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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23, 캄보디아

2023 캄보디아 여행 ⓙ 시엠립 → 프놈펜 by 자이언트 이비스 버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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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 버스를 타고 프놈펜으로 돌아간 뒤 축구를 보고 공항에서 시간을 때우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가이드 북에는 프놈펜 → 시엠립, 또는 시엠립 → 프놈펜 구간을 비행기로 이동하면 30~100달러 정도가 든다고 나와 있는데, 가격을 알아보니 20만 원이 넘었다. 3월은 비수기로 친다는데도 저렇다. 인천 - 프놈펜 왕복 항공권 요금과 별 차이가 안 나니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버스를 선택한 건데 시엠립으로 올 때 여섯 시간이나 걸린다는 걸 알아버렸기에 돌아가는 길이 조금 두려웠다. 또 여섯 시간을 버스에서 부대껴야 하는고나.

 

 

 

《 아침 일찍 툭툭을 불러 터미널로 향했다. 》

 

 

《 날씨가 이상하다. 우기도 아닌데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검다. 》

 

 

터미널에 도착했더니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1등인 모양이다. 자그마한 창이 달린 사무실 안에서 여직원이 손전화를 쳐다 보고 있기에 E-Ticket을 보여주며 버스에 탈 수 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문제 없다고.

시간도 많이 남았고, 달리 할 것도 없어서 커피라도 마실까 했는데 터미널 쪽에는 커피를 파는 노점도 안 보인다. 길 건너 쪽에 있는 것 같긴 한데 횡단보도도 없는 길을 무단으로 건너 가면서까지 마시고 싶지는 않고. 밥이라도 먹을까 싶어 바이크 노점으로 향했다.

 

《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라면을 선택했다. 인스턴트 라면으로 만들어주는 거다. 》

 

인스턴트 라면을 까서 국자 같은 데 넣은 후 뜨거운 물에 몇 번 담궜다 뺀다. 휴게소에서 우동 익히는 방식이랑 같다고 보면 된다. 참방~ 참방~ 하는 사이에 면이 익을까 싶은데 한 입 먹어보니 덜 익었더라. 면이 꼬들과 바삭의 경계에 있었다. 좀 불려서 먹어야 할 듯.

라면에는 이름 모를 고기와 풀때기가 올라가 있었는데 돼지 고기 한 점에 까~ 만 털 하나가 박혀 있었다. 사흘을 내리 굶었지만 뇌물을 거절하고 절개를 지키며 공직 생활을 이어가는 공무원 마냥 곧은 털이었다. 돼지 털인지 사람 털인지 모르겠지만, 한·중·일 최강의 젓가락 스킬로 뽑아내고 계속 먹었다. 배탈나지는 않겠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누가 내 지우개를 빌려 썼다는 이유로 버릴 정도의, 정신병 수준의 결벽증이 있는 나였는데... 역시, 적당히 굶기면 결벽증은 치유된... ( ̄_ ̄|||)

그러고보니 길거리 음식이나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던 것 같다. 거의 매 끼를 볶음밥으로 때운 듯. 남들은 물갈이도 하고 그런다는데 아무 탈이 없었고 여행 기간 내내 즐똥이었다. 한국에서 보던 이무기보다 훨씬 더 건강한 이무기를 만날 수 있었더랬다. The Love...

 

 

《 밥 먹고 나서 터미널로 돌아가니 사람들이 좀 와 있더라. 》

 

며칠 전에 프놈펜에서 시엠립으로 갈 때에는 좌석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 날 프놈펜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만석.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빈 자리가 두 개 밖에 없어서 부랴부랴 자리를 찜했더랬다. 나이 있는 양키들이 대부분이었다.

 

 

《 시트 커버까지 그대로 가지고 와서 쓰고 있다. ㅋ 》

 

 

《 버스에 타라고 해서 타긴 했는데, 프놈펜 가는 거 맞나 싶어 계속 확인했다. 》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기에 따라 올랐다. 이번 버스는 여러 모로 상태가 안 좋다. 충전기를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가 없었고, 좌석 번호도 없었다. 나는 2E였기에 앞에서 두 번째 줄 창가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뒤쪽 좌석 번호를 가진 사람들은 앞에서부터 하나, 둘,... 하고 카운트를 해야 했다. (좌석이 A, B / D, E로 구분되어 있다. C가 없다.)

