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취  미 』/『 등  산 』

우이령길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0. 12. 3.
728x90
반응형
예전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 달에 한 번은 등산을 간다. 한, 두 달 하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올라갔다 내려온 산이 북한산, 속리산, 지리산, 청계산,... 제법이다.

 

원래 이번 달에는 치악산을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못 갔다.

10월에 속리산에 다녀왔는데, 같이 가기로 했었던 한× 선배가 또 빵꾸를 냈다. 같이 산에 가기로 해놓고 술 마시고 퍼져서 전화 안 받은 게 벌써 세 번째다. 무척 좋은 선배지만, 이렇게 약속을 쉽사리 어기는 걸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더구나 지난 번에 빵꾸냈을 때에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신신당부해서 다짐까지 받았는데 또 그러니까 영 실망스럽다.

그래서 10월 산행 약속 어긴 죄로 11월 산행은 책임지고 진행하라고 했더니 치악산 가잖다. '악'자 들어가는 산은 날 추울 때 가는 거 아니랬는데 천하 태평이다. -ㅁ-

 

그러더니... 산에 가기로 한 날, 또 전화 안 받는다. 두 번 당할 때까지만 해도 화가 났는데, 이제는 어이가 없어서 웃게 된다. 뭔, 이런...

 

 

 

결국 치악산 가기로 한 건 다 취소하고... 진× 선배가 예악한 북한산 우이령길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마을 버스 타고 이매역에 내린 뒤 분당선 탔다. 도곡에서 내려 3호선 갈아탔고... 다시 충무로에서 갈아탄 뒤 수유에서 내렸다.

3번 출구로 가서 나온 방향 그대로 조금 걸어 나가면 횡단 보도가 보인다. 건너면 바로 버스 정류장이다. 120번 버스를 탔고, 종점에서 내렸다.

숙소(성남 이매동) → 22번 마을 버스 타고 이매역에서 내림 →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로 내려감 → 선릉 가는 지하철 탐 → 도곡에서 내림 →  3호선 갈아탄 뒤 충무로에서 내림 → 4호선 갈아타서 수유까지 감 → 3번 출구로 나감

 

 

120번 종점에서 내려 위로 쭈욱~ 올라가다 보면 안내소가 나온다. 백운대 가려면 그리 계속 올라가면 되지만, 우이령길 가려면 거기서 오른 쪽으로 꺾어야 한다.

진× 선배가 길 물어보러 간 사이에 웬 아저씨가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헤맬 일은 없을 것 같다.

 

 

입구라 그런지 온통 산악용품 파는 곳과 식당 뿐이었다. 그나마 이 쪽 길은 초반부에만 숙박 시설이 좀 보이고, 이내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ㅈ...ㅜ는가 싶었지만...

 

 

이 한적한 산길(왼 쪽)을 즐길 수 없도록 쾅쾅거리는 녀석이 있었으니... 대기업 S모 건설이 벌이고 있는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이 바로 그 녀석이었다. 타워 크레인이 세 대나 서 있고, 사방에서 쿵탕거리고... 짭새를 비롯해 공사장 유니폼 입은 놈들이 줄 자 들고 설치고...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

 

 

왼 쪽에는 온통 시끄러운 공사장, 오른 쪽에는 은근히 그리운 시골 집 풍경과 낡은 자동차들이 보이는 가운데... 길의 끝에 다다르면 편의점이 하나 나온다. 선배랑 같이 물 한 통씩 사고 왼 쪽으로 꺾엇다. '우이동 먹거리 마을'이라는 거대 간판이 보인다.

 

 

사전에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우이령길인만큼 이정표에도 사전예약구간이라는 문구가 자주 보였다.

 

 

이미 숫한 사람의 사진과 눈, 마음 속에 들어앉았을 사진.

 

 

가는 길에 원불교 교당이 보인다. 사이비 종교 같은 걸로 오해하는 사람도 꽤 있던데, 우리나라 4대 종교 중 하나다. 있지도 않은 서양 귀신 믿는 것보다 이 쪽이 훨 낫다.

