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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뽀오츠 』/『 스틸러스 』

2011년 05월 15일 K-리그 10 라운드 포항 vs 전북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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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0 라운드, 포항 vs 전북의 경기가 스틸야드에서 15시에 시작되었다. 전북은 승점 19점으로 1위, 포항은 승점 18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었기에 10 라운드 최고의 빅 매치였다. 조광래 감독이 포항과 전북에 눈여겨 볼 선수가 많다는 얘기를 하며 경기를 직접 관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양 팀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대표팀 감독이 내 플레이를 지켜 본다는 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게 해서 평소보다 딱딱하게 굳은 플레이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포항은 경기 전 마약을 한 방 맞았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 회장의 경기 관람 소식이 그것이다. 박태준. 그는 누구인가?

포항제철은 일본이 준 식민 지배 보상금으로 만들어진 제철소다. 당시 많은 국민들과 재야 인사들이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카키 마사오(한국 이름은 박정희)가 국무 총리 자리에 앉아 백성의 고혈을 빨아 먹던 김종필을 보내 졸속으로 일을 처리했다(덕분에 일본은 싸고 간편하게 귀찮은 문제를 해결했다. 위안부로 끌려 가 고생한 할머니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위하고, 양심 있는 일본 학자들이 자국 정부를 성토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당당하게 큰 목소리 낼 수 없는 이유다). 그 때 받은 돈으로 포항제철을 지은 거다. 강대국 모두가 망할 거라고,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후진국(당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 축에도 못 꼈다)에서 일관 제철소 건설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거다. 그러나... 포항제철은 당당히 성공했고, 일본 제철에 이어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초대형 우량 제철소가 되었다. 지금은 정치적인 이유로 민영화되고 말았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업이었던 거다. 그 초대 회장이 육사 출신의 박태준이다. 개인적인 연줄이든, 정치적인 뒷거래든, 박태준이 초대 회장이 된 건 틀림없이 다카키 마사오의 입김 때문이었을 게다. 그리고 이런 식의 인사는 대개 기업을 말아 먹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태준은 포항제철을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키워냈다. 그 때문에 박태준은 포항에서 지금까지도 신적인 존재로 추앙 받는다. 포항제철 회장직에서 물러나 정치를 하면서 김종필 때문에 더러운 꼴 보면서 이름을 더럽히기도 했지만, 시간이 상당히 지난 지금까지도 포항에서 박태준이 차지하는 위상은 어마어마하다. 그런 박태준이 경기장을 직접 찾는다고 했으니, 박태준 덕(?)을 알게 모르게 상당히 본 황선홍 감독은 반드시 이기고 싶었을 게다.



아무튼... 경기는 시작되었다. 포항의 홈이었지만 전북의 일방적인 공세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전북은 당연하게도 황진성과 김재성을 봉쇄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고, 이게 먹혀 들어 미드 필드에서 포항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경기는 전북의 페이스로 흘러갔다. 그리고... 이동국의 골이 터졌다. 부심이 오프 사이드를 선언했지만, 오프 사이드 위치에 있던 전북 선수가 아니라 포항 수비수 맞고 들어간 걸로 판정되어 이동국의 골은 인정. 그리고... 전반 종료 전 이동국이 헤딩으로 내준 공을 박원재가 오른 발 아웃 사이드로 때려 추가 골을 성공시킨다.

이동국과 박원재... 포항의 전성기를 함께 한 소중한 선수들인데... 나란히 전북 유니폼을 입고 나와 친정 팀에 비수를 꽂았다. 두 골이나 내주고 끌려가던 포항은 후반전부터 말도 안 되는 기적의 드라마를 선보인다. 황진성이 감아 차올린 코너킥이 신형민의 머리에 맞고 골. 셀러브레이션도 생략한 채 경기를 속행하는 포항. 교체로 들어간 슈바는 역시나 황진성이 올린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골대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김상식의 어이없는 핸드볼 파울로 얻은 패널티 킥까지 성공 시키며 후반에만 세 골을 넣어 3 : 2 로 결과를 뒤집어버린다.


