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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해외여행 』 2023, 캄보디아

2023 캄보디아 여행 ⓛ 프놈펜 국제 공항 → 인천 국제 공항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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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보고 나와 K몰로 향했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깔끔한 건물이었다.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3층까지 있었는데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아 좀 휑~ 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장소인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가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듯 한데, 캄보디아의 학생들도 어른 흉내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색한 화장과 옷차림이 나름 풋풋해 보였다.

 

대충 한 바퀴 둘러본 뒤 밥이라도 먹으려고 식당가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노점에서 어려 보이는 학생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호객한다. 질척거리는 게 아니라 와서 한 번 보고 가라는 식으로. 그게 귀여워서 뭘 팔고 있나 봤더니 국수였다. 롤 두 개와 같이 국수를 주문했다.

 

《 한국에서도 안 먹는 선지를 캄보디아까지 와서 먹는다. ㅋㅋㅋ 》

 

 

《 이 튀김 롤이랑 땅콩 소스가 진짜 맛있었다. 더 주문할까 하다가 참았다. 》

 

호다닥 먹고 나서 그릇을 반납하고 자리를 떴다. 커피라도 한 잔 마셨음 좋겠는데 1층에는 카페가 안 보인다. 2층에서 아마존 커피를 보긴 했는데 또 올라가기가 귀찮아 그냥 큰 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 응? 제주? 》

 

캄보디아 말로 다른 의미가 있는 건가 싶어 유심히 봤다. 한국 음식점이 맞는 것 같다. 밖에서 기웃거리고 있으니까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 세 명이 안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게 보인다. 어떡해? 외국인이야. 들어오려나봐. 어쩌지? 이러지 않았을까?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안에 들어가니 올 게 왔다는 식으로 잔뜩 긴장하는 게 보인다. 다행히 메뉴에 사진이 있어서 대충 주문을 했는데 뭐라 말은 못하고 메뉴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손짓을 한다. 뭔가 해야 하는고나 싶어 잠깐만 기다려 달라 하고, 번역기를 돌려 메뉴를 찍었더니 소고기, 돼지고기, 해산물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모양이더라. 해산물로 달라고 했다.

 

 

《 가게는 깔~ 끔했다. 팬더가 좀 뜬금없긴 했지만. 》

 

 

《 이 코멕스 물통은 캄보디아까지 가게 될 줄 전혀 몰랐을테지. ㅋ 》

 

 

《 잠시 후 나온 음식은... 라면이었다. ㅋㅋㅋ 》

 

라면이 나왔다. 방금 전에 쌀국수를 먹었지만 배가 부른 상태는 아니었기에 금방 먹을 수 있었다. 김치 맛이 강해서 신라면이나 진라면이 아니라 오뚜기 김치라면을 끓인 건가 싶었는데, 진짜 김치가 들어 있더라.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을텐데 K몰과 인근이 핫 플레이스라 그런지 어려 보이는 이들이 몰려 들어왔다. 내가 원래 손님을 몰고 다니거든.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게일지라도 내가 들어가고 나면 이내 우르르~ 손님이 몰린다. 전생에 피리부는 사나이였을 거다, 난.

10분이나 걸렸으려나? 금방 다 먹고 일어나 계산을 마쳤다. 팁 박스가 따로 있어서 4,000리엘을 넣으려고 했는데 안 들어간다. 일하는 학생에게 건네주고 나왔다.

 

공항까지 그럭저럭 가까운 편이다 싶어 툭툭을 불렀는데 이번에도 안 잡혔다. 차로 바꾸니까 바로 잡히더라. 공항에 도착해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다섯 시간 가까이 남았는데 할 게 없다.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커피 값이 몹시 사악하다. 한국 수준이다.

태블릿으로 만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남은 리엘 다 쓰겠답시고 홍차도 한 잔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보딩 타임이 되어 가방을 맡기고 또 빈둥거렸다. 일찌감치 안으로 들어가자 싶어 출국 수속하러 들어갔다.

 

나갈 때에도 지문 날인하는 게 특이했는데 오른손 네 손가락만 하더라. 아무 일 없이 출국 수속 완료. 면세점에서 선물로 줄 초콜릿과 과자를 조금 사고, 다른 살만한 게 없나 기웃거렸지만 맘에 드는 게 없어서 그냥 나왔다. 음료 파는 곳에 가서 과일 주스 달랬더니 다 떨어졌단다. 그래서 코코넛 주스 달라고 했더니 코코넛에 구멍 내서 빨대 꽂아 준다. 이걸 출국하는 날이 되서야 마셔보네.

 

엄청 맛있다도 아니고, 맛없다도 아니고, 그저 그랬다. 국민학생 때 운동회를 기다리게 했던 이유 중 하나인 냉차에 비교도 안 될 만큼 밍밍하다.
금방 다 마셔버려서 남은 열매를 들고 이거 어찌 하냐고 물어보니 달라면서 받아 가더라.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태블릿이 없다. 어? 어?!

 

 

 

방금 전에 코코넛 주스를 마시며 옆에 두고는 그냥 온 모양이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없어지고도 남을 시간이다 싶어 주스 마실 때 앉았던 자리로 갔더니... 덩그러니 놓여있는 태블릿.

 

 

 

앉아서 빈둥거리다가 탑승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라탔다. 내 자리인데 아저씨 하나가 앉아 있기에 "자리 맞으세요?"라고 물어봤더니 "아!" 하고는 옆 자리로 옮겨 간다. 염병할 AH 77I 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쯧. 짜증나게시리.

개념없는 영감탱이가 잔뜩 데워 놓은 자리에 앉았다. 바로 눈 감고 자려 했다. 미리 다운로드 받은 윌라 오디오 북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음료와 기내식을 서빙하더라.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아 음식은 받지 않았고, 물 달라고 해서 물만 한 컵 마셨다.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영감이 툭툭 친다. 스윽~ 봤더니 비키라는 손짓을 한다. 이 싸가지 없는 틀딱 AH 77I 가 주둥이에 자물쇠를 채워놨나. 아랫 사람 대하듯 하는 게 꼴 같잖아서 "아, 이, ㅆㅂ!"하고 욕을 뱉고는 일어났다.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비켜 지나가더라. 창 쪽이나 중간에 앉은 사람이 화장실에 가려면 얼마나 많은 고뇌와 갈등을 겪어야 하는지 충분히 아는지라, 혹시라도 비켜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얼굴 주름 하나, 하나에 '나는 아무렇지 않으니 편하게 비켜달라고 하렴~'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보내지만, 저런 개념없는 꼰대 AH 77I 한테는 그런 배려가 과분하다. 자리 데워 놓은 것도 짜증나는데, 하대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같잖았다. 그나마 창 쪽에 앉은 분은 공손하게 비켜 달라 하시더만.

 

나도 누군가에게 아저씨로 불리는 게 당연한 나이지만, 등산복 입은 아줌마 떼 or 군대 얘기하면서 신난 배 나온 것들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굳히게 됐다. 저 따위로 늙지 말자 다짐했고.

 

 

한~ 참이 지나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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