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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미루고 미루다 너무 늦어버린 방문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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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이 있어서 마산에 갔다. 포항-익산 고속국도가 완공되었다면 금방 다녀올 수 있었을텐데 아직 공사 중인 구간이 있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마산 도착해서 볼 일 본 뒤 봉하 마을에 가기로 했다. 마산에서 진영 갈 때에는 지방 국도를 이용했는데 진영 채 못 가서 노란 튤립이 정말 예쁘게 피었길래 급하게 카메라 들었다. 차에 가려 제대로 찍는 건 실패했다. ㅠ_ㅠ

(어제 익산 역 가는 길에 있는 사거리에도 노랗고 빨간 튤립 심어져 있는 걸 봤다. 에버랜드 가고 싶어졌다. -ㅁ-)

 

 

여기서 왼 쪽으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 알림판이 보인다.

 

 

길 가에 노란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길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었지만 주위에 공장도 제법 보이고, 좀 외진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가다보니 주차장이 나왔다. 주차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방문객이 그닥 많지 않아서인지 주차할 공간은 제법 있더라. 관광 버스가 여러 대 서 있었는데 할머니 부대를 태우고 온 차들이었다. 의외인 게... 할머니들이 정말 많이 오신다. 젊은 사람보다 할머니들이 더 많았다.
특별한 날에는 주차장이 부족할 게 틀림 없어 보였다.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좀 더 신경 써서 꾸며야 할 것 같더라.

 

 

주차장에서 바로 지도를 볼 수 있었다. 작은 마을이라서 굳이 지도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데 지장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얀 국화를 팔고 있었는데 사람이 지키고 있지 않고 무인 판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저렇게 팔고 있더라. 

 

 

주차장 맞은 편에 관광 안내 센터가 있고, 그 옆에 쉼터가 있다. 쉼터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과 글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린 아이들이 꼬물꼬물 쓴 글들을 보자 가슴이 찌릿찌릿했다. 눈물 나려는 거, 울면 안 된다 싶어서 참았다. 

 

 

이번 4.11 총선 그래프인 줄 알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때 득표 현황을 그래프로 그려낸 건데 강원도, 경상도는 한나라당이 싹쓸었다. -_ㅡ;;;

 

 

쉼터 내부. 볼거리가 그닥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남겨 놓은 글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갔다.

 

 

저 멀리 보이는 사자 바위. 꽤 위태로워 보였는데 할머니들이 단체로 올라가서 사진이라도 찍으시는지 모습이 보이다 안 보이다 했다.

 

 

노점상이 몇 개 있었다. 옥수수 술빵을 비롯한 먹거리를 팔고 있더라. 국수 파는 집도 있었고. 

 

 

수구 꼴통 색히들이 '아방궁' 운운하던 집이다. 지금은 권양숙 여사님 혼자 계신다고 들었다.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 참모들과 여러 사람을 위한 집을 지었을 때 아방궁입네 어쩌네 하던 벌레만도 못한 색히들은 MB의 내곡동 사저에 대해 어찌 입 다물고 있는 건가?

 

 

노무현 대통령 생가. 옛날 시골 집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름 모를 꽃이 흐들러지게 피었다. 

 

 

저 아이는 아빠와 함께 한 이 날을 기억하며 자랄까? 

 

 

작은 시골 마을의 소박한 초가집에서 태어난 소년이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고, 대통령까지 될 거라 누가 생각했을까...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될 거라 누가 생각했을까...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을 제 2의 노무현, 제 3의 노무현은 슬픈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천천히라도, 조금씩이라도 세상을 바꿔야 한다.

 

 

생가 옆에는 봉하재단에서 운영하는 기념품 판매 가게가 있다.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다양한 상품과 책들을 팔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지은 시가 걸린 나무 벽 뒤로 유채꽃이 잔뜩 피었다. 봉하 마을과 무척이나 어울리는 노란 어느 봄 날. 

 

 

저 멀리 묘역의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영상물을 다 보고 싶었는데... 시간에 쫓겨 그러지 못했다. 다음에 기필코 다시 오리라 마음 먹었다. 

 

 

노란 리본으로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묘역 쪽으로 옮긴다. 

 

 

먼저 오신 할머니들께서 묵념하고 나오신다. 

 

 

의전 비서실 식구들이 남긴 글을 보며 울컥! 했다. 

 

 

묘역에 참배하는데... 안 울려고 했는데...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묘역 지키고 있는 경찰 아저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뒤돌아서 정리 좀 하고... 울면 안 된다, 울면 안 된다 되뇌이며 다시 묘역 앞에 섰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부디 행복하시라고 마음 속으로 여러 번 말씀 드렸다.

 

 

씁쓸한 마음으로 묘역을 돌아나와 봉화산으로 향한다. 왼 쪽에 있는 밭에서는 스프링클러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 이광재... ㅠ_ㅠ 

 

 

여느 동네나 있을 법한 야트막한 산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걸 빼고 본다면 그냥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이 조용한 마을에서 사람들과 농사 지으며 살겠다는 사람을 그토록 지지고 볶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 더 나쁜 짓을 일삼으면서도 반성없이 살고 있는 쥐새끼도 있는데...

 

 

호미든 관음상이 있다고 해서 보고 가기로 했다. 

 

 

온통 진달래다. 아무 말도 안 나왔다. 그저 바라보다 셔터 누르고, 바라보다  셔터 누르고...

 

 

관음상 있는 곳에서 주위를 둘러 보며 사진을 찍었다. 정토원도 보이고, 낙동강도 보이고... 주위 풍경이 참 아름답다. 

