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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

2018년 제1회 JLPT 시험 응시 후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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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녀올 때마다 항상 다짐하곤 했다. 정신 차리고 일본어 공부 하자고. 하지만 이내 흐지부지 되고... 얼마 후 일본 여행 다녀오면서 또 다짐하고... 또 흐지부지되고... 그게 계속 반복됐다.



그러다가 지난 해 말에 오카야마 이과 대학에 유학생 원서 접수하면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JLPT N5 수준이라는 말을 듣고 다락원에서 나온 교재를 샀다. 예전에도 혼자 공부할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책 여러 권 샀었지만 대부분 앞 부분만 찔끔 보다 말았고... 유튜브나 팟 캐스트 역시 잠깐 듣다 말고 그랬다. 공부하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는 나란 인간은 역시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면 좀처럼 책상 앞에 앉지 않는... -_ㅡ;;;   아무튼, '시험 보기 위한 공부' 스타일에 찌들어있기 때문인지 독학을 위한 책보다는 JLPT N5 책으로 공부하는 게 훨씬 낫더라.


12월에 오카야마 이과 대학 필기 시험과 면접이 천안에서 있었는데... '설마 떨어뜨리겠어? 학생 하나, 하나가 다 돈인데?'라는 건방진 생각으로 히라가나, 가타가나 정도만 간신히 외우고 갔다가... 물 먹었다. -ㅅ-   학교에는 갈 수 없게 됐지만 책은 샀으니 일단 공부는 해보자 싶어 틈나는대로 들여다 봤다. 그리고 오늘, 시험을 쳤다.



원서 접수하려고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어째 인터넷 정보 관리사(舊 인터넷 정보 검색사) 삘 나는 것이 영 부실해보인다 싶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엉망진창이더라. 일단 시험 장소부터 순 엉터리로 안내를 해놨다.

나는 천안에서 시험을 봤는데 분명 수험표에는 (천안)선문대학교 ←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런데 수험표 중간 오른쪽에 있는 약도에는 선문대학교 아산캠퍼스라고 나와 있더라. 시험 전에 전화도 오고 문자 메시지도 왔단다. 전화는 근무 중이라 못 받았고 문자 메시지는 제대로 오긴 했는데 장소 변경이나 시간 변경 같은 내용이 아니라서 대충 읽고 말았다.


그리하여... 엄청난 비를 뚫고 선문대학교 천안 캠퍼스로 갔는데... 휑~ 하다. -_ㅡ;;;   같이 타고 있던 녀석이 아산 캠퍼스 아니냐고 해서 내가 무슨 소리냐고, 수험표에 분명 천안 캠퍼스라 되어 있다 하니 확인해보자고 한다. 확인이고 나발이고 할 필요가 없... 없... 어어... 이게 뭐야?

부랴부랴 차를 돌려 아산 캠퍼스로 향했다. 시험 장소는 아산 캠퍼스가 맞았다. 가까워서, 그리고 여유있게 가서 망정이지 하나터면 시험 못 볼 뻔 했다. どうして 시험 장소를 이 따위로 안내하는지 알 수가 없다.



수험표에는 학교 내에 주차가 불가능하니 대중 교통 이용하라고 되어 있지만, 선문대학교 아산 캠퍼스는 대중 교통으로 가는 게 상당히 불편한 위치다. 거기에다 비도 엄청나게 왔다. 학교에 주차 못하게 하면 근처에 세워놓고 택시라도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차장 정보 확인할 수 있는 앱도 미리 깔았다. -ㅅ-

그런데... 학교 가니 사방에 널린 게 주차장이다. N4, N5 등급은 본관에서 시험을 쳤는데 본관 앞 주차장에 빈 자리가 잔뜩이더라. 여기서도 좀 어이가 없던 게... 보통은 사람이 이 쪽으로 가라는 식으로 안내를 하거나 가로로 긴 플랑 카드 같은 것을 걸어서 시험 장소 안내를 하기 마련인데 그런 게 아~ 예! 없었다. 그래서 이정표 보고 본관 찾아가면서도 맞는 거야? 이거 맞아? 하고 계속 의심하면서 갔다.