원불교는 적어도 '기적을 행하시고' 따위의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가는 길 좌우로 안내가 잘 되어 있다. 산이라 해가 일찍 지기 때문인지 14시 이후에는 입장할 수 없다고 한다.

 

 

깔끔하게 잘 정비된 길이다. 경사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서 슬렁슬렁 걸어가면 된다.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탐방 지원 센터가 나온다. 여기서 예약한 사람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확인 받은 뒤 들어가면 된다.

반드시 예약하라 하고, 하루에 500명만 입장 시키는 등 통제가 빡샐 줄 알았는데... 그냥 스윽~ 지나가버려도 될 정도로 헐렁했다. 예약한 사람의 양심에 맡기는 건지, 인력이 부족해서 별도의 감시 인원을 두지 않는 건지, 추워서 일 안 하고 안에 들어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ㅅ-

 

 

탐방 센터 왼 쪽으로 가면 간이 화장실이 있다. 차량을 개조한 형태의 화장실인데도 꽤 깨끗했고, 냄새도 거의 없었다. 이동식이나 간이 화장실이 다 이 수준만 된다면 좋으련만...

 

 

다시 한 번 등장하는 안내판. 군대에서 독도법까지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저 수준의 지도조차 제대로 못 본다. 그냥 길 따라 가면 알아서 목적지 나오겠지~ 따위의 안일한 생각. -ㅅ-

 

 

우이령길 개방에 대해 써놨다. 김신조를 비롯한 일당(김신조가 두목은 아니었지만 나머지는 다 사살되었다)이 침입한 루트라서 그동안 일반인 출입을 막다가 작년부터 개방했다고 한다.

개방 당시 언론에서도 부지런히 기사내고, 사람들 관심도 꽤 몰렸었는데... 지금은 적잖이 시들해진 상태인 듯 하다.

 

 

디자인 서울 어쩌고 하면서 애먼 돈 쏟아 붓는 오세훈 서울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쌍욕 밖에 안 나오지만... 이 표지는 로고도, 글꼴도 참 이쁘게 잘 나왔다. -_ㅡ;;;

 

 

보도 블럭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길. 산에서 이런 길 만나는 건 그닥 반갑지 않다. 자고로 사람은 흙을 밟아야... ㅋㅋㅋ

 

 

그렇지! 이런 흙길이 산다운 거거든! ㅋㅋㅋ

평일 낮 시간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제주 올레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걸으면서 대화를 많이 하게 되어 좋았다는 내용이 많더라. 우이령길도 마찬가지다. 산이라지만 거의 평지 수준인데다 정비도 잘 되어 있어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걷기 딱 좋은 길이다.

 

 

정체 불명의 비석? 길을 낸 게 미군 애들이란다. 그래서 전차 못 지나가게 하는 시멘트 돌덩어리(대전차 장애물, 고가낙석)도 보이고 군 관련 시설 같은 게 간혹 보인다. 비석은 시간이 오래 된 녀석이라 그런지 새겨진 글씨가 흐릿하다.

 

 

천천히 걸어왔는데 벌써 1.5㎞나 왔다. 넓은 광장이 있어서 한 숨 돌리고 가기 좋다.

 

 

안보 전시장이라는 이름이었나? 아무튼... 군 관련 체험 시설 같은 거였는데, 들어가보려고 하니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ㅅ-

 

 

다섯 개의 봉우리라서 오봉이란다.

음... 오봉은 일본어 오본에서 파생된 말로 쟁반이란 뜻이다. 하지만, 내가 살았던 포항에서는 오봉이라고 하면... 다방 커피 배달하는 여자들 낮춰 부르는 말이었다. 보통 오봉순이라고 많이 불렀는데... 커피 배달하고 몸도 팔고 그러는 여자들 부르는 호칭이라 이 오봉이 그 오봉과는 아무 관계 없겠지만 왠지 어감이 안 좋았다. -ㅅ-

그나저나... 여자 맘에 들겠답시고 남자 다섯이 돌 들어 던지다니... 예나 지금이나 여자 앞에서 힘 자랑하는 멍청이들은 꾸준히 있어 왔고만(요즘은 돈 자랑이 더 먹히는 시대). 쯧쯧쯧...