 

 

한 손에 호미를 들고 있는 관음상.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그저 흐르게 두어도 좋으련만 시멘트를 쏟아 붓고 난리법석을 떨어 못 살게 군다. 이미 숫한 거짓말이 들통났기에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효과 어쩌고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온통 거짓말과 양아치 짓으로 점철된...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신 후 정비 작업이 진행되어 다니기 편해졌다고 한다.

 

 

시간에 쫓겨 이 쪽으로는 가보지 못했다.

 

 

관음상을 보고 나서 사자 바위 쪽으로 향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세상에나! 무지개가!!! 비 오다 갠 것도 아닌데 무지개가 있다. 레알 무지개를 본 게 얼마만인가? -ㅁ-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댔다. (아래 네 장의 사진 이어붙인 건 스마트 폰으로 찍은 뒤 색 보정(오른쪽)한 거)

 

 

사자 바위로 향하는 계단. 

 

 

여름이면 온통 초록일테고, 가을에는 노랗게 변해 있을테지. 겨울이면 흰 눈으로 덮여 있을테고. 

 

 

사자 바위에서 내려 본 노무현 대통령 묘역. ㅠ_ㅠ 

 

 

정토원에도 들려보고 싶었지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마음을 곱게 써야 하는데... 그러기가 참 쉽지 않다. 

 

 

부엉이 바위... 

 

 

목책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놨다. 저 바위 끝에서 뛰어내릴 때의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ㅠ_ㅠ   얼마 전 여기서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경찰 통제선은 그 전에 쳐있던 듯 낡아 보였다.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편리하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든, 참 예쁜 길이다. 

 

 

누운 마애불. 안내 판때기(?)만 봐서는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라고 어리둥절해 할 수 있는데, 누군가가 판때기에 뒤에 있다고 친절히 낙서(?)를 해놨다. 저런 낙서는 봐도 언짢지 않다. ㅋ

 

 

무지개는 사라지고, 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묘역에 참배하기 전에 순서를 읽어보고 가는 게 좋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친구들이랑 다시 올께요. ㅠ_ㅠ 

 

 

이것저것 집어왔다. 기념으로 남겨 두려고. 

 

 

창신섬유에서 도와준 덕분에 1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무릎 담요 겸 쿠션. 노무현 대통령 하면 노란색이라고 생각해서 망설임없이 골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하나 더 살 걸... 하고 후회가 된다. 다음에 들러서... 

 

 

요즘 이게 유행인가 보다. 어디를 가도 연필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샤프가 편리하긴 하지만 끄적거리는 느낌은 분명 연필이 좋다. 2007년에 한창 공부할 때에도 연필을 많이 이용했다. 

 

 

그러고 보니 포항 스틸러스도 연필을 팔고 있다. 특이한 건, 안 깎여 있다는 거. ㅋ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 진작에 봉하 마을을 찾아가보고 싶었다.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 속에 미루고 미뤘는데... 그게 이렇게 큰 후회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통령께서 돌아가신 그 때, 야근을 마치고 퇴근해서 선배와 밥을 먹고 있었다. 식당 TV에서 대통령 음독이라고 속보가 나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놀라 허둥지둥 숙소로 돌아왔더니 음독이 아니라 뛰어내린 것 같다고 내용이 바뀌어 있었다. 야근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잘 수 없었다. 점심 때가 지나도록 계속 TV 보며 울었다. 한참 후에야 잠이 들었는데 깨고 나서 몹쓸 꿈 꾸었다는 생각에 네×버에서 검색을 했다. 꿈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모든 일이 다 잘했다, 훌륭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그 분을 크게 평가하는 건 권위주의의 타파에 나섰다는 거다. 충분히 기득권의 편에 서서 약한 자 쥐어 짜며 살 수 있었던 분이 오히려 그런 사람들과 싸웠다는 것이 무척이나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지키지 못했고, 그 덕분에 더욱 더 암울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바른 예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정도전이나 정여립처럼 기득권에 도전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다가 패배하였고 끝내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 것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이 흐른 뒤 진 사람에게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기도 한다. 제 똥은 깨끗하고 니 떡은 더럽다는 수구 꼴통들이 사라지고 그나마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미래에,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 새롭게 조명 받으리라 생각한다.

가진 것들이 가진 것들 편 드는 거야 당연하고, 이×희나 조×호 같은 색히들이 MB 정권의 ××× 핥아대느라 정신 없는 건 나름 이해라도 한다만...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독재자의 딸에 열광하며 갖은 더러운 짓을 봐도 그럴 수 있다며 편 드는 꼴 보면 답답할 따름이다.

아무튼... 시간에 쫓겨 느긋하게 있다 오지 못한 게 후회된다. 조만간 시간내서 한 번 더 찾아가고 싶다.

 

 

가기 전에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니 한 시간이면 충분히 본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코 그렇지가 않다. 주차장 맞은 편의 쉼터에서 사진과 글을 보고... 생가도 한 번 둘러 보고... 상영 중인 영상물도 다 보고... 여러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며 쓴 시도 읽어 보고... 묘역에 참배도 하고... 봉화산에 올라 꽃과 나무도 보고... 그렇게 하려면 넉넉하게 서너 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다.

다른 내비게이션은 모르겠는데 일단 아이나비는 '봉하마을'로 검색하면 친절히 안내해준다. 만약 안 나온다면 '노무현 생가' 등으로 검색해도 될 듯 하다. 마산에서 국도로 한 시간 정도 가니 도착했다. 부산에서도 멀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고,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는 주차장이 좁아 차 세우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아침 일찍 가거나 점심을 막 지난 무렵 가서 참배하고 봉화산 올라갔다 온 뒤 내려오면서 기념품 사고 먹거리 먹는 코스가 좋을 듯 하다. 봉하 마을에는 숙박이 가능한 시설이 전혀 없고, 1박 2일 일정을 짜야 할만큼은 아니니 참고하는 게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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