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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  부 』

2021년 제1회 JLPT 시험 후기 (N2 레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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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T 시험을 처음 친 건 2018년 7월. 오카야마 이과 대학에 딸린 일본어 교육 기관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N5가 있거나 그 수준의 일본어가 가능해야 한단다. 어설프게나마 몇 마디 할 수 있는 지금이야 N5가 별 거 아닌 걸로 느껴지지만 3년 전에는 高い(타카이, 높다)도 못 읽었었더랬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급하게 시험을 준비해서 N5 시험을 봤다.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683

 

2018년 제1회 JLPT 시험 응시 후기

일본 다녀올 때마다 항상 다짐하곤 했다. 정신 차리고 일본어 공부 하자고. 하지만 이내 흐지부지 되고... 얼마 후 일본 여행 다녀오면서 또 다짐하고... 또 흐지부지되고... 그게 계속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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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야마 이과 대학 부설 어학원에는 결국 못 갔고, 결국 오사카에서 공부하게 됐다. 처음 배정받은 반은 1E. 1F가 히라가나조차 모르는 수준의 학생들로 구성된 반이니까, 그 바로 윗 반이니까, 간신히 히라가나, 가타가나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다. 초급반이지만 나름 열심히 했고, 재미가 있는데다 하고 싶은 공부다 보니 성적도 잘 나왔다. 그렇게 진도가 촤악~ 촤악~ 나가서, 2019년 여름 무렵에는 N3 레벨 정도가 됐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은 다들 N3에 도전했지만 나는 단계별로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 N4 시험을 봤다. https://40ejapan.tistory.com/355

 

2019년 07월 07일 일요일 맑음 (JLPT N4 시험)

JLPT 시험은 1년에 두 번, 7월과 12월에 있다. 가장 어려운 N1 부터 가장 쉬운 N5까지 나뉘어 있고 한국에서도 응시가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는 지금 다니고 있는 어학 전문 학교에서 원서 접수를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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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2019년 12월이 됐고, 나는 N3를 봤다. 친구들은 죄다 N2에 도전했고.
목요일의 재수 없는 선생 ㅺ와 만나기 전까지는 결석도 하지 않았고, 결석하는 친구가 있으면 빨리 오라고 잔소리하는 역할이었으며, 선생님이 여러 명에게 질문을 했는데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을 때 이용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말하자면 상. 당. 히. 과대 평가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친구들에게 N2를 보지 않고 N3를 보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https://40ejapan.tistory.com/493

 

2019년 12월 01일 일요일 맑음 (JLPT N3 테스트 / 울산 준우승 축하~ ㅋㅋㅋ)

금요일.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술이나 퍼 마시고 늘어지게 쉬자. 그리고 내일 빡쌔게 공부하자! 토요일. 공부하러 가야ㅈ... 가긴 가야 하는데... 아아... 으으으... (결국 대문 밖에도 안 나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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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3 시험을 보고 나서 시험장을 나오는데 눈 앞이 캄캄하더라. 청해에서 과락이 나올 것 같은 거다. 그래도 어느 정도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못 알아들어 찍은 문제가 수두룩했다. 이거 아니면 저거, 두 개로 줄이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는데 그 두 개 중 하나 고르는 게 엄청 어렵더라. 과락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N5와 N4는 시험 보고 나서 바로 잊어버렸지만 N3는 내 답안을 수험표 뒤에 써와서, 다음 날 중국 애들이 기억을 더듬어 복구한 문제를 보면서 가채점까지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적표가 나왔는데... 걱정했던 청해는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다 맞았다. 정작 자신있게 풀었던 한자 읽기와 문법은 엉망진창의 성적이 나왔고.

그나마 긍정적인 면은, N5보다 N4가, N4보다 N3의 점수가 더 좋았다는 거다. 발전하고 있다는 거지.

 

계획대로 잘 흘러갔더라면 일본에서 N2까지 봤을텐데, 여차저차한 사정 때문에 유학을 1년 6개월만에 끝내야 했다. 그래서 결국 N2는 못 봤다. 일본어 공부는 평생 할 생각이니까 한국에서라도 보겠다고 2020년 7월 시험에 원서를 냈다. 그런데 코로나 감염자 급증으로 취소되어버렸다. 환불 받은 뒤 12월에 원서를 냈는데 또 취소됐다. 젠장맞을...

불안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에는 수도권으로 접수하지 않고 천안으로 접수를 했다. 접수를 할 때에는 몰랐는데 시험 장소인 선문대 아산 캠퍼스가 예전에 N5를 본 곳이더라.

아무튼.

 

어김없이 잠을 설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니까 열한 시 넘어서 출발하면 되겠다, 그럼 열시 반에나 씻으러 들어가면 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여유를 부렸는데, 일어나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빈둥거렸는데도 순식간에 열 시가 넘어버렸다. 부랴부랴 씻으러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대충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차에 올라 한~ 참을 갔다. 내비게이션이 열두 시 반 전에 도착한다고 하니, 굳이 서두르지 않았다. 크루즈 모드로 2차선을 천천히 달렸다. 그렇게 40분 넘게 가다보니 문득 시계를 풀어놓고 왔다는 걸 알게 됐다. 하고 많은 날 중에, 만날 차고 다니던 시계를 두고 오다니.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게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한적한 주유소에 들어가서 볼 일만 호다닥~ 보고 나왔다. 시험 장소까지 10㎞도 안 남았는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 어제 새벽에 물 많이 안 마셨는데.

