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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축  구 』

2010 남아공 월드컵 : B조 3경기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0.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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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한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 전 결과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이긴다면 2 : 1, 진다면 1 : 3 이라고 했는데... 대답하면서도 설마 3점이나 줄까 싶었는데... 이구아인에게 해트트릭을 주며 지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역시 아르헨티나', '우리 주제에 어떻게 쟤들을 이겨', '16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과 같은 패배주의자들의 짖어댐이 시작되었고, 박주영과 오범석을 선두로 한 희생양 찾기에 몰입하는 꼴통 새끼들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

아직 조별 예선이 끝난 것도 아닌데, 한 경기 졌다고 세상 무너진 것처럼 한숨 쉬며 일찌감치 포기하는 패배주의자들도 문제고, 어떻게든 한 놈 잡아서 조지겠다는 일념으로 선수들 하나, 하나 물고 늘어지는 병신들도 문제다.


 

 

비디오 분석을 하면서 아르헨티나에 대한 대비를 나름 한다고 한 것일텐데, 수비가 너무 쉽게 무너져버렸다. 메시의 드리블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디 마리아나 마스체라노까지 볼을 달고 뛰었고, 테베스의 텍사스 들소 같은 드리블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하프 라인에서 시작하여 중간으로 치고 들어오는 드리블에 허둥지둥거리다가 공간을 내줬고, 아르헨티나 녀석들은 얄미울 정도로 그 공간에 패스를 찔러줬다.

경기 시작 전 입장 대기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아르헨티나에 쫀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한시름 놨는데... 시작하자마자 잔뜩 위축된 모습이 보였다. 수비에 치중하려고 하니까 좀 쫀 것처럼 보이는 거겠지~ 라고 자위했지만... 아무래도 확실히 언 듯 했다. -ㅅ-

 

 

 

초반부터 잔뜩 밀고 올라오는데, 수비 선수들이 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니 위기가 계속 된다. 공격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첫 골 상황은...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비 가담하러 갔는데, 하필 박주영 발에 맞을 게 뭐란 말인가... 그걸 못 피하냐고 타박하시는 냥반들, 박주영이 자기 다리를 향해 공 날아오는 걸 인지해서 다리를 뺄 수 있다면... 축구에서 패널티 킥으로 골 들어갈 확률도 ZERO가 되어야 한다. 집에서 편하게 퍼질러져 텔레비전으로 축구 보는 거랑 실제 경기장에서 공이 휙~ 휙~ 날아다니는 거랑은 레벨이 다르다. -_ㅡ;;;

 

두 번째 골도 잔뜩 아쉬웠다. 이건 조용형의 잘못이 좀 크지 않았나 싶다. 오프 사이드 트랩을 쓸 거였다면 크로스가 올라오기 전에 뛰쳐 나왔어야 했다. 이미 크로스가 넘어와 자기 머리를 지나치는데 슬~ 쩍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쫓아나오는 건 뭐란 말인가?

결국 무주공산이 되어 버렸고, 장난하듯 골 넣어 버렸다. 실점 장면에서... 착시일런지 모르지만, 확.실.히.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더 많아 보였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1 : 1 대인 마크는 동네 조기 축구회에서도 철저히 지키는 건데... 수비 선수들 어디 갔었던 거냐?

 

 

 

이청용의 벼락 같은 추격골은 정말 멋있었다. 그리스 전에서 박지성의 두 번째 골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골키퍼에게 걸리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 골도 전반 종료 직전에 터져 나와서 상대 기운 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하프 타임 쉬고 나온 아르헨티나 녀석들은 더 강해져 있었다. 줄기차게 드리블로 치고 들어와 공간 만든 뒤 패스 찔러주고, 그게 전부 다 우리에게 위협적인 공격이 되었다.

반면 우리는 수비에서 클리어링도 제대로 안 됐고, 미드필드에서의 패스는 모조리 차단 당했다. 양 쪽 사이드에서도 돌파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니까 결국 부정확한 크로스가 올라가고, 이게 아르헨티나 수비 선수들에게 막힘과 동시에 역습으로 이어져 위기를 자초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박지성은 그리스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철.저.하.게. 닌자 모드였고... 김정우 역시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면서 수비 선수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다. 오범석은 아르헨티나의 공격 시도 때마다 뚫리는 모습을 보이며 모두를 불안하게 했고, 그 때문에 본인의 장기인 오버 래핑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서 수비가 제대로 안 되니까 공이 너무나도 쉽게 우리 진영으로 넘어왔고, 이정수와 조용형 둘이서 모두 막아내는 건 절대 무리였다. 정성룡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몇 골 더 내주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K-리그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맡고 있을 때 '허접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표준어 '허섭'의 잘못된 표현인 '허접'에 포인트를 둔다면 틀린 거다. ''가 중요하다. 전남은 무수한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기거나 1 : 1로 비기는 결과를 내놓았고, 내용이나 재미있으면 모를까, 졸리는 축구를 양산했다.