본관 도착해서 차 세워놓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1층에도 아무런 안내가 없다. 살다 살다 시험장 관리 이 따위로 하는 건 처음 본다. 그렇게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IT 관련 민간 자격 시험도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다. 하다 못해 시험장이 몇 층인지 정도는 안내해야 하는 거 아닌가? JLPT 시험과 관련된 그 어떤 안내도 없었다. 플랑 카드는 고사하고 벽에 붙은 종이 한 장 못 봤다.



시험 보려면 5만원 가까이 내야 하는데 시험장 관리가 뭔...   아무튼, 같이 간 녀석이 3층인가로 기억한다며 일단 올라가보자고 해서 올라갔더니... 벽에 수험 번호 붙어 있더라. 저~ 멀리 중앙 계단 쪽에 안내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서 있긴 한데 시험 관계자 표시 같은 게 전혀 없어서 선문대 다니는 학생인지, 안내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시험장 들어가니 더 가관이다. 한 줄에 일곱 명, 다섯 줄로 한 교실에 서른 다섯 명이 들어가게 배치를 해놨는데... 책상을 전혀 정리를 안 해놨다. 책상은 일곱 줄로 놓여져 있었고 한 줄에 일체형 책상 여섯 개, 일곱 개, 중구난방이었다. 와... 이 따위로... 짜증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다른 시험장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천안(아산) 시험장은 확.실.히. 관리가 개판이었다. 하는 꼬라지 보니 오래 못 가고 망하던가 다른 자격 시험에 밟히겠고나 싶더라.



시험은 제 때 시작되었는데 비 때문인지 절반 가까이 비어 있었다. 공부를 채 끝내지 못해서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건지 비 때문에 안 온 건지. 원서비가 결코 싸지 않은데. 아, 아까워... -ㅅ-


갱지라 부르는 회색 종이 같은 시험지를 주는데 다른 시험과 다소 다른 게 있었으니... 답안지 세 장을 한 꺼번에 주는데 한 과목 시험 끝날 때마다 도도독~ 뜯어서 제출하는 방식이다. 거기에다 마킹은 컴퓨터용 사인펜이 아니라 연필이나 샤프로만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필기 도구도 연필과 지우개만 지참 가능하다고 안내되어 있다. 답안지에 수험 번호와 이름이 찍힌 상태라서 만약 찢어지거나 하면 교체 받을 수 없지 싶다. 뭐, 그런 시스템이다.


시험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락원 교재로 공부했던 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낮았고... 중간에 꼬아놓은 문제가 좀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N4 보고 온 녀석들 이야기 들어보니 청해(듣고 푸는 문제)가 엄청 어려웠단다. 아예 모르겠더란다.



아무튼... JLPT 공부하면서 히라가나, 가타가나는 물론이고 단어랑 간단한 문법까지 공부할 수 있어서 일본 여행에 큰 도움이 됐다. 뭔가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었고. 꾸준히 공부해서 언젠가는 N1 등급 시험에서 우수한 점수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그 전에 시험장 관리 좀 제대로 해라. 이게 뭐야. 진짜 개판이더라.




인터넷 검색해보면 한 달만에 N3 시험 봐서 점수 나왔다느니, 6개월만에 N1 시험을 봤다느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던데... 대부분 교재 파는 회사나 인터넷 강의 관련된 회사 알바로 추정되는 내용이더라.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긴 한데... 내 기준에서 보면 그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N5 시험 보는 데 6개월 공부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6개월 동안 공부만 한 게 아니라 회사 가서 일하다가 틈나는대로 책 보고... 쉬는 날은 아예 공부 안 하고... 스트레스 받는답시고 여행 다녀오면 홀랑 까먹어서 다시 시작해야 하고 그랬지만... 그렇다고 해도 6개월 공부해서 N5 본 건 좀 느린 감이 없잖아 있다.


일단 N5 시험은 봤으니까... 계속 공부해서 올 해 연말에 N4 볼 수 있었음 좋겠다. 건너뛰고 내년 여름에 N3 보던가.



오는 길에도 비가 많이 와서 조심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창문 열어놓고 창틀에 앉아서 빗소리 들으며 커피나 한 잔 했음 좋겠는데... 당직 근무 후라서 졸리기도 하고 만사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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