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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등  산 』

다시 간 지리산 : 2011년 09월 18일 ~ 19일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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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살 때 좋아하는 직장 선배들과 매 달 산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몇 달 잘 다니다가 그 선배와 근무조가 틀어지면서 쉬는 날 맞추는 게 어려워져 산행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리산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매 년 가자고 약속을 했다.

올 해 지리산 가는 날짜를 잡다 보니 우연히도 지난 해와 같은 날이 되었다. 우연치고는 희한한 우연이라며 신기해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날짜 맞추는 게 어려워졌고, 때문에 9월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ㅠ_ㅠ

9월 17일 오전 배로 나가서 13시에 연안 부두 도착 → 선배 차 얻어 타고 주안으로 → 캐논 서비스 센터에서 간단한 청소 서비스 받은 뒤 지하철로 신대방까지 → 즉석 식품 및 필요한 등산 용품 산 뒤 다시 인천으로 리턴 → 선배 집 근처는 아직 지하철이 개통되지 않아서 계산 역에서 내림 → 택시 타고 선배 집 근처에서 내려 안 헤매고 잘 찾아감(한 번 갔던 길도 안 헤매고 잘 찾아가는 능력은 내가 봐도 참... 그런데 왜 차 몰고 갔던 길은 두 번 봐도 기억이 안 나는 걸까? -ㅅ-).

선배 자느라 문 안 열어 줌. 전화도 안 받음. 결국 포기하고 다시 택시 탐 → 지하철 역에서 내려 인천 월드컵 경기장 감. 축구 보고... 다시 선배 집 근처로 와 장 본 뒤 선배 집에서 하루 자고, 아침 일찍 출발. ㅋ


일행 중 약속 전 날 술 엄청 퍼마신 뒤 필름 끊어져서 약속 당일에 잠수 타는 사람이 있어서... -_ㅡ;;;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인천 선배 집에 다 모여 같이 자고 다음 날 출발하기로 했다. 집 주인 선배가 족발이랑 치킨 쐈음.


적당히 가다가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렀다. 아담하면서도 깔끔하다.


이렇게 멋진 휴식 공간이 있다. 금붕어가 어찌나 많은지... (금붕어 맛있다고 하던데? -ㅅ-)

이런 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살게 되면 심심할까? -_ㅡ;;;


문제 발생!!! 노란 바지 입은 선배... 출발할 때에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지리산을 한 번도 안 가봐서 우습게 보는 것 같았다. 지리산의 무서움을 계속 얘기했더니 움찔~ 해서 바지를 갈아 입었는데... 문제는 청바지 안에 차 열쇠 넣은 상태에서 문을 잠궈 버린 거다. -ㅅ-   휴게소 안내 센터에 얘기하니 차 문 따는 도구를 빌려주었다(그런 걸 가지고 있다는 게 더 신기하다. -_ㅡ;;;). 모자 쓴 선배가 들고 있는 게 그 문 따는 도구. ㅋㅋㅋ   몇 차례 쑤셨지만 실패, 차 망가질까봐 결국 보험 회사에 전화했고... 이내 아저씨가 와서 순식간에 문을 열어 주었다. -ㅅ-


휴게소를 지나 지리산으로 가던 중 차 위에 차 싣고 가는 차 발견!!! 저 정도 차라면 안에 실을 수 있을텐데... ㅋㅋㅋ


차에 장치된 내비게이션은 업데이트 안 한 지 5년도 더 된 구형이라 갤럭시 S2에 있는 아이나비 3D 이용했다. 나 K7 살 때 60만원도 더 주고 샀는데... 스마트 폰에서 똑같이 돌아가는 걸 보니 기분이 어째 좀... -ㅅ-


내비게이션에 '중산리'를 찍으면 '중산리 탐방 안내소'라고 나올 거다.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안내하는대로 올라가다보면 더 이상 차 못 올라간다고 회차하라는 표지판이 여러 차례 나올텐데 무시하고 계속 올라가면 된다. 표지판에 쫄아서 차 돌리면 엄청난 경사를 한나절 걸어 올라가야 하는 대참사의 피해자가 되고 만다. ㅋㅋㅋ   꼬불꼬불한 길을 꽤 올라가다보면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 요금은 하루에 4,000원이다.