자이언트 이비스는 베트남으로 가는 버스도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탔다가는 졸지에 국경을 넘게 될 수 있다. 안내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될 일인데 어찌나 바빠 보이는지 말 걸 타이밍을 못 잡겠더라. 그래서 버스 밖에 서 있는 팻말을 줌으로 당겨서 프놈펜 행 맞는지 확인했다. 손전화의 줌 기능을 유용하게 써먹었다. ㅋㅋㅋ

 

 

《 3월이면 엄청 더워야 하는데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서 이상 기후의 영향이라는 말이 나왔다. 》

 

예정된 시각보다 좀 늦게, 아홉 시 되기 조금 전에야 출발했다. 한 시간 반도 달리지 않았는데 앞에서부터 메뉴판을 돌리면서 음식 주문을 받더라.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볶음밥을 주문했다. 뒤에 있던 할줌마가 버스 티켓 가격에 음식 값이 포함된 거냐고 물어보더라. (별도임.)

 

 

 

휴게소에 들러 밥을 먹었다. 아무 자리나 앉아 있다가 종업원에게 표(버스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종이 쪼가리를 하나 준다. 음식 이름이나 그런 게 쓰여 있는 듯.)를 주면 잠시 후 음식을 가져다 준다. 다 먹고 나면 영수증 들고 가서 계산하면 끝.

커피라도 한 잔 할까 싶었지만 혹시라도 차 안에서 방광이 꽉 차면 이래저래 피곤할테니 참았다. 내 차로 움직일 때가 아니면 커피도 조심해야 하는 몸뚱아리가 되어버렸다. 😭

 

《 이스타나 만큼은 지겹도록 보고 간다. ㅋ 》

 

30분 정도 있다가 간다더니, 50분 넘게 걸린 것 같다. 일찌감치 밥을 먹고 나서 버스로 돌아가려 했는데 시동을 걸어놓고 문을 닫아놓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 바깥의 평상에 앉아 있다가 잠시 후 버스 문을 열어줘서 냉큼 들어갔다.

좀 밟는다 싶어 속도를 보니 70㎞/h 정도. 프놈펜에서 시엠립으로 갈 때에는 60㎞/h 정도가 고작이었으니 조금 더 빨리 도착할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했는데... 일곱 시간이 걸렸다. 하...

밥 먹는 시간 때문에 한 시간 정도 더 걸린 걸까? 아무튼, 300㎞ 조금 넘는 거리를 여섯 시간 동안 이동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들다. 따지고 보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캄보디아 가는 시간보다 더 걸리는 거니까.

 

프놈펜에 거의 도착했다. 조금만 더 가면 터미널이겠고나 싶은데 그냥 지나쳐버린다. 응? 왜?

 

 

 

다른 사람들도 왜 터미널에 멈추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안내하는 사람이 말하길, 시내의 나이트 마켓 근처에 있는 티켓 오피스에 세워 준단다. 내 뒤의 할줌마도 그렇고, 몇몇이 터미널에는 세워주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렇단다. 왜냐고 다시 묻고, 안내하는 사람은 룰이 그렇다 하고. 터미널에 세워줄 수 없냐 하고, 기사에게 물어보겠다 하고. 기사가 안 된다고 했는지 안 된다 하고, 또 따지고. 어수선했다.

 

티켓 오피스 앞은 버스를 세우기에 좁아보였는데 꾸역꾸역 세우고 짐을 내리더라. 바로 내려서 가방을 찾아들자마자 툭툭 기사들이 호객질을 시작한다. 노~ 노~ 하며 일단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 도착한 첫 날 강에 가서 유람선 탈까 하다가 못 갔는데, 여기가 거기였다. 》

 

 

《 바로 앞은 나이트 마켓. 한국 관련 행사가 있는 건지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

 

프놈펜에서 축구를 보러 갈 예정이었는데 도착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져서 이미 전반전이 끝날 시각이었다. 일단 길을 건너 좀 한적한 곳에서 툭툭을 잡으려 했는데 인터넷이 안 터진다. 아직 데이터가 많이 남았을텐데 아~ 예 안 터진다. 손전화를 껐다 켜니까 그제서야 되더라.

여유가 있었다면 나이트 마켓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당장 경기 보는 게 급하니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목적지를 경기장으로 설정하고 툭툭을 불렀는데 안 잡힌다. 보통은 10초도 되지 않아 잡히기 마련인데 1분 가까이 기다려도 안 잡히더라. 그래서 툭툭 말고 차를 불렀더니 바로 잡혔다.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서 툭툭으로는 무리인 모양이다.

 

 

 

이번에도 프리우스다. 캄보디아에서 차는 세 번 탔는데 전부 프리우스였다. 연비 때문일까? 22,900리엘 나왔는데 마침 가지고 있는 돈이 딱 떨어져서 정확하게 맞췄다가, 거리도 멀고 막히는 구간을 한참 달렸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가지고 있는 리엘을 다 털어서 줬다. 1,000리엘 더 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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