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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18 제주 - 사라 오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18.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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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올린 날짜: 2018년 03월 15일 목요일


선배 부부보다 30분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열 시 안에 따라잡는 걸 목표로 하고 일단 출발했다. 처음에는 신발에 흙 안 묻게 하려고 조심해서 오르면서 속도를 올렸지만 이내 신발에 흙이 마구 튀게 되어 깨끗하게 유지하는 건 바로 포기했다. 대체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비싼 신발만 신으면 등산하는 건가 싶더라.



성판악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계단과 데크로 정비된 곳이 많아 초보자도 쉽게 다닐 수 있는, 편한 등산로이다.



초입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괜찮았는데...



이내 이런 꼴이 펼쳐졌다.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발목을 한참 넘어서는 수준. 녹지도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물론 사람이 다니는 길은 발목까지 눈이 차오르지 않았지만 밑에서 괜히 아이젠 차고 올라가라 한 게 아니었고나 싶더라.



계단에도 눈이 녹지 않고 있어 굉장히 미끄러웠다. 여기저기 햇볕이 드는데도 녹지 않고 있었다. 역시 산의 날씨는... ㄷㄷㄷ



그렇게 한참을 추격 모드로 올라가고 있자니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방금 1,100m 통과했단다. 응? 내가 곧 1,100m 도달하지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전화 받으면서 위 쪽을 보니 선배 부부가! ㅋㅋㅋ   다짐했던대로 열 시 전에 따라잡았다. 예상대로 선배와 형수 모두 아이젠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선배는 원래 운동 잘하는 몸이었으니 괜찮다지만 형수는 아이젠 없이 도저히 안 될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선배가 주워준 나무 막대기 두 개를 스틱 삼아 미끄러운 길을 오르고 있었는데 뒤에서 보니 엄청 불안했다. 도저히 백록담까지는 못 간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무리했다가 내일 더 고생이다, 그냥 사라 오름까지만 가자, 그렇게 바람을 넣었(?)다. 괜찮다고, 갈 수 있다고 하던 형수도 사라 오름 입구에서는 더 못 가겠다 하고. 선배는 미끄러우면 미끄러운대로 백록담까지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그걸 아는 형수가 기다릴테니 다녀오라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다음에 오자, 그런 얘기하면서 사라 오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라 오름에 물 차 있는 게 보기 쉬운 광경은 아니라는데 나는 이 절경을 두 번이나 본다. 2013년에는 발목까지 올라온 걸 보고 느꼈으니 얼마나 복 받은 등산 인생인지. 아무튼... 백록담을 못 가서 아쉽지만 사라 오름 호수 경치도 일품이다.



소니 RX10 M4는 내 수준에 과분한 카메라임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무리해서 카메라 바꾼 덕에 이렇게 줌 이용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미세 먼지가 상당히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뿌~ 연 하늘이다. 먼 쪽 바다는 보이지도 않는다. 안타깝다. 5년 전에는 다 보였었는데.



적당히 눈이 쌓여 멋진 경치를 보였을 게 분명한 백록담. 거기까지 갈 수 없어 아쉽지만 산에서는 무리하면 안 된다.




김밥이니, 달걀이니, 먹을 것을 꺼내놓았더니 뭐라도 얻어먹을 게 없나 싶어 잔뜩 몰려든 까마귀들. 덩치도 엄청나게 크고 부리도 무시무시하게 생긴데다 한, 두 마리가 아니어서 무서웠다. 작정하고 달려들면 버틸 재간이 있겠나 싶더라. 처음에는 밥 먹는 데크 바로 옆에 우르르 앉아 있었는데 선배가 나무 휘두르며 내쫓아서 그나마 멀찌감치 자리잡고 앉았다. 까마귀가 엄청 똑똑하다더니 사람들 몰릴 시간에 몰릴 장소에서 딱 기다리고 있더라.



사라 오름에서 밥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가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사진 몇 장 찍고... 좀 아쉽긴 했지만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렇고, 선배도 그렇고, 무리하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저기서 돌아온 게 잘한 일이다. 괜히 무리해서 올라가다가 다치거나 하면... 더구나 내려오는 길도 눈밭인데... 다음에 날씨 좋을 때 또 가면 된다. 한참 내려가도 끝이 안 나니까 형수가 지루하다고 얘기하더라. 딱 맞는 말이다. 성판악 코스는 길이 험하거나 힘들지 않지만 워낙 길어서 지루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출발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산책하듯 오랜 시간 걷는 걸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심해서 버티기 힘들다.


한참 걸려 하산. 14시 살짝 넘었다. 해가 중천이니 어디든 봐야겠다 싶어서 같이 휴애리 다녀오기로 했다. 휴애리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따로 따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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