지난 해에는 차가 거의 없었는데 올 해에는 빽빽하기에 놀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날이 일요일이었다. 토요일에 와서 일요일에 빠져 나가는데 우리가 일요일 오전에 도착해서 차가 엄청 만은 거였다. (월요일 오후에 내려왔을 때에는 거의 다 빠져 나가고 휑~ 했다.)
출발 전 네 명 모두가 서서 사진을 찍었다. 삼각대를 두고 가는 바람에 차 위에 올려 놓고 타이머 이용. -_ㅡ;;;


먼저 찍은 건 카메라 놓는 순간에 흔들려서 선배 한 명의 목이 날아가버리는 대참사가 발생. 결국 다시 찍었다. ㅋ


아... 익숙한 그 입구... 보는 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등산 코드 안내도. 이번 등산에서 깨달은 건데, 저기 표시된 소요 시간은 평범한 20대 초반 or 산 잘 타는 30대 초반의 입장에서 측정된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ㅅ-


역시나 지난 해에도 봤던 계곡. 지난 해에는 뭣도 모르고 무작정 좋아했지만, 이젠 저 계곡이 흐르는 소리가 웰 컴 투 헬~ 로 들려서... -ㅅ-


여기저기 피어있던 가을 꽃


모든 게 지난 해와 달라지지 않았다

 

 

칼바위 도착. 지난 해에는 40분 걸렸는데, 이번에는 30분만에 도착했다. 지난 해에는 선배 A, 선배 A의 초딩 아들, 선배 B, 나, 이렇게 넷이 갔었고 올 해에는 선배 A, 선배 B, 선배 C, 나, 이렇게 넷이 갔다. 지난 해 선배 B는 전 날 잔뜩 마신 술 때문에 헐떡거리며 죽을 것처럼 올라갔는데... 올 해에는 전 날 똑같이 마시고 똑같이 잤음에도 유독 힘들어했다. 내가 맨 뒤에서 갔는데, 선배 B가 자꾸 걸음을 멈추고 헉헉거려서 많이 걱정이 됐다.



지난 해 경험해봐서 안다. 산에서의 이정표는 믿을 게 못 된다. -ㅅ-

 

 

힘들긴 했지만 로타리 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즐거웠다

 

 

드디어 도착한 로타리 대피소

 

지난 해에는 중산리 주차장에서 칼바위까지 40분 걸렸다. 칼바위에서 로타리 대피소까지는 네 시간 남짓 걸렸고. 땀이 어찌나 나는지 줄줄 흘렀다. 그런데... 올 해에는 두 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거의 다 왔을 무렵에는 비까지 내렸음에도 두 시간이나 빨리 도착한 거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하게 되어서 오히려 우리가 당황했다. -ㅅ-

중산리에서 로타리 대피소를 거쳐 천왕봉까지 가는 코스는 난이도 上이다. 칼바위까지는 크게 힘들지 않다. 그러나 칼바위를 지나 곧 나오는 쉼터 이후가 힘들어진다. 경사도 심하고, 계단도 많다. 내려오는 것도 쉽지 않아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가야 되냐고 묻곤 했다. ㅋㅋㅋ

페이스 조절을 잘 하며 올라가다 보면 길 왼 쪽에 적당히 큰 바위가 보인다. 개념 없는 색히가 이름 새겨 놓은 그 바위다(지난 해 등산 후기 참조).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이내 로타리 대피소다. 지난 해에도 올라갈 때에는 로타리 대피소에서 1박을 했었다. 정원 30명의 작고 아담한 대피소다. 장터목 같은 경우는 100명 정원인데, 복작복작한데다가 퀴퀴한 냄새 때문에 당최 정이 가지 않았다. -ㅅ-


대피소에 도착할 무렵 비가 갑자기 많이 쏟아져서 비 피하는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잠시 후 비가 그쳐 사람들이 빠져 나가자 대피소가 썰렁해졌다. 18시에 자리 배정을 하는데, 예약한 사람은 우리를 포함해 달랑 두 팀이었다. 한 팀은 어린 아이를 동반한 남자였는데, 달랑 두 명 밖에 없었는데 네 명 예약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넓은 대피소를 여섯 명이 썼다.

지난 해에는 침낭도 매고 가고, 혹시나 해서 핫팩도 준비했었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그래서 올 해에는 침낭도 안 가지고 가고, 핫팩도 안 챙겼다. 담요만 빌려(한 장에 1,000원) 한 장은 깔고 한 장은 덮었는데 새벽에 추웠다. ㄷㄷㄷ   8월과 9월은... 다르다. ㅠ_ㅠ



아침에 일어나 법계사 앞에서 사진 한 방씩 찍으며 천왕봉을 향해 출발!


지난 해에는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지리산이 험하긴 험한 모양이다. -ㅅ-




제기랄... 아저씨가 다 됐네. ㅠ_ㅠ


계속 흐리다가 잠깐 구름이 걷혔을 때 잽싸게 한 컷 찍었다

멋진 나무 밑에서 사진 찍고...

 

 

천왕샘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거의 다 온 거다.

 

 

0.3㎞ 남았단다. 문제는... 그 0.3㎞가 평범한 300m가 아니라는 사실. -ㅁ-


역시 난 뒤통수가 제일 잘 생겼다. -ㅅ-


가파른 계단을 지나 철계단을 오른 뒤 엄청난 경사의 돌밭을 넘어서면... 드디어... 드디어...