그러나 팬들이 간과하는 한 가지... 비기면 승점 1점이다. 지면 아예 없다. 물론 이겨서 3점씩 따고, 골도 막 넣고 셀러브레이션 하는 게 좋지. 하지만, 상대 전력이 확실히 열세라면 비기는 전략이 나쁜 건 아니다.

실제로 허정무 감독은 전남을 이끌고 FA컵에서 2년 연속 우승을 했고, 리그에서도 6강에 드는 등 나름 성적을 냈다. 그러나... 비기는 전략, 곧 '골을 포기하지만 내어주지도 않는다'는 강팀에게 먹히지 않았다. 스위스의 오토마르 히츠펠트 감독처럼 잠그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완전히 잠궜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것이 세계적인 명장과 K-리그의 무 재배 공장장의 차이였던가?


 

 

더구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남일을 투입한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기성용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면 김남일 대신 김재성을 투입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골 차로 지든, 두 골 차로 지든, 지는 건 지는 거다. 다음 경기 생각해서 골득실 고려한 경기를 한 거라고? 다음 경기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데, 지금 하는 경기 이기려고 달려드는 게 정상 아닌가?


 

 

 

네이버에서 노는 애국자들은 아르헨티나 선수들 대부분에게 고작(!) 7점대 평점을 부여했다. 그나마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구아인과 미친 왼 발의 메시, 그리고 텍사스 들소 드리블의 테베즈 정도가 8점 이상, 혹은 근접한 평점을 받았다.

한국 선수들 대부분은 9점을 받았다. 아~ 네이버 애국자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라니... 감동이 밀려오는구나, 야~ -ㅁ-
거의 모든 선수가 8점을 넘고 있고, 골을 넣은 이청용은 9.7의 엄청난 평점을 받은 건 흘려 보자. 7점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네 명 있다. 박주영, 염기훈, 오범석, 이동국이다.

동국이야, 뭐... 워낙 까는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교체 투입 후 이렇다할 활약이 없으니 그렇다 치자. 오범석은 번번히 뚫리면서 위험한 장면의 시작점을 찍었다. 패스도 정확하지 못했고. 염기훈은 후반 12분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게 컸다. '왼 발의 달인 하석주, 왼 발을 가진 염기훈' 이라는 촌철살인의 멘트는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더라. 박주영은 자살골 때문에 욕 들어 먹는 것 같다. 공격에서도 한 게 없다는 욕은 하면 안 된다. 미드필드가 실종된 한국 축구였기에 박주영에게 공 자체가 거의 안 갔다.

 

 

 

이긴 건 이긴 거고, 진 건 진 거다. 결과를 받아 들이고, 잘못된 점을 분석해서 앞으로는 같은 실수 안 하게 해야 하는데... 이건, 뭐... 어떻게든 한 놈 잡아서 조지려고 안달이다. 그렇게 조지면 경기 결과가 바뀌기라도 한단 말인가?

실력차는 분명 존재했다. 다만, 그리스 전 승리에 취한 언론에서 지나치게 바람을 넣은 게 잘못이었다(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선수들의 호언장담을 비웃지 말자. 어느 선수가 나가기 전에 우리가 질 거 같아요~ 라며 나간단 말이냐?). 같은 실수 안 하고, 나이지리아 잘 잡아주면 되는 거 아니냐 이거지.

 

 

 

오른 쪽이 하도 뚫려대니까 사람들이 차두리 연호하던데... 난 차두리가 나왔어도 별 수 없지 않았나 싶다. 몸싸움에서는 분명 오범석보다 우위였겠지만, 그 뿐이었을게다. 패스 정확도가 오범석보다 떨어지니 공격 작업의 개시도 안 됐을 것이고, 개인기로 돌파하는 것도 무리지.

위에도 썼지만, 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가지 못한 게 더 아쉽다. 미드필더들이 전멸해버렸는데... 많이 뛰는 김재성 넣고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는 게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진 경기지만 오늘의 최고 선수 뽑아 본다. 골 넣은 이청용도, 엄청난 선방 퍼레이드를 펼친 정성룡도 정말 잘해주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 최고의 선수는 이영표다. 그가 지킨 왼 쪽은 상대의 엄청난 공격에도 뚫리지 않았다. 더구나 고참으로서 선수들 다독이고, 작전 지시하는 훌륭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가 믿는 유일신은 그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경기에서는 반드시 그의 기도를 들어주리라 믿는다. 나이지리아에 이기고 자력으로 16강 가면 된다. 한 경기 졌다고 땅이 꺼져라 한 숨 쉬는 바보가 되지 말자. 세계 최강 브라질도, 우승 후보 1순위 스페인도, 하는 경기마다 다 이기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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