경기가 끝난 후 최강희 감독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포항이 판정에서 이득을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 하면 오늘의 주심이... 최광보 심판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내 개인적인 기억에 따르면 최광보 심판이 주심을 맡은 경기는 늘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포항이 고스란히 봤다. 이겨서 다행이지만, 난 최광보 심판이 주심이라고 하면 심장이 마구 뛰며 불안해진다. -ㅅ-



골을 넣은 이동국과 박원재 때문에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지만, 조성환 선수도 포항 출신이다. 동국이야, 뭐(중고등학교 동창이니까 막 부르련다. -ㅅ-)...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유명했다. 중학교 때에는 잘 몰랐지만, 고등학교 때에는 어지간한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라갔다. 덕분에 수업 제끼고 응원 가기도 했다(학교 차원에서 간 거다. 이 때 응원하면서 호루라기 불어서, 장내 방송으로 포철공고! 호루라기 불지 마세요. 라는 경고 듣게 한 김×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ㅁ-). 유럽 나갔다가 쪽박 차고 돌아올 때 당연히 포항으로 올 줄 알았는데... 뭐가 맘에 안 맞는지 전북으로 가버렸다. 미스 코리아 출신인 부인이 촌동네(?) 포항에서 못 살겠다고 해서 수도권 팀을 노렸다는 소문도 있지만, 전북으로 간 거 보면 그냥 소문일 뿐인 모양이다.
박원재는 파리아스 감독이 있을 때 포항의 왼 쪽 날개를 이끌며 팀에 큰 공헌을 한 선수다. 오른 쪽에 최효진, 왼 쪽에 박원재. 포항의 양 쪽 날개는 모든 상대 팀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다. 공격 가담이 워낙 뛰어났기에 수비 능력은 부각되지 않았지만, 수비도 엄청 탄탄했다. 그런 와중에 오버 래핑해서 공격 가담하면 상대 간담을 써늘하게 만드는 위협적인 크로스와 슛을 날리곤 했다. 그런 박원재가 일본 갔다가 역시나 쪽박 차더니... 전북으로 갔다. 충격이었다. 박원재만큼은 포항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오범석 뺏긴 것도 억울한 판에... -ㅅ-
그리고 조성환... 김형일이 터프하고 파이팅 넘치는 선수라고 알려져 있지만 조성환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조성환은 터프하다 못해 쓰잘데기 없이 거칠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너무 거친 플레이 때문에 포항을 응원하는 내가 봐도 불안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 엄청난 파이팅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적도 많고, 선수들이 지칠 시간이면 서포터들에게 분발하라며 양 손을 하늘로 들어 올려 큰 함성을 불러내기도 했다. 그런 조성환 역시 일본 갔다가 쪽박 차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전북을 선택했다.

포항의 전성기를 이끌던 선수가 무려 셋이나 형광 유니폼을 입고 신화용 골키퍼를 향해 공을 차대는 걸 보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못했다. 다행히 포항이 이겼지만... 전북은 앞으로도 계속 껄끄러운 상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나저나... 박태준 회장님, 나이가 지긋하신데도 정정해보여서 다행이다. 포항에 있는 친구들 앞에서 이명박 욕을 엄청나게 했더니 다들 옹호하고 나서더라. 누가 뭐래도 이명박이 대통령 되고 나서 포항은 발전했다는 거다. 그걸 철저히 믿고 있더라. 당연히 한나라당에 투표할 놈들 앞에서 내가 목에 핏대 세워가며 떠들어 봐야... 골수 좌파 소리 밖에 못 듣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걔네들은 이명박의 온갖 악행(?)에 일부 동감했다. 그러나... 박태준에 대해서는 싫은 소리하는 포항 시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오늘 날의 포항과 스틸야드를 만든 박태준 회장,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빈다.

그리고... 동국이, 박원재, 조성환. 지금은 전북의 선수지만, 난 그네들이 포항의 검빨 저지를 입고 미친 듯 그라운드를 누리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은퇴 전에 포항으로 돌아오는 날이 올런지 모르지만, 포항의 전성기를 이끌어 주었던 선수들이기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PS. 조성환은 여전히 거칠더라. 슈바와 경합 과정에서 몸싸움이 무척 심했고, 슈바가 턱 부분을 쓰다 듬자 거칠게 뿌리치며 신체 접촉을 했다. 이후에도 둘의 감정 싸움은 이어져서 가슴을 맞대고 발을 밟는 등의 좋지 않은 모습이 이어졌다. 슈바는 급기야 공중 경합 과정에서 주먹으로 조성환 선수를 가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승리에 대한 욕구와 파이팅은 좋지만, 지나치게 격해지는 건 좋지 않다. 애들도 본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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