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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타 』

유홍준 교수님 강연을 듣고 오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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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님이 쓴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이 총 네 권으로 마무리 되었다. 교수님이 일본에서의 출판에 대한 욕심을 슬쩍 내비치셨었는데 이번에 일본에서 출간이 확정되어 그 이벤트로 국내 출판사인 창비에서 강연회를 마련했다. 우연히 그걸 알게 되어 응24를 통해 응모했는데 운 좋게도 당첨이 되었다.


바쁜 오전, 오후를 보내다가 시간이 되어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조계사로 향했다.




참~ 서울 한복판에 절이라니... 그러고보니 조계사는 제대로 구경한 적이 없고나. -ㅅ-




서울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거 보고 놀이 시설인 줄 알고 올라갔었던 기억이... -_ㅡ;;;




조계사 정문으로 들어가 오른쪽을 보니 불교역사문화기념관이 바로 보인다.




지하 2층으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다. 처음 가봤지만 덕분에 헤매지 않았다. ㅋ




해가 순식간에 넘어가 금방 어두워졌다.




불교 중앙 박물관도 있더라. 다음에 구경 한 번 와야겠다.




석등 하나가 외로이 서있기에 찍어 보고...




아, 제대로 찾아왔고나. ㅋㅋㅋ



들어가니 명단을 확인한다. 이름을 알려주니 종이 쪼가리를 하나 주면서 적어달라기에 뭔가 싶어 보니 창비의 광고 문자나 메일 따위 보내려는 수작인 모양이다. 그걸 경품권처럼 주더만. 작성해서 통에 넣어달라고. -ㅅ-




안으로 들어가니 이런 분위기. 꽤나 잘 만들어진 강연장이다.



아직 한적한 편이었기에 잽싸게 좋은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는데... 잠시 후 직원이 오더니 싸인회 하고 있으니 싸인 받을 사람은 나오란다. 강연 마치고도 하신다 했지만 미리 받아두는 게 나을 것 같아 가지고 간 책 들고 나갔다. 포스트 잇 주면서 미리 이름을 적어달라기에 이름을 썼더니 그걸 보고 책에 싸인을 해주셨다. 같이 사진도 찍고 그러던데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아서 넙죽 인사만 하고 싸인 받아왔다. ㅋ





잠시 후 등장하신 교수님. 능숙하게 긴장 푸는 농담을 시작으로 강연을 시작하셨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며, 아는 일본인 말해보라 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토 히로부미, 아베, 이렇게 세 명 말한다고. ㅋ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하셨다. 일본 전문가가 아니지만 일본편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셨고 우리의 부족한 교육을 안타까워 하셨다. 교과서에는 달랑 통신사가 갔다고만 하지, 왜 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단다.


팁이 없는 문화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그것이 그들의 장인 정신이고 가업을 이어받는 것에는 자신과 가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책에서 이미 본 내용이지만 직접 듣는 건 뭔가 또 다른 기분.


대본 없이 두 시간 여를 강연하시는데 정말 대단하더라.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뭔가의 전문가가 되어 나를 좋아해주는 많은 이들 앞에서 뭔가 강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봤다. 강연 초반 요란하게 들리던 카메라 셔터 소리는 금방 잠잠해져서 장내에는 교수님 목소리만 들렸다.


교수님은 책 내내 우리가 일본에 문화를 전파한 것만을 강조하며 그들이 이룩한 것을 깎아내리는 걸 당연시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이 날 강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울러 한반도라는 지형 위주의 한국사 인식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강조하셨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는데 특히나 제대로 된 대접도 하지 않다가 일본에서 뭔가 성과가 나오면 다 우리가 가르쳐주었다거나 원래 우리 거였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시는 건 확~ 와닿았다. 추성훈도 그렇고, 이충성도 그렇고, 매몰차게 내쳐놓고 그들의 노력에 따른 성과가 나오자 그제서야 민족 타령에, 애국 타령에.


백촌강 전투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부분 역시 공감. 한국 전쟁 이전에 국소전이 있었다는 걸 감추고 느닷없는 전쟁으로만 가르치던 게 연관지어 지더라.


도자기의 신으로 평가받는 이삼평의 얘기를 마무리 삼아 하시고 윤동주의 서시를 한 번 읽으시는 것으로 강연을 마치셨다.


강연 내용의 상당 부분이 책에서 이미 본 것이고 사진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래도 육성으로 듣는 강의는 책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이러한 강연에 참석해서 뭔가 배운다는 건 무척이나 드문 경험인데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제대로 정리해서 쓰려고 리갈 노트에 부지런히 끄적거렸는데 자기 전에 냉큼 써서 올리려고 대충 기억나는대로 적어 봤다.



강연 주관한 창비 측에 서운한 게 좀 있다. 먼저, 당첨자 발표를 3월 5일에 한다 해놓고 별도의 공지 없이 하루 늦은 6일에 했다. 그나마도 트위터에 발표 안 하냐고 물어서 알게 된 거였다. 하나 더. 이 날 내 왼쪽에 앉은 처자 둘이 싸인을 받으러 갔는데 가지고 간 노트 한 장 부욱~ 찢어 간 모양이다. 책 아니면 싸인 안 하신다고 되돌려 보내더라. 책 파는 출판사 입장도 있겠지만 무료 강연회인데 이런 건 좀 보기 안 좋더라.




다음에 제대로 구경하러 오기로 하고 사진만 찍고 밖으로 나왔다. 추워서 발걸음 재촉하여 교보문고까지 걸었다. 책 좀 사려고 했는데 폐점 시간도 다가오고 사려는 잡지도 안 보이더라. 그냥 나와서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길 건너는데 우동 가게가 보이기에 냉큼 들어갔다. 탱구리 우동?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맛있다고, 좋다고 쓴 글들이 제법 보이네.

살까기 한다고 늦은 시각에는 뭘 안 먹기로 했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우동이랑 초밥 세트 시켰는데 우동 그릇이 깊숙~ 한 것이 제법 일본 분위기 나더라. 창가 1인 자리도 넉넉하고 앞에 시치미도 있고. ㅋ   하지만 맛은... 별로였다. 싱겁더라. 싸구려 입맛을 가진데다 휴게소 우동에 길들여진 이유일지 모르겠지만. -ㅅ-




아무튼... 좋은 강의 잘 듣고 왔다. 앞으로 좀 잘 알아봐서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겠다. 한창 공부할 때 안 해서 나이 먹고 이렇게 공부하는 재미를 느낀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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