 

 

등산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다. 바람이 약간 불었지만, 이 정도면 뭐... ㅋ

 

 

표준 등산 복장 되시겠다. 난 추위를 잘 안 타서(더위는 드럽게 잘 탄다), 겨울에도 어지간하면 반 바지다. 추위를 아예 안 타는 건 아니라서 위에는 따뜻하게 입는다. ㅋ

 

 

다시 봐도 마음 푸근해지는... 걷고 싶은 길이다. 컴퓨터 바탕 화면으로 설정해도 되겠다. ㅋ

 

 

오봉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유격장이 나왔다. 시설을 보니 따로 유격 훈련 받거나 할만한 게 없는데... 아무래도 PT나 그런 거 시키는 용도로 쓰였던 공간인 모양이다.

실제로 되돌아오는 길에 군인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대형 버스에서 우르르~ 쏟아져내리는데... 전투복도 아니고 추리닝 차림. -ㅅ-
일하러 온 건지, 바람 쐬러 온 건지 모르겠지만... 개떼 같이 몰려서 담배 피우고 있는데... 북한 애들이랑 전쟁나면 몰살 당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ㅁ-

 

 

물이 고여 있는 곳도 있었는데, 강하 지점인가 뭔가 하는 팻말 있었던 걸로 보아 공수 훈련할 때 DZ로 쓰인 게 아닌가 싶다. 음... 공수할 때 물에 떨어지라고는 안 하는데... -ㅅ-

아무튼, 물은 제법 맑았고... 가장 자리는 그닥 깊지 않았다. 중심부는 어떨랑가 모르겠고...

 

 

 

잠깐 쉬고 다시 출발~ 한적한 길이 계속 된다.

 

 

여름에 놀러 와서 텐트 치고 놀면 딱이겠거니 했는데... 안타깝게도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군인 아저씨(라고 해봐야 나보다 어리겠지만) 한 명이 쓸쓸히 지키는 초소를 지나면 잘 가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 계속 길 따라 가면 경기도 양주 어딘가로 빠지게 되기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갔다.

 

 

우이령길은 하루에 1,00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저~ 위에 있던 탐방 지원 센터는 우이동 쪽인데, 그 쪽으로 500명만 받고... 이 사진에 있는 송추 쪽으로 500명만 받고... 해서 합이 1,000명이다. 되돌아가려는데 여직원 분께서 이 쪽으로 들어가시는 거냐고 해서 되돌아가는 길이라고 대답해드렸다.

산에 혼자 있고 그럼 심심하고 그래서 성격 나빠질텐데, 친절하더라. ㅋㅋㅋ

 

 

다시 유격장 거쳐서...

 

 

해 떨어지기 전에 왔던 길 되돌아간다.

 

 

 

코스가 험하지 않다고, 수다 떨며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왕복 9㎞가 넘기 때문에 운동 전혀 안 한 사람들은 힘들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그냥 산책 수준이라는 말을 들은 터라 양 쪽 발목에 모래 주머니까지 차고 갔는데... 돌아나올 무렵 허벅지랑 종아리가 당겨 오기 시작했다.

코스 자체는 쉬웠지만, 남들보다 빨리 걸었기에 부작용이 온 게 아닌가 싶다.

 

나랑 진× 선배는 다른 사람들 두 배 정도의 속도로 고속 보행했지만... 우이령길의 매력은 제주 올래처럼 '천천히'가 아닐까 싶다. 주위도 둘러 보고, 파란 하늘과 황토 흙도 보면서 느긋하게 걷는 게 좋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생태가 살아 있다고 했는데, 추울 때 가서 그런가 꽃도, 나무도, 동물도 거의 보지 못했다. 나중에 여자 친구 생기면(혹시라도 생기면!!! 흥!!! -ㅁ-) 따뜻한 봄 날, 손 잡고 오붓하게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