운전하면서 질질 짜려고 했는데 막상 울려고 하니 즙도 안 나온다. 누가 볼 때만 즙이 나오는 관종병에 걸리고 만 것인가.



도로 위의 눈, 옆에 쌓여 있던 게 바람이 불어 계속 도로 위로 넘어가고 있는 거다. 진짜... 별 광경을 다 본다.



진정하고 계속 달렸다. 한참을 달려 레이캬비크에 점점 가까워졌다. 그 와중에 바람이 강해서 차가 계속 휘청휘청. 잠시 풀어졌던 괄약근에 다시 힘을 줘야 했다. 기름이 꽤 떨어졌기에 주유소에 들러 5,000ISK 넣겠다고 결제까지 마쳤는데 기름이 안 들어간다. 이상하다 싶어 반대 쪽으로 넘어가 다시 결제를 하고 기름을 넣었다.

알고 보니, 결제를 마치고 주유할 준비가 되면 기계가 돌아가면서 웅웅웅웅~ 하는 소리가 난다. 그 이후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데, 성질 급한 나는 기계가 돌아가기 전에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던 거다. 그러면 기름이 안 들어가더라. 그걸 모르고 반대 쪽에 넘어가서 다시 결제를 한 거다.

뭐, 결제만 하고 기름은 안 넣었으니 알아서 취소되었겠지. 카드 결제 내역 확인하면 될 일인데 귀찮다는 핑계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다시 출발. 또 터널을 지났다. 레이캬비크로 이어지는 해저 터널이다. 6㎞ 짜리. 이 동네는 기본이 6㎞, 7㎞고만. 예전에는 여기도 유료였다는데 지금은 아니란다. 아이슬란드에서 유료 터널은 미바튼(또는 후사비크)과 아쿠레이리를 연결하는 곳 한 군데 뿐.




아무튼 레이캬비크에 도착했다. 중간에 적당히 유명한 곳에 들러 하루 잘까? 했지만 5초도 안 걸려 포기했다. 내 여행은 진작에 끝났다. 여행이고 나발이고 만사 귀찮았다. 돈 안 들이고 비행기 표를 바꿀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거다.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근처, 며칠 전에 차를 세웠던 곳에 다시 도착해서 비슷한 위치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지난 번에 묵었던 오로라 게스트하우스에 빈 방이 있나 확인해보니 있네. 바로 예약을 했다.


체크 인이 가능한 시간이었지만 예약하자마자 가는 건 좀 아닌 듯 해서 시내 쪽으로 기념품을 사러 갔다.


장갑을 사고 숙소의 리셉션에 가니 아무도 없더라. 10분만 기다려달라는 메시지가 있어서 멍 때리고 있다가, 커피 한 잔 마셨다. 그러고 있는데 처자가 거대한 봉투를 들고 들어오더니 10분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하시라고, 한껏 여유를 부렸다.





잠시 후 일주일 전에 체크 인 할 때 봤던 남자가 등장. 체크 인을 하고 열쇠를 받았다.



방에 들어가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어째 방이 쌀쌀하다. 히터의 조작부를 아무리 만져봐도 온기라고는 1도 못 느끼겠다. 달리 할 것도 없고 해서 엽서를 꺼내어 부지런히 쓰고, 리셉션에 잠시 들렀더니 레이캬비크 전역에 온수 공급이 안 되어 난방이 안 되는 상황이란다. 어쩐지.




네일베 까페에 이런 상황에 대해 글을 썼는데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인가 싶더니, 이내 난방 잘 된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응? 여전히 냉골인데?




이 날 아침에는 아쿠레이리에서 서부로 넘어오는 도로까지도 통제된 상태였다. 물론 나중에 제설하긴 했지만.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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