정상이다!!!

 

 

포항의 우승과

 

타이거즈의 우승을 위하여!!!

 

 

<천왕봉에서 본 운해 사진 감상하시라... ㅋㅋㅋ>



지난 해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올라가는 데 다섯 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딱 그 절반만에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해버렸다. 덕분에 할 게 없어서 빈둥거리다가 급기야 자고... 자다가 깨서 밥 먹고, 빗소리 들으며 술 한 잔 했다. 다음 날 눈 뜨니 비가 와서 그냥 내려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정말 운 좋게도 비가 그쳤고... 천왕봉 올라가던 도중 구름과 안개가 걷히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문제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입고 한창 몸을 움직이다가 정상에서 멈추니까 어찌나 추운지... ㄷㄷㄷ   긴 옷 챙기지 않은 어수룩함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계획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장터목 산장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오는 거였는데, 여름 태풍 때문에 길이 많이 안 좋다는 얘기도 들리고 해서 그냥 로타리 대피소 거쳐 내려오기로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로타리 대피소에 배낭 놓고 오는 건데... -ㅅ-



로타리 대피소에서 화장실 가는 계단 왼 쪽에도 길이 있는데 이 길은 법계사 버스가 다니는 길이다. 마냥 편하지만 않은 산 길을 좀 걷다 보면 이내 포장된 시멘트 도로가 나오고, 운행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법계사 버스가 중산리까지 왔다갔다 한다. 올라올 때와 다른 길로 가자고 해서 그 쪽으로 내려왔는데 남은 거리가 4.×㎞라고 하기에 움찔! 했다. 다행히도 시멘트 포장 도로라 내려오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산길을 꽤 걸어 내려오면 요런 길이 나온다


바위 뚫고 자란 나무


느긋~ 하게 걸ㅇ...ㅓㅆ으면 좋으련만... 초 쾌속 보행으로 다리가 만신창이. -ㅅ-

 

지난 해에는 경험이 전혀 없어서 무척 힘들었는데, 올 해에는 그나마 경험이 있다고...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대략 숫자로 표현하면...
2010년 중산리 → 로타리 대피소 난이도 : 100     2011년 중산리 → 로타리 대피소 난이도 :  70
2010년 로타리 대피소 → 천왕봉 난이도 :  70     2011년 로타리 대피소 → 천왕봉 난이도 :  50
2010년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난이도 :  40     2011년 천왕봉 → 로타리 대피소 난이도 :  40

2010년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난이도 : 200     2011년 로타리 대피소 → 중산리 난이도 :  60

이 정도? -_ㅡ;;;   올 해에도 작년과 같은 코스로 내려왔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법계사 버스가 다니는 길은 경사도 그리 험하지 않고 2㎞ 정도만 내려오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나와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이었지만... 같이 간 선배 중 한 명이 다음 날 오전에 출근해야 했기에 서둘렀더니만... 다리가 너덜너덜~ ㅠ_ㅠ

같이 간 일행은 타고 온 차로 올라갔고... 나만 진주 터미널에 내려 진주 → 전주 → 익산 왔다. 진주에서 전주 오는 버스는 한 시간에 두, 세 대 정도로 자주 있는 편이었는데 이게 직통이 아니라 사방팔방 다 찍고 오는 버스였다. 꼬불꼬불한 국도 다니는 바람에 속도도 못 내고 온갖 동네 다 찍으면서 오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요금은 17,800원이고 시간은 03:40 소요된다는데 멀어서라기보다는 여기저기 들리는 이유가 커서인 것 같다.
전주 전에 남원 들리는데...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멈추더니 기사님이 갈아 타란다. 알고 보니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가 그 차는 전주 가는 사람들 태워서 바로 가고, 남원 내리는 사람은 내가 타고 왔던 차로 옮겨 타는 시스템이었다. 나름 합리적? 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돌아왔고... 자고 일어나니 정강이, 종아리, 장딴지, 허벅지,... 난리도 아니다. 도저히 그냥은 안 될 것 같아서 집 근처 마사지 샵을 갔는데... 전화 번호도 없고... 혹시나 해서 올라가봤더니만 유리 문을 스티커로 도배해놔서 내부가 전혀 안 보인다. 퇴폐 업소인 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 물어보니 퇴폐 업소가 맞단다. -ㅅ-

안마 받고 나니 확실히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통증이 있어서 파스 붙이고 있고... 운동은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낸다.



경험이 참 소중하다는 걸 느낀 산행이었고... 무리하지 말아야 함을 깨달은 산행이었다. 내년 여름 전에 혼자 둘레길 다녀오자고 다짐하며 마무리. ㅋㅋㅋ


PS. 인천 → 중산리 → 로타리 대피소 → 천왕봉 → 로타리 대피소 → 중산리 → 진주 터미널 → 전주 → 익산 요렇게 움직였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아는대로 도움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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