시험장에 도착하니 바글바글하다. 시험장 바로 앞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지만 주변 도로에 주차해도 되는 분위기였던지라 망설임 없이 주차. 시험장 앞에 가니 수험 번호가 적혀 있고 시험 장소가 적혀 있다. 그걸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가니 손 소독제를 짜주고 체온을 측정한다. 일단 건물로 들어가긴 했는데 안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사람들이 위로, 위로 올라가기에 개뿔도 모르고 따라갔는데... 내가 시험보는 시험장은 당최 보이지 않는다. 어슬렁거리며 시험장을 봤더니, 맨 윗 층부터 N1 빠른 수험 번호, 그 아래 층으로 갈수록 느린 수험 번호가 되고, 3층인가부터 N2더라. 나는 거의 뒷 쪽 수험 번호였기 때문에 2층으로 가서 시험장을 찾는데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19호실 밖에 없는 거다. 나는 21호실인데. 헤매고 다니다가 결국 체온 재라는 안내하시는 아주머니한테 여쭤봤는데 모른단다. 하아...

이게 한국에서의 JLPT 수준이다. 시험장 안내하는 사람도 없다. 아니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유니폼 같은 걸 입히던가 정장 차림이라도 하게 할 것이지, 산책하던 아줌마한테 급하게 알바하지 않겠냐고 물어 데리고 온 것 같은 분만 계시니. 한참 헤매다 찾은 시험장은 1층 맨~ 구석에 있었다. 안내없이 찾아낸 내가 용하다. 뭐, 다른 사람들도 용케 잘 찾아왔지만서도.

 

N5 볼 때에는 책상도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고 엉망진창이었는데 그나마 책상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더라.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딱히 할 것도 없고, 벼락치기 해봤자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스마트 폰을 보거나 멍 때리기가 뻘쭘해서 자그마한 책을 꺼내 공부하는 척 했다. 그러다가 시험이 시작.

문제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내가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좋은 점수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조금만 공부했더라면 정말 쉽다면서 술술 풀었을 것 같다. 게다가... 독해 문제부터 풀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문제지를 받으니 번호 순서대로 풀게 되서, 장문의 독해 문제를 풀 때가 되니 집중력이 다 떨어져버렸다.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읽고 있지만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온다. 결국 대충 찍고 나니 1분 남았다고 하더라. 시간 내에 다 푼 건 다행이지만 꽤 많은 문제를 찍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다가 커피 자판기가 있기에, 레쓰비가 500원 밖에 안 하기에, 간만에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 뒤 청해 시험을 보러 다시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후 생략)

 

 

한국과 일본의 시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일본은 정말 분위기가 딱딱하다. 시험 감독은 두 명이 들어오는데 둘 다 검은 양복 차림에 커다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저 검은 양복은 회사 면접 때 입는, 최상의 예의를 차릴 때 입는, 아무 무늬도 없는 양복이다. 우리나라 상복 같은. 거기에다 표정도 어찌나 진지한지.
딴 짓 할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엄숙하다. 깐깐하긴 어찌나 깐깐한지, 스마트 폰은 투명한 비닐 봉투에 넣어야 하고, 가방은 바닥에 내려놔야 한다. 지우개는 종이로 된 커버를 벗겨야 한다. 저렇게까지 한다.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답안지 걷어가길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내 답안지를 훔쳐보는 동남아 애를 보니 이럴 수밖에 없고나 싶더라.

일본의 3D 업종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애들이 있음으로써 돌아간다. 예전에 한국인이 맡았던 포지션인데, 이제는 동남아 애들이 맡고 있다. 손님을 상대하지 않는, 식당 설겆이 같은 일을 하려고 해도 N4는 있어야 하고, 손님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N3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하기 바쁘지 공부할 시간이 없는 애들이 대부분이니까, 제대로 시험 볼 생각은 안 하고 커닝하거나 불법을 선택하는 애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일본에 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도 가짜 JLPT 증서가 대량으로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베트남인 브로커가 의뢰한 걸 중국에서 만든 거다. 이걸 배로 실어나르다가 걸렸단다.

아무튼, 일본의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너무 동네 시장 바닥 같은 분위기다. 커닝을 하거나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시험장 안내 요원조차 없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응시료가 싼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1회 시험은 8월 말에 인터넷으로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합격했는지 떨어졌는지는 당연히 알 수 있고. 9월 말이 되면 서류로 날아온다. 이번에 점수가 형편없을 것 같은데, N2를 한 번 더 봐야할지, 내년 7월에 N1을 봐야할지 고민이다. N2와 N1은 레벨 차이가 엄청나게 큰지라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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